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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작의 탄생 - 2014 제5회 김만중문학상 금상 수상작
조완선 지음 / 나무옆의자 / 2015년 2월
평점 :
작년에 이이화님이 쓰신 '허균의 생각' 이라는 책을 통해 '허균'을 만난 적이 있다.
당시 그전까지 내 짧은 식견으로 알고 있던 '홍길동전'의 그 '허균'과 책을 통해 새롭게 제대로 알게 된 '허균'은 너무나 달랐기에 적잖이 충격이었고 놀랍기도 했다.
16세기에 태어나 17세기에 활동하였으며, 명문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 대학자 허봉의 아들이자, 천재 여류시인 허난설헌이 그의 누이이다.
명문가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행적인 다른 사대부와는 달리 경망스러웠다. 기생집을 드나들고, 승려, 서출들과 어울리고, 관직에 있는 동안 수차례 탄핵받고, 그리고 말년 또한 순탄치않아 역모죄로 몰려 끔찍한 참형으로 생을 마감했다.
그럼에도 내가, 우리가 그를 다르게 기억하는 것은 순전히 '홍길동전' 때문일 것이고, 여전히 학창시절 배우기도 하고 또 그 작품 속에 담긴 그의 사상 때문일 것이다.
그의 행실의 단면은 이러하나 그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그의 사상에 대한 면모에서 달라진다.
끊임없이 민중을 생각하고 지배세력과 피지배세력 사이의 괴리와 모순에 관심을 보이고, 이상 국가를 꿈꾸던 이단아, 혁명가...
이 소설 《걸작의 탄생》에는 조선시대 최고의 두 문장가 '교산 허균'과 '연암 박지원'이 등장한다.
그리고 그들의 두 '걸작', <홍길동전>과 <허생전>의 탄생 배경과 과정이 흥미진진하게 정말 있을법한 그럴듯한 소설로 쓰여졌다.
'교산 허균'이 죽은 후 그의 책들은 금서로 묶였있다. 그러나 남몰래 교산의 책을 접하며 그를 흠모해오던 '연암 박지원'은 '책쾌 조열'의 교산의 책을 구해오겠다는 약속을 믿고 기다리나 소식이 없어 그를 찾아 나섰다가 그가 살해되었다는 것을 알게된다. 문제의 책은 교산이 홍길동의 마지막 행적을 추적하며 겪은 일을 기록한 <교산기행> 이다.
한편 장면이 바뀌어, '교산 허균'은 그의 제자 '택당 이식'으로 부터 100년이 훨씬 넘은 '홍길동 참수형'을 알리는 공문 한 장을 건네 받고 '홍길동'의 행적에 관해 의혹을 갖고 그의 자취를 밟아 여정에 오르게 된다.
이제 소설은 , '홍길동'의 자취를 밟아가는 '교산 허균'의 여정과 '책쾌 조열'이 죽은 연유를 밝히고 <교산기행>을 찾으려는 '연암 박지원'의 여정이 100년이 훨씬 넘는 시간들을 교차하며 흥미진진하게 펼쳐지게 된다.
정말 오랜만에 책의 초반부터 몰입하게 해주는 책을 만났다.
소재부터가 흥미로웠다. 조선 최고의 두 문장가를 소재로 했고, 그들의 교차점이 과연 존재할까 싶은데, 그것이 바로 '홍길동'의 마지막 행적을 쫓은 기록의 책이라는 것은 더욱 그러했다.
<홍길동전>이라면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내용이 아닌가. 그가 도적무리를 끌고 이상국인 '율도국'을 세우며 끝을 맺는다는 것도.
그럼에도 '교산 허균'이 홍길동의 마지막 행적을 쫓아 결국 <홍길동전>을 탄생시킨 과정에 대한 궁금점과 허구인지 사실인지 정말 헤갈릴 정도인 홍길동의 마지막을 알고 싶어지는 읽는 이들의 호기심이 책의 재미와 흥미를 증폭시킨다.
그리고 그 과정에 교산 허균의 세상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그의 의지와 사상이 소설 중간중간 보여진다.
" 천하에 두려워해야 할 것은 백성이다. 백성은 호랑이나 표범, 물난리나 큰 화재보다 더 무섭다. 그런데 권력을 가진 자들은 백성들을 모질게 부리기만 할 뿐 백성들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정말 백성이 무서운 존재가 되는 때는 호민이 나타날 때이다. 호민은 호걸의 탄생을 의미한다. 영웅이 탄생하면 백성들을 괴롭힌 권력자는 내쫓김을 당한다." - p. 21
"<홍길동전>은 허균의 사상이 집약된 소설이었다. 그의 앞선 소설들, <남궁선생전>과 <장생전>, <손곡산인전>에서도 <홍길동전>과 유사한 점이 곳곳에 드러났다. 각종 도술 비법이 등장하고 이상국을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으며, 신분 차별이 없는 세상을 지향했다. 허균의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은 하나같이 재능은 있지만 신분이 미천하여 불우한 생애를 보낸 이들이었다." - p.36
한편 '연암 박지원' 은...
그는 세상을 바꾸려는 꿈을 가졌으나 벼슬길을 포기하고 빚에 쪼들리는 빈곤한 삶을 살았다. 그렇지만 늘 책을 가까이 하고 글쓰기를 게을리 하지 않던 그는, '책쾌 조열'의 죽음으로 그 연유를 찾고, <교산기행> 을 찾는 여정을 통해 조선시대의 또 하나의 걸작인 <허생전>의 탄생을 이루게 된다.
"연암은 비시시 웃었다. 벼슬이 무슨 소용이 있는가. 책을 가까이하고 학문에 매진하는 이유는 벼슬을 얻고자 하는 게 아니었다. 벼슬은 부귀영화를 누리는 자리가 아니라 나라의 안위와 백성의 태평을 도모하는 자리였다." - p. 134
"문득 <홍길동전> 을 처음 접했을 때의 감흥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책을 손에 쥐자마자 막힘없이 술술 읽어 내려갔다. 홍길동의 분신이라도 된 듯 책 속에 푹 빠져들어 도적 무리들과 함께 첩첩산중을 누비고 다녔다. 허균의 자유분방한 글쓰기 형식은 젊은 연암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연암은 오래전부터 금서로 지정된 허균의 서책을 남몰래 탐독하면서 그의 글에 매료되었다." - p.308
결국, '연암 박지원'과 '교산 허균' 에게는 그 여정을 통해 공통의 질문이 주어진다 하겠다.
'과연 그들이 꿈꾸고 마음 속에 품은 세상은 어떤 곳이냐' 고.
그리고 우리에게 묻을 수 있을 것이다.
수백 년 전 그들이 꿈꾸던 그 세상이 지금은 도래한 것이냐고.
나는 정치, 사회는 잘 모른다.
그렇지만 이 질문은 우리 사회의 정치인들이, 또 주도층들이 자문해보아야 할 것 같다. 아니 이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이 한번은 생각해봐얄 듯 하다.
책을 읽은 후 짧은 감상평을 말하자면
이 책이 주는 교훈과 의미도 크지만, 책의 재미와 흥미 부분에 있어 역사추리소설의 형태도 가미되어, 긴장감있고, 가독성있고 흡입력있는 소설이었다. 또 저자의 두 인물에 대한 역사적 배경지식들이 소설속에 잘 녹아 스토리를 짜임있게 정교하게 엮어 낸것도 훌륭했다.
" 천하에 두려워해야할 것은 백성이다." 라는 말이 마음에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