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연을 쫓는 아이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왕은철 옮김 / 현대문학 / 201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대학시절 '이슬람 문화와 사회' 라는 교양과목을 수강했었다. 당시 나에게는 '이슬람'이라는 단어는 외계어처럼 생소했다. 고등학교 세계지리, 세계사 시간에 잠깐씩 언급되어 입시를 위해 암기를 한 정도였으니까.
호기심에 선택해 들은 교양과목에서 내가 배우고 들은 것들은 가끔씩 이슬람 관련 뉴스나 신문 기사 내용을 접할 때면 '무슨 말인지 좀 알겠어.' 라는 끄덕임과 내가 알고 이해한 것이 다인냥 '아는 척' 했던 , 지금 돌이켜보면 부끄러운, 근거없는 지적 자만이었다.
이 소설 <연을 쫓는 아이>는 나에게 감동과 더불어 그런 나의 무지를 일깨우고 , 또 배우는 계기를 선사한 책이다.
아프가니스탄의 비극을 배경으로 한 주인공 '아미르'와 그를 위해 '도련님을 위해서라면 천 번이라도!' 연을 잡아 오고, 무슨 일이든 다 하는 충성심 가득한 '하산' 의 이야기가 주된 이야기이다.
형제같이, 친구같이 늘 함께하는, 같은 유모의 젖을 먹고 자란 '아미르'와 '하산'은 매년 카불에서 열리는 연날리기 대회에 참여해 연싸움에 최종 우승을 하게 되고, 떨어지는 연을 쫓아간 하산에게 이둘의 인생을 가르게 되는 큰 사건이 일어나게 된다.
그러나 '아미르'는 아버지의 사랑에 굶주려 질투심에 '하산'을 배반하고, 그를 도둑으로 몰아 내쫓기게 한다.
러시아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으로 비극이 시작되고, 이를 피해 미국으로 건너온 '아미르'와 아버지 '바바'.
아버지의 죽음 후, '아미르'는 아프간에서 아버지의 친구이자 아미르의 친구였던 '라힘 칸'에게서 파키스탄으로 와달라는 전화를 받는다.
'라힘 칸'은 '아미르'에게 "다시 착해지는 길이 있어." 라고 말한다.
점점 죽어가는 '라힘 칸'은 파키스탄으로 온 '아미르'에게 충격적인 진실을 밝히고, '하산'과 그의 아들 '소랍'의 사진과 끝까지 ' 아미르'를 그리워 한 '하산'의 편지를 전한다.
그리고 '아미르'는 충격적 사실과 아버지의 '배반'에 분노하고, 어릴적 '하산'에게 큰 폭력을 가했던 '아세프'에게서 '하산'의 아들 '소랍'을 구출하는 과정을 겪게 되고, 함께 미국으로 돌아오게 된다.
읽는 내내 '아미르'의 못된 행위들이 밉고 화도 났지만 그의 심정이, 마음이 이해가 되기도 해서 참 많이 가슴 아팠다.
연싸움날 일어난 그 중대사건... 옳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아버지의 사랑에 굶주려 질투심에 눈먼 나머지 행할수 밖에 없었던, 형제와 다름없던 '하산'을 배반해야 했던, 그리고 그것이 자기 자신을 가혹하게 내모는 것임을 뒤늦게 알고 회한에 잠기는 그의 눈이, 눈물이 내내 마음에 남는다.
한편, 자신의 가장 최고의 친구라 여기는 '아미르'의 배반을 알면서도 끝까지 보상받지 못할 충성심으로 그를 보호하는 '하산'!! 그의 생이 너무나 가여워 읽는 내내 아픈 가슴을 부여잡지 않을 수 없었다.
'연'은 '아미르'에게는 어떤 의미였을까. 그가 '하산'을 배반하면서까지 아버지에게 갖다드리려 했던 그 '연'이 무슨 의미가 있었을까.
'아미르'와 그의 아버지는 한 공간에 살았으나 서로 다른 영역에 속해 사는 듯 했다. 그런 그들이 얇게나마 교차할 수 있었던 지점이 '연'이었다.
그리고 아버지에게 자신의 말을 들어주고, 자신을 쳐다봐줄 수 있게 해주는 중요한 존재로 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연'이었던 것이다.
한편, '아미르'의 아버지 '바바'의 오랜 세월간의 거짓말과 ' 아미르'에게 심하게 대했던 그 세월은...
"이 세상에는 단 하나의 죄밖에 없다. 단 하나의 죄 말이다. 그것은 도둑질이다. 다른 죄들은 도둑질의 변형일 뿐이다."
" 네가 어떤 남자를 죽이면 생명을 빼앗는 것이다. 너는 남편에 대한 아내의 권리를 빼앗는 것이고 아이들한테서는 아버지를 빼앗는 것이다. 네가 거짓말을 하면 너는 진실에 대한 누군가의 권리를 훔치는 것이다. 네가 누군가를 속이면 정당함에 대한 권리를 훔치는 것이다." - p.29
결국 바바는 그가 그토록 혐오했던 '도둑질'을 한 셈이다.
'바바'가 '아미르'에게 심하게 대한 것은, 자기 자신에게 심하게 대한 것임을, 자신을 평생 용서치 못하며 그리하여 고통스러워했음이었다.
그러므로 '아미르'가 아버지를 용서함이 곧 그자신을 용서함이 될것이다.
" 용서는 화려한 깨달음이 아니라 고통이 자기 물건들을 챙기고 짐을 꾸려 한밤중에 예고없이 빠져나가는 것과 함께 시작되는 것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 p.532
이 책에는 두 소년의 성장소설과도 같은 이야기만을 담은 것이 아니다.
사회의 신분과 인종의 벽, 그리고 아이들에 대한 끔찍한 폭력, 그리고 아프가니스탄과 이슬람 종교와 문화에 관한 것들이 담겨 있다.
또 , 전쟁으로 부모를 잃고, 또 생계를 위협받아 고아원으로 버려지는 아이들의 현실에선
'아프가니스탄에는 많은 아이들이 있지만 그들에게는 유년 시절이 없다.' 라는 말이 실감나기도 했다.
저자의 글솜씨와 표현 능력이 대단하다싶다.
550여 페이지 한 권의 책에 이토록 많은 것을 담고,
또 이만큼 강렬하게 통찰력있게, 더구나 대서사시 같은 구성력과 문학성 어느 하나를 놓치지 않고 있다. 더구나 문장 한줄 한줄 감탄을 자아내게 하는 구절이 곳곳에 있어 정말 대단한 작가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섬세하고 명확한 묘사가 책 초반부터 저자의 삶을 궁금케 만들었다. 그가 어떤 삶을 살았기에 이러한 경험이 녹아든듯 예리한 표현이 가능한가 싶어서이다.
이 소설 역시 저자의 자전적 요소를 지니고 있기에
아프가니스탄에 관해, 그들의 삶에 관해 더 통렬히 느낄수 있었고 인상적이었다.
이 책이 그의 첫 소설이라고 한다.
<연을 쫓는 아이>가 아프간 아이(남성)들의 이야기라면, 그 다음 작품 <천개의 찬란한 태양>은 아프간 여성들의 이야기라고 하니 이 책 역시 무척이나 기대가 된다.
상상해본다.
하얗게 빛나는 현기증이 날 정도로 눈부신 하늘에 연이 떠있고 다른 한편으로 떨어지는 연을 쫓아 함성을 지르며 달려가고 있는 아이들...
" 저 연을 잡아다줄까?"
" 너를 위해서라면 천 번이라도."
아... 슬픔을 삭이려니 가슴이 싸해짐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