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 : 상·청춘편 - 한 줄기 빛처럼 강렬한 가부키의 세계
요시다 슈이치 지음, 김진환 옮김 / 하빌리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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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277~278
“너한테 한 가지만 말해두고 싶은 건, 무슨 일이 있어도 너는 예술로 승부해야 한다는 점이다. 알겠니? 아무리 억울해도 예술로 승부를 겨뤄야 한다. 진정한 예술은 칼이나 총보다 강해. 너는 네가 가진 예술로 원수를 갚아야 한다. 알겠지? 약속할 수 있겠어?‘

🔖p. 307
“나 같은 건, 한 그루의 나무야.”
”한 그루의 나무?“
“응. 그냥 한 그루의 나무니까, 누가 나무를 바보 취급하면 화가 나는 거야. 하지만 내가 산이었다면, 나무 한 그루를 바보 취급한다고 신경이나 쓰겠어? 나 같은 건, 이렇게 3대손 한지롤르 이어받았는데도 아직 한 그루의 나무인 거야. 하지만 슌도령처럼 태어날떄부터 탄바야를 짊어졌던 사람은, 역시 산이야. 슌도령 같으면 그런 천박한 시골뜨기의 술주정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고, 그냥 훌훌 일어나서 춤추는 시늉이라도 했을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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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쿠자 두목의 아들 키쿠오. 갑작스런 사건으로 아버지를 잃고 가부키 명문가의 당주인 하나이 한지로에게 의탁하게 된다. 한지로의 아들 슌스케와 함께 가부키를 배우며 성장한다. 이 둘은 둘도 없는 라이벌로 또 동무로 성장하지만 슌스케는 집을 나가게 되고 3대 한지로의 자리는 키쿠오가 잇게 된다.

키쿠오는 행동이 여자같다는 이유로 영화를 찍으며 감독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이에 마음이 다쳐 배우로서 활동을 중단하게 된다.

딸과 함께 지내면서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게 되고 제 2의 배우로 다시 한번 시작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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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과 금기의 세계에서 태어난 키쿠오가 결국 선택한 길은 칼이 아닌 예술이었다. 야쿠자의 아들로 시작해 가부키 명문가의 후계자가 되기까지, 그의 삶은 끊임없이 정체성이라는 질문과 마주하는 여정처럼 느껴졌다. 행동이 여성스럽다는 이유만으로 영화계에서 겪은 모멸감, 그리고 그 상처로 인해 자신의 재능을 스스로 봉인해야 했던 시간들은 특히 가슴 아팠다.

그러나 딸과 함께 보내는 일상 속에서 서서히 되찾아가는 자존감과 치유의 시간들.. 혈통과 성 역할, 예술과 폭력의 경계 속에서 흔들렸던 키쿠오가 결국 자신만의 무대로 다시 돌아오는 장면은 그가 얼마나 가부키를 사랑하는지, 그의 자존감이 다시 치유되고 성장하는 모습에 대해 깊은 울림을 주었다.

상처를 가진 이가 어떻게 다시 자신의 빛을 찾는지, 그리고 타인의 기대가 아닌 스스로 정체성을 찾아가는 순수한 열정에 대해 말해주는 소설 인 것 같았다.

하권에서 펼쳐질 키쿠오의 제 2의 배우로서의 여정은 단순한 재기의 순간이 아니라, 마침내 자기 자신이 되는 순간이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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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_am_needlebook 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hbls_edi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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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르마 플레이
김종윤 지음 / 아프로스미디어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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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19
괜찮다, 인혜야. 다 괜찮아.
어차피 그 인간을 네 손으로 죽이고 나면 이 모든 것도다 끝이 나니까.

🔖p. 270
성훈은 자신이 집을 나오기 전에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물어본, 도대체 누구냐는 질문에 여자가 했던 대답을 떠올렸다.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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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인혜가 심혈을 기울여 완성한 <카르마 플레이>
그녀의 직장상사인 감독 김영헌의 이름으로 작품이 공개된다.

자신의 작품이 도둑맞았다는 사실에 분노한 인혜는 영헌을 죽이기 위해 그의 집에 찾아간다. 하지만 그곳엔 차가운 눈빛과 기묘한 미소를 지닌 의문의 남자 인유가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시작된 죽고 죽이는 잔인한 이야기...
욕망과 집착, 복수, 그리고 현실인지 환상인지 소설을 읽을 수록 기묘함이 소름 돋게 하는 소설이었다.

