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SF소설을 거의 읽지 않는 나는 이런 제대로 된 SF장편소설은 사실 처음인 거 같다. 장르 자체가 내겐 낯설기 때문에 초반 50p까지는 탄력이 붙지 않았다. 나는 예전부터 SF소설에 크게 흥미가 없었고 애들이 읽는 황당무계한 이야기라는 편견이 있는 인간이었으므로. 그러나 이 소설은 50p를 넘어서자 빛의 속도로 읽게 되었다. 심지어 중간부터는 울적해지는 나를 발견하는게 주인공 안드로이드 사륜이 자기의 인간몸 박서로를 볼 때만큼이나 낯설었다. 이 소설은 SF의 고전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을 꿈꾸는가'를 떠올리게 한다. 나는 그 고전의 줄거리만 알고 읽지는 않았다. 그 소설에 대한 흥미 역시 영화 '블레이드 러너' 때문이었다. 소설 전기양에서 안드로이드와 인간의 차이점은 점점 미미해진다. 인간은 기계화되고 반대로 기계는 인간화되는 아이러니를 보여준다고 한다. '꿈을 꾸듯 춤을 추듯'에서도 인간들은 식물인간이 된 인간의 몸에 기계의 두뇌를 삽입해서 휴머노이드를 만들고 그들을 바이러스 연구 등에 이용한다. 마찬가지로 주요 등장인물인 노아 박사나 박사의 수양딸인 몽이 등도 휴머노이드를 반대하는 단체에 의해 위협을 받는 상황이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휴머노이드를 만드는 박사 집단과 그들에게 반대하는 인간끼리의 대립이 아니라 무엇이 사람을 사람이라고 규정하는가 같은 윤리적 문제이다. 만약 AI 같은 인공지능도 인간의 몸을 얻고, 오랜 학습을 하고, 사람과 살고 감정까지 사람을 닮아간다면 그들을 여전히 단순 기계라고 규정하고 바이러스 투입같은 비인격적 생체 실험을 해도 되는가? 마찬가지도 사람은 단지 스스로가 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 인간과 똑같은 감정을 가지고 행동을 하는 휴머노이드를 살해해도 되는가? 휴머노이드를 죽여도 그가 기계라고 판정된 이상 재물손괴죄에 불과하다는 것은 씁쓸한 웃음을 짓게 한다. 며칠 전 본 tv프로그램 '궁금한 이야기 Y'에서 고양이를 죽이는 남자가 솜방망이 처벌을 받고, 심지어 고양이 연쇄 살인범인 그가 또 고양이나 개 같은 동물을 소유하는데 법적으로 아무 지장이 없다는 소릴 듣고 경악했다. 그는 심지어 동물센터에서 보호중인 자신의 예전 고양이를 돌려달라고 소송까지 낼 생각인 거 같았다. 왜냐하면 민법상 동물은 소유자의 재산적 가치일 뿐이기 때문이다. 이 얼마나 환장할 노릇인가?

소설 속에서 휴머노이드는 주인공인 사륜 뿐이 아니다. 그가 취직한 죽음연구소에는 각종 바이러스 실험의 마루타 '엘리야'라는 여성 휴머노이드가 있었고 그녀는 스스로를 기계가 주장하는 사람이었다. 다만 모든 특성이 인격을 가진 인간인데도 연구소 사람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기계'라 규정한 이상 기계가 되어야만 하는 끔찍한 처지였다. 뇌의 대부분을 제거했지만 그래도 남아있는 무언가가 인공지능을 만나서 휴머노이드라는 생명체가 된다면 그는 인간인가 기계인가?

주인공인 휴머노이드 사륜은 우울증도 앓고 꿈도 꾸고 심지어 나중에는 춤도 추고 싶어한다. 그리고 인간에 대해 가장 마지막으로 이해하는 것은 죽음에 대한 갈망과 필요성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영원을 꿈꾼다. 소설을 다 읽고 죽음이 있기에 인간이 가장 인간다울 수 있구나 깨닫게 되었다. 영원한 삶이 축복이 아니라 때가 되면 사람은 사람의 몸으로 죽는게 축복이라는 생각을 한다. 과학은 어디까지 인류를 구원할 수 있을까? 휴머노이드를 반대하는 나름의 단체도 타당한 이유가 있다. 그 방식은 너무 폭력적이라 따를 수 없지만 인간의 얼굴을 한 기계에 대한 거부반응, 직업을 빼앗기고 식물처럼 사는 지겨운 삶에 대한 고통, 그게 과연 먼세계 이야기일까? 우리동네 마트에서 자율계산대라는 이름으로 계산원을 없애고 바코드 찍는 기계를 들여놨다. 간단한 학습을 고객에게 시키자 이제 우리는 계산하는 아주머니 없이도 스스로 바코드를 찍고 계산을 마친다. 한달쯤 지나자 기계가 더 편하기까지 하다. 여기부터 시작이다. 직업을 빼앗기고 모든 것을 빼앗긴 후에 이제 인간성마저 AI가 가져가버리면 인간에게는 뭐가 남을까? 씁쓸하고도 복잡한 마음으로 책장을 덮고 우리집 고양이 잠든 얼굴을 바라본다. 고양이는 꿈을 꾸는지 잠을 자면서 무슨 소리를 내고 있다. 생명존중.. 인간을 인간답게 규정하는 요소에 나는 생명존중을 포함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