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꾸듯 춤을 추듯 그래비티 픽션 Gravity Fiction, GF 시리즈 7
김재아 지음 / 그래비티북스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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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소설을 거의 읽지 않는 나는 이런 제대로 된 SF장편소설은 사실 처음인 거 같다. 장르 자체가 내겐 낯설기 때문에 초반 50p까지는 탄력이 붙지 않았다. 나는 예전부터 SF소설에 크게 흥미가 없었고 애들이 읽는 황당무계한 이야기라는 편견이 있는 인간이었으므로. 그러나 이 소설은 50p를 넘어서자 빛의 속도로 읽게 되었다. 심지어 중간부터는 울적해지는 나를 발견하는게 주인공 안드로이드 사륜이 자기의 인간몸 박서로를 볼 때만큼이나 낯설었다. 이 소설은 SF의 고전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을 꿈꾸는가'를 떠올리게 한다. 나는 그 고전의 줄거리만 알고 읽지는 않았다. 그 소설에 대한 흥미 역시 영화 '블레이드 러너' 때문이었다. 소설 전기양에서 안드로이드와 인간의 차이점은 점점 미미해진다. 인간은 기계화되고 반대로 기계는 인간화되는 아이러니를 보여준다고 한다. '꿈을 꾸듯 춤을 추듯'에서도 인간들은 식물인간이 된 인간의 몸에 기계의 두뇌를 삽입해서 휴머노이드를 만들고 그들을 바이러스 연구 등에 이용한다. 마찬가지로 주요 등장인물인 노아 박사나 박사의 수양딸인 몽이 등도 휴머노이드를 반대하는 단체에 의해 위협을 받는 상황이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휴머노이드를 만드는 박사 집단과 그들에게 반대하는 인간끼리의 대립이 아니라 무엇이 사람을 사람이라고 규정하는가 같은 윤리적 문제이다. 만약 AI 같은 인공지능도 인간의 몸을 얻고, 오랜 학습을 하고, 사람과 살고 감정까지 사람을 닮아간다면 그들을 여전히 단순 기계라고 규정하고 바이러스 투입같은 비인격적 생체 실험을 해도 되는가? 마찬가지도 사람은 단지 스스로가 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 인간과 똑같은 감정을 가지고 행동을 하는 휴머노이드를 살해해도 되는가? 휴머노이드를 죽여도 그가 기계라고 판정된 이상 재물손괴죄에 불과하다는 것은 씁쓸한 웃음을 짓게 한다. 며칠 전 본 tv프로그램 '궁금한 이야기 Y'에서 고양이를 죽이는 남자가 솜방망이 처벌을 받고, 심지어 고양이 연쇄 살인범인 그가 또 고양이나 개 같은 동물을 소유하는데 법적으로 아무 지장이 없다는 소릴 듣고 경악했다. 그는 심지어 동물센터에서 보호중인 자신의 예전 고양이를 돌려달라고 소송까지 낼 생각인 거 같았다. 왜냐하면 민법상 동물은 소유자의 재산적 가치일 뿐이기 때문이다. 이 얼마나 환장할 노릇인가?

 

소설 속에서 휴머노이드는 주인공인 사륜 뿐이 아니다. 그가 취직한 죽음연구소에는 각종 바이러스 실험의 마루타 '엘리야'라는 여성 휴머노이드가 있었고 그녀는 스스로를 기계가 주장하는 사람이었다. 다만 모든 특성이 인격을 가진 인간인데도 연구소 사람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기계'라 규정한 이상 기계가 되어야만 하는 끔찍한 처지였다. 뇌의 대부분을 제거했지만 그래도 남아있는 무언가가 인공지능을 만나서 휴머노이드라는 생명체가 된다면 그는 인간인가 기계인가?

 

 