과연 누가 마지막까지 생존하는 플레이어가 될 것인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이야기.. 소설을 읽을수록 어느것이 현실인지, 어느것이 환상인지 나조차 혼동이 오기 시작했다. 주인공 인혜의 정의를 위한 복수는 어느새 집착이 되어 있었다. 인혜의 연기력과 잔인함에 그녀의 정체가, 그녀의 작품 <카르마 플레이>의 주인공이 그녀 내면의 자신을 쓴 글은 아닐지 생각해 보게 되었다.

현실과 환상이 뒤엉킨 잔혹한 무대 위에서,
인혜의 복수는 결국 그녀 자신을 향한 카르마가 되어 되돌아온 이야기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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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hrosmedia 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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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들
이동원 지음 / 라곰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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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플북을 읽는 동안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황옥호, 주해환, 오광심이 세 사람이 만들어내는 기묘한 균형이었다. 해환이 실제 사건을 토대로 쓴 소설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옥호는 유명 형사라가 되었지만 정작 그는 이 때문에 제대로 뛰기 어려운 형편이 되어버렸다. 반면 그가 소개한 광심은 감정의 결이 남들과 다른 인물로,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더 깊은 호기심을 자아냈다.

특히 광심의 어릴적 상담 장면은 기억에 남는다. 아버지가 딸이 혹시 사회와 어울리지 못하는 위험한 존재로 판단받지 않을까 두려워하는 순간, 상담사는 단정적으로 말한다.

“감정의 온도가 조금 낮은 아이예요.”

그 한마디가 아이를 바라보는 시선을 송두리째 바꾼다. 규칙만 강요해서는 안 되고, 행동의 이유를 차근차근 알려주며, 무엇보다 사랑받고 있다는 믿음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은 광심이라는 캐릭터를 전혀 다른 인물로 소개하는 듯 보였다.

이후 정치권 입문을 앞둔 유명 인사 고보경의 양딸 고영혜가 사라지는 순간부터 급격히 긴장감이 높아진다. 조용히 처리하길 원하는 고보경과, 유명세 때문에 섣불리 나설 수 없는 옥호, 그리고 결국 사건을 떠안게 되는 광심. 광심이 학교로 향해 단서들을 대조하는 과정에서 오래전 전형수 교수와 얽힌 사건들이 다시 떠오르고, 고영혜가 남긴 이상한 흔적과 어머니에게 도착한 꺼림칙한 우편물이 맞물리며 분위기는 점점 어두워진다.

이 작품이 특히 매력적인 이유는 인물들이 얼핏 평범하게 보인다는 점이다. 경찰, 작가, 정치인, 그리고 감정이 낮은 아이. 하지만 그 이면에는 각기 다른 비밀과 왜곡된 마음이 자리 잡고 있어, 누가 어떤 진실을 감추고 있는지 끝내 단정하기 어려웠다. 겉면은 잔잔하고 평범 그자체이지만 속은 비열하고 불길한 감정들이 소용돌이치는 사람들의 초상이 곳곳에서 드러난다.

짧은 분량임에도 인물 간의 흔들리는 관계와 서늘한 기류가 또렷하게 살아 있어, 다음 장면에서 누가 어떤 얼굴을 드러낼지 궁금해질 수밖에 없는 샘플북이었다.

선의 가면을 쓴 채 일상을 살아가는 주변의 평범한 사람들 이야기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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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gom.book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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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 연구 일지
조나탕 베르베르 지음, 이상해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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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27
현대인을 사로잡고 있는 본잘적인 두려움 두 가지를 네가 이해하길 바라니까. 대체될 수 있다는 두려움, 흔적 없이 사라져도 아무도 신경 쓰지 않으리라는 두려움. 한 마디로, 무의미한 존재가 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p. 140
너무나 완벽해서 시신조차 남기지 않는 기상천외한 살인사건을 너에게 제공했어. 이제 이야기를 이어 가는 건 네 몫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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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나탕 베르베르 특유의 지적 호기심과 상상력의 실험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작품이었다. 개발자 토마가 인공지능 이브39에게 세계 최고의 추리소설을 창조하라는 임무를 부여하며 소설은 시작된다. 단순한 미스터리를 소설을 넘어 인간과 기계의 한계, 창작의 본질을 탐구하는 철학적 내용의 이야기...

