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컴, 삼바
델핀 쿨랭 지음, 이상해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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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세계 다른 나라 여행을 간다면  꼭 가보고 싶은 나라가 어디냐 묻는다면 나는 주저 없이 '프랑스'라고 답할 것이다.
나의 이미지 속 '프랑스'는  자유, 평등, 박애의 나라... 문화, 예술을 누구나 향유하며 누릴 수 있는 나라니까.

여기 나와 같은 이미지의 프랑스를 꿈꾸며 프랑스로 건너온 사내가 있다.


《웰컴, 삼바》라는 제목이 들게 하는 느낌과 책의 내용은 정말 다르다.
흥에 겨워 삼바춤이라도 덩실 춰질것 같은 느낌의  제목...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이 소설의 주인공 '삼바'는 그 어느 곳에서도 환영을 받지 못한다.


아프리카 말리 청년  '삼바 시세도'는 고난을 겪어가며 에스파냐를 거쳐 그가 그렇게 꿈에 그리던 프랑스 파리에 도착한다. 그러나 그를 반가이 맞이 할것 같던 프랑스에선  그가 겪을 힘겨운 삶만이 기다리고 있었다.

희망에 들떠 삼촌 '라무나'를 찾아갔으나 그역시 곰팡이와 습기로 눅눅한 지하방에 거주하며 식당 종업원으로 살고 있다. '삼바'는 삼촌과 함께 거주하며 막노동판을 전전해 가며 10년을  버틴다.
그리고 자신의 체류증이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자발적으로 파리 경찰청을 찾게 되고, 거기서부터  그의 꿈도, 생활도 깨지고 만다.
뭔가 착오가 있을거라 외치는 그를  경관들은  즉석에서 체포해 벵센 유치소로 끌고 가고, 그곳에서 부당한 대우와 처지에 놓이게 된다.

" 유치소에 억류된 사람에게는, 도무지 거부할 방도가 없는 <자발적 귀환> 을 받아들일 권리만 있었다. 이경우 <자발적인> 이라는 낱말은 도대체 뭘 뜻하는 것일까? 그들이 지금 <자발적인> 이라는 낱말의 의미를 바꾸고 있는 것일까?"  -  p. 48

'삼바'는 강제 추방은 면하게 되지만 자기 돈을 들여서라도 고향으로 돌아가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된다. 그러나 그는 그렇게 고향으로 돌아가기 싫었다. 그래서 유령처럼 삶을 살기로 한다.
삼촌의 체류증을 빌려 '라무나 소우'가 되어 일거리를 얻어 생활을 하나 이 역시도 오래가지 못한다. 이 사건으로 삼촌마저 일자리를 잃게 되고 그들의 삶은 비참하다못해 더 비참한 삶의 바닥까지 가게된다.
그래서 그는 훔친 체류증으로 '모디보 디알로'도 되고,  마지막엔 '조나스 빌롬보'가 된다.

" 살 권리를 저렇게 거부하니, 우린 존재하기 위해 이름가지 나눠 써야 돼! 너는 아버지가 지어 준 이름을 부인해야 하고. 이 나라는 우릴 우롱하고 있어."  -  p.242


그와중에 벵센 유치소에서 만나 그곳에 남게된  '조나스' 의 연인  '그라시외즈'의 행방을 우연히 알게된 '삼바'는 '조나스'에게 한 약속을 지키기위해 그녀를 찾아가게 되고, 결국에는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그러나 이후 '조나스'는 석방되고 체류증도 획득하게 되어 '삼바'에게는 고통을 안겨주었고, 자신의 연인과 '삼바' 사이를 의심한 '조나스'는 '삼바'와의 실랑이 끝에 사고로 죽게 된다. 그리고 '삼바'는 '조나스'가 된다.

" 그는 지평을 향해 똑바로 나아간다. 그 주변의 풍경은 한계가 없다. 그는 늘 달아나는, 모든 것에 대항해, 무엇보다 미리 그어진 운명에 대항해 일어서는 수직의 실루엣이다. 환한 빛 속에서, 한층 여유로워진 눈길로, 그는 자유로운 인간들의 미래를 위해 태양처럼 고집스럽게 장애물들을 넘는다. 그는 운명을 지배하고, 우연에 맞선다."  - p. 344

"너는 걷는다.
너의 이름은 조나스 빌롬보다. 널 괴롭히는 이미지를 내려 놓을 성소를 찾지 못하는 한, 너는 계속 걸을 것이다. "    - p. 344



마지막 장을 덮은 후,
'삼바'가 오랜 고생과 치열한 견딤과 분투 끝에 마지막엔 강제추방의 위기에서 벗어남이 다행이라는 생각도 잠시 들었으나, 다른 이름으로 새로이 시작할 주인공의 삶이 결코 희망적이게 느껴지거나  달갑게 느껴지지만은 않는다.
그럼에도 계속 앞을 향해 걸어가는, 아니 걸을 수 밖에 없을 표지 그림의 삼바의 그 두발이 애처롭다.


