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목표를 달성하는 방식 OKR
크리스티나 워드케 지음, 박수성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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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도, 장래를 위한 준비를 하는 일 개인도, 그리고 물론 회사에서의 특정 업무를 처리하려는/해야하는 그 모두도, 본인이 세운/본인에게 주어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계획'을 세워놓고 그 계획에 따라 목표 달성을 위한 절차를 밟아가곤 하지요. 허나 (아마도 모두가 알고 있으며 인정하는 가장 큰) 문제는, --- 계획이 없어서가 아니라, 그 계획을 제대로 실행하지 못한다라는 데 있다라는 것이 아닐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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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본의 제목은「구글이 목표를 달성하는 방식 OKR」로 되어 있습니다만1(이 책의 저자가 구글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건 아니고) 그저 이 책에서 제시하고 있는 OKR이란 업무 처리 프로세스를 구글에서도 채택하고 있다라는 의미 정도로 이해하면 될 것 같습니다. 서점에 가보니 '구글'로 시작하는 제목의 책들이 어마무시하더군요. 도요타가 그러했었듯, 구글 또한 단순히 서비스만 판매하는 기업으로 인식되는 건 아닌 듯. 암튼!


OKR은 인텔에서 고안되어 구글, 징가, 링크드인, 제너럴어셈블리 같은 조직에서 빠르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촉진시키기 위해 사용하는 하나의 시스템이다. O는 목표를 뜻하는 Objective, KR은 핵심 결과지표를 뜻하는 Key Results를 나타낸다. 목표는 당신이 실행하고 싶은 일(예를 들면 '끝내주는 게임을 내놓자!'등), 핵심 결과지표는 당신이 목표를 달성했는지를 알 수 있는 척도다.('일일 다운로드 건수 2만 5천건', '일수옥 5만달러' 등) (p11)


지극히 단순한 예를 들자면, '독수리 대학 경제학과에 진학하자!'라는 목표를 세운 고딩께서, 그 목표를 이루어 나가는 본인의 하루하루 노력을 평가함에 있어 오늘은 '수학의 정석 중 몇 페이지부터 몇 페이지까지 완벽하게 풀고 이해한다'라는 등의 수치로 표현될 수 있는 세부 목표를 세우고 이를 실행해 옮긴다, 정도로 이해하면 될 것 같습니다. 


OKR은 목표와 핵심지표를 나타낸다. 목표는 질적인 측면이고, 핵심 결과지표는 (주로 세 가지) 양적 측면이다. … 보통 한 분기에 하나의 목표를 세우며, 핵심 결과지표를 통해 그 기간이 끝날 즈음 목표를 이뤘는지 확인한다. …… 핵심 결과지표는 영감을 주는 모든 목표들을 구체적인 수치로 나타낸다. 핵심 결과지표를 정할 때는 간단한 질문을 하나 던져 보면 된다. '우리가 목표를 달성했는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pp165~167) 


이처럼 목표를 설정함에 있어, 실패에 대한 두려움으로 그 목표의 수준을 너무 낮게 잡는다면 그 또한 옳은 방향이 아니라는 점을 지적해주고 있습니다. (사실 우리 모두 알고 있듯) 회사의 영업부가 별다른 노력 없이도 혹은 아주 조금만 노력하면 달성 가능한 수준의 매출 목표를 설정해 놓고 그것을 달성하였다 하여, 회사가 그들에게 그에 대한 보상을 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듯, 


목표들은 수월한 것과 어려운 것들로 나뉘는 게 아니에요. 그것들은 모두 도전적이고 어려운 목표들이어야 해요. 목표들을 달성하기가 어려워야 하죠. 불가능한 것은 아니고 그냥 어려운 정도요. 불가능한 목표들은 절망감을 주거든요. 어려운 목표들은 사기를 북돋고요.(pp113~114)


이 책이 제시하고 있는 OKR이라는 방식이 특정 목표의 100% 달성을 보장하는 마법의 도구라 소개되고 있지는 않습니다. 물론, 많은 경우에 있어 OKR이 이제까지 성취하지 못했던 일을 성취하는 것에 커다란 도움이 된다라고는 합니다만, 이 책에 말하고 있는 OKR의 핵심은 바로, 


어쩌면 우리는 OKR을 달성하지 못할지도 모르지만, 그렇다면 그건 우리가 집중하는 데 문제가 있다는 점을 알려주는 거지.(p132) …… OKR의 핵심은 목표에 도달하는 것이 아니라 당신이 진짜 할 수 있는 일을 알게 되는 것이다. 실패는 그 목표가 도전적이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긍정적인 지표다.(p174)


​결과의 달성 여부 또한 회사 뿐만 아니라 개인의 일상적 삶에서도 매우 중요한 측면이긴 하나, 우리의 직장 생활과 삶이란 게 단판 승부를 결과지어지는 것이 아닐진데, 실패라는 해당 stage의 결과를 받아들고 자책/포기하는 것이 아닌, 그러한 결과를 받아들게 된 본인의 과거에 어떠한 문제가 있었는지를 알아내고 다음 stage에서는 '적어도' 동일한 과오는 행하지 않도록 집중하는 것, --- 이것이 OKR의 핵심이라 이해 됩니다. 


