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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살 자기소개
박성우 지음, 홍그림 그림 / 창비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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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스몰토크 잘하는 법이라는 제목의 팟캐스트를 들었어요. 내향적인 성격 탓인지 누군가를 만나서 이야기할 때면 마음과는 달리 대화를 길게 이어 나가기 어려운 저는 평소 팟캐스트를 들을 때보다 더 주의 깊게 들었지요. 어떻게 하면 스몰토크를 잘할 수 있는지, 누군가에게는 당연할 내용을 저는 공부하는 마음으로 들었어요. 자기소개도 상대방을 만났을 때 처음으로 하게 되는 일종의 스몰토크겠죠? 박성우 작가님의 책, 열두 살 자기소개를 읽으며 저처럼 주의 깊게 이 책을 읽는 어린 친구들도 있을까 생각해보게 되었답니다.


표지를 넘겨보면 자기소개 시간의 떨리는 마음이 잘 느껴지는 글과 그림이 나타나요. 이후 자기소개를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떤 이야기를 하면 좋을까, 어떤 자기소개가 좋은 자기소개일까, 나는 친구들의 어떤 점을 알고 싶은가 등 자기소개에 관한 여러 가지 질문이 이어지지요. 가만히 질문을 따라가다 보면 독자들은 자연스럽게 자신의 자기소개 경험을 떠올리게 되고, ‘자기소개자체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지요.


그렇게 자기소개를 생각하고 있는 독자들 앞에 책의 차례가 등장해요. 차례는 30가지의 자기소개 소재로 구성되어 있지요. 저는 이 소재들을 일반적으로 자기소개를 떠올릴 때 말할 만한 나에 대한 간단한 소개’, 처음 만난 사람과도 가볍게 말할 수 있을 만한 스몰토크 주제’, 서로를 좀 더 깊이 있게 알아 가고 싶을 때 나누면 좋을 마음을 나누는 이야기’, 자신에 대해 이야기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내려놓고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말할 수 있는 재미있는 이야기로 나누어보았어요. 30가지의 소재를 읽다 보니 이런 얘기는 가볍고 재미있게 할 수 있겠다’, ‘이런 얘기는 처음 만난 사람과는 하기 어렵겠다같은 생각이 자연히 들더라고요.


제 맘대로 해 본 분류에 따르면, ‘나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위해서는 즐기는 운동, 좋아하는 동물 등을 말해 볼 수 있을 것 같고, ‘스몰토크 주제로는 좋아하는 날씨나 꼭 배우고 싶은 것, 자주 하는 실수 등을 나눠볼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마음을 나누는 이야기를 하고 싶을 때는 쉽게 아물지 않는 상처, 최근의 고민, 20년 뒤의 내 모습 등을 나눠보면 어떨까 싶었고, ‘재미있는 이야기가 필요할 때는 우리 동네 단골 가게를 소개하거나 이 세상에서 딱 하나를 없앨 수 있다면 무엇을 없애고 싶은지 등을 얘기해 봐도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이런 30가지의 주제는 모두 같은 구성으로 소개가 되고 있어요. 주제의 소개와 그에 대한 네 친구의 자기소개, 그리고 따뜻한 마무리 글로 이루어져 있지요. 읽다 보면 자기소개를 해야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자기소개를 할 때 나라면 어떤 주제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을지 책 속의 친절한 예시를 보고 떠올려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한편, 자기소개를 하게끔 장을 마련해야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자기소개를 어려워할 사람들을 위해 이 책에 소개된 소재 중 말하고 싶은 것을 골라보게 한다든지, 책 속 예시처럼 진행자의 자기소개를 먼저 들려준다든지 하는 식으로 참고해 볼 수 있겠지요?


이 책은 각자는 다 다르지만, 자기소개를 통해 서로의 다름을 나누면서 친구를 더 이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도 더 이해할 수 있음을 이야기하며 마무리되고 있어요. “책장을 덮는 지금, 너도 네 이야기를 나누고 싶지 않니? 자기소개는 너와 내가 서로를 알아 가는 즐거운 과정이야. 서로를 향해 한 걸음 내디디면 우리의 웃음은 더 크게, 더 멀리 퍼져 나갈 거야.”라는 책 속 문장처럼, 긴장되는 마음을 조금 내려놓고 자신의 이야기를 표현해 볼 것을 상냥하게 제안하고 있지요. ‘자기소개하면 걱정되는 마음부터 떠오르는 친구들이 이 책을 읽고 좀 더 즐거운 마음으로 자개소개 시간을 기다리게 되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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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보물 ㅎㅎㅎ 사계절 그림책
김지영 지음 / 사계절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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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 ㅅㅅㅎ, 내 친구 ㅇㅅㅎ에 이은 김지영 작가님의 신작, 내 보물 ㅎㅎㅎ를 읽어보았어요. 김지영 작가님의 내 마음 ㅅㅅㅎ는 독특하고 유쾌한 아이디어로 2020년 제1회 사계절그림책상 대상을 받았는데요, 첫 번째 책을 무척 재미있게 읽었던 터라 이어지는 책들도 기대감을 가지고 보게 되네요.