주인공인 휴머노이드 사륜은 우울증도 앓고 꿈도 꾸고 심지어 나중에는 춤도 추고 싶어한다. 그리고 인간에 대해 가장 마지막으로 이해하는 것은 죽음에 대한 갈망과 필요성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영원을 꿈꾼다. 소설을 다 읽고 죽음이 있기에 인간이 가장 인간다울 수 있구나 깨닫게 되었다. 영원한 삶이 축복이 아니라 때가 되면 사람은 사람의 몸으로 죽는게 축복이라는 생각을 한다. 과학은 어디까지 인류를 구원할 수 있을까? 휴머노이드를 반대하는 나름의 단체도 타당한 이유가 있다. 그 방식은 너무 폭력적이라 따를 수 없지만 인간의 얼굴을 한 기계에 대한 거부반응, 직업을 빼앗기고 식물처럼 사는 지겨운 삶에 대한 고통, 그게 과연 먼세계 이야기일까? 우리동네 마트에서 자율계산대라는 이름으로 계산원을 없애고 바코드 찍는 기계를 들여놨다. 간단한 학습을 고객에게 시키자 이제 우리는 계산하는 아주머니 없이도 스스로 바코드를 찍고 계산을 마친다. 한달쯤 지나자 기계가 더 편하기까지 하다. 여기부터 시작이다. 직업을 빼앗기고 모든 것을 빼앗긴 후에 이제 인간성마저 AI가 가져가버리면 인간에게는 뭐가 남을까? 씁쓸하고도 복잡한 마음으로 책장을 덮고 우리집 고양이 잠든 얼굴을 바라본다. 고양이는 꿈을 꾸는지 잠을 자면서 무슨 소리를 내고 있다. 생명존중.. 인간을 인간답게 규정하는 요소에 나는 생명존중을 포함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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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와 K-콘텐츠 레볼루션
대중문화연구회 지음 / 북아지트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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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를 한 번도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번만 보고 끝낸 사람은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공중파 TV의 시대는 저물고 개인방송의 시대가 된 요즘이다. 게다가 신문이나 방송에서 개인 크리에이터들이 유튜브를 통해 인기를 얻어서 도리어 MBC의 '마이 리틀 텔레비전'처럼 공중파 방송이 인기 유튜버와 그들의 개인방송 포멧을 그대로 가져다가 프로그램을 만드는 시대가 되었다. 초등학생의 희망 직업 10위안에 처음으로 유튜버가 등장했다니 "유튜브의 K-콘텐츠 레볼루션'은 요즘 시대에 딱 맞는 개론서라는 느낌이 들었다. 내가 이 책을 선택한 이유도 어떻게 하면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책은 다소 논문 같다. 6명의 저자로 이루어진 '대중문화연구회'에서 유튜브 특히 K콘텐츠에 초점을 맞춰서 K팝, 방탄소년단, 아기상어, K-드라마, 뷰티, 먹방과 게임, 관광까지 한국과 관련된 유튜브 콘텐츠 거의 전분야에 걸친 상세한 소개가 이뤄져있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인 것 같아 아쉽다. 세계 속에서 어떻게 K콘텐츠가 받아들여지고 소비되는가에 대한 상세한 소개와 파악이 있지만 이걸 어떻게 유튜버가 되고 싶은 개인이 참고해서 발전시킬 수 있는가는 책을 다 읽은 지금도 확 와닿지가 않는다. 자세한 사례에도 불구하고 어딘가 수박겉핧기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아무래도 이 책은 K콘텐츠의 분석과 진단이 주제이지 개인이 유튜버 크리에이터로 살아남는 법이나, 유명 유튜버가 되는 법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같이 개인 방송에 호기심이 많고 특히 유튜브 플랫폼으로 해외인들까지 구독자로 만들고 싶은 꿈나무들에게 간접적인 도움이 될 마케팅 팁이 몇 가지 소개되어 있다. 첫째는 아기상어의 성공전략에서 보듯이 언어현지화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아기상어는 프로그램을 만들 때 각 언어마다 채널을 따로 개설해서 폭넓은 국가의 팬층을 확보했다. 이는 방탄소년단의 경우도 마찬가지인데 그들이 가진 강력한 팬덤인 "아미"는 거의 전세계 언어의 자막을 자신들이 스스로 만들어서 방송에 붙인다. 커버송 전문 유튜버인 제이플라도 다양한 자막 서비스를 하고 있다. 언어적 장벽이 없다는 것은 콘텐츠 확산에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 꼭 거대 기업과 산업체가 붙지 않더라도 개인 유튜버도 자막 서비스를 한다면 확장된 타겟 설정이 가능하고 스스로 스타가 될 수 있다는 반증이 된다.

자막 서비스외에 유튜버 이사배 씨의 행보도 주목할 만하다. 그녀는 이 책에서 소개된 마케팅 기법을 아주 잘 활용하고 있는 개인 유튜버이다. 뛰어난 메이크업 실력을 바탕으로 스스로 스타성을 이뤄낸 케이스이기 때문이다. 유튜브 메인채널과 별도로 V로그를 운영하고 있는 그녀는 유명 메이크업 쇼에 초대되면 마치 연예인처럼 스스로 자신의 일상을 생중계한다. V로그는 비디오와 블로그의 합성으로 자신의 일상을 블로그처럼 영상으로 기록하는 것이다. '삼시세끼'가 연예인의 일상을 보여줬다면 이사배 씨는 자신의 일상을 스스로 공개한다는 차이점이 있다. 먹방으로 유명한 벤쯔가 자신의 V로그를 따로 운영하고 있다는 것은 책을 통해 처음 알았는데 영리한 그는 자신의 본명을 따서 '만수의 일상'이란 채널을 운영중이라고 한다. 아이유와 이지은이 생각나는 찰나였다.

