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제국주의 - 누가 블록체인 패권을 거머쥘 것인가 북저널리즘 (Book Journalism) 40
한중섭 지음 / 스리체어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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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비트코인 광풍이 불었을 때 비트코인에 투자하거나 혹은 암호화폐 전반에 관심을 가진 분들이 많았을 것이다. 그러나 인터넷 상에서 박상기의 난으로 불린 대폭락 사태를 겪고 대다수의 불나방 같은 투자자들은 판돈만 잃고 떠났다. 나는 그 후에도 카페를 들락거리면서 추이를 지켜보았는데 비트코인 뿐 아니라 다양한 알트코인이 생겨나고 사그러지고 또 일련의 과정을 거치는 지금 같은 과도기에 흥미를 느꼈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에서도 리브라라고 자체 암호화폐를 발행한다고 하는 뉴스를 봤다. 이런 시기에 딱 맞춰 좀 더 학문적으로 비트코인을 들여다봐도 되지 않을까 싶을 때 나온 책이 '비트코인 제국주의'다. 이 책은 비트코인으로 대변되는 암호화폐에 투자를 하냐 마냐하는 투자서가 아니다. 비트코인을 제국주의의 입장에서 풀어낸 경제/경영서이다. 현대사회는 무력이 아닌 돈으로 전쟁을 한다고 한다. 오늘도 미국과 중국은 관세문제를 놓고 한판 붙었고 우리나라와 일본도 경제 전쟁을 하는 중이다. 그런 의미에서 제국주의는 여전히 진행중이다.

 

과거의 전쟁이 땅따먹기 양상이었다면 현대의 전쟁은 무역으로 대변되는 돈으로 이뤄진다. 또한 이미 유럽은 미국에게 졌고 세계는 미국과 중국 이 두 나라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 끼여있기는 하나 내가 보기에도 중국쪽에 붙기 보다는 미국쪽으로 돌아설 것 같다. 역사적으로 미국에 반기를 들고 살아남은 국가가 없다. 미국의 무역제재가 한 번 들어가면 그 나라 경제는 파탄이 난다. 그렇다면 미국은 비트코인에 대해 어떤 생각일까? 미국은 달러를 찍어내는 기축통화국이다. 이 사실만 보면 미국은 비트코인에 반대할 것 같다. 그러나 저자는 미국이 오히려 비트코인을 달러의 적으로 생각하지 않고 금 같은 대체 자산으로 생각한다는 것이고 새로운 돈벌이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한다. 미국은 이미 국가 차원에서 미래 화폐가 될지도 모르는 비트코인을 선점하고 있다. 미국 유수의 기업들, 스타벅스나 페이스북, 월마트, IBM같은 곳들도 이미 암호화폐의 미래 가치에 대해 연구하고 상당한 진척을 이뤘다는 팩트가 놀랍다.

 

나는 스타벅스의 리워드 제도, 스벅의 어플 등에 관해서는 알고 있었지만 스타벅스앱에 돈을 예치한 고객들의 예치금이 12억 달러로 미국 웬만한 중소 은행보다 많다는 것은 처음 알았다. 뿐만 아니라 미국내 스타벅스 모바일 페이 사용자수가 구글 페이나 삼성 페이의 두 배가 넘는다니 스타벅스가 글로벌 비트코인 은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정말 자사의 시스템을 잘 이용하는 것이 아닐 수 없다. 전세계 17억명은 은행계좌가 없고 그 중 67퍼센트는 모바일 기기를 사용한다고 한다. 그들이 스타벅스 은행의 고객이 되기란 너무 쉬운 일 아닌가? 아르헨티나와 베네수엘라는 정치 경제적 낙후성 때문에 비트코인의 인기가 많은 나라인데 은행 계좌가 없어도 금융수요는 충분하므로 비트코인이 좀 더 활성화되면 가치가 없는 자국의 돈 대신 안정화된 비트코인을 이용하고도 남을 것이다. 돈다발을 수북히 가져가도 햄버거 하나 사먹을 수 없고 오늘 우유값과 내일 우유값이 다르다는 얘기는 뉴스에서도 봤다. 아.. 이 얘기는 참 가슴 아프다. 일본의 경제 침략으로 나라가 어지럽고 환율이 급등하고, 동시에 주가는 내려간 오늘만 봐도 하나의 국가가 이루는 화폐 가치란 결국 달러 대 자국 통화인데 우리나라 돈이 가만히 있어도 대외적으로 한국돈의 가치를 낮게 쳐주면 내 노동력이나 자산은 어이없이 무너질 수 있다.

 

그리고 비트코인 역시 강자독식이라는 제국주의 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한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미국과 중국의 먹이감이 될 거라는 게 이 책의 우울한 전망이다. 그나마 우리나라가 살아남으려면 비트코인을 투기와 암호기술로 이분화하지 말고 그 자체로 들여다보고 다른 선진국처럼 빠르게 선점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모든 기술이 그렇듯이 신뢰를 얻으면 그 때부터는 빠른 속도로 발전하니 서두르라는게 저자의 조언이다. 나 역시 이제는 현금을 거의 들고 다니지 않는다. 몇 년부터는 신용카드만 지갑에 있고 그나마 신용카드도 없이 각종 페이나 어플만 들고 다니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마차에서 자동차로의 변화, 현금에서 신용카드로의 변화 모두 처음에는 신뢰를 얻지 못했고 규제가 심했다.

 

투기 광풍 세력에는 단호히 대처해야겠지만 세계화폐가 될지도 모르는 암호화폐 세계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국민 개개인은 물론, 국가차원에서의 투자와 연구가 더 필요해보인다. 지금 우리나라는 우버 같은 차량공유 제도를 택시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막고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이게 얼마나 갈까 싶다. 마치 에어비앤비나 다른 공유서비스처럼 어느날 전세계인이 거의 다 쓰는 일상 서비스가 되고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되는 날 분명 규제는 바뀔 것이고 그 때는 너무 늦어 글로벌 기업에 잠식당할 위험이 크다.

 

다른 책에서도 봤는데 달러의 가치는 이미 5%정도밖에 안 남았다고 한다. 미국이 달러를 대신하는 미래의 화폐로 비트코인 같은 암호화폐를 준비한다면 우리나라 역시 늦지 않게 대처해야 한다. 지금 우리나라와 일본의 무역전쟁을 보면서 상상력이 전혀 없는 정책이 얼마나 위험한가 실감한다. 수많은 소재와 기술을 일본에 의지하고 대체재도 없이 공장과 설비를 늘리고 장미빛 미래만 생각했다면 무서운 일이 아닌가? 강대국은 언제고 우리의 뒤통수를 칠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며 미국, 중국은 미래의 화폐 패권을 놓치지 않을 것이고 국가가 신기술에 둔감하면 국민들의 재산권과 주요기업이 다 위험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은행계좌가 없는 17억명의 인구, 그 중 3분의 2는 모바일 기기를 사용한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스타벅스 및 몇몇 미국기업은 세계의 은행이 되고자 움직이는 세상이다. 나도 스타벅스 커피 마시지만 삼성을 응원하고 싶다. 빨리 뭐라도 개발해서 뒤처지지 않길 바란다. 물론 비트코인과 이더리움도 계속 지켜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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