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편의 소설들 속에서 사무라이 출신의 등장인물들은 앞서 언급한 바처럼, 새로운 시대에 적응하질 못합니다. 적응하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라, 적응이 되질 않는 거였죠. 이런 상황에서 과연 그들의 선택은 어떠한 것이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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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이란 말이다, 결코 왔던 길을 되돌아가서는 안 되는 거야."(p22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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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한 마디 속에 작가 아사다 지로가 내놓는 해답이 들어있지요. --- '자신(들)의 존재마저 부정하는'(p100) 메이지 유신이었었지만 그들은 유신에 저항하지 않습니다. 적응이 되지는 않았지만 끝내!!! 적응해내려고 무던히도 애를 쓰지요. 버틸 만큼 버티고 나면 끝내 흘리게 된다는 새빨간 피눈물까지를 흘려가며, '결코 왔던 길을 되돌아가서는 안 된다'라 생각하는 그들은 새로운 세상에 적응하려 했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목숨값으로 받아두었던 천 냥짜리 증서를 포기해야만 했었으며, 부모와 주군을 죽인 원수에 대한 복수마저도, 그리고 자신이 사무라이였었음을 마지막까지 상징해주었던 덧상투까지도 모두 버려가며, 사무라이들만이 뛰어넘지 못하고 있는 '시대의 울타리'(p180)을 뛰어 넘어, '사무라이의 시대 따위 잊어버리고 새 세상을 살'(p246)겠노라 노력했었던 겁니다. 바로 이 점!!!
그러니까 시대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을 비난해야 하느냐의 여부를 반드시! 잘라내 버리고 이 소설들을 읽어야 하며, 무엇이 선(善)이고 무엇이 악(惡)인가에 대한 판단마저도 내려놓고 이 소설들을 읽어야 한다라는 겁니다. --- '백성이 안심하게 살게 해주는 기구야말로 국가라고'(p112) 믿고 있었기에 사무라이들은 "우리의 목숨, 이 나라에 바치지 않겠나"(p77)라 외쳐댔었던 것이었다라 작가는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 사무라이의 국가는 그들에게 '세상의 변화'에 대해 설명해주지도 않았으며, 그들이 적응할 시간적 여유를 허락하지도 않았더랬지요. 바로!!! 이 환경, 즉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무라이들을 구태(舊態)라 탓할 것이 아니라, 변화 앞에 선 그들을 배려해주지 않았던 메이지 유신의 막무가내를 탓해야 한다는 것으로 전 이 여섯 편의 소설들을 읽었다라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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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가 공존하는 사회의 구성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이 사상 은 결코 서양의 이념과 대립하는 성격의 것이 아니다. 경애해 마지않는 메이지라는 시대에서 역사상의 커다란 실책을 찾아낸다면 나는 일본과 서양의 정신, 새것과 옛것의 이념을 철저히 대립함으로만 취급했다는 점을 들겠다. …… 근대 일본의 비극은 근대 일본인의 교만 그 자체였다.(p249)
그러한 배려 없는 상황 속에서도 어쨌든!!! --- 그들, 사무라이들은 예의 '도망치지도 되돌아가지도 않고, 최선을 다해 모든 걸 마무리'(p247)해내었습니다. 이 과정을 작가 아사다 지로는 '썩 멀지않은 옛날, 갑자기 눈앞을 막아선 근대의 울타리 앞에서 주저하고 당황하면서도 어쨌든 그것을 넘어섰던 사람들의 고생담'(p250)으로 표현하며, 위에 인용해 놓은 구절로 이 책을 마무리짓고 있지요. 말 그대로 반하지 않을 수가 없는, 한 발 더 나아가 영화 <라스트 사무라이>가 지니고 있는 한계를 정확하게 극복해내고 있는 문장이라 생각합니다.
이 책의 역자는 이 작품들을 번역하면서 한숨이 터졌고, '좋아도 한숨은 터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p254)라고 표현하고 있는데, 저 역시!!! 이 책을 읽어가다 역자와 동일한 이유로 (정말로!!!) 한숨을 쉴 수 밖에 없었던 부분들이 몇몇 있었었지요. 무사도(武士道)가 새로운 시대의 변화로 인해 사라져버려야만하게 되는 것을 가장 가슴 아프게 그려내고 있다라 생각되었던 <석류고갯길의 복수>라는 작품에 나오는, 두 부분을 인용해보는 것으로 이 감상문을 마치겠습니다. 이 구절들에서 왜! 좋아서 나오는 한숨이 있을 수 밖에 없었는지는 여러분이 직접!!! 이 작품들을 읽어보시면 자연스레 알게 되실 듯. --- 덕분에 다시 활기를 되찾은 듯한 저의 독서는 이렇게... 당연!!!한 순서로 작가 아사다 지로의 다른 작품, 「칼에 지다」로 가보겠습니다.
● 이 사내는 십삼 년 동안 원수를 찾았던 게 아니라는 사실을 나오키치는 깨달았다. 그는 함박눈이 내리는 사쿠라다 문 앞에 이제껏 우두커니 서 있었던 것이다. 걸음을 내딛지도 도망치지도 차라리 죽지도 못한 채, 히코네의 홍귤나무가 새겨진 가마 곁에 십삼 년을 서 있었던 것이다. 긴고의 손에서 놓여난 사바시 주베에는 눈길에 떨어진 핏빛 동백을 움켜쥐고 울었다. 자신도 그날부터 줄곧, 이 동백 울타리 밑에 앉아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p198)
● 어쩌다보니 오늘 하루는 종일 눈물에 젖어 흘러가버렸지만 아내에게만은 눈물을 보일 수 없어 긴고는 일어섰다. ……긴고는 도망치듯이 술집을 나와 진창이 된 네거리를 울면서 내달렸다.(p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