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학교에 가지 않았다 우리학교 소설 읽는 시간
정연철 지음 / 우리학교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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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데빌즈’의 일원으로 학교폭력의 가해자였던 임우제는 사고 이후 가장 약한 위치로 추락한다. 자신이 저질렀던 폭력을 몸으로 되돌려 받는다. 얼굴과 다리에 남은 상처는 단순한 사고의 흔적이 아니라, 과거의 선택이 남긴 대가처럼 보였다. 역지사지, 우제가 피해자가 되었기 때문에 비로소 변했다는 사실이다. 그는 괴롭힘이 얼마나 쉽게 인간의 존엄을 무너뜨리는지, 피해자의 삶을 어떻게 잠식하는지를 직접 겪으며 과거의 자신을 마주하게 된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우제가 자신을 피해자로 괴롭힘의 대상에서 머무리지 않는 태도다. 그는 “당했으니까 불쌍한 아이”가 되는 대신, 가해자였던 과거까지 함께 짊어지려 한다. 유튜브에 자신의 폭력과 잘못을 공개하는 선택은 동정이나 용서를 구하기 위한 행동이 아니라, 피해자가 되어본 사람으로서 져야 할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다는 선언처럼 느껴졌다.

그 고백에는 변명도, 자기합리화도 없는,
오히려 다시 상처받을 것을 알면서도 진실을 드러내는 용기가 담겨져 있었다.

학교폭력의 악순환, 폭력이 끝나지 않는 이유를 보여주는 동시에, 멈출 수 있는 유일한 출발점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폭력의 고리를 끊는 것은 처벌이나 복수가 아니라, 가해자가 스스로 피해자의 자리에 서 보고 책임을 감당하려는 선택이라는 사실이다.

우제가 보여주는 성장은 이유 없는 폭력은 절대 용서할 수 없다고 믿어왔던 나에게 불편함을 안겼다. 그럼에도 이 불편함은 회피가 아니라 책임을 통해서만 변화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했다. 가해자가 진정으로 책임을 진다는 것이 무엇인지, 사과보다 앞서 고통을 이해하고 드러내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말하는 소설같았다. 우제의 선택은 용서받기 위한 서사가 아니라, 끝까지 책임을 짊어지겠다는 태도였고, 바로 그 점에서 이 성장은 쉽지 않지만 외면할 수 없는 설득력을 가진 이야기였다.

책임을 선택한 한 아이의 불편하지만 외면할 수 없는 성장 이야기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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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orischool 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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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게임
마야 유타카 지음, 김은모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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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신이 존재하는가...

📌다만 딱 하나 확실한 것이 있다. 이것은 신이 내린 천벌의 결과이고, 신은 틀리지 않는다는 사실

소설은 어린이 탐정단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그래서 여느 추리 소설과 크게 다르지 않겠구나 생각했다. 하지만 전학생 스즈키가 담담하게 자신을 ‘신’이라 말하고, 고양이 학살범의 정체는 물론 주인공 요시오의 비밀까지 정확히 맞혀 가는 과정을 지켜보며 점점 설명하기 힘든 신비로움에 빠져들게 된다.

고양이 학살범을 찾는 이야기로 출발한 사건은 요시오의 가장 친한 친구 히데키의 죽음을 기점으로 급격히 방향을 틀고, 이어지는 ‘천벌’들은 이 이야기가 단순한 추리가 아님을 소름 돋게 드러낸다. 무엇보다 이 작품이 아동서라는 사실 자체가 가장 큰 반전처럼 다가온다.

전개는 빠르고, 후반부로 갈수록 반전은 연이어 던져진다. 스즈키는 정말 ‘신’이었고 천벌을 내린 존재였던 것일까. 아니면 신은 틀리지 않았지만, 스즈키는 신이 아니었고 모든 천벌은 우연에 불과했던 것일까. 명확한 답을 내리지 않은 채 끝나는 결말은 책을 덮은 뒤에도 쉽게 놓아주지 않는다.

읽고 난 뒤 한동안 머릿속을 맴도는 질문들 덕분에, 이 소설은 공포보다 깊은 여운을 남기는 이야기로 오래 기억에 남았다.

절대, 결코 아동서의 결말이 아닌 반전을 가진 소설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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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성모의손에잡히는독서 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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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대의 소년
카를 올스베르크 지음, 장혜경 옮김 / 모스그린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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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이 같은 목소리, 같은 기억을 가지고 돌아온다면 우리는 그를 받아들일 수 있을까?

인공지능과 생명 연장이라는 SF적 설정...
하지만 소설에서 가장 인상깊었던건 인공지능 기술이 아니라 가족간의 관계였다. 특히 마누엘을 바라보는 가족의 시선은 냉정한 논리보다 훨씬 설득력이 있다. 인간은 끝내 합리적으로 사랑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이 소설은 잔인할 만큼 솔직하게 보여준다.

