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청교육대
이적 지음 / 시아출판사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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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의 현장

삼청교육대, 이적, 시아, 2017

 

25.18이라 불리는 삼청교육대는 198084일에 있었다. 사회악 일소 차원으로 시행된 삼청교육대는 박정희의 깡패소탕과 비슷하다. 국보위가 삼청동에 있어서 삼청교육대라고 일컫는다.

 

이 소설은 이적이라는 언론인이 실제로 겪었던 일을 기술해 놓았다. 6만 명이 검거되어 가혹행위를 당했다. 삼청교육대에 잡혀 온 사람 중에는 억울하게 온 사람들이 많았다. 10대부터 450대까지 연령대가 다양하다. 강창성 소장도 삼청교육대에서 혹독한 훈련을 받는다. 가혹행위 때문에 사망한 사람도 많았다. 정부에서는 54명이라고 하지만 실제 죽은 사람은 더 많고 후유증으로 죽은 사람을 포함하면 1,000여명이 된다. 배가 고파서 개 사료를 훔쳐 먹는 일까지 있었다.

 

나중에 국가가 잘못했다고 법원은 삼청교육대에 배상을 판결한다. 원래 4주 순화훈련이라고 했지만, 나중에 근로봉사 그리고 청송감호소까지 23년에 걸쳐 고통을 겪었다. 여자 삼청교육대도 있어서 여성들도 고통을 당한다.

 

내가 5.18로 상무대 영창에 있을 때 삼청교육대에서 자해행위로 들어온 사람을 본 적이 있다. 이 소설은 마치 영화를 보는 것처럼 생생하게 그 현장의 아픔을 그려놓았다. 어두운 군부독재시절에 고통을 당했던 삼청교육대는 우리 시대가 겪었던 또 다른 아픔이다. 광주 5.18과 삼청교육대 불교의 법난(10.27) 모두 1980년 일어났던 역사의 어두운 그림자이다.

 

이 소설을 통해 역사의 어두운 상처를 기억하며 고통을 당한 그들에게 국가가 정당한 배상을 하며 다시는 이러한 불행한 일이 일어나지 않아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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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레를 사랑하는 기분 - 발밑의 우주를 들여다보는 한 곤충학자의 이야기
정부희 지음 / 동녘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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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주위에 벌레가 있다.

 

벌레를 사랑하는 기분, 정부희

 

저자는 시골에서 자라서 늘 벌레와 함께 살았지만, 관심을 두지 않았다. 어느 순간 벌레의 이름이 궁금해지고 곤충을 연구하기로 결심한다. 나이 40에 문과생인 그가 생물학과에 입학하고 벌레학자가 되기까지의 험난한 과정을 소개한다.

 

벌레마다 자기가 먹는 식물이 따로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우리가 해충과 익충을 구별하고 있는데 이것은 인간의 관점이다. 모두가 필요한 먹이사슬로서 천적도 있고 생태계를 이루고 있다. 생소한 곤충학을 연구하면서 그는 독보적인 존재가 된다. 사람이 무엇인가 한 가지에 빠지는 것은 좋은 현상이다. 이제까지 식물에 대한 책은 많이 있었지만, 곤충에 대한 책은 적었다. 그는 공부할 때도 일본 서적을 많이 참고하였다. 그는 곤충을 연구하기 위해 산과 들 여러 곳을 다니면서 채집하고 실험하고 사진을 찍었다. 우리가 이제까지 잘 몰랐던 곤충의 세계를 보여준다. 베짱이가 노래하는 것은 암컷을 부르는 소리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식물과 곤충의 신비한 세계에 빠지게 된다.

 

자기를 지키기 위해 똥을 품고 사는 애벌레나 진한 색으로 몸을 비추는 곤충을 보면 자연의 세계는 신비로울 수밖에 없다. 곤충의 울음소리를 들으면서 무엇보다도 아름다운 음악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제까지 혐오와 징그러움으로 알았던 곤충의 세계를 알게 해준 이 책이 고맙다. 개발로 인해 점점 사라져가는 곤충을 다시 불러들여야 하겠다고 생각 한다. 100만 종 곤충의 종류를 보면서 무심코 보았던 곤충과 벌레를 다시 새롭게 바라보게 한다. 저자의 곤충을 연구한 많은 세월의 흔적을 보면서 주부의 역할을 포기하고 연구자의 삶에 박수를 보낸다.