소설에서 보여지는 프랑스에서의 이주민들의 삶은 비참하다.
그들을 받아 주는 것 처럼 보였으나 결국에는  그들이 그곳에서 존재함을 그것을 증명할 수 있는 공식적 기록, 서류가 없다는 이유로 체류증을 얻지 못하고, 망명자 신분을 얻지못하고 추방을 당한다.
더한 것은 그들은 한두 달이 아닌, 10년, 15년 씩 거주하며 일하고, 세금을 내며 사적인 일상을 영위하였음에도 그들은 불신 당하며 오히려 거짓으로 내몰리고 가난으로 내몰리게 된다.

프랑스에서 그들은  대외적으로는 불법 체류인들이고, 한편으론  쓰기 편하고, 저렴하고, 풍부한 노동력을 제공하는 대체 인력이다. 프랑스인들이  꺼리는 음지에서 청소, 쓰레기분류 등의 일을 하는.. 그렇지만 존재 자체는 인정되지 않는...

여기에서 삼바로 대표되는 그들은 이 위대한 나라를 위해 온갖 것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모든 것을 잃게 되고 또 프랑스는 그들을 더 크게 실망시켰을 것이다. 타락한 프랑스... 그들의 분노는 켜켜이 쌓여 갔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비단 프랑스만의 문제로 보여준 것은 아닐 것이다.
가까운 예로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이주했던 우리들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세대도 떠올릴 수 있다. 그 고난과 힘든 삶을 내가 어찌 짐작이나 해볼 수 있을까.
더 나아가 지금 우리 사회의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우리의 인식과 그들에 대한 처우까지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소설이 작가의 이민자와 난민을 돕는 시민단체에서의 자원봉사 경험을 바탕으로 쓰여져서 그런지 중간 중간 프랑스 사회의 이민자에 대한 처우와 관련한 예리한 시선이 돋보이고  또 그들의 삶이 생생하게 소설에 잘 녹아있는 것 같다.

마지막으로...

세계 어디서든 자신이 존재함을 보이며 힘겹게 살아가는 삼바들에게 이제는 마음을 열고 외쳐주고 싶다.

"  웰컴, 삼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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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작의 탄생 - 2014 제5회 김만중문학상 금상 수상작
조완선 지음 / 나무옆의자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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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이이화님이 쓰신 '허균의 생각' 이라는 책을 통해 '허균'을 만난 적이 있다.
당시 그전까지 내 짧은 식견으로 알고 있던 '홍길동전'의 그 '허균'과 책을 통해 새롭게 제대로 알게 된 '허균'은 너무나 달랐기에 적잖이 충격이었고 놀랍기도 했다.

16세기에 태어나 17세기에 활동하였으며, 명문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 대학자 허봉의 아들이자, 천재 여류시인 허난설헌이 그의 누이이다.
명문가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행적인 다른 사대부와는 달리 경망스러웠다. 기생집을 드나들고, 승려, 서출들과 어울리고, 관직에 있는 동안 수차례 탄핵받고, 그리고 말년 또한 순탄치않아 역모죄로 몰려 끔찍한 참형으로 생을 마감했다.

그럼에도 내가, 우리가 그를 다르게 기억하는 것은 순전히 '홍길동전' 때문일 것이고, 여전히 학창시절 배우기도 하고 또 그 작품 속에 담긴 그의 사상 때문일 것이다.

그의 행실의 단면은 이러하나 그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그의 사상에 대한 면모에서 달라진다.
끊임없이 민중을 생각하고 지배세력과 피지배세력 사이의 괴리와 모순에 관심을 보이고, 이상 국가를 꿈꾸던 이단아, 혁명가...


이 소설 《걸작의 탄생》에는 조선시대 최고의 두 문장가 '교산 허균'과 '연암 박지원'이 등장한다.
그리고 그들의 두 '걸작', <홍길동전>과 <허생전>의 탄생 배경과 과정이 흥미진진하게 정말 있을법한 그럴듯한 소설로 쓰여졌다.

'교산 허균'이 죽은 후 그의 책들은 금서로 묶였있다. 그러나 남몰래 교산의 책을 접하며 그를 흠모해오던 '연암 박지원'은 '책쾌 조열'의 교산의 책을 구해오겠다는 약속을 믿고 기다리나 소식이 없어 그를 찾아 나섰다가 그가 살해되었다는 것을 알게된다. 문제의 책은 교산이 홍길동의 마지막 행적을 추적하며 겪은 일을 기록한 <교산기행> 이다.

