훨훨~ 하늘을 나는 말 - 존중 네 생각은 어때? 하브루타 생각 동화
왕수연 지음, 몽하 그림, 전성수 감수 / 브레멘플러스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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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멘플러스의 하브루타 생각동화 시리즈 중의 하나인 '훨훨 하늘을 나는 말'을 읽어봤다. 국내 순수 창작물은 오랜만이라 한국인이라면 익숙한 그림체와 스토리가 반갑다. 어릴 때부터 외국동화만 읽으면 문화 사대주의에 빠지기 쉽다는데 과연 요즘 동화는 수입도 꽤 많기 때문에 천마총과 불국사라는 문화유산이 소재로 나오는 동화가 오히려 더 뜻깊을 것 같다. 유아기에는 뭐든지 처음 접하는 것이라 동화의 소재 선택도 부모가 까다롭게 해주어야 한다. 외국어보다 모국어를 먼저 배워야 언어의 체계가 서듯이 동화책도 국내 순수 창작물과 외국 동화의 균형을 맞춰주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하브루타라는 말이 생소해서 설명을 읽어보니 둘이 짝을 지어 서로 생각을 이야기하는 토론식 방법으로 유대인의 교육법이라고 한다. 과연 머리 좋기로 소문난 유대인들은 주입식 교육법이 아니라 말로 대화를 하는 교육법을 선택했구나 싶다. 책을 읽다보면 아주 작은 달팽이가 눈에 띄는데 이것도 부록으로 끼어있는 생각카드와 연관이 있다. 

 

달팽이 그림이 있는 장면이 이 동화책의 핵심 장면으로 책 앞에 끼여있는 4장의 생각카드와 연결되어 부모와 아이가 질문을 주고 받을 수 있다. 이 책은 준영이라는 남자아이가 가족과 경주 여행을 왔다가 천마총에서 천마도를 보고 말을 타는 상상을 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생각카드는 책의 스토리를 따라가다가 "준영이처럼 천마를 타고 옛날로 갈 수 있다면 나는 언제로 가고 싶나요?"같이 질문을 던진다. 아이는 그저 부모가 읽어주는 동화를 듣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말할 수 있다. 여태 일방적으로 책만 읽어주었는데 간단하지만 생각할 거리를 주는 질문카드를 가지고 아이의 생각을 유도할 수 있어서 좋은 시도 같다. 다른 책에도 응용을 해서 이와 같이 부모와 아이가 책을 읽고 토론을 해보면 좋을 것이다. 아직 어려서 어려운 대화를 나눌 수는 없지만 질문이 유아기에 적합한 수준이라 재미있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구성이다.

 

그림 작가인 몽하는 홍익대 판화과를 졸업했다는데 선이 단순하면서도 그림체가 둥굴둥글하니 정감이 간다. 또한 그림을 자세히 보면 종이인형을 잘라서 오려붙인 듯 입체감이 있어서 지루하지 않다. 아직 한글을 모르는 유아도 부모가 한번 읽어주면 혼자 그림만 봐도 내용을 짐작할 수 있다. 짧은 내용이지만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말타는 상상과 모험, 또 선량한 어른의 도움을 받아 위기를 탈출하고 부모님에게 돌아가는 훈훈한 마무리까지 교육적으로도 빠질 것이 없어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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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발 성장
클리프 러너 지음, 송문영 옮김 / 턴어라운드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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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클리프 러너의 '폭발 성장'은 제목이 좋은 책이다. 어떻게 회사를 폭발적으로 키웠는지 노하우가 나온 책인데 역시 요즘 시대에 단기간으로 사업을 키우는데는 인터넷만한 게 없다. 특히 저자의 사업은 스마트폰 '데이트 앱'이다. 만약 저자도 옛날 방식의 사업, 실물 영업장을 가지고 종업원 몇 명을 고용하거나 자기 식구들만으로 경영하는 방식을 택했다면 단기간에 폭발적인 고수익을 올리는 사업 성공은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므로 이 책은 온라인 사업, 핸드폰 어플 등에 관심을 가진 분들에게 적합하다. 다소 미국식 과장이 많고 사족도 많은 책인데 내가 느끼기에 가장 핵심적인 부분을 뽑아보자면 아래와 같다.

  

 

 1. 성공을 위해서는 남과 차별화된 요소가 반드시 필요하다. 특히 자기가 미는 특정 기능은 경쟁사보다 10배쯤 좋아야 한다.

저자는 리먼브라더스 증권부에서 일하면서 동료 여직원이 데이팅 앱에 접속하는 것을 봤고 기존의 앱이 데이트 상대를 만나기까지 2주라는 엄청난 시간이 걸리는 단점이 있다는 것을 발견한다. 그렇다면 이걸 개선하면 굉장한 사업기회가 될 것으로 간파, 바로 회사를 그만두고 데이트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인 본인의 데이트 앱을 출시하기에 이른다.

