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다리 ㅣ 그래비티 픽션 Gravity Fiction, GF 시리즈 8
천선란 지음 / 그래비티북스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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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래비티 북스의 SF시리즈는 신선한 감각을 지닌 젊은 국내 작가들의 작품을 엄선해서 출판하고 있다. 외국의 SF소설과는 그 결이 다르고 등장인물이 한국인, 한국이 배경인 것도 SF소설을 읽는 색다른 매력이 된다. 대개의 SF소설이 그렇듯 "무너진 다리"가 그리는 미래의 모습도 유토피아와는 거리가 멀다. 기술은 발달에 발달을 거듭해 인간같은 로봇보다 한층 더 나아간 휴론을 개발하기에 이른다. 휴론은 휴먼과 클론의 합성어로 신체배양 기술을 적용해서 다리를 잃은 사람에게는 휴론이 배양한 다리를 떼어주고, 팔이 없는 사람은 팔을 길러서 가져가는 식이다. 무척 잔인한데 로봇이 아무 의사도 감각도 없다고 생각하면 마치 지금 돼지에서 인간으로 장기 이식을 연구하는 것과 마찬가지의 맥락이라고도 볼 수 있다. 다만 로봇이 인간을 닮으면 닮을수록 꺼림칙한 기분이 드는데 이는 일본의 로봇 공학자가 말한 '불쾌한 골짜기 이론'과도 일맥상통한다. 이 이론에 따르면 로봇이 사람의 모습과 비슷해질수록 인간이 로봇에 느끼는 호감도가 증가하지만 그 유사성이 '어느 정도'에 도달하게 되면 오히려 강한 거부감을 유발하게 된다고 한다.  

 

 

 

 

이 책은 무려 500페이지가 넘는 장편소설인데 사실 읽기가 쉬운 책은 아니었다. 매일 열심히 읽어도 초반에는 좀처럼 진도가 나가지 않았고 빛반사가 심한 흰종이라서 시력이 좋지 않은 나로서는 계속 각도를 조절해가면서 봐야했다. 또 내가 SF장르에 익숙치 않은 초보 독자이기도 했지만 등장인물이 너무 많아서 주인공인 아인과 동생인 아라, 엄마인 임교수, 친구인 마티아스, 중요 휴론인 카인과 아벨 외에는 읽어도 그닥 기억에 남지 않는 조연이나 엑스트라급의 등장인물도 꽤 많은 편이다. 만약 나처럼 처음 100페이지 읽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는 초보 SF독자라면 본문을 읽기 전에 맨 앞에 나온 등장인물 소개를 꼼꼼히 읽고 진행할 것을 권한다. 아니면 읽으면서 등장인물 메모를 하면 여기저기 시간과 장소를 옮겨 넘나드는 이야기를 따라잡기가 훨씬 수월할 것이다.  


간단히 줄거리를 말하자면 주인공인 우주비행사 아인은 새로운 행성 가이아를 개척해서 지구인을 이주시킬 계획을 가지고 동료들과 우주선 펄서를 타고 우주로 간다. 그러나 갑자기 등장한 유성을 피하지 못해 우주선이 유성과 충돌하고 동료 둘을 잃고 아인만 가까스로 탈출선을 타고 오랜 시간만에 지구로 오는데 오는 사이 몸은 다 상하고 뇌만 살아남는 처참한 지경이 된다. 그에게는 단 하나뿐인 남동생 아라가 있는데 지구에 남았던 아라는 불의의 사고로 다리를 잃었고 자신의 대체 다리를 배양하는 휴론을 스스로 풀어준 후 자살을 한다. 동생의 자살 소식은 우주 비행중인 아인에게 큰 충격이었고 감당할 수 없는 충격 탓에 운전을 동료들이 맡아서 한 것이다. 그 사이 사고가 났기 때문에 아인은 오랫동안 죄책감에 시달린다.

 

아인이 혼자 이런 시련을 겪으며 탈출선을 타고 지구로 귀환하는 동안, 지구에서는 제2의 지구인 가이아로 가기 위해 쏜 핵엔진이 폭발해서 아메리카 반도로 추락했고 그 결과 지구 절반이 사라진다. 남은 사람들은 방사능에 피폭되어 죽고 다치고 아비규환이고 세계의 멸망이란 어떤 모습인가 익숙한 모습의 암울한 미래가 펼쳐진다.