한편 장면이 바뀌어, '교산 허균'은 그의 제자 '택당 이식'으로 부터 100년이 훨씬 넘은 '홍길동 참수형'을 알리는 공문 한 장을 건네 받고 '홍길동'의 행적에 관해 의혹을 갖고 그의 자취를 밟아 여정에 오르게 된다.

이제 소설은 , '홍길동'의 자취를 밟아가는 '교산 허균'의 여정과 '책쾌 조열'이 죽은 연유를 밝히고 <교산기행>을 찾으려는 '연암 박지원'의 여정이 100년이 훨씬 넘는 시간들을 교차하며 흥미진진하게 펼쳐지게 된다.


정말 오랜만에 책의 초반부터 몰입하게 해주는 책을 만났다.
소재부터가 흥미로웠다. 조선 최고의 두 문장가를 소재로 했고, 그들의 교차점이 과연 존재할까 싶은데, 그것이 바로 '홍길동'의 마지막 행적을 쫓은 기록의 책이라는 것은 더욱 그러했다.

<홍길동전>이라면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내용이 아닌가. 그가 도적무리를 끌고 이상국인 '율도국'을 세우며 끝을 맺는다는 것도.
그럼에도 '교산 허균'이 홍길동의 마지막 행적을 쫓아 결국 <홍길동전>을 탄생시킨 과정에 대한 궁금점과 허구인지 사실인지 정말 헤갈릴 정도인 홍길동의 마지막을 알고 싶어지는 읽는 이들의 호기심이 책의 재미와 흥미를 증폭시킨다.

그리고 그 과정에 교산 허균의 세상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그의 의지와 사상이 소설 중간중간 보여진다.

" 천하에 두려워해야 할 것은 백성이다. 백성은 호랑이나 표범, 물난리나 큰 화재보다 더 무섭다. 그런데 권력을 가진 자들은 백성들을 모질게 부리기만 할 뿐 백성들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정말 백성이 무서운 존재가 되는 때는 호민이 나타날 때이다. 호민은 호걸의 탄생을 의미한다. 영웅이 탄생하면 백성들을 괴롭힌 권력자는 내쫓김을 당한다." - p. 21

"<홍길동전>은 허균의 사상이 집약된 소설이었다. 그의 앞선 소설들, <남궁선생전>과 <장생전>, <손곡산인전>에서도 <홍길동전>과 유사한 점이 곳곳에 드러났다. 각종 도술 비법이 등장하고 이상국을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으며, 신분 차별이 없는 세상을 지향했다. 허균의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은 하나같이 재능은 있지만 신분이 미천하여 불우한 생애를 보낸 이들이었다." - p.36



한편 '연암 박지원' 은...
그는 세상을 바꾸려는 꿈을 가졌으나 벼슬길을 포기하고 빚에 쪼들리는 빈곤한 삶을 살았다. 그렇지만 늘 책을 가까이 하고 글쓰기를 게을리 하지 않던 그는, '책쾌 조열'의 죽음으로 그 연유를 찾고, <교산기행> 을 찾는 여정을 통해 조선시대의 또 하나의 걸작인 <허생전>의 탄생을 이루게 된다.


"연암은 비시시 웃었다. 벼슬이 무슨 소용이 있는가. 책을 가까이하고 학문에 매진하는 이유는 벼슬을 얻고자 하는 게 아니었다. 벼슬은 부귀영화를 누리는 자리가 아니라 나라의 안위와 백성의 태평을 도모하는 자리였다." - p. 134


"문득 <홍길동전> 을 처음 접했을 때의 감흥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책을 손에 쥐자마자 막힘없이 술술 읽어 내려갔다. 홍길동의 분신이라도 된 듯 책 속에 푹 빠져들어 도적 무리들과 함께 첩첩산중을 누비고 다녔다. 허균의 자유분방한 글쓰기 형식은 젊은 연암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연암은 오래전부터 금서로 지정된 허균의 서책을 남몰래 탐독하면서 그의 글에 매료되었다." - p.308



결국, '연암 박지원'과 '교산 허균' 에게는 그 여정을 통해 공통의 질문이 주어진다 하겠다.
'과연 그들이 꿈꾸고 마음 속에 품은 세상은 어떤 곳이냐' 고.

그리고 우리에게 묻을 수 있을 것이다.
수백 년 전 그들이 꿈꾸던 그 세상이 지금은 도래한 것이냐고.

나는 정치, 사회는 잘 모른다.
그렇지만 이 질문은 우리 사회의 정치인들이, 또 주도층들이 자문해보아야 할 것 같다. 아니 이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이 한번은 생각해봐얄 듯 하다.

