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1 세계신화총서 6
쑤퉁 지음, 김은신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8월
평점 :
절판


쑤통이라는 중국 작가가 있다.

잘 모르는 사람인데 어쩌다 그의 책을 우르르 빌렸다.

빌리다보니 공리 주연, 장예모 감독의 영화 <홍등>의 원작

<처첩성군>을 쓴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남자인데 여자들 이야기를 주로 쓴다.

 

작가에 대한 지식과 정보가 전무하다보니

역자 후기를 읽어가며 책을 골랐다.

<눈물>은 눈물로 만리장성을 무너뜨린 '맹강녀' 신화를

쑤통의 상상력으로 재해석한 소설이라고 했다.

 

아마도 가슴뭉클하고 절절한 사랑이야기겠거니 맘대로 상상하고

마음잡고 읽다가 진짜 가슴이 답답해서 죽을 뻔했다.

뭐, 이런 작가가 다 있을까....

아무리 기원전 진나라 시대라고 해도 그렇지...

힘없고 가난한 백성은 도대체 어디까지 사악해질 수 있으며

어떻게 사악함이 사악함인지조차 모를 수 있을까...

 

이 책은 영국 캐논게이트 출판사가 기획하고

우리나라를 비롯한 영국, 프랑스, 일본, 중국, 러시아, 미국 등

전 세계 33개국의 저명한 출판사가 참여하고 있는

<세계신화총서>에 중국 대표작가로 선정되어

집필한 작품이라고 한다. (출처 : 예스24)

2005년 프랑크푸르트 국제 도서전에서 전세계 30개국 동시출간을

목표로 전세계의 신화를 각국의 유명작가들이 재해석해서

시리즈로 출간한다는 프로젝트인데 총 분량이 100권 예정이란다.

 

이것도 책을 다 읽고 난 후에 몇 안되는 포스팅을

검색해가며 얻은 내용들이다.

 

 

이야기꾼이라는 소개에 낚여(;;) 기대하던 로맨스는

하나도 등장하지 않는 힘든 소설을 간신히 꾸역꾸역 읽었다.

주인공은 끝까지 행복해지지도, 편안해지지도 않는다.

그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고생고생을 하고 또 하지만

그저 팔자려니 생각하고 복수 한 번 하지 않는다.

주인공이 그토록 만나고자 하는 남편은 끝내 등장하지도 않는다;;

읽다보면 통쾌함도 없고, 뭉클함도 없이

그저 먹먹한 짜증이 밀려온다.

 

먼저 만리장성에 노역하러 끌려간 남편을 찾으러 가겠다는

주인공 비누(벽노)를 향한 마을 사람들의 괴롭힘이 그 첫번째다.

남편을 찾으러 가겠다는 비누가 미쳤다며 냉대하는 사람들은

매일 비누의 집에서 비누가 부쳐주는 호박전을 먹고

돌아가면서 침을 뱉는다. 그래야 비누가 주는 음식을 먹어도

탈이 나지 않는다고 말하면서;;;

 

조롱박이 환생하여 태어난 비누는

고향을 떠나면 죽는다는 예언을 무녀들로부터 듣지만

남편을 찾기 위해 말을 찾으러 다니지만 끝내 찾지 못한다.

힘들게 돌아온 비누는 자신의 집에서 바가지가 사라진 것을

알고 바가지가 어디 갔냐고 묻자 돼지치는 사람이 가져갔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할 수 없이 체념하고 나서 집을 나갈 때

5개였던 호박이 3개밖에 남지 않은 것을 알고

호박이 왜 줄었냐고 묻자 이번에는

"너는 곧 남편찾으러 갈텐데 호박이 줄은들 무슨 상관이냐"는

말을 듣는다. 비누는 이 말에 대꾸하지 않고 집을 떠난다;;;

 

그리고 이번에는 길에서 죽을 팔자인 자신의 분신인

하나남은 조롱박을 잘 묻은 뒤에 남편을 찾으러 가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그녀 곁을 따라온 조카는 고모가 미쳤다며 조롱박을

묻는 곳마다 따라다니며 마을 사람들에게 위치를 가르쳐준다;;;

 

길은 나선 후에는 다른 마을에 도착한 비누가

자신이 북촌에서 왔다며 만리장성까지 가는 길을 묻자

수레 끄는 남자는 도촌에서 온 여자라며 비누를 위협한다.

북촌에서 왔다고 수십번을 말해도 막무가내로 우긴다.

 

중국 영화에서 보면 이렇게 우기는 사람들을 종종 보게 되는데

그때마다 코미디 코드겠거니 하고 웃었는데 이쯤 되자

정말 두려움이 다 밀려왔다;;;

 

비누에 대한 괴롭힘은 이제 어린아이들에게까지 이어지고,

비누는 자신을 팔아넘기려는 남자아이들에 의해 나무에 묶인다.

자신이 죽을 때가 되었음을 알고 목에 조롱박을 건 아이에게

자신의 무덤지기가 되어달라고 사정사정하여 부탁한다.

아이는 욕지기를 하며 땅을 파지만

비누는 조금 더 양지바른 곳에 묻히고 싶다고 말한다.

그러자 아이는 화를 내며 얼른 죽을 것이지

왜 죽겠다더니 안 죽냐며 짜증을 내고

결국 비누는 "죽는 게 내 마음대로 안돼는구나"하며 미안해한다.

그들이 시간을 지체하는 사이 땅 주인이 나타나서

자신의 땅에서 죽지 말라고 한다;;;;;;;;;;

 

진짜;;;; 이걸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주인공이라고 딱히 총명한 것도 아니오, 지혜로운 것도 아니오,

정의롭고 사랑스러운 것도 아니오, 당찬 것도 아니오,

딱히 착하지도, 의롭지도 그렇다고 멍청하지도 않다.

만나는 사람마다 저게 사람인가 싶을 정도로 매몰차질 않나;;;

 

근데 그게 또 사람사는 인생이라;;;

진짜 이 작가 때문에 짜증이 울컥울컥...

보아하니 다른 작품들도 만만치 않은 듯...

누군가의 말에 따르면

결코 설명해주지 않는, 친절하지 않은 작가, 란다.

 

어휴...이번에 빌린 10권의 책 중에 쑤통 책이 5권인데...

난 인제 어쩌라고...ㅠㅠ

 

하지만 또 다른 누군가의 말에 따르면,

쑤통은 한국 근대 순수문학의 느낌을 간직한 작가란다.

<운수좋은날>이나 <탁류> 사이에 꽂혀 있어도

자연스러울 것 같은, 진짜 소설의 맛이 난단다.

아...나도 읽다보면 그 맛을 느낄 수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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