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컴, 삼바
델핀 쿨랭 지음, 이상해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1월
평점 :
품절


언젠가 세계 다른 나라 여행을 간다면  꼭 가보고 싶은 나라가 어디냐 묻는다면 나는 주저 없이 '프랑스'라고 답할 것이다.
나의 이미지 속 '프랑스'는  자유, 평등, 박애의 나라... 문화, 예술을 누구나 향유하며 누릴 수 있는 나라니까.

여기 나와 같은 이미지의 프랑스를 꿈꾸며 프랑스로 건너온 사내가 있다.


《웰컴, 삼바》라는 제목이 들게 하는 느낌과 책의 내용은 정말 다르다.
흥에 겨워 삼바춤이라도 덩실 춰질것 같은 느낌의  제목...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이 소설의 주인공 '삼바'는 그 어느 곳에서도 환영을 받지 못한다.


아프리카 말리 청년  '삼바 시세도'는 고난을 겪어가며 에스파냐를 거쳐 그가 그렇게 꿈에 그리던 프랑스 파리에 도착한다. 그러나 그를 반가이 맞이 할것 같던 프랑스에선  그가 겪을 힘겨운 삶만이 기다리고 있었다.

희망에 들떠 삼촌 '라무나'를 찾아갔으나 그역시 곰팡이와 습기로 눅눅한 지하방에 거주하며 식당 종업원으로 살고 있다. '삼바'는 삼촌과 함께 거주하며 막노동판을 전전해 가며 10년을  버틴다.
그리고 자신의 체류증이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자발적으로 파리 경찰청을 찾게 되고, 거기서부터  그의 꿈도, 생활도 깨지고 만다.
뭔가 착오가 있을거라 외치는 그를  경관들은  즉석에서 체포해 벵센 유치소로 끌고 가고, 그곳에서 부당한 대우와 처지에 놓이게 된다.

" 유치소에 억류된 사람에게는, 도무지 거부할 방도가 없는 <자발적 귀환> 을 받아들일 권리만 있었다. 이경우 <자발적인> 이라는 낱말은 도대체 뭘 뜻하는 것일까? 그들이 지금 <자발적인> 이라는 낱말의 의미를 바꾸고 있는 것일까?"  -  p. 48

'삼바'는 강제 추방은 면하게 되지만 자기 돈을 들여서라도 고향으로 돌아가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된다. 그러나 그는 그렇게 고향으로 돌아가기 싫었다. 그래서 유령처럼 삶을 살기로 한다.
삼촌의 체류증을 빌려 '라무나 소우'가 되어 일거리를 얻어 생활을 하나 이 역시도 오래가지 못한다. 이 사건으로 삼촌마저 일자리를 잃게 되고 그들의 삶은 비참하다못해 더 비참한 삶의 바닥까지 가게된다.
그래서 그는 훔친 체류증으로 '모디보 디알로'도 되고,  마지막엔 '조나스 빌롬보'가 된다.

" 살 권리를 저렇게 거부하니, 우린 존재하기 위해 이름가지 나눠 써야 돼! 너는 아버지가 지어 준 이름을 부인해야 하고. 이 나라는 우릴 우롱하고 있어."  -  p.242


그와중에 벵센 유치소에서 만나 그곳에 남게된  '조나스' 의 연인  '그라시외즈'의 행방을 우연히 알게된 '삼바'는 '조나스'에게 한 약속을 지키기위해 그녀를 찾아가게 되고, 결국에는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그러나 이후 '조나스'는 석방되고 체류증도 획득하게 되어 '삼바'에게는 고통을 안겨주었고, 자신의 연인과 '삼바' 사이를 의심한 '조나스'는 '삼바'와의 실랑이 끝에 사고로 죽게 된다. 그리고 '삼바'는 '조나스'가 된다.

" 그는 지평을 향해 똑바로 나아간다. 그 주변의 풍경은 한계가 없다. 그는 늘 달아나는, 모든 것에 대항해, 무엇보다 미리 그어진 운명에 대항해 일어서는 수직의 실루엣이다. 환한 빛 속에서, 한층 여유로워진 눈길로, 그는 자유로운 인간들의 미래를 위해 태양처럼 고집스럽게 장애물들을 넘는다. 그는 운명을 지배하고, 우연에 맞선다."  - p. 344

"너는 걷는다.
너의 이름은 조나스 빌롬보다. 널 괴롭히는 이미지를 내려 놓을 성소를 찾지 못하는 한, 너는 계속 걸을 것이다. "    - p. 344



마지막 장을 덮은 후,
'삼바'가 오랜 고생과 치열한 견딤과 분투 끝에 마지막엔 강제추방의 위기에서 벗어남이 다행이라는 생각도 잠시 들었으나, 다른 이름으로 새로이 시작할 주인공의 삶이 결코 희망적이게 느껴지거나  달갑게 느껴지지만은 않는다.
그럼에도 계속 앞을 향해 걸어가는, 아니 걸을 수 밖에 없을 표지 그림의 삼바의 그 두발이 애처롭다.


소설에서 보여지는 프랑스에서의 이주민들의 삶은 비참하다.
그들을 받아 주는 것 처럼 보였으나 결국에는  그들이 그곳에서 존재함을 그것을 증명할 수 있는 공식적 기록, 서류가 없다는 이유로 체류증을 얻지 못하고, 망명자 신분을 얻지못하고 추방을 당한다.
더한 것은 그들은 한두 달이 아닌, 10년, 15년 씩 거주하며 일하고, 세금을 내며 사적인 일상을 영위하였음에도 그들은 불신 당하며 오히려 거짓으로 내몰리고 가난으로 내몰리게 된다.

프랑스에서 그들은  대외적으로는 불법 체류인들이고, 한편으론  쓰기 편하고, 저렴하고, 풍부한 노동력을 제공하는 대체 인력이다. 프랑스인들이  꺼리는 음지에서 청소, 쓰레기분류 등의 일을 하는.. 그렇지만 존재 자체는 인정되지 않는...

여기에서 삼바로 대표되는 그들은 이 위대한 나라를 위해 온갖 것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모든 것을 잃게 되고 또 프랑스는 그들을 더 크게 실망시켰을 것이다. 타락한 프랑스... 그들의 분노는 켜켜이 쌓여 갔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비단 프랑스만의 문제로 보여준 것은 아닐 것이다.
가까운 예로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이주했던 우리들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세대도 떠올릴 수 있다. 그 고난과 힘든 삶을 내가 어찌 짐작이나 해볼 수 있을까.
더 나아가 지금 우리 사회의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우리의 인식과 그들에 대한 처우까지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소설이 작가의 이민자와 난민을 돕는 시민단체에서의 자원봉사 경험을 바탕으로 쓰여져서 그런지 중간 중간 프랑스 사회의 이민자에 대한 처우와 관련한 예리한 시선이 돋보이고  또 그들의 삶이 생생하게 소설에 잘 녹아있는 것 같다.

마지막으로...

세계 어디서든 자신이 존재함을 보이며 힘겹게 살아가는 삼바들에게 이제는 마음을 열고 외쳐주고 싶다.

"  웰컴, 삼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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