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내 이름을 부를 때
방현석 지음 / 도서출판 아시아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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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를 온몸으로

 

그들이 내 이름을 부를 때, 방현석

 

이 소설은 김근태의 민주화 일생을 소설화한 것이다. 그가 온몸으로 민주화를 위해 살았던 고초와 고문의 실상을 표현하고 있다. 이것이 남영동1985 영화로 만들어진다.

그가 칠성대 위에서 당했던 수많은 고문을 본다. 그는 고문 후유증으로 파킨스병으로 64세에 죽게 된다. 암울했던 현대사를 읽으면서 소설이라기 보다 실제의 기록이다. 그의 일생은 어둠을 저항해낸 이 시대의 의인이요 영웅이다. 그는 가고 없지만 그의 정신은 기억되어야 할 것이다.

 

나는 완전히 발가벗겨졌다. 팬티마저 빼앗기고 나자 이제 내 수중에 남아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다는 상실감이 들었다. 그들은 나를 칠성대 위에 다시 묶었다. 발바닥과 발등에 전류가 통하는 밴드를 감았 다. 약지와 새끼발가락 사이에 전기 접촉면을 끼우고, 그것이 움직이지 않도록 고정시켰다. 그런 다음 발, 사타구니, , 가슴, , 그리고 머리에 물을 부었다. 차가운 물의 섬뜩함은 귀가가 살갗에 달라붙는 것 같았다. 고문 기술자는 쉴 새 없이 떠들며 조롱하고, 모욕하고, 위협했다.

내가 왜 팬티까지 벗겼는지 알아? 이제 전기 통하면 고환이 터져서 피가 흐르기 때문이야. 팬티 하나 밖에 없는데 버리면 안 되잖아.”

그러면서 물고문을 시작했다. 강도는 어제의 물고문보다 덜했지만 질식할 것 같은 공포는 더욱 깊어 갔 다.

애들은 있다며, 다행이야. 이제 이 물건 다시는 못 쓰게 될 텐데.”

이 공포와 수모로부터 벗어날 수만 있다면 그런 건 없어진다고 해도 상관없었다.“(p.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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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위한 것이나 당신의 것은 아닌 - 서울과 파리를 걸으며 생각한 것들
정지돈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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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와 서울을 걷다

 

당신을 위한 것이나 당신의 것은 아닌, 정지돈

 

파리와 서울의 공간을 묘사한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서울의 거리를 잘 묘사한다. 영화와 많은 책을 인용하며 글을 쓰고 있다. 산책이란 무엇인가? 정해진 길을 걷는 것이 아니라 자유자재로 걷는 행위는 작가의 창의성과 연관된다. 소설가다운 그만의 필체가 길게 나온다. 젊은 작가답게 과감히 형식을 파괴하면서 독특한 세계를 개척해간다. 산책은 걷는 것도 있지만 책을 산책하는 것도 있다. 그래서 散文散策은 한문이 똑같다. 그가 좋아하는 작가는 백민석 ,정영문, 배수아이다. 자유롭게 어디든지 걷고 싶은 마음이 든다.

 

그들은 엘리베이터를 발명했다라고 그는 말했다.

하지만 때때로 당신은 여전히 걸어올라간다.”

오릿 게트


마리아는 집에서 16번지까지 걸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는데 걸어보니

너무 가깝더라면서 깜짝 놀랄 만큼 기뻐했다.

-리베카 솔닛. 걷기의 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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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교란 무엇인가
정용섭 지음 / 홍성사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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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교의 진수

 

설교란 무엇인가, 정용섭

 

평생을 설교하는 목사로서 설교에 대한 고민은 많다. 내 설교가 잘하고 있는 것인가를 검증하는 잣대가 없었다. 저자는 한국의 대형교회 목사의 설교를 비평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그동안 잘못했던 설교에 대해 반성하게 되었다.

 

인문학적인 소양이 설교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세상사람들은 설교하네 하면서 조롱한다. 설교는 계몽적인 것이 아니다. 이것은 시에서도 가르치는 것을 금한다. 설교에서 의문을 제시하고 청중에게 질문하는 것을 권하고 있다. 해설자는 저자에 대한 비평을 하고 있다. 이 책은 설교자에게 정확한 이정표를 주었다.

