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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행복을 포기했다
김천균 지음 / 책들의정원 / 2019년 7월
평점 :
참으로 역설적인 제목이 아닐 수 없다. '나는 행복을 포기했다'는 정말 행복을 포기하란 소리가 아니다. 세상이 말하는 성공을 포기하면 진정한 성공이 다가오듯이 행복 추구를 포기하면 역설적으로 행복이 다가온다는 의미이다. 이 책을 읽으며 내내 과연 행복이란 무엇일까를 생각하게 되었다. 소확행이란 말이 유행한지 오래이다. 작고 확실한 행복을 누리자는 뜻인데 이는 소비성향과도 맞물려서 불경기로 많은 비용이 드는 소비를 할 수 없으니 작은 소비를 통해서라도 확실한 행복을 느끼자라고 발전했다. 여기서 말하는 행복은 꾸준한 느낌과는 거리가 멀다. 좋아하는 맥주를 마시든, 고급 빵집의 빵을 사먹든 소비를 통한 행복은 찰나적이다. 아주 잠깐 왔다가 휘발성으로 사라진다. 오히려 불행을 느끼는 게 더 꾸준하고 오래간다는 생각이 든다. 그럼 꾸준하고 확실한 행복은 어떻게 해야 얻을 수 있는 것일까?
저자는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따고 교수, 강사로 지낸 사람이다. 이 책에는 다양한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들, 위인들의 사례가 참으로 많이 소개되었는데 내 눈을 사로잡은 한 사람, 빅터 프랭클을 보니 반가웠다. 나는 그의 저서 '죽음의 수용소에서'를 감명깊게 읽었다. 빅터 프랭클은 오스트리아 출신의 유명한 정신분석학자인데 유대인이란 이유로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끌려갔고 거기서 누이를 제외한 가족 모두를 잃었다. 그 끔찍한 수용소 생활을 겪으면서도 인간 존엄성을 포기하지 않았으며 이 곳을 벗어나면 삶의 의미에 관해 책을 쓰리라 마음먹고 가족을 향한 그리움과 사랑으로 반드시 살아서 나가려는 의지를 다졌다. 수용소에서 관찰한 동료 유대인들의 모습은 참으로 다양하고 사실적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불행하고 끔찍한 상황에 놓여있어도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할 이유가 있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훨씬 많은 비율로 살아남았다. 빅터 박사는 '인간의 주요 관심사는 자기 인생의 의미를 깨닫는 것이다. 우리에게 본질적으로 필요한 것은 삶에 의미를 부여해주는 만족감과 사명감이다'라고 말했다.


박사와 같은 사람이 소확행이 있어서 죽음의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것은 아니다. 진정한 행복은 삶의 목표의식, 사명감에서 나온다는 확신이 드는 내용이다. 그는 자신과 같은 고통을 겪은 사람들을 치유하고 도움을 주고 싶었다. 부모와 형, 아내와 아이들까지 잃은 사람이 일반적인 사람들이 생각하는 행복을 느꼈을 리 없다. 그러나 그는 더 차원높은 목표의식이 있었기에 자살하지도 비관하지도 않았다. 의미 치료를 창시했고 정신의학사에 큰 족적을 남겼다.
행복은 주변사람과 비교해서 얻는 것도 아니고 물질적인 풍요로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저자가 300페이지가 넘게 사례를 들고 분석한 내용을 읽고 내가 내린 결론은 '행복은 사랑을 통해서만 온다'라는 것이다. 빅터 박사도 수용소를 나와 사랑하는 가족을 만날 소망을 품지 않았더라면, 수용소에서 나와서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정신과 의사로 공헌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면 그 생활을 견딜 수 있었을까, 마찬가지로 원시림의 성자라 불린 슈바이처 박사의 헌신도 생명에 대한 존중과 사랑에서 비롯되었다. 슈바이처 박사는 '한 알의 밀알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그대로 있지만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는 성경 말씀에 감명을 받아 안락한 생활을 포기, 늦은 나이에 의사가 된다. 슈바이처 박사는 자신만 안락하고 행복한 삶을 살아서는 안되고 모든 인간은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다고 믿었다. 그 생명 경외 사상이 있었기에 날벌레가 타죽을까봐 밤에는 창을 닫고 불을 켜지 않았고 나뭇가지 한 개도 함부로 꺾지 않았다고 한다. 이 분은 사람만이 아니라 동식물까지 생명이 있는 것은 무엇이든 불쌍히 여기고 아꼈던 것이다.
목적있는 삶, 남을 위한 삶을 살 때 내 삶이 더 가치있어지고 삶의 보람과 행복을 느끼게 되는 게 아이러니다. 나만을 위한 행복추구를 단순히 생각하면 먹고 싶은 음식을 한계치를 갱신해가며 먹고, 하고 싶은 게임을 실컷 한다거나 tv를 종일 본다거나, 오직 소비만 하면 될 것 같은데 실제로는 그렇게 사는 사람들이 행복하지 않다. 우울증의 위험만 높일 뿐이다.

분명한 목적의식을 가지고 이타적인 사랑을 할 때 찾아오는 행복, 이 책은 행복이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인생의 목적의식은 그리 쉽게 찾을 수 없고 봉사와 사랑을 실천하는 것도 매일 생계걱정을 하며 하기 싫은 일을 꾸역꾸역하며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어쩐지 먼 이야기처럼 들리는 것이므로.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살면서 삶의 의미를 찾고 사랑을 하면 행복은 애써 찾지 않아도 옆에 와있을 것 같다. 16가지나 되는 지혜의 이야기가 다른 누군가에게도 도움이 되길 바라며 리뷰를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