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기 신간평가단 FAQ
[케인스 하이에크]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케인스 하이에크 - 세계 경제와 정치 지형을 바꾼 세기의 대격돌
니컬러스 웝숏 지음, 김홍식 옮김 / 부키 / 2014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현대 경제학의 두 진영을 진보와 보수라는 정치적 관점으로 나눈다면 대략 케인지안과 신자유주의자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케인스 하이에크는 이 두 진영의 창시자에 대한 이야기다. 단순히 경제학적 이론을 비교하는데 머물지 않고, 그들이 각자 그러한 입장에 이르게 된 역사적인 배경, 개인적인 경험, 학문적 영향 등을 자세히 들려주면 비교한다. 그리고, 이 두 거장 사이에 있었던 개인적 인연과 애증에 대해서도 잊지 않는다.

두 거장의 대표적 격돌은 1930년대를 휩쓴 대공황에 대한 해법에 두고 벌어졌다. 케인스는 저축이 투자보다 많아지면 불황이 되면서 물가가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인플레이션은 저축을 늘려서 억제할 수 있으며, 불황은 의도적으로투자를 확대하고 총수요를 늘려 해결할 수 있다고 봤다. 케인스는 이런 수요를 만들어낼 기업이 없다면 정부가 공공사업을 벌여서라도 수요를 창출해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는 반대로 하이에크는 불황이란 기업이 대출금으로 자본재를 더 많이 생산하는 등 통화량이 늘어나 신용이 과도하게 늘어난 결과라고 봤다. 그러니, 대공황도 투자가 저축보다 많아서 발생했다고 분석해서 케인스와 정면으로 대립했다. 하이에크에 따르면, 통화정책이라는 것, 즉 중앙은행이 금리를 인위적으로 조절해 저축과 투자에 개입하는 것 자체가 핵심적 문제이다. 국가가 나설 필요도 없고, 나선다고 해결할 수도 없는 문제이니, 국가가 통화시스템에 개입하지 않는다면 경기 순환 자체도 사라지고, 경기순환이 사라지면 거기서 발생하는 악덕 불황 -도 자연스레 사라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불황을 두고 벌어진 싸움에서 1라운드 승리는 케인스에게 돌아갔다.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이 대공황을 극복하기 위해 펼친 뉴딜 정책은 전적으로 케인스의 주장을 따른 것이고, 결국 현실에서 검증해냈다. 이후, 1960년대까지 폴 새뮤얼슨,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 등 케인지안들이 미국 경제학계를 이끌었다.

그러나 1970년대에 접어들자 이해 못할 현상이 나타났다. 불황으로 실업이 늘어나는데도 물가가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이 찾아왔다. 이 스태그플레이션을 설명하지 못한 케인스 후계자들은 움츠러들 수 밖에 없었다. 반대편에 섰던 하이에크는 1974년에, 그의 동료 밀턴 프리드먼은 1976년에 각각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하면서 신자유주의 개막의 사상적 기초를 놓았다. 이 시기에 집권한 마거릿 대처 영국 총리와 몇 년 뒤 1981년에 집권한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 (흔히 정치적 배우자라 불린 두 리더)은 하이에크를 매우 충실하게 따랐다. 경제정책을 펴면서 하이에크 이론을 수정하는 일은 좀처럼 없었다. 세금과 산업규제를 줄이고 법인세를 낮춰 생산활동을 고무하는 공급자 위주의 경제정책은 IMF와 세계은행의 구조조정 프로그램(SAP, Structural Adjustment Program)을 통해 전 세계에 무차별적으로 퍼져나갔다. 2라운드는 하이에크의 승리였다.

3라운드. 신자유주의에 기초했던 세계금융계가 2008년 속수무책으로 무너지면서 하이에크는 치명적 패퇴를 경험한다. 레이건의 정치적 손자 뻘이자 뼈속까지 공화당원인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케인스주의적 경제부양 조치를 취할 수 밖에 없자 죽은 케인스가 부활하는 듯 했다. 그러나 바통을 넘겨받은 민주당 출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경기부양책이 몇 년간의 노력에도 별다른 효과가 없자 다시금 시장만이 해답이라며 하이에크 역시 부활하는 듯 하다. 그래서 3라운드는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다.

이 경기를 흥미진진하게 관전중인 한 사람이자 개발학도인 나는 케인스를 응원하고 있다. 개발도상국의 발전에 대해 고민하다 보면 개별 국가 단위에서는 마치 정부의 실패가 빈곤의 유일한 원인인 것 같지만, 좀 더 넓게 보면 규제되지 않는 시장에서는 시장의 실패가 어쩌면 더 큰 원인임을 이해하게 된다. 정부의 적절한 개입 없는 자본주의는 길들이지 않은 야생동물과 같다. 아름다워 보이지만 잡아먹을 수 없고, 가끔은 나를 잡아먹을 수도 있기에.

개인적으로 학자보다는 저널리스트가 쓴 글을 좋아한다. 이 책에서도 이론적 싸움을 학문적으로 요약하기 보다는 두 거장의 실제 발언을 인터뷰 기사 형식으로 보도함으로써 독자의 판단을 간접적으로 촉구하는 듯한 진행이 마음에 든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4-05-26 16:06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