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인물 연구 일지
조나탕 베르베르 지음, 이상해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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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27
현대인을 사로잡고 있는 본잘적인 두려움 두 가지를 네가 이해하길 바라니까. 대체될 수 있다는 두려움, 흔적 없이 사라져도 아무도 신경 쓰지 않으리라는 두려움. 한 마디로, 무의미한 존재가 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p. 140
너무나 완벽해서 시신조차 남기지 않는 기상천외한 살인사건을 너에게 제공했어. 이제 이야기를 이어 가는 건 네 몫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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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나탕 베르베르 특유의 지적 호기심과 상상력의 실험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작품이었다. 개발자 토마가 인공지능 이브39에게 세계 최고의 추리소설을 창조하라는 임무를 부여하며 소설은 시작된다. 단순한 미스터리를 소설을 넘어 인간과 기계의 한계, 창작의 본질을 탐구하는 철학적 내용의 이야기...

토마가 목표로 하는 3가지, 첫째 소설은 기상천외한 살인 사건, 둘째 단연 독보적인 명탐정, 셋째 교묘하기 짝이 없는 명탐정.

소설을 완성시키기 위해 이브39가 요양원을 탐방하며 이야기는 새로운 깊이를 확보한다. 평온해 보이는 장소에서 느껴지는 미묘한 불협화음, 거주자들의 말 속에 감춰진 틈, 그리고 어딘가 설명되지 않는 기운은 요양원이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AI가 처음으로 의심을 배우는 공간임을 암시한다. 이곳에 감춰진 비밀은 미스터리의 핵심이자, 이브39가 인간 내면의 어둠과 복잡성을 이해하는 결정적 계기가 된다.

추리 소설의 틀을 빌려 완벽한 이야기란 무엇인가, 창작은 인간만의 영역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문학적 실험처럼 읽힌다.

베르베르만의 방식...기술의 진보와 인간성의 본질을 흥미롭고도 서늘하게 보여주는 작품이었다.

완벽한 추리소설을 쓰는 과정이 AI가 스스로 사고하고, 판단하고, 의심하기 시작하는 순간 소름이 돋았다. 프로그램에 불과했던 존재가 ‘왜?’라는 질문을 품고, 요양원에서 만난 인물들의 감정과 비밀을 관찰하며 인간의 복잡한 내면에 접근하는 모습은 자아의 싹이 돋아나는 장면처럼 언젠가 도래할 미래이지 않을까...

인공지능이 단순한 도구가 아닌, 스스로 세계를 해석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존재로 변모할 가능성, 만약 미래의 AI가 이런 자아를 가지게 된다면, 인간이 구축한 규칙 속에서 새로운 윤리적 갈등과 창작·추리·감정 이해와 같은 인간의 고유 영역이라고 여겨졌던 분야도 재정의 되어야 할 것이다.

인공지능이 자아를 갖게 되는 서늘한 순간,
그 가능성과 위험성을 묘사한 이야기...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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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enbooks21 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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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을 때리고
권혁일 지음 / 나무옆의자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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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82~183
“조금 전에는 거의 들어갈 뻔했는데 지금은 아예 빗나갔잖아. 근데 그때 쫄면 안 돼. 안 들어갔다는 결과는 잊고, 내 자세가 어디서 흐트러졌는지 그것만 생각해. 공은 예리 네가 잡고 있잖아. 안 그래? 어떤 자세로 어떻게 던질지는 다 네가 선택하는 거야. 이번 기회가 마지막도 아니고, 튕겨 나오면 주워서 다시 던지면 돼. 오케이?”

🔖p.217
‘태율이 자라고 아빠가 늙는 동안 나는 자란 걸까, 늙은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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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무게에 짓눌린 두 여성이 농구라는 낯선 공간에서 자신만의 리듬을 되찾아가는 성장 소설이다.

취준 1년 차 예리는 길어지는 준비 과정 속에서 흔들리고, 진희는 배신과 상처로 굳어버린 마음을 안고 살아간다. 서로 다른 상처를 가진 두 사람이 체육센터의 농구 수업에서 마주하고, 농구는 현실에서 잠시 숨 쉴 수 있는 작은 피난처처럼 따뜻한 시간이었다.