앞선 두 권의 책에서는 귀여운 남매 중 오빠가 주인공이었다면, 이번 책은 동생이 주인공으로 등장해요. 표지를 넘기면 나오는 면지에서부터 동생의 사랑스러움이 느껴지지요. 이 책도 작가님의 전작들과 같이 하나의 스토리를 가지고 진행되면서, 제목의 초성인 ㅎㅎㅎ을 활용한 여러 단어가 등장한답니다.


이 책이 가지고 있는 첫 번째 매력은 역시 ㅎㅎㅎ의 활용이에요. 책의 뒤표지를 보면, ‘훈훈해’, ‘희한해’, ‘항해해’, ‘환호해’, ‘후회해등 초성이 ㅎㅎㅎ인 단어들이 적혀 있어요. 이 단어들이 이야기 속에서 어떻게 활용될지 책을 읽기 전에 상상해 보는 것도 재미있겠지요? 책을 읽다 보면 예상될만한 맥락에서 나오는 단어들도 있고, 어떤 단어는 재치 있게 등장해서 웃음을 준답니다.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으면서 다음 페이지에는 어떤 단어가 나올지 생각해보기도 하고, 책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초성이 ㅎㅎㅎ인 다른 단어에는 무엇이 있을지 이야기해보는 것도 즐거울 것 같아요.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자연스럽게 다른 초성 퀴즈 놀이가 시작될 것도 같고요.


이 책의 두 번째 매력은 재미있는 스토리예요. 내 보물 ㅎㅎㅎ는 집에서 재미있게 놀던 동생이 보물을 잃어버리고, 그 보물을 다시 찾는 과정을 담고 있어요. 처음에 동생은 오빠가 보물을 가져갔다고 생각하고 오빠를 찾아가지요. 하지만 범인은 오빠가 아니었어요. 그럼 누가 보물을 가져갔을까요? 보물을 찾는다는 주제 자체도 흥미롭지만, 보물을 찾아오는 과정에서 남매 사이에 생기는 따뜻한 반전이 또 다른 감동과 재미를 준답니다. 앞서 이야기한 초성의 활용 등 특정 요소가 강조된다고 하더라도 전체 맥락을 보여 주는 이야기가 재미있지 않았다면 책이 다소 억지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을 텐데 이 책은 이야기책으로서도 훌륭한 내용을 가지고 있어요.


이 책의 세 번째 매력은 매력적인 그림이에요. 그림책에서 그림은 글만큼, 때로는 글보다 더 큰 비중을 차지하지요. 김지영 작가님은 판화를 전공하셨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이 책의 그림에서도 각 요소를 찍어낸 듯한 느낌이 들어요. 이 책의 그림들을 보면 대부분 단순한 선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구석구석에 숨어있는 디테일을 가만히 살펴보는 재미도 있지요. 또한 형광 분홍색, 노란색, 청록색 등의 발랄한 색깔들이 대비와 조화를 적절히 이루며 사용되고 있어 주인공인 동생의 귀여움과 사랑스러움이 더욱 돋보여요.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그림과 색채라 아이들도 참 좋아할 것 같아요.


보통 비슷한 형식으로 진행되는 책이 시리즈로 여러 권 나오면 뒤쪽에 나온 작품들은 첫 책만큼 재미있지 않은 경우가 많은데요, 김지영 작가님의 이 시리즈는 그렇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요. 새로 나오는 책마다 이렇게 재치 있는 아이디어를 담고 있으니 다음 책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까?’하는 기대감이 절로 생기는 것 같아요. 이번에 새로 나온 내 보물 ㅎㅎㅎ도 한글을 처음 배우기 시작하는 어린이부터, 초성퀴즈나 끝말잇기 등 말놀이의 재미를 아는 어린이, 그리고 여전히 그림책 읽기를 즐거워하는 어른까지 모두 함께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으로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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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 아파트 1 - 1001호 뱀파이어 몬스터 아파트 1
안성훈 지음, 하오 그림 / 토닥스토리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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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 출판사에서 새로 나온 신작 시리즈 동화! 몬스터 아파트1권을 읽어보았어요. 아이들이 딱 좋아할 만한 제목의 책이지요? 1권의 부제가 ‘1001호 뱀파이어인 걸 보니 시리즈 동화책으로 연이어 나오면서 몬스터 아파트입주민들의 이야기가 하나씩 펼쳐질 것 같아요.


