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트리만과 - 2025 아르코 제작지원 선정작
김병호 지음 / 세종마루 / 2025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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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내내 머릿속이 어지러울 만큼 낯설고 불편한 질문을 던지는 소설이었다. 삼중나선 구조의 DNA, AI의 지휘, 인간 멸종 이후의 세계라는 SF 설정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나란 무엇인가’라는 존재의 질문을 던지는 어려운 장치처럼 느껴졌다.

트리만의 등장은 성별, 생식, 연결이라는 개념을 근본부터 흔든다. 특히 생명과 번식에 대한 트리만의 방식은 인간 중심의 사고가 얼마나 제한적인지 드러내며,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온 ‘정상’과 ‘자연’의 기준을 의심하게 만들고 있었다. 인간은 독립적인 존재라 믿어왔지만, 이 소설은 오히려 우리가 얼마나 깊이 연결된 존재인지, 그리고 그 연결이 끊어질 때 무엇이 남는지를 냉정하게 보여준다.

계속해서 질문하게 되는 이야기... 인류가 사라진 이후에도 이해와 공감은 가능한가, ‘나’라는 정체성은 어디까지 유지될 수 있는가.
처음부터 끝까지 차갑고 이성적인 문장으로 정체성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고민하게 만들었다.

얇은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주제는 굉장히 묵직하게 느껴졌다. 이 소설이 미래의 이야기를 하면서 사실은 지금 우리의 존재와 삶의 기반이 얼마나 불안정한가를 정면으로 보여주고 있기 떄문일까.... SF를 좋아하지 않더라도, 정체성과 인간의 경계에 대해 생각해본 적 있다면 오래 기억에 남을
이야기였다.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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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jmarubooks 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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