책을 읽은 후 짧은 감상평을 말하자면

이 책이 주는 교훈과 의미도 크지만, 책의 재미와 흥미 부분에 있어 역사추리소설의 형태도 가미되어, 긴장감있고, 가독성있고 흡입력있는 소설이었다. 또 저자의 두 인물에 대한 역사적 배경지식들이 소설속에 잘 녹아 스토리를 짜임있게 정교하게 엮어 낸것도 훌륭했다.


" 천하에 두려워해야할 것은 백성이다." 라는 말이 마음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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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징비록 - 전시 재상 유성룡과 임진왜란 7년의 기록
이재운 지음 / 책이있는마을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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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92년부터 1598년 사이 7년간의 전쟁, 임진왜란.
그 전쟁에 대한 기록을 담은 ' 징비록(懲毖錄)' !

이 책은 조선 선조 때 영의정을 지낸 서애(西厓) 유성룡(柳成龍)이  벼슬에서 물러나 낙향해 있을 때 집필한 것으로, 임진왜란 전란의 원인과 전황 등을 담았다.

제목인 '징비'는 『시경(詩經)』 소비편(小毖篇)의 "예기징이비역환(豫其懲而毖役患)", 즉 "미리 징계하여 후환을 경계한다"는 구절에서 따온 것이라고 한다.

이 책에서 유성룡은 참혹했던 전화를 회고하면서, 다시는 같은 전란을 겪지 않도록 지난 조정의 여러 실책들을 반성하고 앞날을 대비하기 위해 <징비록>을 저술였다고 한다.


내가 읽은 《소설 징비록》은

유성룡과 이효원이 <징비록>과 <호종일기>를 펴 놓고  전쟁의 시작부터 이야기를 나누는 것으로 소설은 시작하고 있다. 

<호종일기> 는 당시 승지 '이효원'이 전란 중 선조와 광해군을 처음부터 끝까지 모시고 피난다니면서 매일 기록한 일기로, 이 소설의 저자가 이효원의 후손으로, 집안대대 전해오는 <호종일기>를 탐독하여  <징비록>과 함께 소설의 팩트로 삼고 있다.

소설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전란을 앞두고 조선의 정세는 붕당정치의 소모적인 당쟁으로 인해 국력은 날로 쇠약해져 가고 있었다.
임진왜란 전 이미 전란의 조짐이 감지되고 있었으나 그에 대한 조정의 대응은 참으로 안온했다. 일본으로 다녀온 통신사 일행에게 물은 전란의 가능성에 대한 엇갈린 반응들과
전란의 코앞에 닥쳐왔음에도 지배 계층의 내부 당파 분열은 더 극심해졌고 민심의 동요는 불안했다.

결국 1592년 일본은 대마도를 거쳐 부산포 쪽으로
넘어왔으나 조정은 전쟁발발 사실을 나흘이나 넘어서야 인지하고 부랴부랴 왜적에 맞섰서나 대패하게 되고, 급기야 선조는 도성을 버리고 피난길에 나서게 된다. 당시 좌의정이었던 유성룡 역시 선조와 함께 하게 되었다.

" 30일 새벽, 왕은 마침내 돈의문을 통해 한양을 빠져나갔다. 왕과 조정이 떠난 궁궐에는 성난 백성들이 난입하기 시작했다. 호종 명단에 오르지 않은 하급관리들이나 궁녀들은 뿔뿔이 달아나고, 노비, 백정 같은 사람들이 떼를 지어 몰려와 여저기 불을 지른고 창고 문을 열어보았다. 그들은 특히 장예원 문서를 다 끌어내놓고 불을 질러버렸다. 노비 문서를 태우기 위해서다. 이렇게 하여 한양성은 일본군이 들어오기 전에 자진 함락당했다. 적군에게 함락된 것이 아니라 제 나라 백성들에게 함락된 것이다. 오죽했으면 백성들이 제 나라 임금이 살던 궁성을 불 지를까." - p. 59


이는 도성과 백성을 버리고 피난을 떠난 임금과 조정에 대한 백성들의 배신감이 극에 달해 있었음을 보여준다.

전란 초기의 관군들의 전패로 패전의 그림자가 드리울 무렵,

명나라의 원병과 이순신의 승전, 전국 각지에서의 의병의 봉기는 정말 하늘의 구원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사실 명나라 원병의 경우는 틈만 나면 싸움을 피하려고만 했을 뿐 지원군의 입장으로 왔음에도 실제로는 왜적보다 더하게, 위세를 가지고 국민들의 고통을 가중시키는 면이 더 많았다.

" 일본군이 무려 10만 명 이상의 전사자를 내면서 패퇴한 사실은 분명한데, 도대체 누가 그 10만 대군을 죽였는지 왕은 알지 못했다. 그저 대명의 천군이 도와서 그랬으리라고 막연히 짐작할 따름이다. 혹한과 기아, 그리고 의병ᆞ승군의 유격전, 권율 등 관군의 집요한 저항, 이순신 등 수군의 연전연승은 잘 생각나지 않고, 그저 명군이 때려대는 꽹과리며 북소리만 지금 당장 귀에 들려온다. " - p. 214


1593년 4월, 1년 만에 서울을 다시 수복하여 돌아오게 되나 도성은 참혹했다.