 

 

남은 절반의 지구에 사는 사람들은 암흑의 땅이 된 아메리카 대륙으로 휴론을 보내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아보려고 하고, 이상하게도 보낸 족족 연락이 두절되자 마지막 수단으로 아인의 뇌를 이식한 안드로이드를 만들어서 정찰을 보낸다. 이후의 이야기는 지나친 스포라서 생략하고 또 줄거리가 중요한 소설은 아니다. 아포칼립스 소설이 그렇듯이 지구 대멸망이 진행되는 동안 그곳에 살아남은 사람들은 어떤 선택을 하는가, 인간이 더이상 인간의 모습을 한 게 아니어도 어디까지 인간성을 유지할 수 있을까, 마찬가지로 스스로 감정과 생각을 가진 휴론 같은 로봇이 나타난다면 사람들은 그들을 과연 기계로만 취급할 수 있는가하는 윤리의 문제가 등장한다. 지금도 인공지능을 가진 기기와 대화를 하면서 외로움을 달래는 사람들이 있다. 그 기술이 더욱 발전해서 기계가 인간을 닮아갈 때 우리는 그들을 어디까지 로봇으로, 어디부터는 인간처럼 대하게 될까? 미래에는 지구가 아닌 다른 행성에서 인류가 생존할지도 정말 알 수 없는 일이고, 그 때에도 우리가 이런 모습의 인간으로만 살게 될지는 또 모르는 일이다. 인간이 인간다움을 잃어버리면 로봇과 다를 게 없듯이 로봇도 진화를 거듭해 인간과 같아지거나 그 이상이 된다면 어떤 대접을 받고 싶어할지 모를 일이다.

 

 아인이 휴머노이드의 몸에 갇힌 잔인한 시절에도 카인이라는 휴론과 함께 희망의 씨앗을 뿌리듯이 익숙한 지구가 멸망해도 그것이 인류의 끝은 아닐 수 있다. 그러나 휴론을 개발한 임교수가 본인은 췌장암으로 죽는 것을 선택한 반면 일반적인 사람들은 신체를 배양해 삶을 연장하는 모습이 참으로 추해보였다. 아무리 기술이 발달하고 세월이 변해도 사람이 사람다울 때 그 고유의 가치가 있다. 아마도 두뇌로도 신체 능력으로도 로봇에게 인간은 곧 따라잡힐 것이지만 인간다움을 잃지 않아야 인류의 미래가 있다고 믿으며 책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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훨훨~ 하늘을 나는 말 - 존중 ㅣ 네 생각은 어때? 하브루타 생각 동화
왕수연 지음, 몽하 그림, 전성수 감수 / 브레멘플러스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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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멘플러스의 하브루타 생각동화 시리즈 중의 하나인 '훨훨 하늘을 나는 말'을 읽어봤다. 국내 순수 창작물은 오랜만이라 한국인이라면 익숙한 그림체와 스토리가 반갑다. 어릴 때부터 외국동화만 읽으면 문화 사대주의에 빠지기 쉽다는데 과연 요즘 동화는 수입도 꽤 많기 때문에 천마총과 불국사라는 문화유산이 소재로 나오는 동화가 오히려 더 뜻깊을 것 같다. 유아기에는 뭐든지 처음 접하는 것이라 동화의 소재 선택도 부모가 까다롭게 해주어야 한다. 외국어보다 모국어를 먼저 배워야 언어의 체계가 서듯이 동화책도 국내 순수 창작물과 외국 동화의 균형을 맞춰주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하브루타라는 말이 생소해서 설명을 읽어보니 둘이 짝을 지어 서로 생각을 이야기하는 토론식 방법으로 유대인의 교육법이라고 한다. 과연 머리 좋기로 소문난 유대인들은 주입식 교육법이 아니라 말로 대화를 하는 교육법을 선택했구나 싶다. 책을 읽다보면 아주 작은 달팽이가 눈에 띄는데 이것도 부록으로 끼어있는 생각카드와 연관이 있다. 

