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만원의 철학 - 동네 헬스장 형 구진완은 어떻게 252억을 투자받았을까
정영재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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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만원의 철학'은 동네 헬스장을 운영하던 구진완씨가 252억원의 투자를 받아 국내 굴지의 기업형 피트니스 GOTO를 일구기까지의 파란만장한 과정과 경영철학을 담고 있다. 왜 제목이 '2만원의 철학'인가 궁금했는데 그가 초창기 새마을휘트니스를 운영하던 시절 월 2만원이란 파격적인 가격으로 이용료를 책정한 구대표의 아이디어를 표현한 것이라고 한다.

 

 

사실 피트니스 센터, 헬스장, 짐(GYM) 이름을 무엇으로 부르던 간에 소비자가 느끼는 사설 운동시설 이용료는 비싼 편이다. 월수입이 평균 이상인 사람은 부담이 안 되겠지만 평균 이하에게는 특히 그렇다. 한 때 피트니스 센터에 다녀보고자 아파트 현관에 붙던 전단지를 들고 직접 방문한 적이 있다. 월3만원이라고 써있기에 진짜 3만원이냐고 했더니 접수하는 분이 시큰둥한 표정으로 6개월 이상 이용료를 끊어야 가능한 금액이고 중간에 해약하면 정상가가 아니라 할인된 가격으로 이용한 것이니 정상가에 맞춘 환불 수수료를 뗀다고 했다. 설명을 듣고 보니 한달쯤 다니다가 그만두면 해약 수수료로 다 나갈 판이었다. 불공정 계약이 의심되는 순간이다. 또한 입회도 하기 전에 값비싼 PT 설명만 열심히 하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아서 그냥 나왔다. 일반적인 동네 피트니스 센터는 이런 식으로 길고 긴 이용권을 끊게 만드는데 그렇게 목돈을 내도 그 기간 내내 나가는 사람은 손에 꼽을 것이다. 또한 먹튀로 불리는 소위 헬스장 망하는 사태에 대해서는 도대체 누가 책임진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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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소비자의 불신과 불만을 구진완 대표는 정확히 꿰뚫었다. 아마도 그에게는 무수한 경쟁자가 있을 것이고 그의 매장이 하나 차려지면 근처 중소 헬스장은 망하거나 경영이 크게 위태로워질 게 뻔하다. 신문을 보니 동네에 다이소 한 곳 들어오면 문구점, 잡화점, 수퍼까지 매출이 확 떨어진다고 한다. 하물려 한 달 회원권 2만원에 시설도 괜찮고 최선을 다해 지도하는데 누가 안 가겠나 싶다. 구 대표는 252억 투자받기 전에 이미 스스로 새마을 휘트니스라는 센터를 27개 운영하고 있었다. 하지만 기존의 동네 피트니스 센터도 경쟁에서 도태되거나 소비자가 떠나는 것을 두려워하기 전에 질높은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반성도 필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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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사실 성공한 기업인 구진완에 대해 칭찬 일색이다. 비판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처음에는 대필작가를 사서 성공한 CEO가 자서전처럼 쓴 글인가 의심했는데 저자를 보니 스포츠 기자네? 일단 피트니스 센터 성공신화가 흔치 않고 진짜 월이용료 2만원으로도 이런 고급 시설이 운영되는 건가 궁금해서 읽기 시작했다. 내가 알아본 바로는 구청에서 운영하는 주민센터 헬스장 월회비가 3만원이다. 운동시설은 말할 것도 없고 샤워시설은 샤워꼭지 하나씩 다닥다닥 달려있는 게 전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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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고졸에 기존에 하던 발레, 댄스 학원이 망해서 신용불량자였고 그 후 명함제작으로도 오랫동안 고생했다. 새마을휘트니스를 창업하고 나서야 그동안 쌓아온 디자인, 고객관리, 인테리어, 홍보 노하우가 전부 합쳐져서 힘을 발했고 4년만에 신용불량자를 털 수 있었다. 구대표는 책을 많이 읽고 끝없이 시장조사를 하는 타입인데 그가 조사를 해보니 피트니스 선진국인 미국이나 유럽도 월이용료가 20~30달러 수준을 유지하더란다. 그러면서도 우리나라보다 시설도 좋고 운영에 무리가 없었다고.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2만원 정도가 적정선이라고 판단, 그 결심을 밀고 나갔다. 댄스학원 경영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나라 사람들이 그룹수업 GX를 선호한다는 사실을 알고 2만원에 GX도 무료로 제공했다. 이러니 회원들이 몰리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는 피트니스 센터를 도심, 역세권에 세운다. 직장과 가까운 곳에 있어야 동선을 타고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을 간파한 것이다. 강사진 역시 최선으로 신경을 써서 배치, 순식간에 여세를 몰아 10호점까지 내게 된다.