그리고 남해안 일대에서 왜군은 지구전 태세로 돌입한 중에 삼군수군통제사 이순신이 하옥되는 일이 발생한다. 이순신의 가장 강력한 후견인이 다름 아닌 유성룡 자신이었음에도 그는 적극적인 구명활동을 하지 못했다.


" 임진왜란의 영웅 이순신은 단 한 번의 출전 거부로 사형 위기에 몰렸다.ᆞᆞᆞ 그들의 적은 일본군이 아니라 조정의 입이다. 그 입이 왜란도 부른 셈이다. 이순신을 사형시키라고 재촉하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지난 임진년에 도망쳐 다니거나 입으로만 전쟁을 한 사람들이다. 명군과 조선군 간의 합동 작전에 분루를 흘리면서 뛰어다닌 유성룡은 이런 분위기를 돌려보려고 애썼지만 허사였다. 미친 여론은 광풍처럼 일어났다." - p.272


책의 후반부에는 이순신과 관련한 부분이 꽤 등장하는 것 같다. 특히 이순신의 전사와 관련하여 유성룡이 회고하여 말하는 부분에선 이순신이 유성룡에게 단순히 훌륭한 수군사령관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니는 인물이었음을 보여 준다하겠다.


"임진년의 변은 이순신이 막아주었는데, 정유년의 변은 누가 막을지 영의정인 내 걱정이 태산 같았지. 그런데 그 이순신이, 뼈가 으스러지는 고통을 겪은 그가, 철저히 버림을 받은 그가, 왕을 원망하여 꼬리를 사릴 만도 하련만 겨우 열두 척 배로 명량 대첩을 거둘 줄 누가 알았는가. 하늘이 낸 인물이 아니고서야 그럴 수는 없었지. 참으로, 못난 전시 재상, 나의 죄를 씻어준 건 바로 이순신이라."
- p. 326


1598년 7월, 왜군의 우두머리 풍신수길(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사망과 함께 종전을 하게 되고, 이로써 7년간의 임진왜란은 끝이 나게 된다.

" 임진왜란 7년간 왜구와 싸웠다지만, 정작 내가 재상으로서 싸운 상대는 적괴인 풍신수길이나 가등청정, 소서행장이 아니라 고비마다 발목 잡는 이 나라 대신들이었고, 위기 때마다 무기력해지는 국왕 전하셨지. 또한 싸움을 피하기만 하려는 명나라 장수들을 설득하는 것도 지난한 싸움이었지."
- p.373

" 나는 전시 재상으로서 내 임무를 다하지 못했네. 반성하네. 그래서 <징비록>을 남기는 거라네. 후세를 향해 바치는 참회의 책이라고나 할까. 다시는 이런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를 소원하는 마음뿐이네. "
- p.374


참으로 가슴 아픈 역사이다. 그 전란에서 고통 받고 핍박받은 것은 우리 국민이었을진데 , 그 이후 우리의 조정과 지배계층들은 반성을 했을까?
아마도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이후 '병자호란' 의 경우만 보아도.


이 소설 《소설 징비록》의 내용은 유성룡의 <징비록>의 내용을 기반으로 세세한 인물 간의 대화와 극적 스토리를 넣은 것이므로, 읽으면서 어느 부분이 사실이고 어디 부분이 허구인지 헤갈리기도 했다. 아마 이것은 늘 언급되어지는 역사소설의 아쉬운 부분일 것이다.
그러나 저자가 우리에게 일깨우고 전하려는 메시지는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저자는 책의 마지막에 임진왜란 중 일본군과 싸우다 전사하거나 죽은 지휘관들의 명단을 실었다. 이들 외에도 이름조차 남기지 못하고 희생한 전사들의 명단은 수없이 많을 것이다.

그리고 저자는 말한다.

"역사를 두려워해야 한다. 역사는 반드시
기록한다. 영광스런 이름, 오욕의 이름, 결코 잊지 않는다." 라고.

책을 읽은 후 리뷰를 쓰며

"영토를 잃은 민족은 재생할 수 있어도 역사를 잃은 민족은 재생할 수 없다.” 고 한
단재 신채호 선생의 조선 상고사 머릿말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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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먹는 여우와 이야기 도둑 책 먹는 여우
프란치스카 비어만 글.그림, 송순섭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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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먹는  여우》두 번째 이야기인

《 책 먹는 여우와 이야기 도둑》!!

