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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마지막 우체국
무라세 다케시 지음, 김지연 옮김 / 모모 / 2025년 11월
평점 :
📖책 속 문장
사람의 마음속에는 언제나 자기 자신이 존재하고, 그 존재가 삶의 이정표가 되어 때로는 격려하고 드을 떠밀어주기도 해. 의지할 수 있는 최고의 아군은 마음속 자기 자신이기에, 자신을 사랑한다는 건 마음속 자신을 신뢰하면서 하나가 된 상태라고 생각해.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은 물리적으로 혼자 있어도 내면적으로는 혼자가 아니야. - p.79
만일 네가 소신을 지켜 나가고 있다면, 다른 사람의 목소리에 현혹될 거 없단다. 좀 외로울 수는 있지만 고독과 정면으로 마주하는 그 시간이 반드시 너를 강하게 만들어줄 거야. 인생에서 자신을 속이지 않고 살아가는 자세보다 더 강한 건 없다고 나는 믿어. - p.199
천국에 있는 고인에게 받는 답장이 삶의 희망이 되어 미래를 바꿀 수도 있습니다. 때로는 그 한 통의 편지가 평생의 버팀목이 되어주기도 하고요. 그렇기에 저희는 아무에게나 이 기회를 제공하지 않습니다. 이 문은 진심인 사람만 열 수 있습니다. 돈이냐, 사랑이냐. 이 자리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종요하는 겁니다. 당신은 어느 쪽을 선택하겠습니까? - p.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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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에 있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편지를 보내고 싶다면, 아오조라 우체국으로.”
소중한 이를 떠나보낸 사람들에게 이 문장은 한편으론 위로처럼, 한편으론 보이스피싱 같은 의심으로 다가온다. 보내는 사람의 수입을 기준으로 책정되는 비싼 우표값, 답장을 원한다면 두 배를 지불해야 한다는 규칙까지. 위로조차 조건이 붙는다는 설정은 냉정하지만, 그래서 더 현실적으로 느껴진다.
『세상의 마지막 우체국』은 죽은 이를 향해 보내는 편지의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끝내는 살아 있는 사람의 마음을 다정하게 보듬는 소설이다. 천국으로 편지를 보낼 수 있는 단 49일이라는 기간은, 우리가 현실에서 끝내 하지 못했던 말들을 위해 허락된 마지막 유예처럼 느껴진다.
자살로 떠난 최애를 잃은 팬, 삶에 용기를 주었던 친구를 잃은 청년, 인생의 중심이었던 할머니를 떠나보낸 손주, 남편에 이어 삶을 지탱해주던 반려견까지 잃은 할머니, 사랑했던 연인을 잃은 남자. 다섯 편의 이야기는 각기 다른 상실을 품고 있지만, 그 안에 흐르는 감정은 놀랍도록 닮아 있다.
편지에는 단순한 사과나 감사, 사랑의 고백만 담기지 않는다. 살아가며 마주한 현실적인 고민, 그때는 차마 꺼내지 못했던 말들, 심지어는 원망과 후회까지도 솔직하게 적혀 있다. 그래서 이 편지들은 아름답기만 하지 않고, 오히려 무겁고 진솔하다.
인물들은 편지를 쓰며 감정을 하나씩 정리하고, 천국에서 도착한 답장을 통해 세상 밖으로 다시 한 발 내딛을 준비를 한다. 모든 상처가 단번에 치유되지는 않지만, 멈춰 있던 마음은 조금씩 앞으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것은 답장의 내용보다, 그 답장을 기다리는 시간이었다. 그 기다림 속에는 떠난 이가 건네는 위로와, 살아 있는 사람이 스스로에게 내리는 허락이 함께 담겨 있는 듯했다. 문장 하나하나가 조용히 가슴에 내려앉는다.
🔖이별 이후에도 삶은 계속된다는 사실을 잔잔하게 전하는 소설..
‘아직 전하지 못한 마음이 있다면, 어쩌면 지금이 늦지 않은 타이밍은 아닐까’라는 질문을 남기는 이야기.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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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fanhouse.official 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momo.fi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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