책과 함께 도착한 안성훈 작가님의 편지도 읽어보았는데요, 안성훈 작가님은 이전에 리뷰한 적이 있던 너와 나의 공통점을 쓰신 작가님이라 더 반가웠답니다. 편지를 읽으면서 작가님께서 왜 몬스터 아파트를 쓰게 되셨는지, 이 책이 왜 아이들이 좋아할 수밖에 없는 책인지 알 수 있었어요. 작가님은 어린 시절부터 몬스터라는 존재에 마음이 흔들리셨다고 해요. 그런데 이 이야기를 쓰시면서, 몬스터를 통해 작가님 안의 숨겨진 모습들과 직면하고, 억누르거나 외면해 왔던 감정을 인정하면서 가슴속 응어리가 사라지는 경험을 하셨다고 해요. 이 책을 읽는 아이들도 아파트라는 친숙한 공간에 모인 낯설지만 매력적인 몬스터들과 만나면서 작가님과 비슷한 경험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었답니다.


이 책의 주인공은 11살의 여자아이, 황모과예요. 엄마는 회사 일 때문에 1년간 미국에 계셔서 모과는 아빠랑 둘이서 살고 있지요. 이야기는 모과랑 아빠가 이사 갈 집을 구하며 시작돼요. 여러 집을 둘러보아도 조건이 맞는 집이 없어 곤란해하고 있는 아빠에게 부동산 사장님께서 마지막으로 보여주신 집은 행운마을 솔음 아파트’! 멋진 메타세쿼이아 나무들이 둘러싸고 있는 이 낡은 아파트는 지금까지 본 집 중 가장 넓고 깨끗하면서도 월세까지 저렴하지요. 아빠도 모과도 만족하며 이 집으로 이사를 오게 돼요.


이 책의 1부는 수상한 이웃들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어요. 1부에서는 전체 동화에 해당하는 등장인물의 소개가 재미있는 이야기 속에서 펼쳐져요. 우선 주인공인 모과 이야기가 나와요. 활달하고 다정한 성격의 모과는 전학 오기 전에는 친구가 많은 아이였는데, 새로운 학교에서는 자기소개를 하다 실수를 하고 말죠.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아 이전 학교의 친구들을 그리워하며 외로움을 느낀답니다. 이어서 솔음 아파트의 이웃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요. 아빠의 퇴근을 기다리면서 모과 혼자 이사떡을 돌리는데, 그러면서 각 층의 이웃들에 대한 이야기가 살짝씩 소개되죠.


2부는 ‘10층의 이상한 애라는 제목이에요. 이사떡을 돌리면서 만났던 10층의 뱀파이어 가족 중 한 명인 테오가 비중 있게 다뤄지지요. 모과와 테오는 서로가 몬스터이고 인간인 것을 모르고 있어서 상대방이 이상한 애로 느껴지기도 하지만, 테오 역시 이사를 오게 되면서 친구들을 그리워하고 있는 상황이라 모과와 친해지게 돼요. 테오는 다시 이전 동네로 이사 가고 싶은 마음에 가족들이 솔음 아파트에서 사는 것을 불편하게 만들려고 하지요. 모과와 함께 작전을 짜고 여러 소동을 일으키는 과정에서 모과와 테오는 더 친해지게 된답니다.


1권에서 나오기는 했지만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진행되지 않은 부분들도 있어요. 이사 과정에서 잃어버린 모과의 보물 1, 저금통 열쇠는 아직 찾지 못한 채로 1권이 끝나지요. 그리고 모과가 학교에서 자기소개를 하다가 재채기를 했을 때 웃으며 엄지를 치켜세워주던 옆자리 친구 수연이에 대한 이야기도 살짝만 나온 채로 끝이 났어요. 다음 책에서 어떤 이야기로 이어질지 궁금해지는 부분이에요.