기술의 발달을 선악으로 단정하지 않은 소설... 인공지능은 누군가에게는 희망이고, 누군가에게는 폭력이 될 수 있다. 문제는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그 기술을 소유하고 결정하는 주체가 누구인가에 있다. 생명을 연장할 권리가 개인에게 있는지, 아니면 자본과 시스템에 넘어가는 순간 생명은 자원이 되는지 묻는다.

마누엘이 경험하는 ‘무한’은 축복이라기보다 형벌에 가깝다. 끝이 없다는 것은 곧 선택의 무게를 영원히 짊어져야 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인간다움.. 완벽함과 무한성보다 선택하고 후회하는 유한함에 있지 않을까.

SF 스릴러의 외피를 쓴 철학 소설.
영원히 살 수 있다면 정말 인간일까...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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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enggagyijib 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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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트리만과 - 2025 아르코 제작지원 선정작
김병호 지음 / 세종마루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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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내내 머릿속이 어지러울 만큼 낯설고 불편한 질문을 던지는 소설이었다. 삼중나선 구조의 DNA, AI의 지휘, 인간 멸종 이후의 세계라는 SF 설정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나란 무엇인가’라는 존재의 질문을 던지는 어려운 장치처럼 느껴졌다.

트리만의 등장은 성별, 생식, 연결이라는 개념을 근본부터 흔든다. 특히 생명과 번식에 대한 트리만의 방식은 인간 중심의 사고가 얼마나 제한적인지 드러내며,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온 ‘정상’과 ‘자연’의 기준을 의심하게 만들고 있었다. 인간은 독립적인 존재라 믿어왔지만, 이 소설은 오히려 우리가 얼마나 깊이 연결된 존재인지, 그리고 그 연결이 끊어질 때 무엇이 남는지를 냉정하게 보여준다.

계속해서 질문하게 되는 이야기... 인류가 사라진 이후에도 이해와 공감은 가능한가, ‘나’라는 정체성은 어디까지 유지될 수 있는가.
처음부터 끝까지 차갑고 이성적인 문장으로 정체성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고민하게 만들었다.

얇은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주제는 굉장히 묵직하게 느껴졌다. 이 소설이 미래의 이야기를 하면서 사실은 지금 우리의 존재와 삶의 기반이 얼마나 불안정한가를 정면으로 보여주고 있기 떄문일까.... SF를 좋아하지 않더라도, 정체성과 인간의 경계에 대해 생각해본 적 있다면 오래 기억에 남을
이야기였다.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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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jmarubooks 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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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도 복원이 될까요?
송라음 지음 / 텍스티(TXTY)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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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그렇게 오래 알고 지내고 서로 좋아하면서도 한 번도 사귀지 않은 건 서로에게 그만큼 진실하지 못했다는 거야. 우리 사이에 사랑을 말할 수 있는 유통기한은 끝났어. - p.300~301

섬진강책사랑방에서 헌 책을 고치는 직원 황설.
남부보전센터에서 수의사로 일하는 정대건.

악연에서 우연, 그리고 인연이 되어 가는 로맨스~~
지나치게 오글거리거나 가볍지 않은 소설이었다. 헌 책을 고치는 주인공 설정에 맞춰 다양한 책들이 소개되는 것도 좋았고, 소설의 배경인 전남 구례의의 명소들, 장봉뵈르 빵집, 카페, 그리고 화엄사까지.. 책을 읽으며 여행을 한 듯한 기분이다.

대부분 서브남주가 매력적으로 나오는 로맨스 소설을 많이 읽어봤다. 하지만 여기서 나오는 태양은 나에게 큰 매력으로 다가오진 못했다. 설이를 위해 멀리서 날아온 음악가 남사친 태양... 24살의 설이와 태양이었다면 대건보단 태양이 좀 더 유리했겠지만 설이의 표현대로 이미 둘은 서로에게 진실되지 못한 관계로 오랜기간 흘러 유통기한이 끝나 버린느낌이었다. 반면 곰같은 우직함으로 설이에게만 돌진하는 대건의 마음이 더욱 와 닿았던 것 같다.

좀 더 핑크빛 로맨스를 기대했다면 아쉬움이 남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소설의 사랑은 설렘보다 망설임 그리고 상처가 많은 주인공이었기에 오히려 30대의 현실이 더 또렷하게 느껴졌다. 사랑 앞에서 감정만으로 움직이기엔 이미 너무 많은 것을 알고 있는 나이. 화려하진 않지만, 그만큼 솔직하고 현실적인 로맨스였다.

뜨겁게 타오르기보다, 묵묵하고 우직한 사랑이 30대에겐 더 와닿았던 이야기...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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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xty_is_text 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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