 

달팽이 그림이 있는 장면이 이 동화책의 핵심 장면으로 책 앞에 끼여있는 4장의 생각카드와 연결되어 부모와 아이가 질문을 주고 받을 수 있다. 이 책은 준영이라는 남자아이가 가족과 경주 여행을 왔다가 천마총에서 천마도를 보고 말을 타는 상상을 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생각카드는 책의 스토리를 따라가다가 "준영이처럼 천마를 타고 옛날로 갈 수 있다면 나는 언제로 가고 싶나요?"같이 질문을 던진다. 아이는 그저 부모가 읽어주는 동화를 듣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말할 수 있다. 여태 일방적으로 책만 읽어주었는데 간단하지만 생각할 거리를 주는 질문카드를 가지고 아이의 생각을 유도할 수 있어서 좋은 시도 같다. 다른 책에도 응용을 해서 이와 같이 부모와 아이가 책을 읽고 토론을 해보면 좋을 것이다. 아직 어려서 어려운 대화를 나눌 수는 없지만 질문이 유아기에 적합한 수준이라 재미있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구성이다.

 

그림 작가인 몽하는 홍익대 판화과를 졸업했다는데 선이 단순하면서도 그림체가 둥굴둥글하니 정감이 간다. 또한 그림을 자세히 보면 종이인형을 잘라서 오려붙인 듯 입체감이 있어서 지루하지 않다. 아직 한글을 모르는 유아도 부모가 한번 읽어주면 혼자 그림만 봐도 내용을 짐작할 수 있다. 짧은 내용이지만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말타는 상상과 모험, 또 선량한 어른의 도움을 받아 위기를 탈출하고 부모님에게 돌아가는 훈훈한 마무리까지 교육적으로도 빠질 것이 없어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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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발 성장
클리프 러너 지음, 송문영 옮김 / 턴어라운드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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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프 러너의 '폭발 성장'은 제목이 좋은 책이다. 어떻게 회사를 폭발적으로 키웠는지 노하우가 나온 책인데 역시 요즘 시대에 단기간으로 사업을 키우는데는 인터넷만한 게 없다. 특히 저자의 사업은 스마트폰 '데이트 앱'이다. 만약 저자도 옛날 방식의 사업, 실물 영업장을 가지고 종업원 몇 명을 고용하거나 자기 식구들만으로 경영하는 방식을 택했다면 단기간에 폭발적인 고수익을 올리는 사업 성공은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므로 이 책은 온라인 사업, 핸드폰 어플 등에 관심을 가진 분들에게 적합하다. 다소 미국식 과장이 많고 사족도 많은 책인데 내가 느끼기에 가장 핵심적인 부분을 뽑아보자면 아래와 같다.

  

 

 1. 성공을 위해서는 남과 차별화된 요소가 반드시 필요하다. 특히 자기가 미는 특정 기능은 경쟁사보다 10배쯤 좋아야 한다.

