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사과 편지 - 성폭력 생존자이자 《버자이너 모놀로그》 작가 이브 엔슬러의 마지막 고발
이브 엔슬러 지음, 김은령 옮김 / 심심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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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는 내내 속이 꽉 막히고, 다시는 읽고 싶지 않은 책이다.

 

친족 성폭력 생존자가 쓴 아버지의 사과 편지다. 가해자가 쓴 것이 아닌, 피해자가 쓴 것이다. 이렇게 사과를 받고 싶은데. 가해자는 31년 전에 죽었고, 끄끝내 사과하지 않았다.

 

그래서 직접 썼다. 아버지 당신이 이렇게라도 사과를 해라. 나는 사과를 받아야겠다. 라는 생각으로 썼지만, 너무 획기적이긴 하지만 이 생각조차도 너무 가슴이 아픈 상황이다.

 

줄거리는 아이스크림 회사를 운영하는 아버지와 전업주부 어머니에게서 태어났고 다섯 살 때부터 아버지에게 성폭력을 당했다. 십 대 이후로 아버지의 성적 학대는 중단되었지만 잔혹한 구타 행위와 존재 말살의 시도는 계속되었고, 평범한 일상을 빼앗긴 그는 청소년때부터 술에 의지했고 자살 충동도 여러 번. 대학생이 되고 대학원에 가서도 섹스와 술에 의존했으며, 돌파구를 찾아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은 스물넷이었다.

 

다섯 살 때부터 성폭행을 하고 폭력을 쓰고, 그것을 가스라이팅 해서 정신과 육체를 지배한 쓰레기보다 더 쓰레기 같은 실화다.

 

정말 차마 입에 담기도 힘든 행위다. 쓰레기도 최악의 쓰레기이고 이쯤이면 정신질환이 있다고 볼 수 있는 아버지와 그것을 묵인한 엄마, 그리고 빨리 이 시기가 지나가기만을 기다리는 가족, 이웃과 학교 역시 모르쇠. 정말 처참하고 외롭고 구역질이 나는 상황을 견디어 생존한 생존자 이브 엔슬러.

 

우리나라에 미투운동이 있었지만, 정말 너무 심한 상황이다.

 

p.27 친구를 해치기 위해 타지만 결국은 자신이 들이마시게 되는 독이 바로 분노란다

p.57 나와 네 엄마는 아이라는 존재를 그저 더 나은 생활을 위한 도구 정도로밖에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구나

 

웬만하면 그냥 안 적어놓으려고 했는데. 이것을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행한 주입. 이것이 아마 가스라이팅이지 않나 싶다. 쓰레기 XX

 

 

p.143 기억하는 것만큼 정말로 끔찍했니? 왜 다른 사람들은 이 일에 신경 쓰지 않았을까? 왜 다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던 거지? 너에게 무슨 문제가 있던 것은 아닐까? 왜 그 자리를 조용히 비켜 가지 않았니? 왜 너 자신에게만 신경을 썼던 거지? 너무 유난을 떤 건 아니야? 세상일은 원래 그런 것인데 말이야. 왜 안전한 새장을 흔들어 소리를 내고 둥지를 망쳐 놓았지? 상대는 너의 아버지인데. 네 아버지는 최선을 다했어. 이건 가족이 관련된 일이야. 너는 언제나 다루기 힘든 아이였지. 왜 받아들이지 못하니? 너는 언제나 잘난 척을 해야 했지.

 

 

다시 읽고 싶지 않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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