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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루코와 루이
이노우에 아레노 지음, 윤은혜 옮김 / 필름(Feelm) / 2024년 10월
평점 :
🌻하지만 그게 뭐 어때서.
#데루코와루이
“인생 2회차, 두 여자의 통쾌한 질주” 라는
부제인지 홍보문구인지 확신할 수 없는 문구가 붙은 책.
인생 2회차라고 했지만,
일흔 살 할머니들이 주인공일 줄은 몰랐어요.
(아직 제 머리도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나 봅니다. )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가부장적 문화와 순종적인 여성의 이미지가
뿌리깊은 일본을 배경으로 해요.
일흔 살 데루코가
자신을 살림만 하고 섹스머신으로만 여겼던 남편을 위해
청소를 하고 요리를 해놓고,
단 두 줄 쪽지를 남긴채 집을 나서는 장면으로 시작해요.
“ 잘 있어요.
나는 이제부터 살아갈게요.”
다시 돌아올 여지는 남기지 않도록,
오해하지 않도록 고심한 문구예요.
무슨 이유인지 드라이버를 챙기고,
우연히 발견한 남편의 은행 OTP까지 챙겨서 말이죠.
중산층 사모님의 가출이 아닌,
이제부터 제대로 살아가기 위한 ‘탈출’이라고 정정하고요.
또 한 명의 주인공, 데루코의 동창 ‘루이’
두 번의 이혼, 로또 당첨금으로 실버 레지던스에 입주하지만
온갖 규칙에 유치한 파벌 싸움까지 벌어지는 레지던스에서
나와 버리고 말죠.
남편의 차를 몰고 나온 데루코는 루이와 함께
미리 알아본 온천이 있는 외딴 동네로 들어가
잠시 빌려쓰는(?) 별장에서 지내는 이야기 입니다.
스포를 하고 싶지 않아서 입이 좀 근질근질하지만,
이 별장에 들어가는 것부터가 오오😝하게 됩니다.
드라이버의 쓸모랄까 ㅋㅋ
어릴 적 텔레비전에서 <델마와 루이스>라는 영화를 봤었어요.
차를 타고 달리는 두 아줌마의 이야기.
<데루코와 루이> 이름도 비슷하다 했더니,
역자의 말에서 <델마와 루이스>를 오마주한 작품이라고 하더라고요.
외딴 별장에 자리잡은 데루코와 루이가
별장 근처의 사람들과 적극적으로 교류하고,
과거를 회상하면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으로 되어 있어요.
나는 일흔 살에 탈출한다면 누구와 할 수 있을지,
누가 나의 부름에 응답할지 상상해보며 읽게 되는데
딱히 떠오르는 사람이 없어서 조금 씁쓸해졌…🥹
무모해보이지만, 항상 대처할 방법을 찾는
현명한 일흔 살 데루코와 루이의 이야기를 보고 있으니,
회사를 다녀서, 아이가 있어서 어쩔 수 없다는 식의
체념 섞인 생각이 들 때, 이런 생각은 저멀리~
보내버려야 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참 최근에 읽은 책이 우연하게도,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라는 책과
나폴리 4부작인 <나의 눈부신 친구>라는 책인데,
<데루코와 루이>까지 여성들의 우정을 다루고 있지요.
다음에는 또 어떤 여성서사를 만나게 될지 궁금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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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있어요.
나는 이제부터 살아갈게요.”
🔖데루코는 망설이지 않았다. 왜냐하면 망설이지 않는 것이
이제부터 살아갈 인생의 테마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게 뭐 어때서. 루이는 생각했다.
나이가 일흔이라도 실버타운을 때려치울 수 있고,
45년에 달하는 결혼 생활이라 해도 끝장낼 수 있는 법이다.
그 정도로 우린 살아가려는 열의로 가득하다.
10대나 20대 젊은이들보다 오히려 더 뜨거울지도 모른다.
🔖이 교사의 일생은 타인이 멀리서 보기에는
‘별 볼 일 없는, 평범한 일생’처럼 보이겠지만,
소설을 읽는 데루코는 ‘별 볼 일 없는 평범한 일생’이라는 것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는 것은 결국
얽매여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고 데루코는 생각했다.
🔖“이 집은 분명 평생 잊지 못할 거야.”
“지금 그거, 굉장히 좋은 말이다.”
“뭐랄까, 우리 인생이 아직 한창 남아 있는 것 같지 않아?”
<데루코와 루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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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보내주신 책 감사합니다.🙏
아빠랑 아이가 놀러 간 주말, 딱 좋은 힐링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