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픽션 걷는사람 소설집 11
최지애 지음 / 걷는사람 / 2023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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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콤한 픽션》

8편의 단편으로 구성된 소설집이다.
큰 기대 안 하고 시작했다가, 너무 깜짝 놀랐다.

#선인장화분죽이기
이제는 장년이 된 나. 지팡이를 짚고 천천히 아파트 단지 내를 걷는 남편. 9층에서 화분을 떨어뜨리면 남편의 머리로 정확히 떨어진다. 고민 끝에 오늘도 화분을 떨어뜨리지 못했다.
남편은 딸이 초등학교 들어갈 때쯤 바람을 피우더니 초등학교 졸업할 무렵 집을 나갔다. 매달 꼬박꼬박 양육비는 보내줬다. 그 바람에 이혼은 하지 않았다. 딸이 결혼할 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아빠 노릇을 해달라고 말했고, 그때 남편은 집으로 돌아왔다. 돌아온 남편은 아무렇지 않게 남편처럼, 아버지처럼 행동하는 모습이 끔찍했다. 집에 있는 남편을 보니 증오감이 더 커져갔다.

이 소설 뭐냐? 가볍게 읽다가 가슴 너무 아프다. 두 번, 세 번 읽었다. 너무 속상해서...

✏️p.17 지금껏 누구에게도 남편의 외도 사실을 말한 적이 없었다. 이 모든 사실을 알고 있는 유일한 사람은 정인뿐이었다.

#팩토리걸
한때 뜨겁게 사랑했던 연인에게도 끝이 보이고, 그 끝이 온다는 걸 직감했을 때의 우울함? 슬픔? 을 쓴 단편이다. 다들 사랑하고 이별을 하나보다. 사랑은 영원하지 않는 것 같다. 백년해로라는 거 정말 어려운 거였다.

✏️p.62 그 사막에서 그는 너무도 외로워 때로는 뒷걸음질로 걸었다. 자기 앞에 찍힌 발자국을 보려고. 아, 얼마나 더 뒷걸음쳐야 할까? 다음 생이 있다면 사람으로 태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p.65 상대는 변했고 감정은 지나갔다. 내가 슬픈 것은 윤과의 헤어짐이 아니라 혼자 남겨지는 두려움이었다. 어쩌면 정말 슬픈 건 차가워진 마음이 아니라 절대로 따뜻해지지 않는 마음이었다.

#달콤한픽션
표제작이다.
두 친구 골드미스와 노처녀의 어디 중간쯤 있는 친한 친구이다. 서른이 넘어가면서 들리는 친구들의 결혼 소식에도 동네 편의점 테이블에 앉아 맥주를 마시며 서로를 위로 아닌 위안을 삼았던 친구. 그러던 중 한 명의 결혼 소식을 다른 사람에게 전해 듣고 내심 서운함과 섭섭함에 친구의 결혼을 축하해 준다. 만난 지 3개월 만의 결혼이라 걱정 아닌 걱정이 친구는 부러워서 그러냐는 둥 날이 선 말을 뱉고 나면서 연락이 뜸해졌다.
1년 뒤 친구는 이혼하겠다고 하면서 연락이 왔고, 이유는 남편의 외도를 알게 되었다는 거.
그러면서 돌싱이 된 친구를 다시 맞이하면 끝이 난다.

✏️p. 73 나는 늘 인간에 대한 예의와 이성에 대한 호의를 구분하지 못했다.

✏️p.98 이제 미주와 남편은 남남이 되었다. 그 대단한, 결혼이라는 걸 한 인연이었는데 말이다. 허무했다. 다른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패밀리마트
홀로 나를 키운 아버지. 젊었을 때 기백은 다 어디 가고 휠체어에 몸을 맡기고 내가 없으면 혼자 거동도 힘든...
과거 UDT 시절을 늘 생각하면서 아직도 그 허세를 부리시는 아버지.
강남구청 공무원이 되고 싶었던 나는 강남구청 앞 편의점에서 일을 하고 그러면서 부자는 되고 싶어 코인을 한다. 8천만 원이 금세 3천 7백만 원이 되었다.
공매로 내 집 마련을 하였다. 같이 경쟁했던 다른 사람과 십만 원도 차이 나지 않게 집을 낙찰받았는데, 아파트라고 하더니 빌라였고, 심지어 베트남 불법체류자들이 점거를 하고 있다. 지지리도 안 풀리는 인생이지만, 또 힘을 내본다.

✏️p.141 조기 은퇴의 꿈을 이룬 어떤 사람이 말하길, 다짐은 입 밖으로 소리 내야만 이루어진다는 거였다.

#소설가중섭의하루
작가지만, 책 한 권 출판하지 못한 작가. 현재는 자서전 대필 작업을 하고 있다. 이 일 역시 친구 태섭이가 추천해 준 덕분이다. 태섭이와 나는 시인과 작가로 동시에 등단을 했지만, 태섭이도 학원 논술 강사로. 현실과 이상은 다른 것처럼...
화가 이중섭의 인생 끝이 쓸쓸하고 고독한 것처럼 이 소설은 좀 고독하다


#러브앤캐시
금융업에 다닌다고 말은 하지만 사채업이라고 해야 맞겠다. 어릴 적 집 나간 아버지의 빚 때문에 엄마는 힘들게 나를 키웠다. 온갖 사람들이 찾아와 아버지 어딨냐고 빚 갚으라고 난리다. 학교에 찾아와 내가 몇 학년 몇 반이냐고 날 찾는다. 나도 내 아빠가 어딨는지 모르는데, 그래도 어디 지방 대학 수석으로 학비 면제에 기숙사까지 제공되는 학교에 합격했다. 대학은 안 가겠다고 하니 엄마가 사생결단으로 대학에 꼭 가라고 했고, 대학 오티 날 엄마가 운전하는 학원 차로 나를 데려다줬다. 그리고 엄마의 전화번호는 없는 번호로 나오고, 두 번 다시 엄마를 보지 못했다.
✏️p.181 내게 이별은 예기치 않은 '사고'였다. 뜻밖에 일어난 불행한 일,
✏️p.185 내가 깨달은 건 부모에게 버림받은 자식이 된다는 게 생계보다 충격적이지 않는다는 것과 가족이 이별하는 일이 생각보다 대단한 일이 아니라는 거였다.
✏️p.202 인생과 라이프의 차이를 아냐? 인생은 사는 거고 라이프는 즐기는 거다.
#달용이의외출
세월호 참사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수학여행으로 세상을 떠난 형의 부재로 가족의 일상이 무너져 내렸다. 반려견 달용이까지 집을 나간 이후 동물화되는 아버지의 형상을 표현했다.
남아있는 자들의 슬픔을 표현했다.
✏️p.228 엄마도 아빠도 형도 나도 우리는 서로에게 한 번도 사랑하라는 말을 해 본 적이 없었다.
#까마귀소년
학교에서 투명인간 취급받는 나와 가출 팸에서 지내면서 성매매로 생활을 이어가는 은주. 둘은 아르바이트 가게에서 만나 나의 집에서 식물인간인 엄마와 같이 살기 시작한다. 외톨이로 살아온 나에게 은주는 희망이고 기쁨이고 행복이다. 그러던 중, 은주가 갑자기 사라지고 성매매로 구속되었다.


달콤한 픽션이라는 표제작과는 맞지 않는 다소 무겁고 슬프고 쓸쓸함이 남는, 여운이 길게 남는 소설이다.
근데 참 신기한 게 지금 내 상황 알고 출판사에서 보내준 거라고 생각할 정도로 신기하고, 감정 이입이 엄청 되는 소설이다.
추천도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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