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 방정식 2
보엠1800 지음 / 어나더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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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은 잊으려 애쓰며 서로 없이 살아가지만, 결국 마음 깊숙이 스며든 그리움은 운명처럼 다시 그들을 이끌어낸다. 노팅엄이 매를린을 찾아오는 순간, 두 사람 사이에 남아 있던 상처와 배신의 잔향들이 한꺼번에 흔들리며 서서히 풀려 나가는 장면이 마음을 적신다. 매를린에게 깊은 상처를 받았던 노팅엄은 그녀를 용서하지 않겠다고 다짐하지만, 막상 그녀를 눈앞에 두고서는 애써 눌러두었던 감정이 터져 나오듯 자연스럽게 그녀에게로 기울고 만다.

특히 2권에서 돋보이는 건 노팅엄의 사랑 방식이 더욱 선명해졌다는 점이다. 다른 남자와 이야기하는 매를린을 보며 내뿜는 질투와, 자신도 모르게 드러나는 집착은 그의 사랑이 얼마나 절실하고 절박한지 고스란히 전달된다. 그 순간들이 미묘하게 흐뭇함을 주면서, 차갑고 단단하던 남자가 사랑 앞에서 얼마나 무너지고 변화하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매를린 앞에서만 유독 서투르고 귀엽게 변하는 노팅엄의 모습은 더욱 인상 깊다. 그는 사랑을 갈구하면서도 두려워하고, 다가가고 싶어 하면서도 망설이는 인간적인 결을 드러낸다. 그 모습이 너무나 사랑스러워, 그의 변화에 나 또한 설렘을 느끼게 된다.

결혼 이후에도 두 사람의 인생에는 여러 시련이 찾아오지만, 결국 서로는 서로의 구원이 된다. 제목 그대로, 매를린과 노팅엄은 상대방의 어둠을 덜어주는 햇빛이자, 다시 살아가게 하는 희망이 되어 준다. 그 과정은 때로 아프고 때로 따뜻하지만, 사랑이라는 감정이 가진 방향성과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책을 덮고 난 뒤 자연스럽게 떠오른 이미지는 현대판 ‘미녀와 야수’였다. 매를린이 노팅엄의 마음에 걸린 저주를 풀어낸 듯하고, 노팅엄은 그녀의 용기와 사랑을 통해 비로소 온전한 사람이 되어 갔다.

상처를 딛고 서로에게 다가가 성장해가는 사랑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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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성모의손에잡히는독서 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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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마리 토끼전
이덕화 지음 / 천둥프레스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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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심 많고 짓궂고 허술한 토깽이들🐰🐰🐰🐰🐰🐰🐰
토깽이는 함께 바다고 가자는 자라의 유혹을 처음에는 물리치지만
욕심에 눈이 멀어 결국 여섯 마리 친구 토깽이들과 함께 줄줄이 바다로 떠난다.

멍게 용왕에게 간을 빼앗기려는 순간!
토깽이들은 똘똘 뭉쳐 기지를 발휘해 위기에서 벗어난다.
토깽이들의 엉뚱하고도 재치 있는 모험담

전래동화 <토끼전>을 현대적으로 새롭게 풀어낸 동화

💬어린 시절 보았던 내용과 새롭게 풀어낸 짓궂은 일곱 마리 토끼들의 모험담이 어떻게 다를지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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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작 영어교습소
백정순 지음 / 미다스북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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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42
그것은 진실이다. 생이 그들의 개인의 신화를 찾아 떠난 사람들에겐 한없이 관대하다는것 기억하고 믿자.

작은 골목의 소박한 영어교습소에서 모나코 원장과 강사 레이나가 펼쳐 보이는 일상은 화려하지 않지만, 묵직한 진심으로 빛나고 있었다. 학생을 모으고, 학부모와 상담하며, 더 나은 수업을 위해 밤늦게까지 고민하는 두 사람의 모습은 외국어 교육이 단순한 지식 전달이 아니라 서로의 삶을 겹겹이 성장시키는 과정임을 보여준다.

작가의 말 중 ‘완벽할 수 없는 이국의 언어를 완벽하지 않은 자아가, 또 미성숙한 자아들에게 가르치며 함께 완성을 향해 나아간다’라는 문장은 교습소에서 벌어지는 사소한 에피소드들을 종합적으로 표현하고 있었다. 서툰 발음으로 문장을 따라 읽는 학생,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부모, 실수를 가르치며 스스로도 배움을 이어가는 교사들 사이에서 불안전함은 결코 결함이 아니라, 서로를 성장시키는 따뜻한 움직임이 된다.

잘 가르치는 사람이나 잘 배우는 사람보다, 불완전한 채로 서로에게 배우고 기대며 조금씩 나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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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dasbooks 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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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욘 - 친구 감시자
딜게 귀네이 지음, 이난아 옮김 / 안녕로빈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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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07 / 경찰의 감시를 받으면 여러분은 안전합니다. 당신의 컴퓨터, 휴대 전화, 심지어 집까지도. 저희가 감사히겠습니다. 최상의 안전을 위한 24시간 보안 감시 시스템!

영상은 공익 광고처럼 시작됐지만, 곧 자극적인 이미지가 겹쳐지며 불안감을 키웠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서 피욘을 떠올리게 하는 문구가 등장했다. 그것은 곧 이 시스템의 부당함을 정면으로 고발하는 메시지였다.