이렇게 일반인들도 스스로 스타성을 발굴해서 방송을 만들고 전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다니 유튜브란 플랫폼이 생긴 것 자체가 얼마나 기회인가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플랫폼이 생기기 전에 개인이 방송을 하려면 방송국에 들어가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스타가 되기를 기다리는 게 아니라 스스로 스타가 되면 그만인 것이다. 이게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이 문제이지만 그 첫단추는 '유튜브와 K-콘텐츠 레볼루션' 책을 통해 약간의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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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잡담에 적당히 참여하는 방법 - 과학의 눈으로 본 내향인의 이중생활
젠 그렌맨 지음, 노혜숙 옮김 / 더난출판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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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내향인으로 지칭되는 내성적인 사람을 위한 가이드북이다. 어떤 부류의 사람들이 내향인의 범주에 들어가는지, 그들이 외향인으로 일컬어지는 활달하고 사교성 많은 그룹과 무슨 차이점이 있는지, 또 어떻게 해야 방구석에서 세월 다 보내지 않고 원하는 것을 이루며 사회생활을 할 수 있는지 각종 통계와 분석을 통해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나 스스로가 어릴 때부터 무척 내성적인 아이였기 때문에 재밌게 읽었다. 저자의 내향인 기준을 다 납득한 것은 아니고 대략 70% 정도 동의한다. 저자가 스스로도 말했듯이 모든 내향인이 다 같은 것이 아니고 어느 특성은 외향인과 겹치고 내향인 중에서도 부류가 다양하므로 사람을 딱 너는 내향인, 너는 외향인으로 가르긴 어렵다는 것이다. 전 인구의 30~50%를 차지하고 있다는 내향인에 대해 사회적으로는 늘 부정적인 평가가 있어왔다. 말이 없고, 소극적이며, 나서지 않는 모습이 회사나 학교가 바라는 인재상은 아니지 않은가? 대개 이력서에 어필할 수 있는 인재상은 역사적으로 적극적, 사교적 인간에 국한되어 왔다. 조직생활 부적응자나 왕따의 이미지가 책에서 말하는 내향인의 이미지와 딱 겹치는 것 같은 느낌은 아마 틀리지 않을 것이다. "저는 술을 못 마시고, 단체 생활을 좋아하지 않으며, 영업이 맞지 않고 혼자 일하는 것을 좋아합니다"라고 솔직히 쓴다면 내 생각에 그 사람 스펙이 아무리 훌륭해도 우리나라 구직시장에서 선택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러나 저자는 내향인에게도 많은 외향인과 마찬가지로 그들만의 장점이 있으니 그 장점을 더 강화하라고 주문한다. 이 책의 좋은 점은 내향인은 원래 집에 있길 좋아하고 비사교적이니 그냥 생긴다고 살라고만 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저자는 내향인의 특성을 뼛속 깊이 이해하고 있으며 많은 외향적인 사람이 단점으로 보는 내향인만의 특성을 굳이 없앨 필요가 없지만 안전지대를 벗어나려는 노력은 해야한다고 주장한다. 내향인은 히키코모리와 다르며 소수의 사람을 깊이 사귀고 집을 더 편안해하지만 그렇다고 평생 산속이나 집에서 혼자만 살고 싶은 사람들은 아니라는 것이다. 내향인 중에도 사회적으로 큰 성공을 거둔 인물이 있고 자기의 목표를 위해서는 연습을 통해 대중연설이나 영업조차 남들만큼 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저자의 그 발전적인 마인드가 무척 마음에 들었다. 저자는 내향인들이 원하는 것을 말하지 못해 억지로 양보하고, 싸움을 회피하려는 성향 때문에 거칠고 막되어먹은 사람들의 먹이가 되어서는 안된다고 한다. 