안성훈 작가님은 앞서 말했던 편지를 통해 몬스터 아파트1권에서 외로움이라는 감정에 집중하셨다고 했어요. 모과가 테오가 친구들과 떨어져서 느끼고 있는 감정이지요. 앞으로 이어질 책에서는 어떤 몬스터들을 통해 어떤 감정이 다뤄질까요? 아이들이 이야기를 재미있게 읽어 나가는 동안,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마음속에 숨겨 두었던 감정들을 만나고 자유로워지는 경험을 하길 소망해 봅니다. 저도 같이 2권을 기다리게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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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산책 Dear 그림책
정지연 지음 / 사계절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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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평소에 산책하는 것을 좋아하는데요, 맑은 하늘에 살랑살랑 바람이 불어오는 가을날은 산책하기에 참 좋죠. 이런 날씨에 읽기 좋은 그림책인 다정한 산책을 읽어보았어요. 1015일에 출판된 사계절 출판사의 신작이에요.


다정한 산책의 표지를 보면 제목의 서체부터 동글동글. 곰살곰살 다정한 느낌을 주는 연필로 그려진 듯한 그림이 실려있어요. 주황색 외투를 입고 있는 인물 한 명과 누구인지 모를 하늘색 친구 위로 나무 한 그루가 그늘을 만들어 주고 있네요. 바람이 불고 있는 듯한 느낌도 받을 수 있고요. 책 속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표지를 넘겨보면 작은 집 한 채가 나와요. 집안에는 기운 없이 처져 있는 사람이 한 명 있지요. 무거운 마음으로 땅속까지 내려갔다가 문 앞에 뭔가 놓이는 소리에 자리에서 일어나요. 문밖으로 빼꼼 고개를 내밀어 보니 사과 한 알이 놓여 있네요. 집 앞의 나무 뒤로 살짝 보이는 코의 주인공이 놓아준 사과일까요?


이렇게 7장이나 넘겨야 그림책 속 제목 페이지가 나온답니다. 보통은 한두 장 넘기면 나오는데 말이에요. 지금까지의 내용은 프롤로그인 셈이지요. 그림책에서도 이런 형식을 볼 수 있다니 재미있었어요. 앞으로 어떤 일이 펼쳐질지 더 기대도 되고요.


누군가가 가져다 놓은 사과 한 알을 빤히 보던 주인공은 외투와 모자, 사과를 넣은 가방을 챙겨 들고 집을 나서요. 자기와는 다른 방향으로 가는 사람들을 지나고, 걷다가 넘어지기도 하면서요. 넘어진 자신에게 손을 내밀어주는 첫 번째 친구를 만나 나무 밑에 앉아 사과를 나누어 먹죠. 그리고 자신과 친구에게 그늘을 만들어 준 나무 아래 사과 씨를 심습니다. 아까보다는 기분이 조금 나아졌나 봐요.


적당한 곳에서 친구와 헤어져 걷다가 뒤집힌 무당벌레도 만나고, 용기 내어 아무나 티타임에 참여도 했다가 꼬마 먹구름을 만나 위로해주기도 합니다. 산책을 할수록 마음도 점점 가벼워지고, 기분도 점점 좋아지죠. 한결 나아진 표정으로 주인공이 산책의 끝에 만난 인물은 누구일까요?


살아가다 보면 마음이 무겁고 가라앉는 순간들이 있지요. 바깥바람이라도 쐬고 위로가 될 누군가를 찾아가면 좋겠지만 그 시작이 어려울 정도로 무기력해지기도 해요. 그런 때 주인공이 받았던 사과 한 알처럼,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챙겨 입을 정도의 에너지를 주는 마중물과 같은 선물을 받을 수 있다면 어떨까요? 그런 선물을 받고 혼자만의 공간에서 나와 걸어가다 보면 다른 존재들을 만나고 시간을 보내고 이야기를 나누며 내가 줄 수 있는 작은 선물들을 주는 사람으로 다시 회복되기도 하는 것 같아요.


이 책은 드문드문 짧은 글이 적힌 그림책이고, 실려있는 그림들도 단순하고 부드러운 느낌을 주어요. 바람이 불어올 공간이 있는 것 같죠. 아이들도 재미있게 읽겠지만, 어른인 저도 읽으면서 위로를 참 많이 받았어요. 모두가 힘들 때 사과 한 알정도는 받을 수 있었으면, 그리고 다른 존재에게 사과 한 알정도는 줄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하는 소망을 가지게 되는 책이에요. 분위기를 바꾸어 줄 시원한 바람 한 자락이 마음에 들 수 있도록, 올가을에 한 번 읽어보시기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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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사자 와니니 창비아동문고 280
이현 지음, 오윤화 그림 / 창비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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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 출판사의 푸른 사자 와니니를 읽어보았어요. 사실 이 책은 몇 년간 우리 반 친구들이 읽는 모습을 자주 본 책이에요. 언제 나온 책인가 확인해봤더니 2015년에 초판이 발행됐네요. 그리고 2025820일 기준으로, 112쇄나 발행됐어요. 그만큼 아이들이 많이 보고 좋아하는 책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이제야 읽어본다니 아이들에게 좀 미안한 마음도 들었어요. 그리고 작가의 말까지 하면 215쪽이나 되는 장편 동화의 어떤 점이 아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는지, 한편으로는 즐거운 궁금함과 기대감을 가지고 책을 펼쳤어요.