 

자연은 식물이 있고 벌레와 곤충이 있어 더욱 아름답다. 우리 주위의 벌레 소리가 없고 곤충이 없다면 얼마나 삭막할까를 느낀다. 벌레와 곤충은 우리의 이웃이다. 어린이들이 벌레와 곤충과 함께 자연에서 뛰어놀도록 해야 할 것이다.

 

저자는 곤충의 대중화에 노력한 사람이다. 이 책을 통해 더욱 곤충의 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어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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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시재라 - 서남 전라도 서사시
조정 지음 / 이소노미아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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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수한 사투리

 

그라시재라, 조정

 

전라도 사투리를 그대로 시로 옮겨놓은 책이다. 전남 도립도서관 올해의 책으로 선정된 책이다. 시인은 영암 출신으로 서남 전라도 사투리를 그대로 시어로 써서 만든 시집이다. 산문 형식으로 썼기 때문에 서사시이다.

 

전라도 사람들의 생활 속에 있었던 말과 이야기를 그대로 시어로 표현하고 있다. 공산 치하에서 많은 희생을 겪었던 내용도 나와 있다. 남도 여성의 한 맺힌 이야기가 시로 나온다. 영애원이나 망호리 등 영암 지명도 나온다. 전라북도 말은 부드럽고 남도 사투리는 억세다. 바다를 접하고 있어서 그런지 모른다. 지배자의 언어와 피지배자의 언어가 다르다고 시인은 말한다. 피지배자의 말은 한이 맺히고 억울하기 때문에 더욱 억세게 들릴 수 있다.

 

훈요십조에 호남 사람을 차별하는 내용이 나온다. 전두환의 독재를 합리화하기 위해 광주를 희생양으로 삼아 계획된 것이 5.18이다. 전라도는 소외되고 차별받는 곳이 아니다. 호남이 없으면 나라도 없다고 한다. 전라도의 문화와 가치가 있는 곳이다. 그런 의미에서 전라도 방언은 이 지역의 삶 속에 우러나오는 생명의 소리이다. 때로 전라도 출신이라는 것을 숨기고 서울 중심의 삶을 중시한다. 이 시는 우리 지역의 토속적인 언어를 토대로 새롭게 시도된 시이다. 전라도 삶의 이야기를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때로 전라도 사투리가 이해되지 않는 단어도 있다. 사투리는 상스럽고 품위가 없고 잘못된 것이라는 편견에서 벗어나야 하겠다. 사투리는 서남 사람의 생활 속에 나온 솔직한 마음의 표현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이런 시와 소설이 많이 나와 전라도의 삶을 담아내면 좋겠다.

 

할무니 그란디 왜 달은 안 늘그고 계속 그때랑 지금이랑 똑 같어요?

금메마다 달은 안 늘근디 어찌 사람은 이라고 못 쓰게 되끄나이

할무니 못 쓰게 안 되얐어요 달 같이 이뻐요 참말로요”(p.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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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첫 한문 수업 - 고전으로 세상을 잇는 어느 한문번역가의 종횡무진 공부 편력기
임자헌 지음 / 책과이음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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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와 친해지기

 

나의 첫 한문 수업, 임자헌

 

한문은 중국의 진, 한나라 이전의 글자로 중국어와 다르다. 저자가 한자를 공부하고 전문 번역가가 되기까지 숱한 어려움을 이야기하고 있다. 쉽게 접하지 못한 한문에 대한 공부 과정과 어려움을 이야기하고 있다. 한자의 유용성에 대한 논란이 있다. 옛글자인 한문을 대하기는 쉽지 않다. 처음에 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하고 미술을 공부하다가 제2외국어인 한문을 접하다가 빠지게 된다. 그러나 한문은 고역이지만 또 그를 잡아끄는 매력이 있었다.

 

요즘은 현대어로 많은 고전들이 나온다. 그래도 한문을 번역하기는 쉽지 않다. 저자도 공부할 때 검은 것은 글자요 흰 것은 종이라는 식의 여러 가지 절망을 경험했다. 여러 번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지만 참고 계속했더니 지금의 자기가 있었다고 고백한다. 마치 공부의 3부 능선을 말한다. 책 내용이 어렵지 않고 쉽게 읽히고 재미있다.

 

그는 일성록과 조선왕조실록을 번역하면서 정조와 세종 세조에 대해 말한다. 때로 논어를 공부할 때 번역본이 있어도 번역이 다른 경우도 있다. 저자는 한문을 통째로 외우기를 권한다. 독서백편의자현이라는 말처럼 이렇게 하다 보면 실력이 성장한다고 한다.

