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 수립의 신 - 경영에서 마케팅까지
박경수 지음 / 더난출판사 / 2016년 10월
평점 :
품절




​"경영 전략의 핵심은 우선 자신의 역량을 기초로 주어진 환경에서 가장 적합한 전략을 선택하는 것이다. … 경영 전략의 본질은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는 게 아니다. 복잡하게만 보이는 경영 현상을 쉽게 파악해 가장 적절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게 핵심이다."


- 문휘창, "전략의 기본은 무엇인가?", DBR October 2009, Vol. 42.


제가 읽은 첫 번째 경영 전략에 관한 책이었던 레오나드 셔먼의「개싸움판에서는 고양이가 돼라」를 (그 개싸움판같은 번역에도 불구하고) 참으로 흥미롭게 읽었었습니다. 허나, '경영 전략'이라는 학문 분야, 크게는 '경영학'이라는 학문에 대한 기본적 지식이 없는 상황이다 보니 그 책을 완벽하게 이해했다라고 말할 자신은 없더군요. 그렇게 뭔가 경영학에 대한 최소한의 지식은 갖추고 싶다란 바람()이 생겨났고, 곧이어 읽었던「프라이싱 전략」을 통해서는, 그러한 바람이 그저 지적 욕심에서 그쳐서는 안되겠다라는 걸 깨닫게 되었었죠. 그래서 선택한 책이 바로 --- (제목은 좀 껄끄러운) 이 책,「전략 수립의 신」이었습니다. 


이 책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전략가다운 면모를 잘 드러낼 수 있도록 전략의 이론과 실무적인 수립 방법을 다루고 있다. (p6)


곱셈과 나눗셈을 할 줄 안다 하여, 모두가 다 미분과 적분을 자유자재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듯, "전략이 무엇인지 알았다고 해서 전략을 잘 수립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p18)라고는 하지만, 일단 곱셈과 나눗셈에 대한 지식을 갖추고 나야 미분과 적분의 원리를 적어도 이해는 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경영 전략'이란 것이 뭔지는 알아야, 그 후에 밥을 짓듯 죽을 쑤든 할 수 있을테니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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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대학교의 마이클 포터 교수는 전략을 '차별화된 활동을 통해 독특하고 가치 있는 포지션의 창출'이라고 정의한다. … 경영사가인 알프레드 챈들러는 '기업의 장기적 목표 및 목적을 정하고, 그에 필요한 행동을 선정하고, 목표 달성에 필요한 자원을 분배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종합해보면, 전략은 경쟁우위를 획득하기 위한 차별화된 활동과 포지셔닝, 그리고 이를 위한 효율적 자원 배분이라고 할 수 있다. (pp 17~18)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을 것이다(知彼知己, 百戰不殆)"1란 손자의 가르침은, '적'의 개념을 경쟁기업으로 설정하든, 혹은 고객으로 설정하든지에 상관없이2, 현대의 기업들에게도 여전히 적용되는 전략의 시발점으로 남아 있습니다. 이 책의 저자 역시, '외부환경 분석 - 내부역량 분석 - 방향 설정 및 전략 수립''이라는 순서로 '적을 알고 나를 알아가는 과정'의 경영학적 설명해주고 있지요. 


이 책을 통해 독자는, '외부환경 분석'은 다시 '거시환경분석'3과 '미시환경분석'으로 나뉘어질 수 있으며, 'PEST'4는 거시환경분석을 위한 도구라는 것을, '5 Forces Model'5은 미시환경분석을 위한 도구라는 지식을 '배우게' 됩니다. 이는「지금 당장 경영전략 공부하라」와 같은 책에서도 '읽을' 수 있는 내용입니다만 --- 단순한 모델의 나열이 아닌, 각 모델이 어떠한 필요성에 의해 사용되어지는가에 대한 '유기적 연결'에 대한 부분을 명확하게 알려주고 있다라는 점이, 이 책이 지닌 유용함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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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전국시대 … 이 시대를 관통한 단 하나의 표어는 '생존'이었다. … 어떻게 해야 살아남을 것인가의 문제는 공론의 화두였다."


