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모르는 것이 참 많다 - 2014-2018 황현산의 트위터
황현산 지음 / 난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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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현산 작가의 살아생전 글이다. 정확히는 2014년부터 2018년 그가 트위터에 남긴 글들을 엮은 아버지의 사망 1주기를 기념하기 위해 그의 아들이 낸 헌정 책이라 할 수 있다.

140자 제한된 글 속에서 그의 생각들을 볼 수 있다.
600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벽돌책이지만, 짧은 글의 연속이라 쭉쭉 넘어간다. 주옥같은 글은 35691549개가 넘지만, 간추려봐야겠다. 그래도 55개는 되는 것 같다.

분명, 이 글들이 그냥 없어지는 것은 아깝긴 하나, 책값이 너무 비싼 게 아닌지... 직접 쓰신 것도 아니고, 남아 있는 기록을 엮은 책인데.. 한 15,000원 정도면 되지 않을까 싶다. (어차피 살 사람은 나처럼 다 사겠지만..)

정리하면,
1. 오타가 많다. 그렇지만 잘 모르고 넘어가다가 본인이 실토하여 알게 된다.
2. 정치 이야기가 80%이다.
3. 그 당시 사회 이슈, 정치 이슈를 속 시원하게 이야기 한다.
4. 그래도 이름 뒤에 '씨'가 붙는 사람은 나름 존칭을 한 것이다.
5. 춘천 이야기가 나와 찾아보니 강원대 불문과 교수 시절이 있다.(반가움)
6. 글이 촌철살인이다.

p. 내가 살면서 제일 황당한 것은 어른이 되었다는 느낌을 가진 적이 없다는 것이다. 결혼하고 직업을 갖고 애를 낳아 키우면서도, 옛날 보았던 어른들처럼 나는 우람하지도 단단하지도 못하고 늘 허약할 뿐이었다. 그러다 갑자기 늙어버렸다. 준비만 하다가.

p. 오늘은 세월호 참사 1주기다. 1년 중에 애국가를 부르지 않고 태극기를 달지 않고, 나라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하는 날이 하루쯤 있어야 한다. 오늘을 그날로 정하는 것이 옳겠다.

p. 안 읽어도 다 안다는 사람, 나 같은 먹물들의 모든 것을 알파부터 오메가까지 간파했다는 사람을 마침내 블락했다. 나한테 토론을 제안했는데, 알파부터 오메가까지 알고 있는 사람과 어떻게 토론하겠는가. 그런 사람은 유령인데, 유령과 토론이 가능하겠는가.

p. 농담을 잘하려면 재능이 있어야 한다. 재능이 있다 해도, 친구에게 하는 농담과 낯모르는 사람에게 하는 농담, 지인들 앞에서 하는 농담과 대중 앞에서 하는 농담을 구별할 줄 알아야 한다. 실은 그 구별의 능력이 농담의 재능이기도 하다.

p. 동성애가 왜 인권이냐고 묻는 목사가 있다. 남에게 아무런 해도 끼치지 않는 사람에게, 저와 다르다는 이유 하나로, 제 나쁜 상상력으로 만든 형이상학적 죄를 둘러씌우고 핍박하는 것보다 더한 폭력이 어디 있으며, 더한 인권 침해가 어디 있겠는가.

p. <동사서독>에 이런 말이 있다. “가질 수는 없어도 잊지는 말아야 한다.” 세월호를 생각하면 “살릴 수는 없었어도 잊지는 말아야 한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한사코 세월호를 잊자고 한다. 살릴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p. 잔인함은 약한 자들에게서 나올 때가 많다. 세상에는 울면서 강하게 사는 자가 많다.

p. 남의 불행과 고통에 반드시 공감해야 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공감하지않는 것과 다른 사람의 공감을 위선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다른 것입니다.

p. 늙어서 좋은 점이라고 해야 하나. 젊었을 때 가진 물건이 눈에 보이지 않으면 잃어버렸거나 도둑맞은 것이다. 늙어서 물건이 보이지 않으면 어디에 곱게 놓아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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