맨드라미의 빨강 버드나무의 초록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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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숨을 쉰다. 그 한숨은, 절반 행복한 한숨이었다.

p299 맨드라미의 빨강 버드나무의 초록 중에서


에쿠니 가오리와 요시모토 바나나의 소설은 20대 무렵 한창 읽었다. 최근 소담 출판사에서 에쿠니 가오리의 책을 리커버하여 출간하고 있어, 예전 기억을 더듬으며 다시 읽고 있다. 이번에 읽은 책은 <맨드라미의 빨강 버드나무의 초록> 리커버판이다. 이 책은 작가가 1989년에서 2003년 사이에 쓴 단편소설을 모아 출판한 것이다. 그래서 공중전화와 같은 옛날 감성이 책 속에 종종 등장한다.


소담출판사에서 리커버한 에쿠니 가오리의 <울 준비는 되어 있다>나 <프랑수아즈 사강의 시리즈>의 표지 스타일을 좋아하는데, 이번 표지는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니라 조금 아쉽다.


만약 일이 인생의 전부라면, 난 그깟 인생 들고양이한테 줘버리겠어

p111 포물선 중에서


이 책은 단편 <러브 미 텐더, 선잠, 포물선, 재난의 전말, 녹신녹신, 밤과 아내와 세제, 시미즈 부부, 맨드라미의 빨강 버드나무의 초록, 기묘한 장소> 총 아홉 작품으로 이루어져 있다. 밤과 아내와 세제처럼 4페이지짜리 단편도 있고, 선잠처럼 긴 호흡의 단편도 있다. 저자는 이 중 3편 정도가 마음에 든다고 하던데, 어떤 작품이였는지는 답하고 있지 않다. 나는 <포물선>이 제일 인상적이다. 반짝반짝 빛나던 대학생이 사회인이 되어 술 마시며 성토하는게, 일본이나 한국이나 비슷하구나 싶어서이다. 나의 20,30대와 비슷해 보여서기도 하고 말이다.


또한 단편들 중 <맨드라미의 빨강 버드나무의 초록>은 이전 에쿠니 가오리의 작품 <반짝반짝 빛나는>의 10년 후 이야기이라고 한다. 어쩐지 등장인물 이름이 낯익다 했다. 에쿠니 가오리의 글은 섬세하다, 등장인물들 또한 예민한 감각의 소유자들이다. 애인과 어영부영 헤어진 채 새로운 사람을 만났지만, 이전 애인에 대한 생각으로 밤마다 큰 뱀이 자신에게 오는 악몽을 꾸는 여자(선잠), 벼룩에 물린 이후 관계를 돌아보게 되는 여자(재난의 전말),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다른 성향의 각기 다른 사람들을 만나고 다니는 여자(녹신녹신) 등은 모두 예민한 사람들이다. 그리고 글 중 바람을 피는 등 다중연애를 하거나 동성연애, 양성연애 등 관계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 에쿠니 가오리의 지문같은 이야기이다.

에쿠니 가오리의 글을 읽으며 20대를 회상할 수 있어서 좋았다. 다음권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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