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질보다 배비장전이나 이춘풍전이 훨씬 재밌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일까열하일기에서 배꼽쥐게 만들어준 우리 지원씨도 문학작품은 너무 웃기면 안된다고 생각한 것일까..서민의 예술 쪽이 아무래도 더 적나라한 것이.. 안 우아한거 좋아하는 나는 더 좋더라읽다 중간에 든 짧은 생각보통사람들 들으라는 얘긴데 한자니 고사니 유식한 척이 엄청 나온다생각해보니.. 우리가 말하면서 영어니 일어니 각종 외국어들 섞어말하면서 척하는거랑 비슷하려나
비기독교인도 담담하게 생각해볼 거리를 던져줄 수 있는 짧은 수필집기독교인이라면 더더욱 와닿는 바가 있을 것 같다나는 은근히 난체하는 글을 싫어하는 편인데(내 글은 어줍잖게 멋부리려하는 것이 약점이지만) 작가가 자신의 약점은 당당히 마주하고 장점은 천진하게 칭찬하는 점이 좋다평소 이런 마음가짐을 갖고싶다 싶은 구절이 제법 있어서 밑줄 좀 쳐가면서 보게 된다
정말 놀라운 만화다나의 놀라움에 가장 큰 지분을 차지하는 것은 개그만화라는 장르에서 개그는 개그만화에 한정되지 않고 어떤 내용이든 간에 양념의 요소로서 거의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하지만 어느 정도로 효과가 있었느냐는 만화마다 천지차이! 또 개그취향에 따른 효과도 무시할 수 없긴 하다(나는 아무리해도 당시 최고 인기를 구가하던 마사루에 적응할 수 없었다)하지만 이 만화의 줄거리엔 개그가 끼어들수 있으리라 예상하기 어려운 진지함 중에도 정말 독특하고 이제까지 본적없는 색다른 포인트의 개그가 무수히 등장한다 이 작가 천재같다.. 두번째로 마치 문화답사기를 읽는 듯한 아이누 문화와 홋카이도 자연에 대한 설명이 아름답게 녹아들어 있다는 점이 놀랍다 개그와 마찬가지로 지금 이 순간에?라는 의문이 생길만한 길목들에 아이누 음식과 자연 동식물이 화보집처럼 펼쳐지고 그 순간만은 대체 내가 맛의 달인을 보고 있는건지 매장금을 건 처절한 사투에 대한 만화를 보고있는건지 알 수가 없다 그럼에도 본 내용의 밸런스를 해치지 않는다니.. 세번째로 이 만화의 배경이 러일전쟁 직후이고 귀환병들이 다수 등장하는데다 신선조까지 등장하는 이상 우리로서는 불편한 일본중심의 역사관이 등장하지 않을까 저어되는 점이 없지 않다 그런데 참 신기하다... 전쟁 얘기가 주가 되고 정치적 인물들이 주인공들 중에 끼어있어도 정치색이 없다그저 원론적인.. 전쟁은 나쁘다 이외에 다른 뉘앙스가 아직까지 드러난 적이 없다 어찌 생각하면 여주인공이 새로운 시대의 아이누 여자라고 하는 점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지 않나..하는 멀리간 감상도 있다아이누가 일본에서 어떻게 차별받고 거의 사라지게 되었나에 대한 글을 읽은 적이 있다그러나 이 책에서는 아이누에 대한 존경과 애정이 느껴진다 그리고 새 시대의 아이누 여자인 여주인공은 모든 새로운 문화에서 좋은 점을 수용하고 나쁜 점은 피한다피와 정신이상이 난무하는 만화지만 그 이상으로 사랑과 웃음이 활짝 핀 만화기도 한듯하다적극 추천!
조금씩 사모으던 중에 완결이 났고 그 순간 결말이 이게 뭐냐며 격분하는 인터넷 반응을 잔뜩 만났다어? 어라 어쩌지 괜히 사모으고 있었나완결을 사기도 전부터 미리 망했다는 결말에 대한 각오를 다지고 완주했다아아 사람의 감성은 이렇게나 다양한 것인가..나에게는 더 이상의 방법이 없을 듯한 베스트 결말이었다미리 겁먹고 구입을 중단했더라면(성격상 그럴 일은 없었을 것 같지만) 아쉬웠을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