좀 더 단호하게 원하는 것을 말하는 것도 훈련을 하면 할수록 나아진다고 격려도 하고 있다. 억지로 외향인이 될 필요는 없다. 그러나 마찬가지로 억지로 자신이 진짜 원하는 것을 감추고 매번 손해만 보고 살 필요도 없다. 오랫동안 내향인으로 살면서 다양한 사례를 연구했기에 '내향인으로 현명하게 살아가기'가 이 책의 주제라고 할 수 있다. 모든 내향인들이 한번쯤 겪을 고민이 충분히 반영되어 있기에 재미도 있고 삶의 가이드도 되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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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 센스 - 돈 천재들을 위한 감각 수업
무라카미 요시아키 지음, 박재현 옮김 / 레드스톤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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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투자가인 저자가 돈에 관심이 있다면 머니 센스를 키워야 한다고 주장하는 책이다. 저자는 무라카미 요시아키라는 일본인으로 사업을 하는 아버지 밑에서 자라 어린 시절부터 돈에 관한 공부와 훈련을 받았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재테크 도서라기보다는 자기계발서에 가깝다. 저자는 10살이 되던 해에 아버지에게 대학입학 전까지 일시불 용돈이란 명목으로 100만엔, 약 천만원의 거금을 받는다. 이 돈으로 그는 주식투자를 시작하는데 어린 나이에도 신문과 기업정보가 담긴 계간지를 읽으며 돈에 대한 감각을 키워간다. 저자가 대학을 졸업할 때 즈음에는 그 종자돈이 100배로 불어나 있었다니 이 정도면 그의 아버지는 꽤 성공적인 투자를 한 셈이다. 책은 전반적으로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를 떠올리게 한다. 사실 그보다는 좀 더 원론적이고 쉬운 내용으로 초등학생 혹은 중학생 자녀를 둔 부모가 한 번 읽어보면 좋을 내용이다. 실제적으로 돈버는 기술을 가르쳐준다기보다 어떻게 돈에 대한 생각을 정립하고 방향으로 잡으면 좋을지 원론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머니 센스라고 일컬어지는 돈 감각은 어떻게 하면 길러지느냐로 초반 챕터가 나뉜다. 초반에는 물건값을 맞추는 등 상품 가치에 눈을 뜨는 훈련을 소개하고 있고 그 다음은 어떻게 종자돈을 마련할 것인가, 즉 돈 버는 직업을 선택하는 방법론이 간단히 나와있다. 하고 싶은 일과 할 수 있는 일은 여러차례 다양한 책에서 다루고 있지만 이게 참 쉬운 일이 아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돈도 번다면 얼마나 좋을까마는 그게 안 되니까 모두들 회사를 다니며, 혹은 자영업을 하며 괴로워하는 거 아닐까. 그러나 저자는 좋아하는 일의 함정에 대해서도 놓치지 않고 설명한다. 가난을 무릅쓰고라도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이 있지만 그럴수록 철저히 돈에 대해 생각하고 현실적으로 겪게 될 어려움을 다 계산에 넣지 않으면 아주 빈궁한 처지가 된다는 걸 경고하고 있다. 적은 돈을 가지고도 살려면 더욱 머니 센스가 뛰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아니면 곧 뒤에서 설명할 빚을 지게 되므로 어슬픈 낭만만 좇는 것을 경계한다. 우리나라에서도 문제가 되고 있는 대학생들의 학자금 대출, 각종 생활비 대출을 폐해를 보여준다. 꾸기는 쉽지만 갚기는 어려운 게 대출이므로 되도록 대출 받지 말고 정 돈이 없으면 고교 졸업 후 일단 취직해서 그 후에 대학을 들어가거나 장학금을 받으며 다니는 걸 알아보는 등 2차적인 대안도 생각해보라고 권하고 있다. 맞는 말이다. 빌리기는 쉽지만 이자도 갚기가 어려운 게 대출이다. 꿔 본 사람만 안다.