- 손자,「손자병법」중 p5, 휴머니스트, 2016.


국가의 생존을 위해「손자병법」이 쓰여졌던 것과 같은 이유로, 이 책의 저자 또한 "전략의 본질은 … 궁극적으로는 한 기업이 어떻게 사업을 영속성 있게 유지하느냐다"(p27)란 말로 현대 기업에게 경영전략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 '전략'이란 것은 결코 정적인 것이 아니며, 전략에도 "변화와 적응"(p55)이 필요함이 어쩌면, 전략 수립 그 자체보다 훨씬 더 중요할 수도 있다라는 점6 또한 강조하고 있기도 하지요. 


하나의 생명체로서의 전략은 끊임없이 진화해야 한다. … 끊임없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그 적응 속에서 전략은 의미를 갖는다. (p232)


그러나! --- 상황에 맞는 전략의 적용, 또는 우리 회사의 전략을 수립하고 현실에서 적용할 때엔 예의 "적을 알고 나를 알면(知彼知己)"이란 옛 경구를 여전히 잊어서는 안된다는 다음과 같은 실례에서처럼, 


"​현대자동차는 미국에서 아시아 금융위기 직후에 10년간 또는 10만 마일까지 워런티를 보장했고 이것으로 미국 소비자들에게 크게 어필했다. 이 전략이 현대자동차에 엄청난 혜택을 준 이유는 그 당시까지만 해도 미국 사람들은 현대자동차를 크게 신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10만 마일까지 워런티를 보장할 정도로 자신이 있다면 밑져야 본전이니 한번 사보자'라는 생각이 들게 했다. 하지만 도요타는 똑같은 전략을 구사할 수 없었다. 미국 소비자들은 이미 도요타는 품질에 큰 문제가 없는 좋은 차로 인식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워런티 기간을 틀린다는 것은 오히려 구매자들에게 '도요타에 무슨 문제가 생겼나'하는 의구심을 갖게 하는 것이다."


- 이승현, "현대차의 10년 보장은 품질자신감! 도요타가 했다면 위험시그널?", DBR March 2013, Vol.124.


미분과 적분을 할 수 있기 위해선 곱셈과 나눗셈에 대한 지식이 반드시 필요하나, 곱셉과 나눗셈에 대한 지식을 완벽하게 습득하였다는 것이 곧바로 미분과 적분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었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듯, 이 한 권의 책이 알려주고 있는 전략 이론들을 완벽하게 습득하였다 하여, 그것이 곧 나를 '전략 수립의 신'으로 만들어주지는 않으리란 것쯤은 모두가 다 알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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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시절, 경쟁사들이 모두 움츠리고 있었을 때 오히려 공격적인 영업을 펼쳐 커다란 성장을 이루어낸 회사에게 '역발상의 성공'이란 찬사를 보낼 수 있는 것은, 그 기업이 결국 성공했기 때문인 것이죠. 그 당시에 똑같이 공격적인 영업을 펼쳤으나 실패를 맛보아야 했던 기업들에게는 '무리한 확장'이나 '미숙한 경영자'란 비난이 쏟아질 뿐입니다. 이처럼 --- 과거의 경영 사례에 대한 분석은 어쩔 수 없이, '병 나음 받은 신자의 간증'과 같은 결과론적 평이 될 수 밖에 없다라 생각합니다. 허나, 

우리가 가장 위협적인 존재라고 생각했던 경쟁자가 사라졌다고 해서, 시장 자체가 블루오션 같은 멋진 신세계가 다시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p244)

병 나음 받은 신자는 최소한 그와 같은 병 나음을 받기 위해 신에게 간절히 기도라도 했었듯, 성공이나 실패라는 사후적인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 역시 우리 스스로이기에 --- 멋진 신세계가 저절로 다시 만들어지지는 않을 수 있다 하여도, 나의 생존을 위한 미래의 전략7은 어쨌든 반드시 필요하겠지요. 허나, 

"전략은 곧 실행"(p203)이란 저자의 강조처럼, 제 아무리 치밀하게 계획되어 수립된 전략일지라도 그것을 효과적으로 실행되지 않는다면 결국에는 모든 게 다 허사가 되어버리고 만다는 점 또한 간과하지 말아야 합니다. 신께서 나에게, 로또 1등 당첨의 행운을 선물하려 하셨어도, 정작 제가 로또를 구입하지 않으면 신의 선물은 결국 제게 주어지지 못하듯 말입니다.  