 

 

그 후 동종업계의 비난은 쏟아지고 구대표에게 업계의 불만과 우려를 전하기 위해 대한피트니스 전문가 협회 이사장까지 찾아오지만 이 분은 오히려 구대표의 비전과 논리에 설득당했고 나중에는 구대표에게 새마을휘트니스의 철학을 전해달라고 제안을 하게 된다. 왜냐하면 구대표가 제시한 2만원은 충분한 시장조사와 한국 피트니스 산업이 가야 할 방향을 고려한, 명확한 근거에 바탕을 두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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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대표는 휘트니스 센터의 가격장벽을 낮추고 수익은 월이용료보다는 다른 곳에서 창출하고 있었다. PT는 물론이고 사물함과 런닝머신에 광고유치, 피트니스 관련 기업과 제휴해서 제품 팔기, 기업에 단체 이용권 팔기, 지하철 역사 내에 소규모 피트니스 센터를 세우는 등 남들은 생각도 못한 콜라보(제휴) 전략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었다. 구대표는 어떻게 보면 운동계의 백종원 같은 인물이다. GOTO라는 애초부터 확장을 염두에 둔 브랜드 아래에 연관이 있는 다양한 사업을 배열하는 식이다. GOTO에서는 영어회화 교재인 시원스쿨 상품도 팔아봤다고 한다. 앞으로는 스마트 팜에서 생산되는 유기농 채소를 센터 안에서 제공 판매할 계획도 갖고 있다. 또 지점을 수도권을 넘어 GOTO부산으로 확장하고 이후에는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로 확장할 계획이라고 한다. 한국에 매장을 300개 이상 내면 더이상 자리도 없기에.

 

 개인적으로 이런 사업가가 많이 나왔으면 한다. 이 분은 정직원 개념이 없는 피트니스계에서 전직원 정직원, 4대보험을 실천하고 있다. 한국에 점점 질좋은 일자리가 없어지고 있기에 대졸자가 갈 곳이 없다. 누군가는 혁신을 들고 온다. 구진완 씨가 없어도 어느날 외국기업이 월 이용료 2만원을 들고 와서 한국 동네 피트니스 센터 다 망해도 할 말 없다. 이미 세계화는 현실이다. 네이버가 안 나타났으면 구글이 먹었을 것이다. 나는 그런 점에서 구진완씨가 초심을 잃지 않고 직원 관리 잘해서 국내 피트니스 토종기업이 아시아로, 유럽으로, 미국으로 진출했으면 좋겠다. 갈 때 국내기업들과 제휴해서 함께 made in Korea로 간다니 더욱 멋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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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고생에는 참고 견딜만한 이유와 보람이 있다. 구대표가 신용불량자가 되었을 때 거기서 좌절했다면 오늘의 GOTO는 없었을 것이다. 전단지 돌려본 경험도, 명함 만들면서 디자인 공부한 것도, 다양한 사람을 만나 그들과 일해본 것도 전부 성공의 밑거름이 되었다. 자기 철학이 있기에 남들과 다른 길을 가면서도 흔들리지 않았다. 메모광, 독서광에 발바닥으로 현장에서 뛰는 사람이다. 조그만한 사업체라도 운영할 계획이 있는 분들이라면 한 번 읽어보면 좋을 경제/경영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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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쉬는 날 ㅣ 북극곰 꿈나무 그림책 54
차야다 지음 / 북극곰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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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야다란 작가의 '아빠 쉬는 날'은 너무나 예쁜 그림책이다. 동물 주인공도 그렇고 화사하고 세련된 그림체 때문에 혹시 외국작가인가 했는데 프로필을 읽어보니 한국사람이다. 궁금해서 찾아본 작가 인터뷰에 이름인 '야다'는 히브리어로 보다, 깨닫다라는 뜻이라고 나와있다. 본명이라면 참 특이하고 좋은 이름이다. 부산 국제 어린이 청소년 영화제에서 미술감독도 하고, 지금은 섬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인가보다.