저자는 리먼브라더스 증권부에서 일하면서 동료 여직원이 데이팅 앱에 접속하는 것을 봤고 기존의 앱이 데이트 상대를 만나기까지 2주라는 엄청난 시간이 걸리는 단점이 있다는 것을 발견한다. 그렇다면 이걸 개선하면 굉장한 사업기회가 될 것으로 간파, 바로 회사를 그만두고 데이트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인 본인의 데이트 앱을 출시하기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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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의 경쟁사가 가진 단점을 극복한다는 것은 고객들이 어떤 점에 불만을 가지고 있는지 재빨리 파악하고 그걸 확실하게 개선한다는 의미이다. 아주 사소해보이는 것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데이팅앱 소리만 하고 있지만 경제 경영서를 읽는 독자의 대다수는 그 분야에 큰 관심이 없을 수 있다. 이 책의 미덕은 어떻게 남들과 차별화를 두어서 사업을 성공시키느냐에 달려있으므로 다소 지엽적인 내용은 건너뛰어도 좋을 것이다.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고객이 어떤 점에 불편을 느끼는가 주목했다. 처음에는 타사 사이트가 데이트 상대를 찾는데 너무 시간이 걸리는 점을 발견하고 자신은 데이트 상대와 금방금방 연결되는 사이트를 만들었다. 하지만 성장이 정체되자 그 다음에는 당시 뜨고 있는 페이스북에 주목해서 플랫폼에 포함된 앱의 중요성을 알아차렸다. 고객들은 왠만큼 좋아서는 가입을 하지 않았고 그대로 그 사이트에 남아있지도 않았다. 로그아웃하고 다시 또 다른 앱에 접속하는 게 귀찮았던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페이스북용 앱을 만들었다. 더이상 페이스북에 로그인한 사람들이 로그아웃 할 필요가 없어지자 가입자 수가 엄청나게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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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이 폭발적으로 성장하자 그의 사업도 덩달아 사용자 수가 늘어났다. 당연한 일이었다. 플랫폼을 선택하는 게 개별 사이트를 잘 만드는 것보다 훨씬 중요한 일이라는 것을 알아본 저자의 선견지명이 놀랍다. 오프라인 매장의 제1가치는 몫이 좋은 자리를 맡는 것, 곧 좋은 위치가 관건이다. 마찬가지로 온라인 사업도 어느 플랫폼에 속해 있는가가 가장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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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홍보가 중요하다. 사용자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해서 사이트의 특징이 아니라 혜택을 알려야 한다.

요즘에는 많이 알려진 방법이다. 친구를 데려오면 포인트나 쿠폰을 주고, 신규 가입자에게 돈을 뿌리거나 파격적인 가격으로 상품을 구입하게 하는 등 세부 방법은 달라도 국내의 많은 사이트와 앱이 이미 쓰고 있는 방법이다. 그는 2000년대 초반에 이 방식을 사용했으니 꽤 빨랐다고 볼 수 있다. 모든 것은 타이밍이다. 저자는 타이밍의 중요성을 여러번 강조한다. 또한 친구 데려오기 외에도 미디어를 적극 활용한다. 보도자료를 미리 만들어두어서 언론사에서 인터뷰 요청이 오거나 사이트 소개를 하려고 하면 미리 만들어둔 자료를 바로 배포한다. 준비된 자만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것을 실감하는 내용이다. 당연히 문화 사회부 기자나 사회적 저명 인사와 친분을 쌓아두고 홍보를 부탁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3. 기존 사업의 성장이 정체되었을 때는 매몰비용을 고려하지 말고 과감하게 신사업으로 갈아타라.