감시를 원하지 않는다고요? 그렇다면 자녀도감시하지 마세요. 아이의 소중한 정보를 다른 이에게 팔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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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 구역에 사는 야세민. 우연히 알게 된 어플 ‘피욘’. 부모가 자녀의 사생활을 은밀하게 들여다보는 어플이지만 그 속에는 아이들의 사생활과 개인정보가 무분별 하게 판매되고 있었다. 그 비밀을 파헤치고 피욘의 실체를 세상의 알리고 자신이 친구의 사생활을 그녀의 엄마에게 돈을 받고 알렸던 사실도 함께 공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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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빛이 따뜻함을 상징하던 건 어디까지나 다른 세계의 이야기였다. 피욘의 오렌지 구역에서 주황색은 더 이상 해가 지는 풍경의 아름다움이 아니라, 도망칠 수 없는 삶의 계급과 낙인을 의미하는 색으로 표현된다. 경찰도, 병원도, 보호도 닿지 않는 그곳에서 사람들은 주황 글씨처럼 ‘보이지 않는 표시’를 달고 살아가는 것 같았다.

그래서 이 소설을 읽는 내내 오렌지빛의 정렬와 따스함보다 유난히 탁하고 무거운 색으로 다가왔다. 희망을 감추고 절망만을 비추는, 따뜻함을 가장한 차가운 색. 밝게 빛나는 듯하지만 실은 사회가 외면한 자들의 삶을 가장 선명하게 드러내는 잔혹한 조명 같은 색이었다.

오렌지라는 하나의 색이 이렇게까지 운명, 빈곤, 소외를 압축하는 상징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은, 결국 색 하나가 인간의 삶을 규정해버리는 『주홍글씨』의 낙인처럼 뼈아픈 진실을 다시 떠올리게 했다.

‘피욘’이 보여주는 진실은 보호라는 이름으로 가장 먼저 침해되는 건 결국 개인의 권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부모가 자녀의 사생활을 들여다보는 기능은 겉으로는 안전을 위한 장치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청소년의 삶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도구가 된다. 허락 없는 접근, 일방적인 관찰, 선택권의 부재는 안전이 아니라 사생활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권리에 대한 침해다.

단순히 미래의 기술을 상상하는 소설이 아니라, 이미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는 장면들을 더 선명하게 드러내는 거울처럼 느껴졌다.실제 부모들이 자녀의 안전을 위해 설치하는 각종 자녀 보호 앱, 위치 추적, 사용 기록 모니터링 기능은 겉보기에 보호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보호가 어느 순간 감시로 넘어가는 순간, 아이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사생활과 선택권을 상실한 채 관리되는 존재가 된다.

여기에 최근 쿠팡 해킹 사건이 겹쳐지며 메시지는 더욱 무거웠다. 거대한 시스템에서도 개인정보는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고, 한 번 유출된 정보는 개인의 삶을 돌이킬 수 없게 만든다. 그렇다면 부모가 접근할 수 있는 아이의 사적인 정보는 얼마나 더 쉽게 위험에 노출될 수 있을까.

보호라는 이름 아래 사생활과 인권이 얼마나 손쉽게 침해되는지, 그리고 우리가 편리함과 안심을 위해 어떤 대가를 치르게 되는지를 되묻는 이야기였다.

부모의 사랑이 때로는 폭력이 되고,
기술의 발전이 때로는 감옥이 되는 순간들을 보여준 소설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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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lorobin_books 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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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아킨토스 고블 씬 북 시리즈
박애진 지음 / 고블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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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없이 인간에 가까운 존재는 인간이다?

유르베에서 최초로 시민권을 얻은 로봇이자, 동시에 감옥에 갇힌 첫 번째 시민이 된 제로델. 그의 죄명은 성희롱이었다.

폐기 여부를 두고 여러 부인들을 조사했지만, 모두가 한목소리로 “제로델이 그럴 리 없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그는 폐기장으로 끌려가고, 마침내 수십만 명의 시민이 몰려들어 폐기를 반대하며 전투 직전까지 가는 극적인 상황이 벌어진다. 폐기 직전 고소가 취하되고, 제로델은 가까스로 자유의 몸이 된다. 그리고… 그는 조용히 유르베에서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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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제로델의 외형을 자세히 묘사하지 않지만, 읽는 내내 나조차도 그에게 빠져드는 묘한 매력을 느꼈다. 모두가 평등하고 자유롭다는 유르베에서도 인간의 본성은 끝내 변하지 않았고, 그렇기에 제로델은 모든 부인들에게 사랑받을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외모에 대한 평가, 폭력성, 시기와 질투… 인간은 늘 옳고 그름을 판단하며 편견을 만들어낸다. 반면 제로델은 그런 편견이 없었기에 오히려 더 고귀한 존재처럼 느껴졌다.

휴머노이드는 스스로의 의지가 없기 때문에 성희롱이란 행위를 할 수 없다. 하지만 인간보다 뛰어난 기억력과 기능을 가진 로봇이라면… 언젠가 자의식을 갖게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은근한 두려움으로 남는 소설이었다.

편견을 모르는 로봇 앞에서 드러난 건 인간의 민낯이지 않았을까..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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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성모의손에잡히는독서 에서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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