큰 아이가 <책 먹는여우>를 너무 재미있게 읽은 탓에
두 번째 이야기 책도 냉큼 신청해 읽게 되었습니다.
저도 너무 재미나게 읽은 기억이...

《책 먹는 여우》가 나온 후
14년 만에 두번째 이야기가 나온 것이라네요.

역시 이번에도 실망 시키지 않았어욧!

그럼 두 번째 이야기를 살펴보기 전에
《책 먹는 여우》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었는지
기억을 더듬어 볼까요?


저희집에도 있는 《책 먹는 여우》입니다.

책을 좋아하는 여우 아저씨는 책을 읽고나면 꿀꺽 먹어치웁니다.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픈 여우 아저씨는 급기야 복면을 쓰고 서점에 들어가 책을 훔치게 되죠.
그 일로 감옥에 간 여우 아저씨는 그곳에서 글을 잘 쓰는 자신의 재능을 알게되고 책을 내게 됩니다.

그리고 자신이 쓴 책이 지금껏 먹어 본 책 중에 가장 맛있다는걸 알게 되구요.
그래서 여우 아저씨는 더 열심히 책을 써서
유명 작가가 됩니다.


정말 기발하지 않나요?

책을 너무 좋아한 나머지 소금, 후추를 뿌려 책을 먹어 치운다는 것도,
책을 훔치게 되는 것도, 그리고 책을 쓰게 되는 것도 말입니다.

완전 사랑스러운 여우 아저씨 입니다.

그렇지만 서점에 들어가 책을 훔치는 건...
아이들 책 읽힐때 주의를 주며 읽혀야 할 것 같긴 하네요.



"엄마 ! 제 책 언제 와요?"
큰 아이가 거듭 물었었는데
학교다녀와서 테이블 위에 얹혀진 책을 보고선
가방도 맨 채 반깁니다.

간식먹으며 냉큼 읽기 시작하구요
저녁 내내 몇번을 읽었는지요~


여우 아저씨는 <잭키 마론> 시리즈를 써서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습니다. 유명해지고 부자도 되었지요.
그렇지만 변함없이 글을 씁니다. 자신의 책이 제일 맛있으니까요.
(책 먹는 버릇은 여전한가 봅니다^^)


여우 아저씨는 봄,여름에는 새로운 이야기를 모으러 다니느라 분주해요.

정원, 풀밭, 들판 등 휘젓고 다니며 신기하고 이상한것 들을 찾아 수첩에 꼼꼼히 적고,
주인없는 기발한 물건들은 자기집 지하실 이야기 창고에 모아두었답니다.
새로운 아이디어와 이야기로 가득 채운 것이지요.

가을, 겨울에는 책을 쓰느라 집에 틀어박혀 지내구요.


그런데 어느날 여우 아저씨의 이야기 창고에 도둑이 들었어요.
아저씨가 모은 이야기를 쓴 수첩과 수집품들을 몽땅 도둑 맞은 것이죠.
경찰관에게 도움을 요청하지만
경찰관은 도난당한것이 모두 쓸모없는 낡아 빠진 쓰레기들이라며 화를 내며 가버리죠.


그도 그럴것이
여우 아저씨가 읽어버린 물건은
빨간 수첩 56개와 낡은 우산 , 빵집과 서점과 봄 숲 향기를 담은 유리병들, 뱃사람들의 모험이야기를 담은 상자, 부러진 볼펜, 지팡이, 깡통 등등 이었으니까요..


화가 난 여우 아저씨는 직접 범인을 찾으러 나섭니다.
창고 바닥에 난 구멍으로 들어가 좁은 굴 속을 책 향기를 따라 가게 되죠.
그렇게 해서 도착한 곳은 도서관이었답니다.

구멍에서 나와 맞닥뜨린 사람은 도서관 사서였어요.
사서는 여우 아저씨를 최근 도서관 책들을 갉아먹은 범인으로 오해하죠.

도서관 사서의 도움을 얻어 다시 범인을 추적합니다.


그런데 그 범인은...

도서관 천장에 살고 있던... 생쥐였답니다.


생쥐는 여우 아저씨처럼 글을 잘 써서
난방도 안되는 추운 도서관 천장을 벗어나고 싶었답니다.

(에구머니나~~가여운 생쥐~)

그러나 도대체 훔쳐온 그 수첩들과 물건들로 어떻게 글을 쓰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하는 생쥐...
('줘도 못쓰나~~' 이네요^^")

밤새 여우 아저씨의 이야기와 아이디어를 날랐음에도 정작 글을 못쓰겠다는 생쥐...

여우 아저씨의 제안으로 생쥐는
여우 아저씨에게 작가 수업도 받게 되고
도서관 책을 갉아버린 댓가로 도서관 일도 돕게 되죠.