분기가 절반가량 지나고 나서 OKR을 변경하려고 하지 마라. 만일 OKR을 잘못 세웠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면 그냥 받아들이고 실패하든가 아니면 전부 달성해버려라. 그리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다음번에는 OKR을 제대로 세우려고 노력하라. 처음부터 완벽하게 OKR을 세우는 팀은 없다. OKR을 변경하면 집중도가 떨어진다. 팀이 계속 집중하게 하는 것이 OKR의 가장 중요한 핵심이다.(p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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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와 2부로 구성되어 있는 이 책의 1부에서는 스타트-업 기업의 좌충우돌스런 성장기를 통해 OKR이 그들을 어떻게 변화시켰는가를 보여주는 소설의 외형을 띠고 있으며, 2부에 가서 본격적인 OKR에 대한 이론적 배경(?) 등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 번역본의 제목에 원서에는 없는 '구글'이라는 회사의 이름이 들어가게 된 이유가, 이 OKR이 유명해지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바로 구글이 이를 도입하여 '지난 20 년간 세계에서 가장 효율적으로 일한다'라는 평가를 받아왔기2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또한 이 책의 저자가 언급하고 있는 기업들 모두가 일종의 스타트-업으로 성공한 기업들인 점을 보자면, 


​"설계자가 말한 대로, 상사에게 지시받은 대로만 '일'하는 것은 '일을 처리하고 있는 것'일뿐 거기에는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없다. '일' 하나하나에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진정한 '일'인 것이다."


- 호리키리 도시오,「도요타의 원가」중 p193, 한국경제신문, 2017.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며, 거기에 '노력'이 더해져야만이 진정한 '일꾼'이 되는 것이라란, 사뭇 잔인한 자본의 요구가 그리 낯설지 않는 전통 제조업 종사자들에게는 이 OKR이란 것이 (저에게 그러하듯) 또 하나의 '그림 속 떡'으로 비추어질 수도 있다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이 CEO거나 어떤 일의 책임자라면 회사에서 뭔가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세계의 유수한 기업들조차 반드시 실행되어야 할 일들이 실행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왜 그럴까? 정말로 중요하다면 왜 실행되지 못할까? 거기에는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 이유가 있다.(p153)

1. 목표들의 우선순위를 정하지 않았다.
2. 철저하고 집요하게 소통하지 않았다.
3. 일을 완수하기 위한 계획이 없다.
4. 중요한 것을 위해 시간을 할애하지 않았다.
5. 재도전하지 않고 포기한다. 

저의 지난 실패의 과정을 떠올려볼 때, 또한 후회스러운 어제를 되돌아보는 오늘 --- 위 다섯 가지 이유 중에 (굴뚝에서만 지내왔었으며 지금도 굴뚝에 속해 있는, 짧든 길든) 저의 지난 과거와 관계 없다라 말할 수 있는 부분이 단 한 개도 없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일단 반드시 달성해야 할 한 가지 목표가 무엇인지 알고 나면 대부분 사람들은 의지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그냥 해치우자! 이런 식이다. 그러나 이런 방식은 틀렸다. … 의지는 한정된 자원이다.(p156)

스스로조차 '강한 의지의 소유자'라 자신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나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며 나의 의지만 있으면 어찌하여서든 이루어낼 수 있으리라 자신했었던 무모한 과거와 현재를 반성하게 되었고, 

당신이 해야할 일을 하는 것이 일리가 있다고 느껴지도록 해주고, 몹시 피곤할 때조차 당신을 제대로 잡아주는 절차가 필요하다. 그 절차는 당신이 그것을 하고 싶지 않은 기분일 때도 당신에게 무엇을 해야 할지 상기시킨다.(p157)

너무도 당연하게, 지금의 제 모습을 만들어 준 총합으로서의 '제 과거' 속에는 스스로를 강제할 만한 그 어떤 기제도 존재하지 않았었다라는 (저의 지난 과거를 뒤바꿀 수 없다는 의미에서) 뒤늦은 아쉬움을 가져보게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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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들 사이에 능력의 차이는 있어봤지 고작 5배 정도다. 하지만 의식의 차이는 100배까지도 벌어진다. 능력을 연마해서 향상시키기는 어렵지만, 의식은 연마하면 할수록 얼마든지 높일 수 있다. 그러므로 강한 기업으로 키우고 싶다면 직원들의 의식을 갈고닦아라.(p36) … 조직 개혁 또는 체질 개혁은 궁극적으로 사람의 개혁, 즉 사람의 마음가짐을 개혁하는 일이다."(p151)

- 가와카쓰 노리아키,「일본전사의 독한 경영수업」중, 더퀘스트, 2018.

