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도 복원이 될까요?
송라음 지음 / 텍스티(TXTY)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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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그렇게 오래 알고 지내고 서로 좋아하면서도 한 번도 사귀지 않은 건 서로에게 그만큼 진실하지 못했다는 거야. 우리 사이에 사랑을 말할 수 있는 유통기한은 끝났어. - p.300~301

섬진강책사랑방에서 헌 책을 고치는 직원 황설.
남부보전센터에서 수의사로 일하는 정대건.

악연에서 우연, 그리고 인연이 되어 가는 로맨스~~
지나치게 오글거리거나 가볍지 않은 소설이었다. 헌 책을 고치는 주인공 설정에 맞춰 다양한 책들이 소개되는 것도 좋았고, 소설의 배경인 전남 구례의의 명소들, 장봉뵈르 빵집, 카페, 그리고 화엄사까지.. 책을 읽으며 여행을 한 듯한 기분이다.

대부분 서브남주가 매력적으로 나오는 로맨스 소설을 많이 읽어봤다. 하지만 여기서 나오는 태양은 나에게 큰 매력으로 다가오진 못했다. 설이를 위해 멀리서 날아온 음악가 남사친 태양... 24살의 설이와 태양이었다면 대건보단 태양이 좀 더 유리했겠지만 설이의 표현대로 이미 둘은 서로에게 진실되지 못한 관계로 오랜기간 흘러 유통기한이 끝나 버린느낌이었다. 반면 곰같은 우직함으로 설이에게만 돌진하는 대건의 마음이 더욱 와 닿았던 것 같다.

좀 더 핑크빛 로맨스를 기대했다면 아쉬움이 남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소설의 사랑은 설렘보다 망설임 그리고 상처가 많은 주인공이었기에 오히려 30대의 현실이 더 또렷하게 느껴졌다. 사랑 앞에서 감정만으로 움직이기엔 이미 너무 많은 것을 알고 있는 나이. 화려하진 않지만, 그만큼 솔직하고 현실적인 로맨스였다.

뜨겁게 타오르기보다, 묵묵하고 우직한 사랑이 30대에겐 더 와닿았던 이야기...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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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xty_is_text 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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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럽혀진 성지 순례에 대하여
세스지 지음, 전선영 옮김 / 반타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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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령 명소 탐방 유튜버 이케다, 프리랜서 편집자 고바야시, 그리고 프리랜서 작가 호조. 이 세 사람의 만남은 공포를 목적으로 하기보다, 오히려 공포를 ‘소재’로 다루기 위한 회의에 가깝게 시작된다. 이케다의 팬 북 제작이라는 분명한 목적 아래, 과거 그가 방문했던 심령 명소들 중 각색과 서사로 확장할 수 있는 장소를 다시 검토하는 과정에서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변태 오두막’, ‘천국 병원’, ‘윤회 러브호텔’. 이름만으로도 섬뜩한 세 곳은 각각 저주의 발원지로 소개되며, 그 안에 얽힌 원한과 죽음, 반복되는 불행의 형태가 차례로 풀려난다. 그러나 흥미로운 점은 저주와 원한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면서도, 세 사람의 대화는 지나치게 침잠하지 않고 오히려 경쾌하고 담담하게 이어진다는 것이다. 누군가의 비극적인 죽음조차도 “이야깃거리가 되는가”, “각색하기에 매력적인가”라는 기준으로 평가되며, 공포는 감정이 아닌 정보처럼 분류된다.

이 책에서는 미스터리 소설에서 얻을 수 있는 긴장감이나 서늘함이 아닌, 유령이나 저주보다 그것을 콘텐츠로 소비하는 사람들의 태도에 더 불편함을 느끼게 된다. 역자 후기에서 언급되듯, 이 작품은 심령 명소에 대한 소문을 비즈니스처럼 가볍게 다루는 세 인물을 통해 “유령보다 사람이 더 무섭다”는 메시지를 은근히 드러낸다. 죽음과 원한, 불경스러울 만큼 무거운 소재조차 클릭 수와 판매 가능성으로 환산되는 현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사라지는 애도의 감정이 조용히 부각된다.

결국 이 이야기는 공포를 전면에 내세우기보다, 공포를 소비하는 현대인의 모습을 잘 표현하고 있었다. 저주는 이야기 속에 있지만, 진짜 섬뜩함은 그 저주를 아무렇지 않게 다루는 인간의 태도에 있다. 가볍게 웃으며 나누는 대화 뒤에 남는 묘한 찜찜함이야말로, 이 작품의 가장 큰 공포가 아닐까..