그러나 도저히 글 쓰기 실력은 늘지 않고 대신 도서관 일에는 재능을 보입니다. 그래서 작가수업은 그만두고 정식으로 도서관일을 하게 되네요.

그리고 여우 아저씨는 새소설을 내게 되구요.


역시 제가 좋아하는 해피 엔딩입니다.


《책 먹는 여우와 이야기 도둑》은
글쓰기에 관한 이야기를 담았네요.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 수 있나.

여우 아저씨 처럼 새로운 아이디어와 이야기를 모으는 노력과 시도가 필요하겠죠.
생쥐처럼 다른사람의 아이디어와 노력을 아무 댓가 없이 가져오는 것은 결코 자기 것이 되지 못한다는 교훈을 보여주는 것이겠죠.


책속에 생쥐가 말하는 부분을 보면


" 책을 읽다 보면 글을 잘 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생각처럼 쉽지 않았어요. 정말 어려운 일이었어요. 글을 잘 쓰려면 이야깃거리나 아이디어가 많아야 할 것 같았어요."


저는 생쥐의 그 말이 공감이 되네요.

글을 쓴다는 건, 잘 쓴다는 건
정말 어려운 것 같네요.

저도 나름대로 책을 많이 읽고 그 느낌을 조금이라도 써서 남기는 작업을 하는데요.
글 잘 쓰시는분들 보면 정말 부럽습니다.

저희 아이도 그래요.
그래도 또래 아이들에 비해 다독을 한다고 하지만
글쓰기는 책을 읽는다고 느는건 아닌것 같아요.

저희 아이에게도 다양한 체험과 경험을 통해
기발한 아이디어와 이야기 제공의 밑바탕을 삼을 수 있게 해야겠단 생각이 들었네요.

비단 그것이 글쓰기에만 국한 된것이 아니라
아이의 삶의 스토리도 풍요롭게 해줄테니까요.


재미도 있고 생각할 거리도 있는
좋은 책을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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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을 쫓는 아이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왕은철 옮김 / 현대문학 / 201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대학시절  '이슬람 문화와 사회' 라는 교양과목을 수강했었다. 당시 나에게는 '이슬람'이라는 단어는 외계어처럼 생소했다. 고등학교 세계지리, 세계사 시간에 잠깐씩 언급되어 입시를 위해 암기를 한 정도였으니까.

호기심에 선택해 들은 교양과목에서 내가 배우고 들은 것들은 가끔씩 이슬람 관련 뉴스나 신문 기사 내용을 접할 때면  '무슨 말인지 좀 알겠어.' 라는 끄덕임과 내가 알고 이해한 것이 다인냥 '아는 척' 했던 , 지금 돌이켜보면 부끄러운, 근거없는 지적 자만이었다.

이 소설 <연을 쫓는 아이>는 나에게 감동과 더불어 그런 나의 무지를 일깨우고 , 또 배우는 계기를 선사한 책이다.

아프가니스탄의 비극을 배경으로 한 주인공 '아미르'와 그를 위해 '도련님을 위해서라면 천 번이라도!' 연을 잡아 오고, 무슨 일이든 다 하는 충성심 가득한 '하산' 의 이야기가 주된 이야기이다.

형제같이, 친구같이 늘 함께하는, 같은 유모의 젖을 먹고 자란 '아미르'와 '하산'은 매년 카불에서 열리는 연날리기 대회에 참여해 연싸움에 최종 우승을 하게 되고, 떨어지는 연을 쫓아간 하산에게 이둘의 인생을 가르게 되는 큰 사건이 일어나게 된다.

그러나 '아미르'는 아버지의 사랑에 굶주려 질투심에 '하산'을 배반하고, 그를 도둑으로 몰아 내쫓기게 한다.

러시아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으로 비극이 시작되고, 이를 피해 미국으로 건너온 '아미르'와 아버지 '바바'.
아버지의 죽음 후, '아미르'는 아프간에서 아버지의 친구이자 아미르의 친구였던 '라힘 칸'에게서 파키스탄으로 와달라는 전화를 받는다.
'라힘 칸'은 '아미르'에게 "다시 착해지는 길이 있어." 라고 말한다.

점점 죽어가는 '라힘 칸'은 파키스탄으로 온 '아미르'에게 충격적인 진실을 밝히고, '하산'과 그의 아들 '소랍'의 사진과 끝까지 ' 아미르'를 그리워 한 '하산'의 편지를 전한다.

그리고 '아미르'는 충격적 사실과 아버지의 '배반'에 분노하고, 어릴적 '하산'에게 큰 폭력을 가했던 '아세프'에게서 '하산'의 아들 '소랍'을 구출하는 과정을 겪게 되고, 함께 미국으로 돌아오게 된다.


읽는 내내 '아미르'의 못된 행위들이 밉고 화도 났지만 그의 심정이, 마음이 이해가 되기도 해서 참  많이 가슴 아팠다.
 