농구를 배우는 과정.. 공을 튕기고, 드리블을 하고, 슛을 쏘는 과정은 삶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훈련처럼 그려지고 있었다. 누군가는 불안한 마음을 안고 드리블하고, 누군가는 삶에서 지지 않기 위해 체력을 기르는 목적으로 기어코 넘어지며 다시 일어나 슛을 던진다.

특히 “누구나 슛하는 자세는 다르지만, 각자의 슛폼을 찾아가는 과정이 가장 중요하다”는 메시지는 두 주인공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았다. 완벽한 자세가 아니어도 괜찮고, 조금 늦어도 괜찮다. 중요한 건 자기만의 리듬, 자기만의 방향으로 다시 던져보는 용기라는 메시지..

실패와 상처가 인생의 끝이 아니라는 사실을, 그리고 서로의 존재만으로도 큰 힘이 되어줄 수 있다는 것을 담담하지만 힘 있게 말해주는 소설이었다.

바닥을 때리며 다시 뛰어오르듯, 예리와 진희에게 찾아오는 작은 변화들,
삶을 다시 던져볼 용기를 건네는 따뜻한 이야기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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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u_bench 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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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에 사는 외계인들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129
이상권 지음 / 자음과모음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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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족을 초월한 가족의 사랑을 다룬 이야기

p. 171
“난 지금이 중요해. 왜냐면 우리 별에서의 시간은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으니까. 그러니까 동생을 살려야 해. 설령 진짜 나를 낳아 주신 미러클 스타에 계시는 부모님께는 불효일지 몰라도, 그건 어찌할 수 없어. 난 기억나는 것이 더 수중해. 무엇이 더 현명한 선택인지 몰라도, 지금은 그래. 미러클 스타에 계시는 부모님도 내 결정을 존중해 줄 거라고 믿고 싶어. 지금은 선율이를 살려내는 게 더 중요하다 이 말이지. 그가 내 친동생이냐 아니냐는 중요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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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뜨거운 여름, 15년 동안 묵묵히 곁을 지켜주던 작은 물고기가 “함께 고향 별로 돌아가자”고 속삭이는 장면부터 소설에 빠져들었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지만 서로를 지키기 위해 기꺼이 위험 속으로 뛰어드는, 가족의 모습은 혈연보다 더 단단한 사랑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겉으로는 완벽해 보이는 서강의 접근 뒤에 감춰진 탐욕과 어둠, 그리고 그 속에서 점점 드러나는 초율과 선율의 따뜻한 마음은 대비를 이루며 더욱 선명하게 빛났다. 특히 자신의 이익보다 서로를 감싸 안는 가족들의 선택은, 사랑이란 결국 지켜주고 싶은 존재 앞에서 가장 순수한 형태로 드러난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 같았다.

우주의 비밀과 추적, 미라클 파워 같은 거대한 SF 설정 속에서도, 이 소설이 끝내 말하고자 하는 주제는 함께 살아낸 시간에 대한 깊은 울림이라고 생각한다.

서로의 상처를 들여다보고, 두려움 속에서도 손을 맞잡는 가족의 모습...
피가 아닌 마음으로 이어진 관계도, 충분히 가족이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소설.

은은하게 마음 한편을 따뜻하게 적시는, 부드러운 감성 SF 가족소설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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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mobook 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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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소리가 들렸어요
가나리 하루카 지음, 장지현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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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몰래 우는 소년과 눈물 소리가 들리는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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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13~114
”아기는 말이야, 분명 이 세상에 오는걸 기대하면서 태어났겠지. 그러니 조금이라도 생각한 것과 다르면 울어버리는 거야.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다니 대단하지. 우는 건 제대로 살고 있다는 증거구나 싶었어. 그래서 나도 이 세상에 온 지 아직 26년밖에 안 됐으니 울고 싶을 때는 울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어.“

