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꿈은 안녕하신가요? - 열여덟 살 자퇴생의 어른 입문학 (入文學)
제준 지음 / 센세이션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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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살 청년 제준의 일기장을 훔쳐보는 기분이었다. '당신의 꿈은 안녕하신가요?'는 고등학교를 자퇴한 청춘이 평범하지 않은 자신의 경험을 담담히 풀어내고 있다. 에세이집이기도 하고 어떠한 삶을 살 것인가 본인의 생각과 의지를 담은 청춘을 위한 자기계발서라고도 볼 수 있다. 책 표지에는 18세 소년이라는데 사실 소년이라기엔 좀 많은 나이이고 19세부터는 대학을 가는게 보통이므로 내 느낌상 청년으로 해둔다.

 

제준은 자퇴가 꽤 큰 고민이었던 것 같다. 여러차례 이 이야기가 나온다. 내 개인적으로는 자퇴가 크게 문제될 것도 없지만 또 어떤 자랑거리도 아니라고 본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끝없이 다니는 학교생활은 지겨웠고 수업시간에는 졸기 일쑤였고 지각하지 않으려 쏟아지는 잠을 참고 억지로 일어나야했다. 제준이 말한 학교가기 싫은 이유나 느낌은 우리나라 청소년이라면 거의 다 느낄 그저 평범하고 똑같은 마음이다. 다만 그래도 대부분은 학교에 간다. 나는 개인적으로 그게 성실함의 문제라고도 생각한다. 30분 일찍 가는 것보다 10분 지각하는게 더 쉽다, 학교가기 싫을 때 꾀병을 부려서라도 안 가는 게 너무나 가기 싫은 날 참고 가는 것보다 백배는 쉬울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않는 것도 의지이다. 학교 교육이 어느 부분에선 부질없고 실용성 면에서 큰 쓸모가 없지만 한 편으로는 그럼에도 학교라는 게 각 나라마다 있고 대부분의 청소년들이 고등학교까지 의무교육으로 꾸역꾸역 다니는 것은 나름의 역할과 이유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고등학교 때 만난 친한 친구들을 평생 만난다. 그 때 그 치열한 시기, 학교를 다니며 다양한 집단 속에서 배우고 느낀 것에 때로 불만은 있을지언정 후회는 없다. 한 반에 수십명이 섞이면 분명 싫은 애가 있다. 선생님도 각 과목마다 얼마나 많이 계신가? 내 마음에 드는 선생님도 있지만 그렇지 않기도 하다. 응축된 사회를 가장 예민한 시기에 미리 겪는다. 그러나 내가 그렇다고해서 남도 다 그런 것은 아니고 제준을 통해 지금 딱 이 시대의 청소년 마음을 들여다보는 재미가 있었다.

제준은 자퇴를 하긴 했지만 소속감이 없어서 불안에 시달리기도 하고 그게 병이 되어서 공황장애를 얻기도 했다. 심지어 소개를 받기로 한 새로운 친구가 제준이 자퇴생이란 얘기를 듣고 안 나오기로 했단 소리에 상처도 받는다. 또 아직까지 학벌위주의 우리나라에서 자퇴생이 흔한 존재는 아니기에 친구들의 수군거림이나 어른들의 짖꿎은 질문에 무작정 노출되기도 한다. 자퇴가 본인이 선택이었다고는 하나, 자기에게는 어려운 결정을 남들이 쉽게 들춰내는 게 기분 좋을리 없다. 하지만 그는 그런 안 좋은 경험들을 통해서도 성장하고 단단해진다. 나이보다 성숙해보이는 이유기도 하다.

제준은 학교를 그만두고 마냥 놀지 않았다. 대안학교를 가서 1년을 다니고 덴마크로 단체 견학도 가고 독서 모임에 참가하고, 글을 쓰고, 여행을 다니는 등 나름대로 바쁜 10대의 생활을 이어간다. 물론 시간이 많으니 초반에는 게임도 하고 놀기도 실컷 논 것 같다. 고등학교에 계속 다녔다면 누리지 못할 호사이다. 가정형편도 남들보다는 훨씬 나은 것 같다. 용돈이 150만원이라니.. 용돈이 월급 수준인데 나중에 예상 연봉을 1억 잡고도 부족할 거 같다는 글을 보고 웃고 말았다. 이 청년은 대졸자 사회 초년생이 연봉 1억은커녕 3~4000만원도 겨우 받는다는 걸 알까? 그나마도 매해 몇 프로라도 올라가거나 안 짤리면 다행이다. 하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남들과 다르게 사는 이런 사람이 성공하면 좋겠다. 똑같이 학교 나와서, 죽어라 공부해서 인서울 4년제 나오고, 좋은 직장 다니면 좋겠는데 이미 좋은 대학 나와도 들어갈 직장이 얼마 없다. 직장 들어가도 많이들 그만둔다. 아침에 출근하는 화이트칼라도 이제 아무나 하는 것도 아니고 영원하지도 않다.

그래서 더 이 팍팍한 한국사회에서는 제준처럼 꿈을 다양하게 가지면 좋겠다. 작가될 꿈을 꾸고, 예술가가 될 꿈을 꾸고, 돈을 많이 벌어 하고 싶은 일을 실컷 할 꿈을 꾸고, 그렇게 자기 꿈을 당당하게 실천하는 사람 제준의 미래가 기대되는 이유다. 행복은 찰나의 감정이지만 그 중심에는 역시 '나'란 존재가 있어야 한다. 자신이 평범하지 않다면 굳이 평범해질 이유가 없다. 자퇴가 큰 일이긴하나 대학도 원하면 그 때가서 가면 그만인 세상이다. 인생을 길게 보면 그보다 큰 일은 차고 넘친다. 실상은 내 궁금증은 자퇴생 그 자체가 아니었다. 그 이후가 궁금했을 뿐. 나 학교 다닐 때는 퇴학생도 있었다. 다만 그 친구를 어느 날 아주 오랜만에 등교길 교문에서 봤는데 학교에 들어가는 우리를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어서 형용할 수 없는 기분을 느꼈을 뿐이다. 어떤 선택을 해도 본인의 몫이다. 제준은 작가가 되기 위해 글을 써서 책을 냈다. 머리로 생각만 하고 전혀 실천하지 않았다면 그저 자퇴생으로 끝났을 것이다. 제준은 자퇴생 그 이후를 쓰고 있다. 남과 다른 길을 가는 청년 작가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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