연싸움날 일어난 그 중대사건... 옳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아버지의 사랑에 굶주려 질투심에 눈먼 나머지 행할수 밖에 없었던, 형제와 다름없던  '하산'을 배반해야 했던, 그리고 그것이 자기 자신을 가혹하게 내모는 것임을 뒤늦게 알고 회한에 잠기는 그의 눈이, 눈물이 내내 마음에 남는다.

한편, 자신의 가장 최고의 친구라 여기는 '아미르'의  배반을 알면서도 끝까지 보상받지 못할 충성심으로 그를 보호하는 '하산'!!  그의 생이 너무나 가여워 읽는 내내 아픈 가슴을 부여잡지 않을 수 없었다.

'연'은 '아미르'에게는 어떤 의미였을까. 그가 '하산'을 배반하면서까지 아버지에게 갖다드리려 했던 그 '연'이 무슨 의미가  있었을까.

'아미르'와 그의 아버지는 한 공간에 살았으나 서로 다른 영역에 속해 사는 듯 했다. 그런 그들이 얇게나마 교차할 수 있었던 지점이 '연'이었다.
그리고 아버지에게  자신의 말을 들어주고, 자신을 쳐다봐줄 수 있게 해주는 중요한 존재로 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연'이었던 것이다.

한편, '아미르'의 아버지  '바바'의  오랜 세월간의 거짓말과 ' 아미르'에게 심하게 대했던 그 세월은...


"이 세상에는 단 하나의 죄밖에 없다. 단 하나의 죄 말이다. 그것은 도둑질이다. 다른 죄들은 도둑질의 변형일 뿐이다."

" 네가 어떤 남자를 죽이면 생명을 빼앗는 것이다. 너는 남편에 대한 아내의 권리를 빼앗는 것이고 아이들한테서는 아버지를 빼앗는 것이다. 네가 거짓말을 하면 너는 진실에 대한 누군가의 권리를 훔치는 것이다. 네가 누군가를 속이면 정당함에 대한 권리를 훔치는 것이다."     - p.29


결국 바바는 그가 그토록 혐오했던 '도둑질'을 한 셈이다.
'바바'가 '아미르'에게 심하게 대한 것은, 자기  자신에게 심하게 대한 것임을, 자신을 평생 용서치 못하며 그리하여 고통스러워했음이었다.
그러므로 '아미르'가 아버지를 용서함이 곧 그자신을 용서함이 될것이다.

" 용서는  화려한 깨달음이 아니라  고통이 자기  물건들을 챙기고 짐을 꾸려  한밤중에 예고없이 빠져나가는 것과 함께 시작되는 것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  p.532


이 책에는 두 소년의 성장소설과도 같은 이야기만을 담은 것이 아니다.
사회의 신분과 인종의 벽, 그리고 아이들에 대한 끔찍한 폭력, 그리고 아프가니스탄과 이슬람 종교와 문화에 관한 것들이 담겨 있다.

또 , 전쟁으로 부모를 잃고, 또 생계를 위협받아 고아원으로 버려지는 아이들의 현실에선
'아프가니스탄에는 많은 아이들이 있지만 그들에게는 유년 시절이 없다.' 라는 말이 실감나기도 했다.

저자의 글솜씨와 표현 능력이 대단하다싶다.
550여 페이지 한 권의 책에 이토록 많은 것을 담고,
또 이만큼 강렬하게 통찰력있게, 더구나 대서사시 같은 구성력과 문학성 어느 하나를 놓치지 않고 있다. 더구나 문장 한줄 한줄 감탄을 자아내게 하는 구절이 곳곳에 있어 정말 대단한 작가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섬세하고 명확한 묘사가 책 초반부터 저자의 삶을 궁금케 만들었다. 그가 어떤 삶을 살았기에 이러한 경험이 녹아든듯 예리한 표현이 가능한가 싶어서이다.
이 소설 역시 저자의 자전적 요소를 지니고 있기에
아프가니스탄에 관해, 그들의 삶에 관해 더 통렬히 느낄수 있었고 인상적이었다.

이 책이 그의 첫 소설이라고 한다.
<연을 쫓는 아이>가 아프간 아이(남성)들의 이야기라면,  그 다음 작품 <천개의 찬란한 태양>은 아프간 여성들의 이야기라고 하니 이 책 역시 무척이나 기대가 된다.

상상해본다.

하얗게 빛나는  현기증이 날  정도로 눈부신 하늘에 연이 떠있고  다른 한편으로 떨어지는 연을 쫓아 함성을 지르며 달려가고 있는 아이들...

" 저 연을 잡아다줄까?"
" 너를 위해서라면 천 번이라도."

아... 슬픔을 삭이려니 가슴이 싸해짐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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