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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 정원의 살인 ㅣ 한국추리문학선 22
황정은 지음 / 책과나무 / 2026년 1월
평점 :
고급스러운 외관을 자랑하는 한 아파트 단지.
이야기는 단지 안에 있는 ‘개구리 정원’ 연못에 다시 물을 채우려는 정화와, 이를 끝까지 반대하는 영은의 대립으로 시작된다. 주민들에게 정원은 단순한 조경 공간이 아니라, 각자의 이해관계와 불편한 기억이 얽힌 장소다.
그런 아파트에 B급 연예인 강우혁이 이사 오면서 평온하던 일상에 균열이 생긴다. 그는 유부녀들과 불륜 관계를 맺고 이를 빌미로 협박과 금전 요구를 일삼으며, 조용하던 단지에 불안과 소문을 퍼뜨린다.
결국 개구리 정원에 다시 물이 채워진 직후, 불륜 사실로 협박을 받던 정화가 투신 자살한다. 뒤이어 강우혁은 연못에서 시체로 발견되고,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였던 양혜숙마저 살해된 채 발견되며 비극은 연쇄적으로 이어진다.
용의자는 분명 존재하지만, 결정적인 물증은 없다.
하나로 뭉쳐 각자의 혐의를 부인하고, 침묵과 연대 속에서 진실은 숨겨진다. 그들의 욕망과 공범 의식, 그리고 외면된 죄책감이 연못에 가라앉아 있는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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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의 살인은 추리의 대상이 아니다.
정교한 트릭도, 피로 얼룩진 현장 묘사도 없다. 대신 범인들이 입을 맞춘 침묵과, 그 침묵 아래 외면된 죄책감만이 개구리 정원처럼 고요히 가라앉아 있다.
누가 어떻게 죽였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왜 아무도 멈추지 않았는가다. 각자의 잘못은 조용히 덮어두고, 모두가 미워해도 되는 ‘공공의 적’을 만들어 그 이름으로 살인을 정당화한다. 그 순간 개인의 책임은 사라지고, 죄는 집단 속으로 흩어진다.
마지막 장면, 다시 찾은 아파트의 고요함은 평온이 아니라, 가장 완벽한 은폐처럼 다가왔다.
다시 고요해진 개구리 정원...
그 물속에는 책임지지 않은 죄가 가라앉아 있었다.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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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성모의손에잡히는독서 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