이렇게 사업을 해도 세월이 지나면 정체되고 도태되는 시기가 온다. 그럴 때 저자는 기존에 운영하던 안정적이지만 가라앉고 있는 사업을 버리고 신사업으로 가는 길을 택한다. 저자의 앱도 '틴더'라는 위치기반 서비스에 기반한 강력한 데이팅앱이 나타나자 고전한다. 기존의 데이팅앱이 가진 어둡고 부끄러운 이미지를 게임이나 쇼핑하듯이 바꿔놓았고 클릭 한 번이면 근처에 사는 매력적인 사람을 볼 수 있으니 획기적인 앱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래서 저자도 기존 데이팅 앱이 가진 단점, 남성 변태들을 제거한 앱을 만들었다. 데이팅앱에서 중요한 요소는 여성인데 혐오사진을 보내는 일부 남성들 때문에 이용을 꺼려하는 여성 사용자가 많다는 것을 알고 그 점을 개선한 것이다. 새로운 상품이나 기능을 만드는 대신 문제를 해결하는 솔루션을 구축하는데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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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성공만을 맛보지 않았다. 잘될 때도 있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었다. 그러나 항상 과감하게 움직였고 한가지라도 경쟁사보다 확실히 우위에 설 수 있는 무기를 준비했다. 또한 시간이 흘러 더이상 매력적인 사업이 아닐 경우에는 매몰 비용이 아까워서 죽어가는 사업에 인공호흡하기보다 신사업을 개척했다. 아마도 그는 끊임없는 도전으로 계속 새로운 사업기회를 찾을 것이다. 경제경영 책을 읽을 때마다 느끼지만 사업을 하는 데는 어떤 방법, 어떤 아이템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그런 세부적인 것보다는 시대를 읽는 눈을 가져야 하고, 촉이 오면 과감하게 움직이고, 일단 시작하면 사용자가 불편해하는 점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데 집중해야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나라의 마켓컬리 새벽배송, 타다의 카니발 차량 서비스 등이 떠올랐다. 저자와 비슷한 마인드를 가지고 하는 사업이라고 생각했고 실제로 그 성장 또한 폭발적이다. 남들과 조금만 다르면 되지만 처음에 서비스할 때는 그 점이 어렵다. 기회는 어디에나 있지만 그걸 다듬어서 사회에 공헌하는 사업이란 형태로 만드는 과정은 어려운 만큼 가치있는 일이라 생각하며 리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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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작게 보고 크게 보고 - 핑크색 뇌를 가진 라틴계 한국인, 그가 본 일본이라는 나라
박경하 지음 / 행복에너지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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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문학이 아니라 문화, 사회를 들여다 본 책은 많지 않아서 신간이 나온다는 소식이 반가웠다. 저자 박경하 씨는 한국과 일본에서 대학을 다니고 한국 제과 기업 오리온의 일본 법인 지사장을 거쳐 현재는 포키로 유명한 글리코해태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저자는 20년이 넘는 일본 생활을 토대로 일본의 역사, 사회, 문화적 경험을 에세이처럼 풀어냈다. 책은 총 5장으로 나눠져 있는데 일본의 역사, 문화, 사회생활, 마케팅 전략, 일본에서의 삶과 나라는 구성이다. 책에서 가장 많은 분량을 차지하는 것이 일본 생활 중 겪은 소회를 푼 5장이고 내가 재밌게 읽은 부분은 다소 적은 분량이라 아쉬웠던 역사와 문화편이다. 또한 저자의 일본 회사 경험도 주로 2008년~2010년 내용이 실려있어서 왜 신간인데 저렇게 오래된 이야기를 주로 실었나 아쉬움이 남는다.

 