 

 

그림책에는 숨겨진 이야기가 많았다. 어른이 2번을 읽어도 새로운 게 보이고 재미있다. 오랜만에 아빠가 쉬는 날, 아들은 아빠와 놀고 싶은 마음에 학교에서도 집중이 안 된다. 시간은 더디 흐르고 머릿 속엔 온통 집에 가서 아빠랑 놀 생각뿐이다. 그런데 아빠는 눈 떠보니 오전 11시, 침 흘리며 깜짝 놀라는 표정이 웃기다. 아이는 학교에서 급식을 먹을 때도, 청소를 할 때도, 드디어 일과가 끝나서 버스 정류장까지 뛰어갈 때도 내내 아빠 생각뿐이다. 그런데 집에 있는 아빠는 나름 바쁘고 또 느긋한 휴일을 만끽중이다. 두 사람의 대조된 하루 일과와 생각에 위트가 넘친다. 애완동물로 보이는 곤충들도 집에서 나름대로 자기 생활을 하고 있고 벽에는 아빠와 아들의 다정한 사진 뿐 아니라 그 애완곤충 사진까지 붙어있다. 깨알 설정이 너무 웃기고 마치 영화의 한 장면같다.

 

 아이는 아빠 생각 별로 안 한다고 말은 하면서 집에 가는 버스 유리창에 아빠랑 자신의 그림을 그리고 있다. 어린이들의 좋으면서도 싫고, 싫으면서도 좋은 이중심리가 잘 나타나있다. 아빠가 바빠서 충분히 놀아주지 않는 서운함이 비오는 날 풍경과 아름답게 어우러진다. 책이 큰 편이라 펼친 그림이 아주 시원시원하고 비오는 날 강하게 부는 바람이 세차게 흔들리는 나무를 통해 여실히 느껴진다. 그래도 오늘은 아빠가 쉬는 날, 아이는 오늘만은 아빠가 자신과 놀아줄 거라며 잔뜩 기대를 하고 돌아가는 중이다. 비오는 날 버스 정류장은 지붕만으로, 아빠가 마중오는 장면은 우산만으로 위에서 헬리켐을 띄운 듯 감각적인 연출을 했다. 작가의 이력이 새삼 떠오르는 멋진 씬이자 이제 동화는 클라이막스로 가고 있다. 다음장에는 풀페이지로 부자 상봉이 기다리고 있으므로. 우산 들고 마중나온 아빠에게 와락 안기는 아들! 반달이 된 눈, 웃느라 벌린 입, 아이 특유의 가늘고 고운 머리가 결결히 살아있다. 살짝 눈물이 날 정도로 감동적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살면서 한 번쯤 비오는 날 부모님이 마중나와준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 반가움, 고마움, 사랑하는 마음이 그 한 씬에 다 들어있다.

