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네껜 아이들 푸른도서관 33
문영숙 지음 / 푸른책들 / 2009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예전에 회사 일로 만나게 되었던 조선족 한 분이 있었습니다. 한국과 일본의 무역회사에서 일하시다가 중국에서 자신의 회사를 경영하고 있는 분이었었죠. 경상남도 어딘가에 사셨었다는 그 분의 할아버지가 중국으로 가신 이후, 그 분은 그렇게 '조선족'이 되어버린거였다시더군요. 그 분이 말씀하시길... '조선족'이란 단어는 중국 한족들이 자신들에게나 쓰는 말이지, 왜 한국사람들까지도 자신들을 조선족이라 부르는지 도대체 알 수가 없다셨었죠. 생각해보면니 미국이나 일본에 사는 한국 사람들에게는 '재미교포'나 '재일교포'란 단어를 쓰면서 유독 중국에 사는 한국사람들을 향해서는 '조선족'이라는 단어를 우리는 쓰고 있더군요. 우리는... 과연 그들 '조선족'을 우리와 같은 한국사람이라 생각하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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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친왕의 일대기를 읽으며 힘없는 나라의 서글픔은 지배계층도 피해갈 수 없었다라는 걸 배웠었다라면, 그 '힘없음의 서글픔'이란 사실 일반 민초들에게 더더욱 가혹했었다라는 걸 이 책 「에네껜 아이들」을 통해 볼 수 있었습니다. 1905년 4월 1,033명의 조선인들이 화물선 '일포드 호'에 실려 머나먼 땅 멕시코로 건너가게 됩니다. 1,033명의 조선인들 모두 제각기의 이유로 조선 땅을 떠났고, 또한 나름의 꿈을 가득 안은 멕시코행 이었습니다만, 그들을 기다리고 있던 건 다름아닌 노예시장과 그렇게 팔려간 농장에서의 가혹한 노동과 채찍질이었지요.

 

멕시코로 이민 간 사람들은 자신이 원해서 이민을 택한 이민자들과는 확연히 다른 사람들이었다. 바로 영국인 중개업자 마이어스와 일본인 다시노 가니찌에게 완전히 사기 이민을 당한 사람들이었다. 계약노동을 주선한 이들은 비밀협정을 맺고 이민자들이 분홍빛 환상을 가지도록 이민자 모집 과정에서부터 거짓 선전을 했다. 거짓 선전에 속아 계약서에 서명한 사람들은 대부분은 모국어조차도 글로 쓰지 못하는 문맹인이었기 때문에 계약서에 무엇이 적혀 있는지도 제대로 알지 못했다.

 

당시 대한제국 정부는 이들의 사기 음모를 전혀 눈치채지 못한 채 그들을 낯선 땅으로 떠나 보냈고, 그들이 돌아오려고 했을 때는 이미 국권을 일본에게 빼앗긴 뒤였다. 그들은 멕시코에 버려지고 만 것이었다. 멕시코에 도착한 이민자들은 낯선 나라의 환경과 생활과 문화에 적응할 시간도 없이 고된 노동에만 시달려야 했다. …… 결국 그들은 순수 이민자들이 아니라 노예로 팔려 가서 기민(棄民)이 된 기막힌 디아스포라였다.

- <작가의 말> 중

  

소설은 4년간의 계약기간동안 조선인들이 서로를 도와가며 온갖 시련을 결국 이겨내고, 농장에서 풀려나 다시 조선으로 돌아갈 뱃삯 마련을 위해 사탕농장에서 일을 하지만, 결국 조선이 멸망했다는 소식을 듣게되고, 이후 자신들만의 힘으로 멕시코에 조선인 학교를 세운다라는 지극히 '전형적인 스토리의 이민사'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러나!!!

 

이 '전형적인 스토리의 이민사'는... 이것이 실제 오래전이지도 않은 우리의 선조들이 겪어야 했던 역사적 사실이었었으며, 그들이 그러한 삶을 살았어야 했던 이유는 오로지 그들이 '힘없는 나라'의 백성이었기 때문이었다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기쁨이 기쁨으로, 슬픔이 슬픔으로 느껴지지 않는 감정 이전의 상태. 그것은 스스로의 의지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그저 살아지는 대로 사는 체념의 모습"으로 살아갔던 그들 멕시코의 조선인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선의 독립을 위해 갈구하며, 자신들을 먼 이국 땅으로 보냈던 그 조선으로 다시 돌아가길 꿈꾸었지요. 도대체... '나라'라는 게 무엇이기에 그들은 떠날 때의 마음과 달리 자신들의 나라, 조선으로 되돌아가고가 했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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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선조들의 가슴아픈 이야기를 읽고 나니, '이 나라가 나를 위해 해준 게 뭐 있다고!'의 푸념을... 과연 이 시대의 우리가 해도 되는걸까, 그럴 자격이나 있나?하는 생각이 문득 듭니다. 내가 살고 있는 이 '대한민국이란 나라'의 소중함, 그리고 그 대한민국의 역사는 대체 어디까지 아픈 건지... 에 대한 다시한번 더!의 확인이었다고나 할까요?

 

 

 

★ More "Food for Thought"  

- 김을한 著, 「조선의 마지막 황태자 영친왕 : 나라 잃은 왕실의 후손의 인생은 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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