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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한 그릇 ㅣ 사계절 그림책
윤정미 지음 / 사계절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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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한 그릇’하면 여러분은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처음에 제목을 보고 저는 ‘제사에 사용하는 그릇에 대한 책일까? 아니면 왕실에서 사용하는 그릇에 대한 책일까?’하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정답은......! ‘변기’였습니다. 변기를 신성하다는 말과 바로 연결 짓기는 어려울 거예요. 그래서 왜 변기를 신성한 그릇이라고 했을지 궁금해 하는 마음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책은 구름에서 똥을 누는 천사들의 이야기로 시작해요. 천사들은 똥 눌 구름이 없어 아침마다 긴 줄을 서서 기다리지요. 그러다 아래 세상에는 똥을 없애 주는 ‘신성한 그릇’이 있다는 소문을 듣고, ‘수호’와 ‘천사’라는 두 천사가 그 그릇을 찾으러 내려가게 됩니다.

 

수호와 천사는 아래 세상에서 변기 가게를 하고 있는 ‘스크루지’라는 아이를 찾아가요. 수호와 천사는 스크루지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변기의 구조 및 종류, 변기의 역사 및 변천사, 먹은 것에 따라 달라지는 똥의 특징 등을 배우게 되지요.

 

그러니까 이 책은 이야기를 중심으로 한 지식 그림책인데, 그냥 설명하면 지루할 내용도 인물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해하도록 구성이 되어 있어요. 더군다나 아이들이 좋아하는 ‘똥’ 이야기라니! 저희 집 아이들도 벌써 몇 번이나 읽었답니다.

 

책을 재미있게 읽으며 지식을 얻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을 위한 배려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게 하는 따뜻한 이야기가 담겨 있어서 더더욱 추천해요. 지식 그림책은 아무래도 그림책의 형태로 전해야 하는 정보가 있다 보니 스토리 부분은 애매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는데, 이 책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책이에요.

전체적인 스토리 라인과 그림만 따라가도 내용을 이해하는 데에는 무리가 없고, 작은 글씨로 적힌 부분까지 꼼꼼히 읽으면 더 자세한 정보도 얻을 수 있어요. 그러니 나이와 크게 관련 없이 아이들이라면 두루 즐겁게 읽을 수 있을 거예요. 또 글과 그림이 재미있으니, 아직 글밥이 많은 책을 읽기 어려워하는 친구도 작은 글씨로 적힌 부분까지 모두 읽고 싶어할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실패 없이 즐겁게 읽을 수 있는 ‘똥’ 책으로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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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입에서 나오는 것 ㅣ 오늘의 젊은 작가 59
박문영 지음 / 민음사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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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것을 좋아한다. 시끄러운 소리를 듣고 있으면 머리가 아파 온다. 여러 사람의 큰 목소리가 오가는 가운데 앉아 있다 보면, 일정 데시벨 이상의 큰 소리를 내면 말하는 사람에게 알림을 주는 서비스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큰 소리만큼 듣기 어려운 것이 무례한 말인데, 박문영 작가의 『그 입에서 나오는 것』에는 그걸 막아주는 물건이 있다. ‘가드 온’이라는 스티커는, 턱 밑에 붙여 두면 무례한 말을 하려고 할 때마다 진동을 한다.

 

책을 읽으며 ‘이런 게 있다니, 무척 편리하잖아?’라고 생각했다. 책에 나오는 사람들도 하루에 한 장씩 이 스티커를 챙겨 붙이며 혹시나 하게 될 무례한 말에 대비하는 모습을 보인다. 가드온은 마치 코로나 시대의 마스크처럼, 자신의 안전도 조심하고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꼭 필요한 것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이 스티커에 반감을 느끼며 사용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은 가드 온에는 부작용도 있으며, 무례한 말을 하지 않는 것보다 그런 말을 할 마음을 가지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사람들은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말을 하다 보니 ‘가드 온을 안 쓰니까 그렇지’하는 식의 핀잔을 듣기도 한다.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내가 하게 될 무례한 말과 그에 따른 갈등을 예방하기 위해 가드 온을 사용했을까? 아니면 그런 건 피상적인 소통을 만들 뿐이라며 어떤 주관을 가지고 사용하지 않았을까? 나도 어려운 이야기가 담긴 메시지를 보내기 전, AI에게 물어보고 표현을 다듬기도 하는데 그것도 일종의 가드 온이라고 볼 수 있을까?