 

현대인에게 어떻게 설교해야 할 것인가를 가르쳐 준다. 홍수처럼 쏟아지는 설교, 청중의 구미에 맞게 웃기는 설교에 대한 비판도 한다. 설교자는 소극적으로 하고 성령의 역사를 주장하고 있다.

 

“‘인문학적 성서 읽기는 한국교회에서 낯설다. 인문학은 인간적 학문이고 성서는 하나님의 거룩한 말씀 이라는 생각이 똬리를 틀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성서가 인문학 작품과 똑같다고 할 수는 없다. 기독교 인이라면 괴테의 파우스트와 구약성서의 욥기를 같은 차원에서 읽지 않는다. 문제는 성서를 인문학 작품과 달리 하나님의 말씀으로 생각하고 믿는 근거를 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무조건 교회의 권 위에 기대서 강요하는 것 진리의 영인 성령에 의존해야 할 교회 공동체의 바른 태도가 아니다. 질문은 이것이다. 도대체 성서는 왜 하나님의 말씀인가? 이런 질문이 너무 기초적이고 당연하다 생각하는가? 그렇지 않다. 이 질문의 깊이로 바르게 들어가는 사람만이 성서의 영적 현실성을 경험할 것이 다.“(p.143)

 

이 책은 나에게 기존의 고정관념을 깨는 신선한 울림으로 다가왔다. 오랜만에 설교의 지침을 얻는 귀한 책이기에 한 장도 소홀히 넘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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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살았던 날들 - 죽음 뒤에도 반드시 살아남는 것들에 관하여
델핀 오르빌뢰르 지음, 김두리 옮김 / 북하우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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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에 대해 생각하기

 

당신이 살았던 날들, 델핀 오르빌뢰르

 

우리 모두에게 죽음이라는 화두가 있다. 이 책은 유대인 랍비가 쓴 책이기에 성경에 대한 인용이 많이 나온다. 좀 어려운 내용이지만 죽음에 대한 이해를 공유한다.

 

죽음을 끝으로 보지 않는 유대인의 시선에서 우리는 그들의 전통과 일상에 깃든 삶의 철학을 볼 수 있 다. 오르빌뢰르에게 종교란 정해진 답이 있는 게 아니라 세대마다 새롭게 정의되는 탐색의 과정을 거 치는 것이다.”(p.274)

나는 너희 앞에 생명과 죽음, 축복과 저주를 내놓는다.

너희는 생명을 택하여라.

신명기30:19

 

생명은 죽음을 이용할 줄 아는 기능들의 총체다.

앙리 아틀랑

 

사실상 죽음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삶은 희극적 성격을 잃을 것이다.”

로맹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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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희의 인간
크리스티앙 보뱅 지음, 이주현 옮김 / 1984Books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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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산문

 

환희의 인간, 크리스티앙 보뱅

 

유튜브에서 편집자 k의 소개로 본 책이다. 프랑스 작가의 아름다운 산문이다. 보뱅의 문체는 특이하다. 간결하면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문장이다. 문고판의 책으로 부피가 큰 책이 아니다. 프랑스 문학을 접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작은 파티드레스도 함께 읽었다.

 

글쓰기란 넘을 수 없는 벽에 문을 그린 후, 그 문을 여는 것이다.”

 

그는 일상의 기계적인 반복에 사로잡힌 우리들이 보지 않거나 더는 볼 수 없는 것을 보게 만든다. 그런 점에서 그는 진정한 시인이다.”-프랑스 저널 르피가로(p.13)

 

이 시는 너무나도 감미로워서 책을 덮었을 때는 내 육체마저 잃어버린 듯 했다.”

 

나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후에도 읽을 수 있는 책을 쓰고 싶다.”(p.81)

 

고요함, 천사가 보내준 이 선물을 사람들은 더는 원하지도, 열어보려고 하지 않는다.”

 

나는 하늘의 푸르름을 바라본다. 문은 없다. 아니면 오래전부터 문은 이미 열려 있었는지도 모른다.


가끔 이 푸르름 안에서 꽃의 웃음과 같은 웃음소리를 듣는다. 곧장 나누지 않으면 들을 수 없는 소리를.

 

그 푸르름을, 당신을 위해 여기 이 책 속에 담는다.”(p.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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