그래서 빚지지 않는, 돈에 지배당하지 않는 삶은 어떻게 살 수 있는가? 그는 돈을 벌어서 모으고 굴려서 불린다는 간단한 원칙을 설명한다. 일단 종자돈이 필요하다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종자돈 모으는 법은 따로 상세히 나와있지 않다. 그건 각자 알아서 저축을 하거나 직업을 통해 벌라고 하고 그 다음 굴리기는 저자의 경우 주식, 부동산, 벤처 기업 투자, 펀드 매니저 등의 일을 통해 해왔다. 사실 이 굴리기가 관건인데 저자 나이 예순, 다소 전통적인 방법이 아닐 수 없다. 젊은이들이 주식이나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기는 것은 종자돈이 상당하지 않고는 쉬운 일이 아니다. 주변에 주식으로 돈 벌었다는 사람보다 만날 잃었다는 사람이 많아서 한숨이 나오므로 불리기는 역시 초반에는 생업으로 감당해야 할 것 같다. 저자는 이미 20대부터 거부의 대열에 들어섰으니 일반인이 그의 투자를 그대로 따라하기는 힘들고 돈에 대한 감각을 익힌다는데 중점을 두고 읽으면 좋을 책이다.

어쩌면 저자는 사업 수완이 좋고 머니 센스가 뛰어난 아버지를 만나 일찍부터 돈 공부를 했기에 큰 성공을 거둔 지도 모른다. 초등학생 자녀가 있다면 이렇게 종자돈을 대주고 불려가는 재미를 알려줘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평생 가난하게 살지 않기 위해서 더욱 돈에 대한 공부가 필요하다. 왜냐하면 돈은 생존과 직결되어 있고 까닥하면 하기 싫은 일만 평생 하면서 인생을 낭비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제 기부를 위한 재단도 운영하고 그야말로 여유로운 생활을 하는 것 같다. 돈을 벌어서 굴리고 자기와 가족만을 위해 쓰는 게 아니라 국가 시스템을 위해, 또 가난한 이들을 위해 쓴다는 큰 뜻을 품게 되었다. 돈을 벌어 무엇을 사야지, 어떻게 즐겨야지가 아니라 크게 생각하는 모습이 멋져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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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이라 쓰고 버티기라 읽는 - 해야 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 사이에서
한재우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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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재우 작가의 책은 두번째이다. '혼자 하는 공부의 정석'을 시험준비할 때 읽었고 이번에도 그와 비슷한 결을 가진 '노력이라고 쓰고 버티기라 읽는' 에세이를 읽었다. 에세이이지만 자기계발서와 비슷한 내용이다. 다만 자기계발서보다 더 잔잔하고 강요하지 않지만 생활 속에서 나온 깨달음이기에 울림이 더 크다. 모든 챕터는 마치 '핑계는 거절한다!' 같은 느낌이다.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을 핑계어린 고민을 시원하게 깨주고 있다. '어떻게 시작해야 할 지 모르겠다, 아직 준비가 부족하다, 하고 싶은 일을 못 찾았다, 시작이 늦었다, 능력이 없다' 등등 이런 생각을 나만 한 게 아니구나 안도감을 느끼면서 작가의 처방전 같은 글을 읽고 나면 '아, 역시 이런 고민은 핑계였구나' 하고 피식 웃게 된다.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 예화가 많이 나오는데 실은 나도 하루키의 팬이라 저자가 소개한 일화는 다 알고 있는 내용이다. 그럼에도 저자의 주제 연결능력이 탁월하다고 느꼈다. 야쿠르트 스왈로즈의 타자가 시원하게 공을 친 창면을 보고 하루키는 소설가로 되기로 결심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사실 하루키가 그렇게 쓰기는 했지만 나는 그 말을 다 믿지는 않는다. 그건 저자의 말대로 일종의 계기일 뿐이고 어디를 시작점으로 정할 지는 별 의미가 없는 것이다. 하루키가 그 날 스왈로즈의 시원한 타구를 보지 못했다면 그는 평생 작가가 될 마음을 먹지 않았을까? 아마 그건 아닐 것이다. 저자는 작정(作定)이란 지어서 정한다라는 의미이므로 그저 지금 있는 자리에서 마음을 지어 정하라고 했다. 스스로 시작점을 정하면 그 뿐이다. 내가 그동안 대온 무수한 핑계에 대한 가장 적확한 한 방이 아닌가. 나에겐 능력이 없지 않을까, 이 일은 하고 싶지만 너무 어렵지 않을까, 시작하기에 너무 늦은 나이가 아닐까, 남들이 이런 나를 어떻게 볼까 등등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에 가장 좋은 때는 이미 지났다고 나도 모르는새 포기하고 있었는데 한재우 작가의 이력과 글을 읽으며 시작하고 싶은 마음이 솟는 것을 느낀다. 꾸준히 노력이 어떤 기적을 만드는지도 여러 차례 소개되어 있음은 물론이다.

어니스트 헤밍웨이보다 레이먼트 챈들러를 동경한 하루키, 또 그의 생활패턴을 따라한 한재우 작가. 일단 의자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있는 것, 매일 글을 쓰는 것,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 그 결과 작가가 되고 원하던 방향의 인생을 살 게 된 것. 아주 작은 과정을 쌓아올려 결국 삶을 자기가 원하는 방향으로 돌려놓고야만 작가를 보며 습관이 힘이 이렇게 무섭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동시에 그동안 좀처럼 실천하지 않았던 나를 되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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