심령명소는 유령이 나타나는 공간이기보다, 인간의 기억과 원한이 끝내 떠나지 못하고 머무는 자리였다...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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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fanhouse.official 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vanta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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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학개론
공포학과 엮음 / 북오션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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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1교시를 펼칠 때만 해도 마음에는 꽤나 여유가 있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괴담 모음집이라고는 했지만, 어릴 적 〈토요 미스터리〉, 최근의 〈심야괴담회〉, 그리고 몇 권의 괴담집으로 이미 단련되어 있었기에 ‘이 정도쯤이야’ 하는 자신만만함이 앞섰다. 1학기와 2학기로 나뉜 구성도 흥미로웠다. 마치 괴담을 체계적으로 배우는 강의를 듣는 듯한 느낌이랄까. 각 장마다 지박령, 걸귀, 중고 물건에 얽힌 이야기, 흉가귀, 지붕귀신, 빙의와 강령 등 익숙한 소재들이 등장해 처음에는 꽤 재미있게 읽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1학기 초반, 대략 5교시쯤까지는 비교적 담담했다. 무섭기는 했지만 어디까지나 ‘이야기’라는 선을 지키고 있다는 인상이 강했고, 괴담 특유의 긴장감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1학기 후반으로 갈수록 슬슬 생각이 달라졌다. ‘아… 이거 생각보다 많이 무서운데?’라는 말이 절로 나왔고, 2학기에 들어서면서는 책을 덮었다 폈다를 반복하게 됐다. 책 속 삽화들마저 점점 더 섬찟하게 다가왔고, 이야기들은 상상보다 훨씬 현실적으로 파고들었다.

읽다 보면 주변의 작은 소리에도 괜히 고개를 들게 되고, 내 방에 놓인 물건들이나 벽의 작은 틈새까지 자꾸만 시선이 갔다. 겁이 많은 나는 몇 번이나 정말로 책을 덮어버릴까 고민했다. 특히 일상에서 쉽게 마주칠 수 있는 장소나 물건을 소재로 한 에피소드들은 읽고 난 뒤에도 머릿속에서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무서운 영화를 볼 때 본능적으로 손으로 화면을 가리게 되듯, 이 책 역시 글자를 읽으면서도 차마 제대로 마주하기 힘든 장면들은 그냥 넘기고 싶어질 만큼 나에게는 꽤나 강한 공포로 다가왔다.

실제로 벌어진 소름 끼치는 사건들,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내려온 괴담들, 그리고 어쩌면 진짜일지도 모를 이야기들이 겹겹이 쌓이며 공포는 더욱 짙어졌다. 특히 거울, 자그마한 소품, 틈새, 중고로 산 물건처럼 내 주변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소재들이 등장해, 더욱 몰입감을 더해주었다. 그래서인지 책을 덮고 나서도 평범하던 공간과 물건들이 괜히 낯설고 다르게 느껴졌다.

결국 오늘 밤은 재미난 예능 프로그램이라도 틀어놓고 자야 악몽을 피할 수 있을 것 같다. 간신히 2학기를 수료한 기분이다. 1학기를 마치고도 충분히 수료를 포기할 만했던, 등줄기를 서늘하게 만드는 괴담집이었다.

오랜만에 만난 너무나 무서웠던 괴담 수업
간신히 수료했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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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스타그램_우주 @woojoos_story 모집, 북오션출판사의 도서 지원으로 우주서평단에서 함께 읽었습니다.
@bookocean7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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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마지막 우체국
무라세 다케시 지음, 김지연 옮김 / 모모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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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문장

사람의 마음속에는 언제나 자기 자신이 존재하고, 그 존재가 삶의 이정표가 되어 때로는 격려하고 드을 떠밀어주기도 해. 의지할 수 있는 최고의 아군은 마음속 자기 자신이기에, 자신을 사랑한다는 건 마음속 자신을 신뢰하면서 하나가 된 상태라고 생각해.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은 물리적으로 혼자 있어도 내면적으로는 혼자가 아니야. - p.79

만일 네가 소신을 지켜 나가고 있다면, 다른 사람의 목소리에 현혹될 거 없단다. 좀 외로울 수는 있지만 고독과 정면으로 마주하는 그 시간이 반드시 너를 강하게 만들어줄 거야. 인생에서 자신을 속이지 않고 살아가는 자세보다 더 강한 건 없다고 나는 믿어. - p.199

천국에 있는 고인에게 받는 답장이 삶의 희망이 되어 미래를 바꿀 수도 있습니다. 때로는 그 한 통의 편지가 평생의 버팀목이 되어주기도 하고요. 그렇기에 저희는 아무에게나 이 기회를 제공하지 않습니다. 이 문은 진심인 사람만 열 수 있습니다. 돈이냐, 사랑이냐. 이 자리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종요하는 겁니다. 당신은 어느 쪽을 선택하겠습니까? - p.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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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에 있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편지를 보내고 싶다면, 아오조라 우체국으로.”

