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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코디언
천명관 지음 / 창비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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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잔상이 시대와 삶에 녹아들어 있던 시절, 누군가의 기억 속 스쳐 지나간 장면의 배경처럼 흐리게 남아 있을 아이들의 이야기.

가장 낮고 시린 곳에서 가장 약한 이들이 기어이 서로의 온기를 붙들고 끝내 미미하게 짐작한 빛을 좇는 과정이 문장을 타고 쏜살같이 흘러간다. 마치 촘촘한 주름으로 몸집을 크게 부풀렸다가 수축하기를 반복하는 아코디언 연주를 보는 것처럼 굴곡지면서도 깊다. 진주가 진흙탕 속에 빠져 있어도 진주는 진주이듯, 지난한 어둠 속에 파묻혀 있어도 사람은 사람다워야 함을 지켜내는 용기를 여리고 말캉하기만 할 것 같은 아이들을 통해 깨닫는다.

SF나 도파민을 자극하는 소재의 소설이 늘어나는 현재에 지극히 현실적인 시선으로 과거의 이야기를 하는 작품이 얼마나 귀한가 생각하게 된다. 이 소설은 내게 있어 '고래'를 품고서 세월에 무르익은 천명관이라는 이름에 더해지는 독자로서의 기대치를 충분히 채워주는 작품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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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나 오늘의 젊은 작가 54
박서영 지음 / 민음사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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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을 읽는 내내 영화 ‘보 이즈 어프레이드‘가 떠올랐다. 물론 각 주인공의 막바지 선택은 완전한 대척점에 있지만. 영화 ‘보 이즈 어프레이드‘를 볼 때처럼 내 안에서 오래 들끓던 무수한 감정에 깊이 잠식당하는 경험을 또 한 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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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후쿠
김숨 지음 / 민음사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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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글을 소설이자 시이자 기록이라 말하고 싶다.
알고는 있지만 너무 아플까봐 차마 자세히 들여다보지 못했던 과거와 여전히 벌어진 상처로 남아있는 현재를 기억해야 한다는, 그 무엇보다 부드럽고도 강력한 방식의 호소가 아니었나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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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완벽한 무인도
박해수 지음, 영서 그림 / 토닥스토리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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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랜만에 도파민이 쏙 빠진 소설을 읽었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를 떠오르게 하는 '리틀 아일랜드' 같달까.
소설이지만 짧은 꼭지들을 묶은 에세이집 같기도 했다.

먹고 삶에 혼란한 마음으로 밀려드는 잔잔하고 뭉근한 문장의 온도가 참 포근했다. 세상에 나를 맞추며 살아가다가 숨이 차는 순간이 오면 가끔은 나의 모양과 속도로 돌아가는 일도 필요하다는 걸 오랜 시간 외면하고 살아오지는 않았나 생각이 들기도..

아무튼 여유와 고요가 필요한 때에 가벼운 마음으로 산뜻하게 읽을 수 있는, 그야말로 무해한 책을 만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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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과 양배추가 있는 풍경
강보라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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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동안 수없이 억누르던 마음들을 떠올렸다. 질투의 탈을 쓴 동경, 우월감 뒤에 가라앉은 열등감, 오해로 점철된 섣부른 이해, 위선을 집어삼킨 이기적인 이타심. 이는 온전히 소화하지 못해 체기처럼 오래도록 가슴 속에 얹혀있곤 했다. 떫은 감을 베어 문 것처럼 텁텁하게 맴도는 뒷맛에 미간을 찌푸리던 날이 얼마나 많았던가.

수록된 단편들을 읽으며 심리가 솔직하게 묘사된 작중 인물들에게 지난 날의 나를 비추어 보았다. 미화될 수 없는 내면의 민낯을 마주하며 조금은 씁쓸해졌다. 그러면서도 공감의 형태로 다가오는 위안이 컸다. 어쩌면 삶이란 뱀과 양배추처럼 이질적으로 양립하는 감정과 생각들을 시간을 들여 천천히 소화해나가는 과정이 아닐까. 사람의 마음은 생각보다 복잡하고 입체적인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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