"좋은 정책을 만들어 놓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정책이 효과가 있으려면 제대로 실행이 되도록 관리해야 한다."

토마스 T. 네이글 · 존 E. 호건 · 송기홍,「프라이싱 전략」중 p257, 거름, 2006.


 ※ 읽어 본, '경영 전략'에 관한 책들 :개싸움판에서는 고양이가 돼라」,「프라이싱 전략




  1. 손자,「손자병법」중 p94, 휴머니스트, 2016.
  2. "여기서 적을 경영적으로 해석하면 경쟁기업으로 볼 수도 있지만 사실을 소비자로 파악할 때 더 중요한 시사점을 찾을 수 있다. 비즈니스에서는 소비자가 기업이 제공한 제품이나 서비스의 좋고 나쁨을 판단해 구매 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에 소비자가 최후의 심판권을 가지게 된다. 기업이 아무리 새로운 경쟁자보다 좋은 제품을 만들어 내더라도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이 아니라면 결국은 실패하게 된다. 전쟁에서 적을 아는 것이 승리를 위한 전제조건이라면 경영에서는 소비자를 아는 것이 필수적이다." - 문휘창, "제로섬 전쟁 VS 윈윈경영, 창조적 통찰의 효용은 같다.", DBR July 2012, No.109
    이 책의 저자 또한 손자의 구절에 등장하는 '적'의 개념을 명백하게 고객으로 설정하고 있습니다. --- "모든 전략의 핵심은 고객이다. 고객이 원하는 것, 구매한 것, 실제 구매한 고객이 누구인지를 아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p133)
  3. "전략을 수립한다고 할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 환경분석은 전략 수립의 기본이다. 환경에 대한 이해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전략이 방향성을 잃기 때문이다. 이러한 환경분석의 첫 단계가 바로 거시환경분석이다." (p87)
  4. "PEST는 Political, Economical, Social, Technological의 약자다." (p87)
  5. "산업구조분석은 시장의 판을 확인하는 방법이다. … 시장의 판을 파악하기 위해 보통 5가지 측면에서 산업 내 요인들을 검토한다. 크게 2가지 관점에서 볼 수 있는데, 하나는 현재 영위하고 있는 산업 내부 관점에서 산업 내 경쟁강도, 공급자 교섭력, 구매자 교섭력에 대한 검토이다. 다른 하나는 신규 진입자의 위협, 대체재의 위협 등 현재 영위하고 있는 산업의 외부 관점이다. 산업에 영향을 미치는 이 5가지 요인에 대한 분석을 우리는 5 Forces라고 한다. 5 Forces 분석은 … 산업의 구조분석을 통해 산업에서 어떻게 경쟁할 것인지를 판단하기 위한 도구이다." (pp 93~94)
  6. "한 기업이 쇠락의 길을 걷는 이유 중 하나는 역량이 없어서도 아니고 경영자가 똑똑하지 않아서도 아니다. 환경이 변했음에도 그 환경에 맞는 전략적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p21) …… "몰락한 기업들이 전략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단지 상황에 맞는 전략이 미흡했을 뿐이다."(p247)
  7. "전투는 죽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니다.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으니까 전투를 하는 것이다. 죽고 싶지 않아 남을 베는 것이다. … 남의 칼에 죽지 않기 위한 방법은 단 한 가지, 내가 죽기 전에 죽이는 것뿐이다. 이제는 그 길 밖에 없다." --- 아사다 지로,「칼에 지다 (상권)」중 p236 & p312, 북하우스,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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