이 책의 주인공은 암사자 와니니예요. 와니니는 강한 우두머리 암사자인 마디바의 무리에 속해 있죠. 그리고 와니니는 마디바를 동경의 대상으로 여기고 마디바의 사자인 자신을 자랑스러워해요. 유난히 눈과 귀가 밝고 냄새도 잘 맡으며 말싸움에도 자신 있는 와니니이지만, 덩치도 작고 힘이 약해서 사냥꾼이 되어야 하는 암사자로서는 인정받지 못하죠. 책 속에서 훌륭한 암사자의 요소로 여겨지는 자질들은 가지고 있지 못하지만, 자신만의 특별한 점을 가지고 있는 와니니의 모습을 보면서 레오 리오니의 그림책 속 생쥐 프레드릭이 생각났어요. 자신이 지닌 특별한 점으로 생쥐 공동체에 기쁨을 가져다주는 프레드릭처럼, 와니니도 자신만의 특별함으로 언젠가 사자 공동체에 좋은 영향을 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요.


감각이 발달한 와니니는 깊은 밤 마디바의 영토에 두 마리의 수사자가 침입했다는 것을 알아채지만, 그 과정에서 또 다른 어린 암사자인 말라이카가 크게 다치게 돼요. 와니니는 독단적으로 행동했다는 이유로 무리에서 쫓겨나게 되고, 그 벌은 사자에게 있어 가장 무거운 벌인 혼자가 되는 벌이지요. 무리를 떠나 혼자 생활하면서 와니니는 나름대로 살아가는 요령을 길러가요. 그것도 힘에 부칠 즈음, 마디바의 영토에 침입했던 어린 사자 잠보와 어른 사자 아센테를 만나 서로 협력하며 함께 살게 되지요. 이 지점에서는 얼마 전 다시 본 디즈니 애니메이션 라이온 킹의 어린 사자인 심바가 생각났어요. 어린 시절에 무리를 떠났지만, 좋은 친구들을 만나 죽지 않고 성장하게 되지요.


셋이서 힘을 합쳐 생활하던 와니니들은 사냥감을 좇다가 마디바의 영토로 들어가게 되고, 거기에서 오래전 헤어졌던 말라이카를 만나요. 그리고 말라이카도 와니니와 같은 밤, 피 냄새 때문에 적들을 끌어들일 수 있다는 이유로 무리에서 쫓겨났다는 것을 알게 되지요. 와니니와 친구들은 말라이카를 와니니들에 받아주며 함께 생활하게 돼요. 그리고 새들과 코끼리들이 이야기하는 언제나 비구름이 머무는 초원을 찾아 떠나지요. 와니니들은 과연 꿈의 초원을 찾았을까요?


책 속에서 와니니들로 불리던 작은 무리는 구성원 중 하나인 아산테에 의해 처음으로 와니니 무리로 지칭돼요. 그 말을 들은 와니니는 약하고 부족하지만 서로 도우며 함께하는 것이 무리 지어 사는 이유라는 것을 깨닫게 되지요. 원래 속해 있던 무리 가운데 마디바로부터 쓸모없는 아이로 여겨지던 와니니는 힘든 시간을 거치면서 작고 쓸모없는 것처럼 보이는 모든 것들이 자신이 살아남을 수 있도록 지켜주었다는 것 또한 깨닫게 되어요. 그리고 동경해 마지않던 마디바의 사자들과는 다른 가치관을 가진 새로운 무리의 왕이 되지요.


이 책을 읽으며 모든 아이들이 와니니처럼 자신을 둘러싼 것들과 연대하며 생명의 소중함을 알아가길, 그리고 그 가치를 실천하는 또 다른 공동체를 일구어나가길 바라는 소망을 가지게 되었어요. 삶은 어려움으로 가득하고 그걸 헤쳐 나가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겠지만, 충분히 살아갈 만한 가치가 있으며 그 과정을 함께 하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도 알아가기를요. 어린 사자로부터 저도 용기를 얻어 이 마음을 아이들과 함께 나누어보려고 합니다. 이 책과 함께 받은 이현 작가님의 편지 구절처럼,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가장 건강한 숨을 쉬는 곳인 책을 읽는 교실을 만들어가 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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