 

뒤쪽으로 갈수록 절정으로 치달아가는 이야기는 읽는 사람에게 질문을 던진다. 입술에서 나가는 말을 거르면 그걸로 충분한 것인지. 진정한 소통은 무엇인지 고민해 보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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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 재봉사와 바느질 가게 ㅣ 숲속 재봉사
최향랑 지음 / 창비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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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향랑 작가님을 아시나요? 저는 『숲속 재봉사』라는 책으로 작가님을 처음 알게 되었는데요, 이후로 『숲속 재봉사와 털뭉치 괴물』, 『숲속 재봉사의 꽃잎 드레스』, 『숲속 재봉사의 옷장』 등 재미있는 책들이 줄줄이 나왔어요. 그러다 이번에는 『숲속 재봉사와 바느질 가게』라는 신간이 나왔답니다.

 

숲속 재봉사 시리즈에는 옷 만들기를 아주 좋아하는 숲속 재봉사와 강아지 쿵쿵이, 조수인 거미, 거위벌레, 자벌레가 나와요. 내용은 조금씩 다르지만 책마다 재봉사와 친구들이 힘을 합쳐 옷을 만드는 이야기가 펼쳐지지요.

 

책을 펼치면 가장 먼저는 아름다운 그림에 시선이 사로잡혀요. 페이지마다 작가님의 따뜻한 그림과 자연 그대로의 고운 결과 색이 잘 살아있는 압화가 조화롭게 구성되어 있지요. 멀리서 보아도 아름답지만, 얼굴을 가까이 가져가 하나하나 살펴보아도 요모조모 안 예쁜 구석이 없어요. 그러다 보니 책을 덮고 나서 바깥으로 나가면 평소에는 그냥 지나치던 꽃잎 한 장, 열매 하나에도 좀 더 눈길을 주게 되지요.

 

숲속 재봉사 시리즈의 또 다른 좋은 점은 따뜻한 이야기가 담겨있다는 거예요. 책에는 예쁜 그림 못지않게 이웃을 살피고 배려하는 다정한 마음씨도 가득하답니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눈도 마음도 동시에 풍요로워지는 멋진 책이에요.

 

이번에 새로 나온 『숲속 재봉사와 바느질 가게』에는 숲속 재봉사가 옷을 만들기 위해 여러 가게에 들러 재료를 구하는 이야기가 담겨있어요. 동글 열매 단추 가게, 나비네 꽃잎 천 가게, 거미 씨 레이스 공방, 파랑물빛 물감집, 포그니 뜨개방, 곱구나 깃털 가게... 이름만 들어도 각각의 가게에 어떤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있을지 궁금해지지 않나요?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숲속 재봉사와 함께 가게에 들어가서 팔고 있는 물건들을 구경하고, 나라면 무엇을 골라볼까 고민하는 재미도 있어요. 열매와 씨앗 사진을 들여다보면 원래 알고 있던 것도 있고, 흔히 봐 왔지만 뭔지 몰랐던 열매의 이름을 알게 되기도 하고, 처음 보는 씨앗을 만나게 되기도 하지요.

 

가게마다 세심하게 골라서 모은 재료들은 숲속 재봉사의 집에서 멋진 작품으로 탄생하게 돼요. 이제껏 한 번도 본 적 없는 특별한 드레스와 하늘색 조끼, 노을빛 바다색 망토가 완성되지요. 이것들은 누구를 위한 옷일까요? 이번 책에는 또 어떤 따뜻한 이야기가 담겨있는지 책을 통해 확인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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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잡아 주려고 왔지
서정홍 지음, 김명 그림 / 창비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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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의 따뜻한 그림만 보아도 기분이 좋아지는 서정홍 시인의 동시집, “손잡아 주려고 왔지”를 읽었습니다. 시인의 편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아름다운 자연에서 온 시, 그리고 앞이 보이지 않는 엄마와 함께 살아가는 아이와 이웃들의 이야기가 담긴 시 63편이 묶여 있습니다. ‘모두 나란히 걸을 수 있는 세상’을 향한 시이니만큼 한 편 한 편 읽다 보면 가만히 나를 돌아보게 되고, 더 나은 세상을 위한 다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소문

 

산골 다랑논마다

벼 자라는 소리가 하도 커서

 

온 동네 개들이 놀라 짖는다는 소문이

쫘악 퍼졌습니다

 

올해도

밥 먹고 살 수 있겠습니다

 

첫 번째로 실려 있는 시인 ‘소문’입니다. 노래를 부르는 듯한 벼의 모습과 꼬리를 흔들며 신나게 짖는 개들, 높고 맑은 하늘의 그림이 시와 참 잘 어울리지요. 시를 읽으며 풍요로운 논의 모습이 마음을 채우는 듯해서 괜히 배가 부르고 웃음이 절로 납니다.