 

그 다음 장면은 비오는 날이라는 설정을 생각하면 참으로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아빠가 쉬는 날에는 특별한 것을 하지 않아도, 어디 가지 않아도 둘이서 보내는 일상으로도 충분하다는 작가의 메세지가 전해진다. 직장 다니는 바쁜 아빠를 둔 아이라면 충분히 공감하면서 읽을 아름다운 그림책이다. 5살 조카도 아주 좋아하면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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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꿈은 안녕하신가요? - 열여덟 살 자퇴생의 어른 입문학 (入文學)
제준 지음 / 센세이션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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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살 청년 제준의 일기장을 훔쳐보는 기분이었다. '당신의 꿈은 안녕하신가요?'는 고등학교를 자퇴한 청춘이 평범하지 않은 자신의 경험을 담담히 풀어내고 있다. 에세이집이기도 하고 어떠한 삶을 살 것인가 본인의 생각과 의지를 담은 청춘을 위한 자기계발서라고도 볼 수 있다. 책 표지에는 18세 소년이라는데 사실 소년이라기엔 좀 많은 나이이고 19세부터는 대학을 가는게 보통이므로 내 느낌상 청년으로 해둔다.

 

제준은 자퇴가 꽤 큰 고민이었던 것 같다. 여러차례 이 이야기가 나온다. 내 개인적으로는 자퇴가 크게 문제될 것도 없지만 또 어떤 자랑거리도 아니라고 본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끝없이 다니는 학교생활은 지겨웠고 수업시간에는 졸기 일쑤였고 지각하지 않으려 쏟아지는 잠을 참고 억지로 일어나야했다. 제준이 말한 학교가기 싫은 이유나 느낌은 우리나라 청소년이라면 거의 다 느낄 그저 평범하고 똑같은 마음이다. 다만 그래도 대부분은 학교에 간다. 나는 개인적으로 그게 성실함의 문제라고도 생각한다. 30분 일찍 가는 것보다 10분 지각하는게 더 쉽다, 학교가기 싫을 때 꾀병을 부려서라도 안 가는 게 너무나 가기 싫은 날 참고 가는 것보다 백배는 쉬울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않는 것도 의지이다. 학교 교육이 어느 부분에선 부질없고 실용성 면에서 큰 쓸모가 없지만 한 편으로는 그럼에도 학교라는 게 각 나라마다 있고 대부분의 청소년들이 고등학교까지 의무교육으로 꾸역꾸역 다니는 것은 나름의 역할과 이유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고등학교 때 만난 친한 친구들을 평생 만난다. 그 때 그 치열한 시기, 학교를 다니며 다양한 집단 속에서 배우고 느낀 것에 때로 불만은 있을지언정 후회는 없다. 한 반에 수십명이 섞이면 분명 싫은 애가 있다. 선생님도 각 과목마다 얼마나 많이 계신가? 내 마음에 드는 선생님도 있지만 그렇지 않기도 하다. 응축된 사회를 가장 예민한 시기에 미리 겪는다. 그러나 내가 그렇다고해서 남도 다 그런 것은 아니고 제준을 통해 지금 딱 이 시대의 청소년 마음을 들여다보는 재미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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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준은 자퇴를 하긴 했지만 소속감이 없어서 불안에 시달리기도 하고 그게 병이 되어서 공황장애를 얻기도 했다. 심지어 소개를 받기로 한 새로운 친구가 제준이 자퇴생이란 얘기를 듣고 안 나오기로 했단 소리에 상처도 받는다. 또 아직까지 학벌위주의 우리나라에서 자퇴생이 흔한 존재는 아니기에 친구들의 수군거림이나 어른들의 짖꿎은 질문에 무작정 노출되기도 한다. 자퇴가 본인이 선택이었다고는 하나, 자기에게는 어려운 결정을 남들이 쉽게 들춰내는 게 기분 좋을리 없다. 하지만 그는 그런 안 좋은 경험들을 통해서도 성장하고 단단해진다. 나이보다 성숙해보이는 이유기도 하다.

