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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서울에서는 무슨 일이
정명섭 외 지음 / 한끼 / 2025년 12월
평점 :
서울은 하나의 도시이지만, 이 소설 속 서울은 결코 하나의 얼굴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개봉동, 연희동, 혜화, 신촌. 같은 하늘 아래 놓인 공간들이지만, 작가마다 포착한 서울의 온도와 공기는 전혀 다르게 그려졌다. 네 명의 작가가 각자의 시선으로 서울이라는 거대한 도시를 해체하고, 다시 미스터리라는 형식으로 엮어낸 앤솔러지....
이야기들은 모두 ‘사건’에서 출발하지만, 범인을 찾는 과정은 곧 서울이라는 공간을 이해하는 여정처럼 느껴진다. 평범해 보였던 일상이 갑작스러운 죽음이나 실종으로 균열을 일으키고, 그 틈 사이로 인물들의 사연과 도시의 이면이 드러난다. 마로니에 공원에서 벌어진 배우의 죽음, 신촌에서 흔적처럼 사라진 여인, 재개발을 앞둔 동네의 불안한 일상까지—사건은 다르지만 모두 서울이라는 장소에 단단히 뿌리내리고 있다.
다만 이 소설을 읽으며 흥미로움과 함께 약간의 거리감도 느꼈다. 나는 서울에 살지 않는 ‘지방러’이기 때문이다. 신촌이나 마로니에 공원은 이름으로는 익숙하지만, 실제로 걸어본 적 없는 공간이다 보니 소설 속 지명들이 주는 생생한 감각을 온전히 따라가기는 쉽지 않았다. 장소가 중요한 단서이자 분위기를 만드는 핵심 요소로 작용하는 만큼, 그 공간을 잘 모르는 나에게는 몰입보다 낯설고 조금은 지루하게도 다가왔다.
그럼에도 서울의 유명한 장소보다 소설 속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같은 도시, 같은 공간에서도 각자 전혀 다른 삶과 사연이 들어있어 흥미로운 미스터리 소설이었다.
서울을 잘 아는 사람에게는 익숙한 공간을 새롭게 바라보게 하고, 서울을 모르는 사람에게는 한 도시 안에 얼마나 많은 이야기들이 숨어 있는지를 상상하게 만드는 소설.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기에, 언젠가 그 장소를 직접 걸어보고 다시 읽고 싶어지는 책이었다.
지방러에겐 조금은 낯설었던 이야기..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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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ki_books 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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