 

윤동주 시인의 시를 읽고 같은 제목으로 쓴 시인 ‘팔복’도 실려 있습니다. ‘가난한 사람은 복이 있나니’가 여덟 번 반복되고, ‘가난하여 / 함부로 쓰고 버리지 않으니 / 기후 변화 늦출 것이오’로 마무리되는 시입니다. 마침 4학년 과학 교과에 ‘기후변화와 우리 생활’이라는 단원이 있어 인간의 활동이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는 수업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수업 전에 아이들에게 읽어주고, 우리가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기후변화 대응 방법을 함께 이야기해 보았습니다.

 

아름다운 시와 함께 어울리는 시화도 감상할 수 있는 시집, 생태적 감수성과 이웃을 사랑하는 마음도 함께 길러줄 수 있는 시집을 만나 좋았어요. 제목마저 따뜻한 서정홍 시인의 “손잡아 주려고 왔지”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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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줍기 철학자 - 제6회 사계절어린이문학상 우수상 수상작 ㅣ 사계절 중학년문고 44
이빛 지음, 이내 그림 / 사계절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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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바닥을 참 잘 봅니다. 놀다가도, 걷다가도 문득 쪼그려 앉아 바닥을 들여다보곤 하지요. 금세 별것 아니네 하고 일어날 때도 있지만, 무언가인지 한참 보고 있기도 하고, 때로는 주워 들기도 합니다. 가야 할 곳이 정해져 있고 늘 바쁜 어른 입장에서는 아이가 왜 자꾸 멈추는지 답답해서 빨리빨리 가자고 재촉하지만, 그러든 말든 아이의 시선은 이내 바닥으로 향합니다.

 

이빛의 창작동화 “우리 동네 줍기 철학자”를 보았을 때, 자꾸 바닥을 보던 아이가 생각났어요. 청명한 봄날을 떠올리게 하는 예쁜 표지에는 주인공 중해가 허리를 구부려 달팽이와 눈을 맞추고 있는 모습이 그려져 있어요. 찬찬히 들여다보면 노랗게 핀 민들레도 보이고, 바람 타고 날아가고 있는 민들레 씨앗도 보이고, 무엇을 주웠는지 벌써 불룩해져 있는 중해의 주머니도 보입니다.

 

그런데 중해는 왜 줍기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을까요? 중해는 자신에게 소중한 물건인 모형 자동차 번호판을 잃어버리고, 그걸 찾으려고 바닥에 떨어진 물건들을 살피기 시작합니다. 그러다가 다른 사람의 물건을 찾아 주며 보람을 느끼기도 하고, 자기만의 새로운 보물을 줍는 재미도 느끼게 되지요. 그렇게 줍기라는 행위는 중해의 삶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게 되고, 중해는 나름대로 줍기 철학을 정해본답니다.

 

‘줍기 철학자’ 중해는 자신이 세운 철학에 따라 물건을 주워요. 빵점짜리가 아니면 일단 줍고 보지만, 위험해 보이는 건 줍지 않고, 주인이 있는 물건은 갖지 않지요. 그러던 어느 날, ‘돌려줘!’라고 적힌 종이비행기 쪽지를 받아요. 중해는 다른 사람의 물건은 가져간 적이 없는데, 도대체 무슨 일일까요?

 

이야기를 읽다 보면 자기만의 가치관을 정하고 그대로 살아보려고 노력하는 중해의 모습이 참 대견스럽게 느껴져요. 그리고 그 과정에서 철학 앞에 갈등하기도 하고, 그러면서 기준을 수정하고 추가하는 중해의 모습도 볼 수 있지요. 자기 마음의 소리를 듣고 결정하는 것은 어린이뿐 아니라 어른에게도 힘든 일이기 때문에 무척 공감하고 안타까워하며 읽게 되는 부분도 있었어요. 중해는 종이비행기의 주인을 만나 문제를 잘 해결하게 될까요?

 

자꾸만 바닥을 살피게 되는 어린이에게, 자기 삶에 철학을 세워보는 진지한 어린이에게, 어린이와 함께 걷는 부모님과 선생님들에게, 양심의 문제로 고민이 되는 어른들에게, 이 책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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