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 품격 - 작은 섬나라 영국은 어떻게 세계를 지배했는가
박지향 지음 / 21세기북스 / 2018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국의 품격이라니. 제국에 품격이 있을 수 있다니. 제목부터 내겐 형용모순으로 보이는 이 책을 마주한 처음부터 미심쩍었지만, 이 책은 역시나 내 눈썰미가 맞았음을 확인시켜 주었다.

이와 같은 책을 출판할 수 있는 용기라면, 적어도 저자는 우리 사회에 흔히 볼 수 없는 ‘예외적‘인간임이 분명할 것이라는 생각에 이르러 검색해보니, 아뿔싸!

저자는
사회적 책임보다는 개인의 영달을 추구한 사람, 최소한의 양심을 저버리고 얄팍한 지식을 완장처럼 휘둘렀던 사람, 권력자의 눈을 멀게하고 세인들의 눈쌀을 찌푸리게 했었던, 바로 그 사람이었다. (마침 구치소에 있다는 어떤 분께서 이 책을 읽고 있다는 뉴스도 있다)
내 소중한 시간을 할애하면서까지 서평을 쓰고 싶진 않다. 하지만 선량한 누군가가 혹여나 아무 것도 모르고 이 책을 구매함으로써 겪을 낭패는 막아야겠기에 짧게나마 글을 남겨 놓도록 한다.

이 책이 주장하는 바를 요약하면 이렇다.
영국이 제국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1) 종교가 있었고(하나님을 믿었다는 뜻)
2) 대포를 잘 만들었으며(전쟁을 일삼았다는 뜻),
3) 해양 세력(바다를 이용해 다른 나라에 마구 침범했다는 뜻)이었다는 덕택이라고 한다.

이와 같은 강점을 적극 활용해 아시아와 아프리카 여러 나라들을 식민지로 삼은 영국은 ‘문명화의 사명‘을 가졌었다는 점에서 ‘품격 있는 제국’이 될 수 있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또, 영국은 민간부문의 역동성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몸소 증명해주었으므로 성장을 원하는 국가는 민간부문에 개입하면 안된다는 교훈을 주었다고 한다. 단, 교육만큼은 예외인데 국민을 계몽해야 하므로 국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한다,

모두 어디서 많이 들어본 얘기다.
저자는 영국을 빗대어 얘기하고 있지만 실은 다음과 같은 얘기를 은연 중에 말하고 있다.

하나. 영국은 좋은 나라다. (근데 비슷한 면이 많은 일본도 좋은 나라다. 그러므로 일본의 한국 식민지배는 우리가 억울해할 일이 아니다.

둘. 국가경제를 위해서는 정부는 가급적 기업의 일을 참견하지 말고 가만 놔둬야 한다.(그래야 나라가 성장한다)

셋. 교육은 중요하니까 국가가 나서서 국정교과서를 만드는게 좋다.

나는 알고 있다. 영국이 노예무역을 시작한 나라였음을, 무수히 많은 피식민국의 인간들에게 고통을 안겨줬음을, 마지막까지 제국 지위를 잃지 않기 위해 몸부림 쳐왔음을. 그래서 결코 품격있는 제국주의 국가는 아니었음을.

내 소중한 시간을 너무 많이 썼다. 다음의 경구로 이 책에 대한 평가를 대신한다.

˝진실로 정말로 위험한 것은
의도적으로 날조된 부정직한 거짓말이 아니다.
집요하고 그럴듯하지만 현실과는 동떨어진 이야기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