일본에 여행을 가보면 우리나라와 비슷하면서도 너무나 다른 모습에 놀라곤 한다. 비행기로 1시간이면 가는 나라이지만 공통점보다는 차이점이 훨씬 많다. 귀신의 나라 일본, 토착종교인 신도(神道)가 있고 약 700만개나 되는 신사가 있는 나라. 일본에 가보면 동네에까지 신사가 들어와있고 도리이라는 신사 입구를 나타내는 커다란 문이 꽤 많다. 귀신이 생활 속에 들어와있어서 일반 민가 주위에도 묘지가 많다는 얘기에 내가 직접 본 일본 묘지가 떠올랐다. 마치 작은 집처럼 기와를 올려 묘지를 각각 꾸며주었는데 굉장히 작고 비석이 까맣다. 일본은 화장해서 유골을 단지에 넣기에 사이즈부터 우리나라와는 묘지와는 모습조차 굉장히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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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일본의 귀신문화가 한국이나 서양과 다른 이유를 전쟁에서 찾았다. 우리나라는 오천년 역사 동안 총 700~800번의 전쟁을 치르는 동안 집안 남자들이 많이 죽어서 여자들이 거기에 한이 서려 여자 귀신이 발달했고, 일본은 외세의 침략을 별로 당하지 않은 나라라서 자기들끼리 싸우다가 죽은 남자들이 많아 남자 귀신이 발달했다는 것이다. 물론 어떤 역사적 과학적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니고 저자의 의견이다. 이렇게 한국과 일본의 다른 점을 저자의 생각대로 재밌게 풀었는데 책을 읽다보면 편집상 눈에 거슬리는 부분이 많아서 집중이 어려운 게 단점이다. 저자 나이가 대략 60으로 그렇게 젊지도 않은데 왜 그렇게 ㅎㅎ, ㅋㅋ, ㅋㄷㅋㄷ 같은 인터넷 언어를 많이 쓰는지 흐름이 끊기고 쓸데없는 단어 설명에 불과한 각주가 수시로 끼어드는 것도 읽기에 어지럽다. 그다지 어려운 단어도 아닌데 한글, 일어, 영어 3개국어로 달아놓은 곳도 있고 전체적으로 너무 과하게 많아서 흐름이 수시로 끊긴다. 물결표, 사투리, 한국어로 써도 되는데 굳이 들어간 일본어 등 마치 저자가 일기장에 적어놓은 초고와 농담을 전혀 다듬지 않고 그대로 출판한 듯한 느낌마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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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저자는 긍정적, 낙천적인 사람이라 자신의 흥과 즐거움을 전달하고자 "ㅎㅎ"이나 농담투의 언어를 많이 사용한 것 같고 저자의 주특기는 마케팅이니 제4장, "전략"의 주요내용을 살펴보자면 일본시장을 뚫는 키워드는 성공에 대한 갈망과 게릴라 전략으로 정리할 수 있다. 저자는 2000년 초에 일본 과자회사에서 약 7년간 부본부장으로 일했는데 강력한 일본 과자 시장을 뚫기 위해 여러가지 마케팅 전략을 짜고 시도해보았다. 일본 과자 시장은 약 30조원 규모로 세계 2위의 거대시장이라 레드오션이다. 이런 시장을 광고비용도 없이 뚫기 위해 저자는 블로그, 카페, 클럽을 이용하고 wrapping truck을 쓸 예산도 부족해서 거래처 트럭을 이용하고 소수의 회사 직원들과 전원 공격, 전원 수비의 마음으로 열심히 일했다고 한다. 그런 헝그리 정신이 있었기에 매출규모가 조단위의 초대형 제과회사만 6개가 있는 일본에서 저자가 일했던 일본지사도 2009년 당시 매출을 100억 가까이 달성할 수 있었다고 한다. 강자의 조직은 인사권을 가진 사람의 입맛에 맞는 선택만 하게 되지만 약자의 조직은 작다보니 의사결정이 빠르고 열정적이고 겸손하다는 장점이 있어서 초심을 살려서 일하다보면 기회를 잡는다는 것이다. 역시 마케팅은 정공법만 쓸 일이 아니다.  