소중한 이를 떠나보낸 사람들에게 이 문장은 한편으론 위로처럼, 한편으론 보이스피싱 같은 의심으로 다가온다. 보내는 사람의 수입을 기준으로 책정되는 비싼 우표값, 답장을 원한다면 두 배를 지불해야 한다는 규칙까지. 위로조차 조건이 붙는다는 설정은 냉정하지만, 그래서 더 현실적으로 느껴진다.

『세상의 마지막 우체국』은 죽은 이를 향해 보내는 편지의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끝내는 살아 있는 사람의 마음을 다정하게 보듬는 소설이다. 천국으로 편지를 보낼 수 있는 단 49일이라는 기간은, 우리가 현실에서 끝내 하지 못했던 말들을 위해 허락된 마지막 유예처럼 느껴진다.

자살로 떠난 최애를 잃은 팬, 삶에 용기를 주었던 친구를 잃은 청년, 인생의 중심이었던 할머니를 떠나보낸 손주, 남편에 이어 삶을 지탱해주던 반려견까지 잃은 할머니, 사랑했던 연인을 잃은 남자. 다섯 편의 이야기는 각기 다른 상실을 품고 있지만, 그 안에 흐르는 감정은 놀랍도록 닮아 있다.

편지에는 단순한 사과나 감사, 사랑의 고백만 담기지 않는다. 살아가며 마주한 현실적인 고민, 그때는 차마 꺼내지 못했던 말들, 심지어는 원망과 후회까지도 솔직하게 적혀 있다. 그래서 이 편지들은 아름답기만 하지 않고, 오히려 무겁고 진솔하다.

인물들은 편지를 쓰며 감정을 하나씩 정리하고, 천국에서 도착한 답장을 통해 세상 밖으로 다시 한 발 내딛을 준비를 한다. 모든 상처가 단번에 치유되지는 않지만, 멈춰 있던 마음은 조금씩 앞으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것은 답장의 내용보다, 그 답장을 기다리는 시간이었다. 그 기다림 속에는 떠난 이가 건네는 위로와, 살아 있는 사람이 스스로에게 내리는 허락이 함께 담겨 있는 듯했다. 문장 하나하나가 조용히 가슴에 내려앉는다.

🔖이별 이후에도 삶은 계속된다는 사실을 잔잔하게 전하는 소설..
‘아직 전하지 못한 마음이 있다면, 어쩌면 지금이 늦지 않은 타이밍은 아닐까’라는 질문을 남기는 이야기.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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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fanhouse.official 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momo.fi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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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스트 : 환영의 집
유재영 지음 / 반타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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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문장
나는 수현에게 이곳에서 있었던 일을 다시 말하지 않았다. 일부러 숨기려는 건 아니었지만 어쨋든 나와는 관계업슨 일이었다. 그 여름의 사건은 내게 오랫동안 악몽으로 남았다. 하지만 막상 이 집에 다시 와보니 묘한 안도감이 들었다. 집은 내가 돌아오길 기다렸을까? - p.49

규호는 다짐하듯 계속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욕실로 걸어갔다. 집으로 들어설 때부터 규호는 누군가를 의식하고 있었다. 마치 상대와 눈을 맞추려는 듯이. 누굴까? 분명한 건, 규호가 마주 본 그 눈동자는 내 것이 아니었다.
- p.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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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동안 사건들은 반복되고, 기억은 정리되지 않은 채 켜켜이 쌓인다. 누가 살아 있고, 누가 이미 죽었는지는 분명하지 않은 소설이었다. 오히려 그 모호함이 이 소설을 끝까지 붙잡는 기묘한 매력으로 다가왔다.

나오와 수현, 규호의 시선은 하나의 진실을 향하지 않는다. 같은 공간에서 벌어진 일조차 각자의 감정과 상처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으로 묘사되고 있었다. 그래서 읽는 내내 괴이한 사건보다 인물들이 무엇을 외면하고 있는지가 더 선명하게 다가온다.

죽은 사람을 되살린다라는 설정은 한국형 프랑켄슈타인처럼 느껴진다. 누군가를 살리고자 했던 선택이 또 다른 환영을 만들어내고, 사랑과 집착의 경계는 쉽게 무너지고 있었다.

환영은 위협이자 동시에 지키고 싶은 대상....

집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기억을 가두고 시간을 붙드는 곳 그 이상이다. 이곳에 들어온 이들은 모두 주인이 되기를 바라지만, 끝내 완전히 머무르지 못하는 공간...기이하고 가장 무서운 존재로 남는다.

공포라는 장르였지만 소설을 읽으며 두려움보다 수현, 나오 그리고 규호에 대한 연민과 슬픔이 남는 소설이었다.

🔖누가 살아 있고 누가 죽었는지보다,
끝내 떠나지 못한 마음들이 더 선명하게 남는 소설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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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fanhouse.official 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vanta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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