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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쉬는 날 ㅣ 북극곰 꿈나무 그림책 54
차야다 지음 / 북극곰 / 2019년 8월
평점 :
차야다란 작가의 '아빠 쉬는 날'은 너무나 예쁜 그림책이다. 동물 주인공도 그렇고 화사하고 세련된 그림체 때문에 혹시 외국작가인가 했는데 프로필을 읽어보니 한국사람이다. 궁금해서 찾아본 작가 인터뷰에 이름인 '야다'는 히브리어로 보다, 깨닫다라는 뜻이라고 나와있다. 본명이라면 참 특이하고 좋은 이름이다. 부산 국제 어린이 청소년 영화제에서 미술감독도 하고, 지금은 섬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인가보다.


그림책에는 숨겨진 이야기가 많았다. 어른이 2번을 읽어도 새로운 게 보이고 재미있다. 오랜만에 아빠가 쉬는 날, 아들은 아빠와 놀고 싶은 마음에 학교에서도 집중이 안 된다. 시간은 더디 흐르고 머릿 속엔 온통 집에 가서 아빠랑 놀 생각뿐이다. 그런데 아빠는 눈 떠보니 오전 11시, 침 흘리며 깜짝 놀라는 표정이 웃기다. 아이는 학교에서 급식을 먹을 때도, 청소를 할 때도, 드디어 일과가 끝나서 버스 정류장까지 뛰어갈 때도 내내 아빠 생각뿐이다. 그런데 집에 있는 아빠는 나름 바쁘고 또 느긋한 휴일을 만끽중이다. 두 사람의 대조된 하루 일과와 생각에 위트가 넘친다. 애완동물로 보이는 곤충들도 집에서 나름대로 자기 생활을 하고 있고 벽에는 아빠와 아들의 다정한 사진 뿐 아니라 그 애완곤충 사진까지 붙어있다. 깨알 설정이 너무 웃기고 마치 영화의 한 장면같다.

아이는 아빠 생각 별로 안 한다고 말은 하면서 집에 가는 버스 유리창에 아빠랑 자신의 그림을 그리고 있다. 어린이들의 좋으면서도 싫고, 싫으면서도 좋은 이중심리가 잘 나타나있다. 아빠가 바빠서 충분히 놀아주지 않는 서운함이 비오는 날 풍경과 아름답게 어우러진다. 책이 큰 편이라 펼친 그림이 아주 시원시원하고 비오는 날 강하게 부는 바람이 세차게 흔들리는 나무를 통해 여실히 느껴진다. 그래도 오늘은 아빠가 쉬는 날, 아이는 오늘만은 아빠가 자신과 놀아줄 거라며 잔뜩 기대를 하고 돌아가는 중이다. 비오는 날 버스 정류장은 지붕만으로, 아빠가 마중오는 장면은 우산만으로 위에서 헬리켐을 띄운 듯 감각적인 연출을 했다. 작가의 이력이 새삼 떠오르는 멋진 씬이자 이제 동화는 클라이막스로 가고 있다. 다음장에는 풀페이지로 부자 상봉이 기다리고 있으므로. 우산 들고 마중나온 아빠에게 와락 안기는 아들! 반달이 된 눈, 웃느라 벌린 입, 아이 특유의 가늘고 고운 머리가 결결히 살아있다. 살짝 눈물이 날 정도로 감동적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살면서 한 번쯤 비오는 날 부모님이 마중나와준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 반가움, 고마움, 사랑하는 마음이 그 한 씬에 다 들어있다.
그 다음 장면은 비오는 날이라는 설정을 생각하면 참으로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아빠가 쉬는 날에는 특별한 것을 하지 않아도, 어디 가지 않아도 둘이서 보내는 일상으로도 충분하다는 작가의 메세지가 전해진다. 직장 다니는 바쁜 아빠를 둔 아이라면 충분히 공감하면서 읽을 아름다운 그림책이다. 5살 조카도 아주 좋아하면서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