🔖p. 126~127
마음대로 안 되네.
마음대로 안 돼.
왜 이렇게 되었을까.
눈물이 멈추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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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로맨스 소설이 아니라 주인공 미온의 내면의 변화가 나타나며 아름다운 성장을 보여주는 소설이었다. 미온은 사람들의 눈물이 슬픔때 뿐 아니라, 기쁨이나 안도, 감동처럼 다양한 감정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점차 알아가며 위로하고 공감하는 법을 배워간다.그래서인지 미온에게 눈물은 누군가의 약점이 아니라, 진실에 가장 가까운 순간으로 다가오는 것처럼 느껴졌다.

눈물을 흘린다는 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 마음이 살아 있다는 증거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가끔 나도 모르게 말하기전부터 눈물이 차오를 때가 있다. 그 순간에는 민망하고 나 자신에게 화가나고 수치스럽기도 하지만 그때의 내 감정이 솔직하게 내가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에 드러나는게 눈물이지 않을까.

슬픈 소설을 읽을 때도 눈물이 펑펑 쏟아질 때가 있다. 누가 볼까 눈을 크게 뜨기도 하고 깜빡이기도 하지만, 결국 나중에 생각해보면 그 떄의 내 감정이 그랬구나 라고 다시금 생각해보게 되는 부분인 것 같다.

누군가를 위해서, 힘이들어서, 위안을 받고 홀가분해져서, 감동받아서 흘리는 눈물까지... 모든 눈물의 소리는 저마다 다른 멜로디를 품고 있었다. 다양한 눈물의 울림 속에서 사람의 감정이 얼마나 섬세하고 다양한지 다시금 느끼게 되는 소설이었다.

눈물의 아름다운 의미를 느끼게한 로맨스 소설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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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ppybooks2u 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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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제인의 모험
호프 자런 지음, 허진 옮김 / 김영사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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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가 소녀를 넘어서 한 사람의 ‘나’가 되어가는 이야기

p. 174
‘나는 나야. 나는 엄마의 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나의 나야.’

주인공 메리 제인의 엄마는 여동생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편지를 받게 되고, 딸인 메리 제인을 대신 보내게 된다.
메리 제인은 이모를 만나기 위해 길을 나서고 그여정에서 그녀를 속이는 사람들, 그리고 그녀를 진심으로 걱정하고 도와주는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메리제인은 이모를 도와 이모부를 병간호 하고, 사촌 여동생 수전과 조애나를 돌본다.

이모와 이모부가 세상을 떠나자 메리제인은 두 사촌 여동생과 이모부의 형제인 피터 웰킨스에게 맞겨지게 되고 시련을 겪으며 성장해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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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여정에 내몰렸던 메리 제인은 길 위에서 책임과 배려를 배워가며, 단순한 조력자가 아닌 누군가의 버팀목이 되어가는 과정이 인상깊었다.
홀로 위험을 마주하고 스스로 방법을 찾아야 했던 순간들은 그녀를 조금씩 더 강하고 독립적인 사람으로 성장하게 만들었다.

소설은 노예 제도와 인종, 종교의 갈등이 뒤엉킨 시대를 보여주고 있었다. 메리 제인은 그러한 세상 속에서 시야를 넓게 가지게 되고, 선함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현실을 배워가며 자신만의 판단 기준을 세워갔다.

새로운 관계 속에서 자신이 머물 곳과 원하는 삶을 천천히 발견해가는 메리 제인은, 그 과정에서 끊임없이 자신을 되돌아보며 진짜 ‘나’가 누구인지 묻는 자아성찰의 여정을 이어갔다.

1인칭 시점으로 전해지는 메리 제인의 성찰은 소란스러운 세상 속에서도 자기 안의 목소리를 잊지 않으려는 한 사람의 성장 그 자체로 다가왔다.

세상이 흔들릴 때조차 스스로에게 돌아오는 법을 배워가는 소녀의 모험담, 나 자신의 길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하는 이야기였다.

#채성모의손에잡히는독서 에서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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