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한 산책 Dear 그림책
정지연 지음 / 사계절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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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평소에 산책하는 것을 좋아하는데요, 맑은 하늘에 살랑살랑 바람이 불어오는 가을날은 산책하기에 참 좋죠. 이런 날씨에 읽기 좋은 그림책인 다정한 산책을 읽어보았어요. 1015일에 출판된 사계절 출판사의 신작이에요.


다정한 산책의 표지를 보면 제목의 서체부터 동글동글. 곰살곰살 다정한 느낌을 주는 연필로 그려진 듯한 그림이 실려있어요. 주황색 외투를 입고 있는 인물 한 명과 누구인지 모를 하늘색 친구 위로 나무 한 그루가 그늘을 만들어 주고 있네요. 바람이 불고 있는 듯한 느낌도 받을 수 있고요. 책 속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표지를 넘겨보면 작은 집 한 채가 나와요. 집안에는 기운 없이 처져 있는 사람이 한 명 있지요. 무거운 마음으로 땅속까지 내려갔다가 문 앞에 뭔가 놓이는 소리에 자리에서 일어나요. 문밖으로 빼꼼 고개를 내밀어 보니 사과 한 알이 놓여 있네요. 집 앞의 나무 뒤로 살짝 보이는 코의 주인공이 놓아준 사과일까요?


이렇게 7장이나 넘겨야 그림책 속 제목 페이지가 나온답니다. 보통은 한두 장 넘기면 나오는데 말이에요. 지금까지의 내용은 프롤로그인 셈이지요. 그림책에서도 이런 형식을 볼 수 있다니 재미있었어요. 앞으로 어떤 일이 펼쳐질지 더 기대도 되고요.


누군가가 가져다 놓은 사과 한 알을 빤히 보던 주인공은 외투와 모자, 사과를 넣은 가방을 챙겨 들고 집을 나서요. 자기와는 다른 방향으로 가는 사람들을 지나고, 걷다가 넘어지기도 하면서요. 넘어진 자신에게 손을 내밀어주는 첫 번째 친구를 만나 나무 밑에 앉아 사과를 나누어 먹죠. 그리고 자신과 친구에게 그늘을 만들어 준 나무 아래 사과 씨를 심습니다. 아까보다는 기분이 조금 나아졌나 봐요.


적당한 곳에서 친구와 헤어져 걷다가 뒤집힌 무당벌레도 만나고, 용기 내어 아무나 티타임에 참여도 했다가 꼬마 먹구름을 만나 위로해주기도 합니다. 산책을 할수록 마음도 점점 가벼워지고, 기분도 점점 좋아지죠. 한결 나아진 표정으로 주인공이 산책의 끝에 만난 인물은 누구일까요?


살아가다 보면 마음이 무겁고 가라앉는 순간들이 있지요. 바깥바람이라도 쐬고 위로가 될 누군가를 찾아가면 좋겠지만 그 시작이 어려울 정도로 무기력해지기도 해요. 그런 때 주인공이 받았던 사과 한 알처럼,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챙겨 입을 정도의 에너지를 주는 마중물과 같은 선물을 받을 수 있다면 어떨까요? 그런 선물을 받고 혼자만의 공간에서 나와 걸어가다 보면 다른 존재들을 만나고 시간을 보내고 이야기를 나누며 내가 줄 수 있는 작은 선물들을 주는 사람으로 다시 회복되기도 하는 것 같아요.


이 책은 드문드문 짧은 글이 적힌 그림책이고, 실려있는 그림들도 단순하고 부드러운 느낌을 주어요. 바람이 불어올 공간이 있는 것 같죠. 아이들도 재미있게 읽겠지만, 어른인 저도 읽으면서 위로를 참 많이 받았어요. 모두가 힘들 때 사과 한 알정도는 받을 수 있었으면, 그리고 다른 존재에게 사과 한 알정도는 줄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하는 소망을 가지게 되는 책이에요. 분위기를 바꾸어 줄 시원한 바람 한 자락이 마음에 들 수 있도록, 올가을에 한 번 읽어보시기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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