제준은 학교를 그만두고 마냥 놀지 않았다. 대안학교를 가서 1년을 다니고 덴마크로 단체 견학도 가고 독서 모임에 참가하고, 글을 쓰고, 여행을 다니는 등 나름대로 바쁜 10대의 생활을 이어간다. 물론 시간이 많으니 초반에는 게임도 하고 놀기도 실컷 논 것 같다. 고등학교에 계속 다녔다면 누리지 못할 호사이다. 가정형편도 남들보다는 훨씬 나은 것 같다. 용돈이 150만원이라니.. 용돈이 월급 수준인데 나중에 예상 연봉을 1억 잡고도 부족할 거 같다는 글을 보고 웃고 말았다. 이 청년은 대졸자 사회 초년생이 연봉 1억은커녕 3~4000만원도 겨우 받는다는 걸 알까? 그나마도 매해 몇 프로라도 올라가거나 안 짤리면 다행이다. 하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남들과 다르게 사는 이런 사람이 성공하면 좋겠다. 똑같이 학교 나와서, 죽어라 공부해서 인서울 4년제 나오고, 좋은 직장 다니면 좋겠는데 이미 좋은 대학 나와도 들어갈 직장이 얼마 없다. 직장 들어가도 많이들 그만둔다. 아침에 출근하는 화이트칼라도 이제 아무나 하는 것도 아니고 영원하지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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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더 이 팍팍한 한국사회에서는 제준처럼 꿈을 다양하게 가지면 좋겠다. 작가될 꿈을 꾸고, 예술가가 될 꿈을 꾸고, 돈을 많이 벌어 하고 싶은 일을 실컷 할 꿈을 꾸고, 그렇게 자기 꿈을 당당하게 실천하는 사람 제준의 미래가 기대되는 이유다. 행복은 찰나의 감정이지만 그 중심에는 역시 '나'란 존재가 있어야 한다. 자신이 평범하지 않다면 굳이 평범해질 이유가 없다. 자퇴가 큰 일이긴하나 대학도 원하면 그 때가서 가면 그만인 세상이다. 인생을 길게 보면 그보다 큰 일은 차고 넘친다. 실상은 내 궁금증은 자퇴생 그 자체가 아니었다. 그 이후가 궁금했을 뿐. 나 학교 다닐 때는 퇴학생도 있었다. 다만 그 친구를 어느 날 아주 오랜만에 등교길 교문에서 봤는데 학교에 들어가는 우리를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어서 형용할 수 없는 기분을 느꼈을 뿐이다. 어떤 선택을 해도 본인의 몫이다. 제준은 작가가 되기 위해 글을 써서 책을 냈다. 머리로 생각만 하고 전혀 실천하지 않았다면 그저 자퇴생으로 끝났을 것이다. 제준은 자퇴생 그 이후를 쓰고 있다. 남과 다른 길을 가는 청년 작가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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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든 여자들
설재인 지음 / 카멜북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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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이력의 작가라 책을 읽기 전부터 관심이 갔다. 서울대를 졸업했고 교사를 하다가 몇 년만에 그만두고 낮에는 복싱을 하고 밤에는 소설을 쓰는 작가가 되었다라니? 단편마다 페미니즘의 진한 향기가 나고 소재도 참으로 다양하다. SF요소가 섞인 '내가 만든 여자들', 성소수자인 두 엄마 아래서 자란 '나'가 주인공인 엔드 오브 더 로드웨이, 요즘 유행인 주제 '하고 싶은 일과 할 수 있는 일'이 생각나는 '회송'도 있다. 어떤 단편은 순전히 작가의 상상력이라 추측되고 어떤 단편은 작가의 개인적 경험이 분명히 섞였을 거 같은 내용도 있다. 또한 게 중에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잡문집을 읽을 때처럼 정신이 아득해지고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삼백칠십오 년의 라벤더, 그리고 남아프리카 원산지의 크크크'같은 실험적인 단편도 있다. 무려 12편의 단편소설이다. 뭐가 나올지 알 수 없는 초콜릿 상자를 여는 것처럼 다양한 소설을 실컷 읽는 기분에 신이 난다.