앞서 읽었던「일본전산의 독한 경영수업」이 '일에 임하는 의식'에 중점을 두고 있었다면, 이 책은 OKR은 그러한 의식을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종의 도구를 소개하고 있다라 생각합니다. '일본전산'으로 표현되는 전통적 제조업의 마인드가, 스스로의 의식/다짐 등에 좀 더 강조점을 두고 있다면, 

"세상에는 어려운 일이 분명히 존재하지만, 대부분 죽을 힘을 다해 애쓰면 어떻게든 할 수 있다. 이것이 내가 일본전사에서 보고, 듣고, 직접 겪으면서 얻은 값진 교훈이다."


- 가와카스 노리아키, 위의 책 p170.


"'불가능은 없다'는 것은 '무엇이든 다 만들어낼 수 있다'는 의미가 아니다. '무엇인가 꼭 해야 하는 것을 절대 포기하지 않고, 할 수 있는 방법을 계속 찾아내 해결하는 것'을 의미한다."

- 김성호,「일본전산 이야기」중 p72, 쌤앤파커스, 2009.

'구글'로 대표되는 기술기반 서비스 업체의 강조는 그와 같은 다짐을 현실에서 이루어낼 수 있도록 해주는 process에 조금 더한 강조를 하고 있다는 --- 허나 결과적으로 보자면, 그 본질에서는 별반 차이가 없는 내용이라는 것이지요. 

가장 흔한 실패는 후속 조치를 하지 않는 것이다. 많은 회사들이 OKR을 세우기만 하고 그 분기의 남은 시간 동안 그것을 무시하는 경우가 흔하다. 그리고 분기의 마지막 주에 이르면 아무것도 해내지 못한 상황에 경악한다. 하지만 성공하는 회사들은 모두 똑같은 특징을 지닌다. 그들은 다시 시도한다. 성공을 향한 유일한 희망은 재도전이다. 맹목적으로 똑같은 일을 반복하라는 말이 아니다. 그건 무모한 짓이다. 어떤 방식이 효과가 있는지, 어떤 방식이 그렇지 않은지를 면밀히 검토하고, 효과가 없는 일은 덜 하고 효과가 있는 일을 더 많이 한다. 성공의 핵심은 학습이다.(pp159~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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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나쁘게 보려해도,「일본전사의 독한 경영수업」과「구글이 목표를 달성하는 방식 OKR」, 이 두 권의 책들이 노동에 대한 자본의 착취를 이야기하는 것이라는 혹시 모를 주장을 인정할 수 없습니다. 그저 떠오르는 제 평가는 두 책 모두 그 관점이 약간 다를 뿐, 모두 '올바른 방법론'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라 할 수 있겠네요. --- 인도의 어느 시골 동네에 가야하는 일이 저에게 주어졌다 칩시다. 집에서부터 떠나 인도의 첨 들어보는 어느 시골 동네를 과연 어떻게 갈 것인가만을 생각하자면 난감하기 그지 없겠죠. 이 때,

"일단 인도의 델리라도 먼저 가라. 가서 그 시골 동네까지 갈 수 있는 그 다음 방법을 찾아봐라. 인터넷으로 조사되지 않았던 수많은 방법들이 분명 존재할 것이다." --- 대기업의 최고위직을 지낸 분께서 제게 해주셨던 말씀으로, 작은 일에도, 또한 장기간의 프로젝트에 임할 때에도, 시작부터 모든 것을 다 계획하고, 그 계획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가능한 모든 예외적 상황들에 대한 대비까지를 마련하는 것이 일의 올바른 순서라 생각했었던, 그러나 모든 현실에서 그렇게 해내지 못함을 자책하고 있던 저에게, 적잖은 소름을 안겨주었던 조언이었더랬습니다. 

제가 틀렸고, 그 분이 옳다라는 게 아닌, 제가 알고 있었던 소위 '세상의 전부'라는 것이 정녕 '세상의 전부'가 아니었다라는, 이 세상에는 제가 상정하는 '전부' 이외에도 너무나 많은 '다른 전부'가 존재한다라는 걸 배웠다라는 점에서 여전히 제 맘 속에 간직되고 있는 조언입니다. 그와 비슷하게, 

이 책「구글이 목표를 달성하는 방식 OKR」이 소개하고 있는 내용 또한, 얼핏 보면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들 같으나, 실제 저의 생활 속에서는 '당연하지 못한 것'들이었다라는 걸 깨달을 수 있었던, 애초의 기대보다 훨씬 더 유익한 독서였었습니다. 


※ 조금씩 다른 각도에서, 유사한 내용을 담고 있(다라 생각되)는 책들 : 
  



  1. 이 책의 원제는 "Radical Focus : Achieving Your Most Important Goals with Objectives and Key Results" 입니다. 이 때의 'radical'은 내용상 'complete or extreme'의 의미로 해석되어야할 듯.
  2. "'무엇'과 '어떻게'를 공유하는 구글 병기 'OKR'" - TTimes, 2019.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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