 

 

또한 일본 땅에 삼성이나 LG, 현대 등 유수의 한국 기업이 많이 들어와있지만 성공한 기업이 드물다며 '선택과 집중'의 방식이 잘못되었음을 지적한다. 똑똑한 사람들이 암기해서 하는 선택과 집중이 아니라 일본 DNA를 깊숙히 이해한 후에 선택과 집중을 해야한다는 것이다. 좀 더 자세히 풀어주었으면 좋겠는데 결말이 너무 가볍게 처리된 후에 마케팅 전략을 다룬 4장이 끝난 것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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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장은 일본 생활 중 느낀 소회를 풀었는데 가장 인상적인 내용은 저자가 겪은 일본 회사의 협상방식이다. 저자는 지사에 근무하고 문제는 본사가 일으켰다본데 그걸 해결하기 위해 일본 거래처 사장과 어려운 협상을 해야했다. 그는 협상 전에 미리 팀을 짜서 사원들과 역할을 분담했다고 한다. 조건을 제시하는 사람, 분위기 메이커, 대안을 제시하는 사람까지 각자 역할을 맡아서 예행 연습까지 하고 간 것이다. 회사 조건을 제시했을 때 상대 사장은 험악한 분위기로 화장실로 가버리고 그걸 반전시키기 위해 예행연습한 대로 도게쟈(무릎을 꿇고 머리를 숙여 극진한 예를 드러냄)를 하고 상황을 타파한 것이다. 상대방도 예의를 아는 사람이라 같이 도게쟈라는 자세를 취하고 서로 이해를 하며 조건을 받아들이는 결말이었다. 역시 일본에서 오래 산 사람이 아니면 나오기 어려운 생각같다. 또한 남의 나라에서 영업을 하고 사업을 키워나가려면 이렇게 상대방의 문화에 대한 이해가 절실히 필요하다는 것도 느꼈다. '일본! 작게 보고 크게 보고'는 좀 더 다듬어지면 좋을 책이다. 다소 내용이 두서없고 5장에는 빼도 좋을 에피소드가 많지만 저자가 20년 이상 일본에서 근무한 사람이니 다음에는 일본을 더욱 깊숙히 들여다보고 다룬 내용을 좀 더 담아주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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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의 노래 ㅣ 북극곰 궁금해 1
커스틴 홀 지음, 이자벨 아르스노 그림, 이순영 옮김 / 북극곰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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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의 노래'는 주인공 꿀벌에 맞춘 따뜻한 노란색 베이스로 전체적인 색감이 다정하고 소박하다. 논픽션 그림책이라는 컨셉에 맞게 꿀벌이란 무엇인지, 어떤 일을 하는지, 왜 지구상에 필요한지 등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서 사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벌이라고 하면 요즘 아이들은 쉽게 접하기도 어렵고 무서운 느낌의 곤충일 수 있다. 내가 어릴 때만 해도 서울에서도 다리에 묵직하게 꽃가루를 묻힌채 날아가는 꿀벌을 종종 보곤 했는데 요즘에는 도통 벌이라는 생명체 자체를 보기가 어렵다. 꿀벌은 이제 멸종 위기라고 한다. 꿀벌이 없으면 세계의 식량난도 가중될 거라는데 꿀벌에 대한 고마움과 역할을 아이들에게 알려줄 그림책이니 나오니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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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책은 조용히 책장을 넘기면서 따라가기만 해도 공감각적 경험을 할 수 있게 구성되어 있다. 첫장을 펼치면 노란 들녁과 나무가 있는 원경의 풍경이 펼쳐진다. 무척 고요하고 평화롭다. 그리고 다음장으로 넘어가면 좀 더 장면이 확대되어서 온갖 꽃들이 피어있고 그 사이에 어떤 존재가 빙그르르 방금 날아간 듯한 연출이 있다. 아주 단순히 원을 그린 선만으로도 꿀벌이 방금 날아갔다는 추측을 할 수 있다. 그 다음장에는 '들리나요?'라는 대사와 함께 꿀벌이 어지럽게 윙윙거리면서 날아오는 모습을 상상할 수 있도록 더욱 큰 원으로 꿀벌의 격렬해진 움직임을 나타내고 있다. 아직도 주인공인 꿀벌은 나타나지 않았지만 그림책을 넘길수록 기대가 커지고 벌이 나는 소리와 움직임을 상상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다음장 드디어 주인공인 꿀벌이 풀샷 두 페이지 가득 나타난다! 깜짝 놀란다. 사이즈가 굉장하고 꿀벌의 생김새가 꽤 사실적이다. 그러나 사이즈가 커도 귀엽게 묘사되어서 어린이들이 처음 보는 꿀벌에게 호감을 갖도록 했다. 벌레를 무서워하는 조카도 꿀벌 그림을 귀엽게 여겼다.

 

그 다음부터는 본격적으로 꿀벌이 어떤 일을 하는지, 어떻게 꿀을 만드는지, 벌집의 모양과 식구들을 소리와 움직임을 통해 상세히 알려주고 있다. 벌집도 꽤 크고 사실적이라 아이들의 호기심을 충족시키고 '윙윙윙' 벌집 안에서 수많은 꿀벌떼가 모여 내는 소리는 폰트를 키워서 웅장한 느낌을 준다. 어떻게 보면 자연은 신비롭고도 무섭다. 그 느낌을 잘 살려서 벌집 안의 어두움조차 놓치지 않았다. 세계적인 그림작가인 이자벨 아르스노의 꼼꼼하고 생생한 표현력이 돋보이는 장이다. 여왕벌은 드레스를 입은 듯, 그 주변의 일벌은 그녀의 아이들로 귀여운 리본을 달고 있다. 꿀벌의 일생과 봄부터 겨울까지 사계절을 알차게도 담았다. 또한 책 마지막에는 꿀벌이 어떤 존재인지, 없으면 세상은 어떻게 되는지, 꿀벌을 지키려면 우리가 무슨 일을 해야하는지 부모와 함께 얘기할 수 있도록 보충 자료도 빼놓지 않았다. 아직 어린 조카는 아직 꿀벌을 본 적이 없지만 다음에 실제 꿀벌을 본다면 무척 반가워할 거 같다. 꿀벌에 대한 교육적이고도 따뜻한 시선이 있는 그림책으로 다른 분들도 한번 읽어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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