토마가 목표로 하는 3가지, 첫째 소설은 기상천외한 살인 사건, 둘째 단연 독보적인 명탐정, 셋째 교묘하기 짝이 없는 명탐정.

소설을 완성시키기 위해 이브39가 요양원을 탐방하며 이야기는 새로운 깊이를 확보한다. 평온해 보이는 장소에서 느껴지는 미묘한 불협화음, 거주자들의 말 속에 감춰진 틈, 그리고 어딘가 설명되지 않는 기운은 요양원이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AI가 처음으로 의심을 배우는 공간임을 암시한다. 이곳에 감춰진 비밀은 미스터리의 핵심이자, 이브39가 인간 내면의 어둠과 복잡성을 이해하는 결정적 계기가 된다.

추리 소설의 틀을 빌려 완벽한 이야기란 무엇인가, 창작은 인간만의 영역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문학적 실험처럼 읽힌다.

베르베르만의 방식...기술의 진보와 인간성의 본질을 흥미롭고도 서늘하게 보여주는 작품이었다.

완벽한 추리소설을 쓰는 과정이 AI가 스스로 사고하고, 판단하고, 의심하기 시작하는 순간 소름이 돋았다. 프로그램에 불과했던 존재가 ‘왜?’라는 질문을 품고, 요양원에서 만난 인물들의 감정과 비밀을 관찰하며 인간의 복잡한 내면에 접근하는 모습은 자아의 싹이 돋아나는 장면처럼 언젠가 도래할 미래이지 않을까...

인공지능이 단순한 도구가 아닌, 스스로 세계를 해석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존재로 변모할 가능성, 만약 미래의 AI가 이런 자아를 가지게 된다면, 인간이 구축한 규칙 속에서 새로운 윤리적 갈등과 창작·추리·감정 이해와 같은 인간의 고유 영역이라고 여겨졌던 분야도 재정의 되어야 할 것이다.

인공지능이 자아를 갖게 되는 서늘한 순간,
그 가능성과 위험성을 묘사한 이야기...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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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enbooks21 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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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을 때리고
권혁일 지음 / 나무옆의자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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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82~183
“조금 전에는 거의 들어갈 뻔했는데 지금은 아예 빗나갔잖아. 근데 그때 쫄면 안 돼. 안 들어갔다는 결과는 잊고, 내 자세가 어디서 흐트러졌는지 그것만 생각해. 공은 예리 네가 잡고 있잖아. 안 그래? 어떤 자세로 어떻게 던질지는 다 네가 선택하는 거야. 이번 기회가 마지막도 아니고, 튕겨 나오면 주워서 다시 던지면 돼. 오케이?”

🔖p.217
‘태율이 자라고 아빠가 늙는 동안 나는 자란 걸까, 늙은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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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무게에 짓눌린 두 여성이 농구라는 낯선 공간에서 자신만의 리듬을 되찾아가는 성장 소설이다.

취준 1년 차 예리는 길어지는 준비 과정 속에서 흔들리고, 진희는 배신과 상처로 굳어버린 마음을 안고 살아간다. 서로 다른 상처를 가진 두 사람이 체육센터의 농구 수업에서 마주하고, 농구는 현실에서 잠시 숨 쉴 수 있는 작은 피난처처럼 따뜻한 시간이었다.

농구를 배우는 과정.. 공을 튕기고, 드리블을 하고, 슛을 쏘는 과정은 삶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훈련처럼 그려지고 있었다. 누군가는 불안한 마음을 안고 드리블하고, 누군가는 삶에서 지지 않기 위해 체력을 기르는 목적으로 기어코 넘어지며 다시 일어나 슛을 던진다.

특히 “누구나 슛하는 자세는 다르지만, 각자의 슛폼을 찾아가는 과정이 가장 중요하다”는 메시지는 두 주인공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았다. 완벽한 자세가 아니어도 괜찮고, 조금 늦어도 괜찮다. 중요한 건 자기만의 리듬, 자기만의 방향으로 다시 던져보는 용기라는 메시지..

실패와 상처가 인생의 끝이 아니라는 사실을, 그리고 서로의 존재만으로도 큰 힘이 되어줄 수 있다는 것을 담담하지만 힘 있게 말해주는 소설이었다.

바닥을 때리며 다시 뛰어오르듯, 예리와 진희에게 찾아오는 작은 변화들,
삶을 다시 던져볼 용기를 건네는 따뜻한 이야기

잘 읽었습니다.

--
@namu_bench 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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