 

 제목으로 선택된 '내가 만든 여자들'도 그렇고 몇몇 작품은 단편이라는 틀에 갖혀있기엔 아쉬운 분량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야기는 이제부터 시작인 거 같은데 급하게 끝을 내버린 것 같다.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기 좋은 소재이기도 한데 짧아도 너무 짧다. 왜 부장의 D데이는 나오질 않는지, 어떻게 그 인조 인간들이 감쪽같이 살인을 하고 법망을 빠져나가는 방법은 안 그린 건지, 좋은 커피 한 잔 얻어마셨다고 살인행각에 훌렁 동조해버리는 신입이라니 그저 자세한 뒷이야기가 궁금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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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송'이란 단편의 지하철 소재도 참으로 자세하고 신선했으며 혁진과 진아의 뒷이야기가 궁금해진 작품이다. 이들은 다음에 중편이상의 분량으로 재탄생하면 좋겠다. 신붓감 일순위라는 한 줄로 대변되는 여교사와 대기업 남직원의 지겨운 연애는 마치 교사란 직업이 상징하는 것처럼 안정적이지만 지루한 현실을 상징하고 독특한 취미를 가진 혁진과의 대학시절 연애는 이미 지나가버렸지만 너무나 소중한 꿈과 이상을 담고 있는 것 같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동대문역사공원역, 노원역, 홍대입구역은 다 내가 가 본 역이자 익숙한 곳이라 읽는 내내 알 수 없는 친밀감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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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바지락 봉지' 에 나오는 음식묘사는 얼마나 찰지고 맛있던가? 이 작가는 음식에 보통 조예가 깊은 것이 아니다. 맛있는 녀석들의 김준현만큼이나 제대로 먹고 맛을 아는 게 분명하다. 이 작품 외에도 거의 모든 단편에 음식이 나오는데 내용에 관계없이 침이 고인다. 코코넛 냄새가 나는 알록달록한 떡, 끈끈하고 달달한 육수에 말아낸 갈비국수, 팔뚝만한 러시아 양꼬치에 발티카 맥주, 꽃향기가 나고 초콜릿 맛을 품고 볶은 견과류의 고소함이 감도는 커피, 너무 추운 날에 먹는 바지락 칼국수에 소주 한 잔. 소설 속 주인공들은 이 맛있는 음식 속에 묻어있는 추억을 못 잊어서 웃고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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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투를 하는 소설가라면 맷집도 좋을 것이다. 감칠맛 나는 단편을 읽어나가며 다음에는 이 작가의 중편이나 장편을 읽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좀 더 끝까지 주인공들을 몰아붙여도 좋지 않을까? 마치 시나리오의 시놉시스만 읽고 책장을 덮는 것처럼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 많았다. 출판사에서 등단도 하지 않는 작가의 작품을 책으로 엮어줬다고 하는데 그 안목에 감탄한다. 충분한 가능성이 보이는 작품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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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행복을 포기했다
김천균 지음 / 책들의정원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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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역설적인 제목이 아닐 수 없다. '나는 행복을 포기했다'는 정말 행복을 포기하란 소리가 아니다. 세상이 말하는 성공을 포기하면 진정한 성공이 다가오듯이 행복 추구를 포기하면 역설적으로 행복이 다가온다는 의미이다. 이 책을 읽으며 내내 과연 행복이란 무엇일까를 생각하게 되었다. 소확행이란 말이 유행한지 오래이다. 작고 확실한 행복을 누리자는 뜻인데 이는 소비성향과도 맞물려서 불경기로 많은 비용이 드는 소비를 할 수 없으니 작은 소비를 통해서라도 확실한 행복을 느끼자라고 발전했다. 여기서 말하는 행복은 꾸준한 느낌과는 거리가 멀다. 좋아하는 맥주를 마시든, 고급 빵집의 빵을 사먹든 소비를 통한 행복은 찰나적이다. 아주 잠깐 왔다가 휘발성으로 사라진다. 오히려 불행을 느끼는 게 더 꾸준하고 오래간다는 생각이 든다. 그럼 꾸준하고 확실한 행복은 어떻게 해야 얻을 수 있는 것일까?