 

그는 처음에 자기가 공부한 곳이 麗澤齋이택재인것처럼 선생님과 다른 사람의 도움이 있어서 그가 있게 되었다고 한다. 왕도 신하와 의논해서 국정을 운영해야 하는 것과 같다.

 

한자를 공부하기 위해 사전을 찾아보고 그 글자에 대한 고서를 찾고 한자의 배경이 되는 역사를 공부하기 위해 삼국지 수호지 열국지 등을 읽었다. 학문의 길은 왕도가 없고 힘든 고행의 길이다. 때로는 선생님의 강의가 귀에 들어오지 않아 시간을 때우고 졸기만 했다. 이런 우여곡절 끝에 이룬 한문 체험과 정복에 이르기까지 숱한 어려움을 딛고 이제까지 왔다.

 

현대인들이 새로운 것만 좋아해서 옛것을 소홀히 하는 경향이 있다. 다시 한번 우리가 놓치고 있는 고전과 친해지고 한문을 통해 옛 선조들의 지혜와 삶을 배울 수 있어야겠다.

 

子曰, 學而不學則罔, 思而不學則殆.”

 

나의 번역은 이렇다.

 

공자가 말했다. “지식을 쌓기만 하고 자기 생각이 없으면 고학력 앵무새, 자기 생각만 있고 제대로 된 지식을 쌓지 않으면 사람 잡는 선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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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 내가 쓴 글, 내가 다듬는 법
김정선 지음 / 유유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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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김정선

 

우리는 문자, 편지, 자기소개서를 쓴다. 그러나 우리의 글이 어색하고 문법에 맞지 않고 맞춤법도 틀린다. 그래서 보일러가 고장났을 때 보일러 수리공이 필요하듯 문장도 고쳐야 한다. 내가 쓴 글이 잘못돼도 모르고 다른 사람이 볼 때 잘 보인다. 한참 후에 보면 내 글이 어색하고 이상한 것을 찾는다. 내 글도 비문이고 맞춤법도 틀리고 내용이 중복되고, 논리적이지 못하다. 문장이 단조롭고 딱딱하다. 그러나 자주 쓰고 퇴고하면 좋아진다.

 

저자는 교정일을 보면서 느낀 점을 적고 있다. 문장에 적, , , 들은 없어도 다른 문장으로 대치해도 되는데 많이 들어간다. 굳이 있다고 쓰지 않아도 어차피 있는 표현은 빼는 것이 좋다. 예를 들면 있는, 있었다 관계에 있다 에게 있어 -하는 데 있어, -함에 있어 있음에 틀림없다. 지적으로 게을러 보이게 만드는 표현을 지적한다. -에 대한, 들 중 한 사람, -같은 경우, -에 의한, -으로 인한이다.

 

이상한 조사는 를, , 로의, 에게, 에게서, 로부터, 시킨이다. 높임말의 커피 나오셨습니다는 감정노동자의 압박에 대한 비명으로 본다. , 있는은 없이도 가능하다. , , , 그렇게, 이렇게, 저렇게 지시대명사는 꼭 써야 할 때가 아니라면 쓰지 않는 게 좋다. 문장은 손가락이 아니다. 과거형은 굳이 쓰지 않아도 된다. 문장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위에서 아래로 쓰라고 한다. 그래야 논리적으로 이해가 된다. 이 책은 십만 권이 넘게 팔렸다. 요즘 많은 이가 글쓰기를 배운다. 이 책을 꼼꼼히 읽어서 내 문장을 고치면 좋은 글이 된다.

 

그렇다고 주먹구구식으로 일하는 건 아니다. 내 마음에 들고 안 들고를 기준 삼아 남의 문장을 손보는 것도 물론 아니다. 문장 안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면서 문장을 어색하게 만드는 표현들은, 오답 노트까지는 아니어도 주의해야 할 표현 목록쯤으로 만들 수 있다.

 

바로 그 주의해야 할 표현 목록을 이 책에 담았다. 기왕이면 재미있게 읽히도록 한쪽에 소설 같은 이야기를 곁들였다. 동사의 맛에서 쓴 꼼수를 다시 쓴 셈이다. 서너 번 정도 시도하면 꼼수가 아니라 새로운 형식으로 인정받을 수 있으려나.” (p.10 머리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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