  

저자는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따고 교수, 강사로 지낸 사람이다. 이 책에는 다양한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들, 위인들의 사례가 참으로 많이 소개되었는데 내 눈을 사로잡은 한 사람, 빅터 프랭클을 보니 반가웠다. 나는 그의 저서 '죽음의 수용소에서'를 감명깊게 읽었다. 빅터 프랭클은 오스트리아 출신의 유명한 정신분석학자인데 유대인이란 이유로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끌려갔고 거기서 누이를 제외한 가족 모두를 잃었다. 그 끔찍한 수용소 생활을 겪으면서도 인간 존엄성을 포기하지 않았으며 이 곳을 벗어나면 삶의 의미에 관해 책을 쓰리라 마음먹고 가족을 향한 그리움과 사랑으로 반드시 살아서 나가려는 의지를 다졌다. 수용소에서 관찰한 동료 유대인들의 모습은 참으로 다양하고 사실적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불행하고 끔찍한 상황에 놓여있어도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할 이유가 있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훨씬 많은 비율로 살아남았다. 빅터 박사는 '인간의 주요 관심사는 자기 인생의 의미를 깨닫는 것이다. 우리에게 본질적으로 필요한 것은 삶에 의미를 부여해주는 만족감과 사명감이다'라고 말했다.

 

 

박사와 같은 사람이 소확행이 있어서 죽음의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것은 아니다. 진정한 행복은 삶의 목표의식, 사명감에서 나온다는 확신이 드는 내용이다. 그는 자신과 같은 고통을 겪은 사람들을 치유하고 도움을 주고 싶었다. 부모와 형, 아내와 아이들까지 잃은 사람이 일반적인 사람들이 생각하는 행복을 느꼈을 리 없다. 그러나 그는 더 차원높은 목표의식이 있었기에 자살하지도 비관하지도 않았다. 의미 치료를 창시했고 정신의학사에 큰 족적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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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주변사람과 비교해서 얻는 것도 아니고 물질적인 풍요로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저자가 300페이지가 넘게 사례를 들고 분석한 내용을 읽고 내가 내린 결론은 '행복은 사랑을 통해서만 온다'라는 것이다. 빅터 박사도 수용소를 나와 사랑하는 가족을 만날 소망을 품지 않았더라면, 수용소에서 나와서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정신과 의사로 공헌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면 그 생활을 견딜 수 있었을까, 마찬가지로 원시림의 성자라 불린 슈바이처 박사의 헌신도 생명에 대한 존중과 사랑에서 비롯되었다. 슈바이처 박사는 '한 알의 밀알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그대로 있지만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는 성경 말씀에 감명을 받아 안락한 생활을 포기, 늦은 나이에 의사가 된다. 슈바이처 박사는 자신만 안락하고 행복한 삶을 살아서는 안되고 모든 인간은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다고 믿었다. 그 생명 경외 사상이 있었기에 날벌레가 타죽을까봐 밤에는 창을 닫고 불을 켜지 않았고 나뭇가지 한 개도 함부로 꺾지 않았다고 한다. 이 분은 사람만이 아니라 동식물까지 생명이 있는 것은 무엇이든 불쌍히 여기고 아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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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있는 삶, 남을 위한 삶을 살 때 내 삶이 더 가치있어지고 삶의 보람과 행복을 느끼게 되는 게 아이러니다. 나만을 위한 행복추구를 단순히 생각하면 먹고 싶은 음식을 한계치를 갱신해가며 먹고, 하고 싶은 게임을 실컷 한다거나 tv를 종일 본다거나, 오직 소비만 하면 될 것 같은데 실제로는 그렇게 사는 사람들이 행복하지 않다. 우울증의 위험만 높일 뿐이다.

 

분명한 목적의식을 가지고 이타적인 사랑을 할 때 찾아오는 행복, 이 책은 행복이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인생의 목적의식은 그리 쉽게 찾을 수 없고 봉사와 사랑을 실천하는 것도 매일 생계걱정을 하며 하기 싫은 일을 꾸역꾸역하며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어쩐지 먼 이야기처럼 들리는 것이므로.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살면서 삶의 의미를 찾고 사랑을 하면 행복은 애써 찾지 않아도 옆에 와있을 것 같다. 16가지나 되는 지혜의 이야기가 다른 누군가에게도 도움이 되길 바라며 리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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