기존의 경쟁사가 가진 단점을 극복한다는 것은 고객들이 어떤 점에 불만을 가지고 있는지 재빨리 파악하고 그걸 확실하게 개선한다는 의미이다. 아주 사소해보이는 것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데이팅앱 소리만 하고 있지만 경제 경영서를 읽는 독자의 대다수는 그 분야에 큰 관심이 없을 수 있다. 이 책의 미덕은 어떻게 남들과 차별화를 두어서 사업을 성공시키느냐에 달려있으므로 다소 지엽적인 내용은 건너뛰어도 좋을 것이다.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고객이 어떤 점에 불편을 느끼는가 주목했다. 처음에는 타사 사이트가 데이트 상대를 찾는데 너무 시간이 걸리는 점을 발견하고 자신은 데이트 상대와 금방금방 연결되는 사이트를 만들었다. 하지만 성장이 정체되자 그 다음에는 당시 뜨고 있는 페이스북에 주목해서 플랫폼에 포함된 앱의 중요성을 알아차렸다. 고객들은 왠만큼 좋아서는 가입을 하지 않았고 그대로 그 사이트에 남아있지도 않았다. 로그아웃하고 다시 또 다른 앱에 접속하는 게 귀찮았던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페이스북용 앱을 만들었다. 더이상 페이스북에 로그인한 사람들이 로그아웃 할 필요가 없어지자 가입자 수가 엄청나게 늘어났다.

페이스북이 폭발적으로 성장하자 그의 사업도 덩달아 사용자 수가 늘어났다. 당연한 일이었다. 플랫폼을 선택하는 게 개별 사이트를 잘 만드는 것보다 훨씬 중요한 일이라는 것을 알아본 저자의 선견지명이 놀랍다. 오프라인 매장의 제1가치는 몫이 좋은 자리를 맡는 것, 곧 좋은 위치가 관건이다. 마찬가지로 온라인 사업도 어느 플랫폼에 속해 있는가가 가장 중요하다.

2. 홍보가 중요하다. 사용자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해서 사이트의 특징이 아니라 혜택을 알려야 한다.

요즘에는 많이 알려진 방법이다. 친구를 데려오면 포인트나 쿠폰을 주고, 신규 가입자에게 돈을 뿌리거나 파격적인 가격으로 상품을 구입하게 하는 등 세부 방법은 달라도 국내의 많은 사이트와 앱이 이미 쓰고 있는 방법이다. 그는 2000년대 초반에 이 방식을 사용했으니 꽤 빨랐다고 볼 수 있다. 모든 것은 타이밍이다. 저자는 타이밍의 중요성을 여러번 강조한다. 또한 친구 데려오기 외에도 미디어를 적극 활용한다. 보도자료를 미리 만들어두어서 언론사에서 인터뷰 요청이 오거나 사이트 소개를 하려고 하면 미리 만들어둔 자료를 바로 배포한다. 준비된 자만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것을 실감하는 내용이다. 당연히 문화 사회부 기자나 사회적 저명 인사와 친분을 쌓아두고 홍보를 부탁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3. 기존 사업의 성장이 정체되었을 때는 매몰비용을 고려하지 말고 과감하게 신사업으로 갈아타라.

이렇게 사업을 해도 세월이 지나면 정체되고 도태되는 시기가 온다. 그럴 때 저자는 기존에 운영하던 안정적이지만 가라앉고 있는 사업을 버리고 신사업으로 가는 길을 택한다. 저자의 앱도 '틴더'라는 위치기반 서비스에 기반한 강력한 데이팅앱이 나타나자 고전한다. 기존의 데이팅앱이 가진 어둡고 부끄러운 이미지를 게임이나 쇼핑하듯이 바꿔놓았고 클릭 한 번이면 근처에 사는 매력적인 사람을 볼 수 있으니 획기적인 앱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래서 저자도 기존 데이팅 앱이 가진 단점, 남성 변태들을 제거한 앱을 만들었다. 데이팅앱에서 중요한 요소는 여성인데 혐오사진을 보내는 일부 남성들 때문에 이용을 꺼려하는 여성 사용자가 많다는 것을 알고 그 점을 개선한 것이다. 새로운 상품이나 기능을 만드는 대신 문제를 해결하는 솔루션을 구축하는데 집중했다.

저자는 성공만을 맛보지 않았다. 잘될 때도 있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었다. 그러나 항상 과감하게 움직였고 한가지라도 경쟁사보다 확실히 우위에 설 수 있는 무기를 준비했다. 또한 시간이 흘러 더이상 매력적인 사업이 아닐 경우에는 매몰 비용이 아까워서 죽어가는 사업에 인공호흡하기보다 신사업을 개척했다. 아마도 그는 끊임없는 도전으로 계속 새로운 사업기회를 찾을 것이다. 경제경영 책을 읽을 때마다 느끼지만 사업을 하는 데는 어떤 방법, 어떤 아이템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그런 세부적인 것보다는 시대를 읽는 눈을 가져야 하고, 촉이 오면 과감하게 움직이고, 일단 시작하면 사용자가 불편해하는 점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데 집중해야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나라의 마켓컬리 새벽배송, 타다의 카니발 차량 서비스 등이 떠올랐다. 저자와 비슷한 마인드를 가지고 하는 사업이라고 생각했고 실제로 그 성장 또한 폭발적이다. 남들과 조금만 다르면 되지만 처음에 서비스할 때는 그 점이 어렵다. 기회는 어디에나 있지만 그걸 다듬어서 사회에 공헌하는 사업이란 형태로 만드는 과정은 어려운 만큼 가치있는 일이라 생각하며 리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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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작게 보고 크게 보고 - 핑크색 뇌를 가진 라틴계 한국인, 그가 본 일본이라는 나라
박경하 지음 / 행복에너지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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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문학이 아니라 문화, 사회를 들여다 본 책은 많지 않아서 신간이 나온다는 소식이 반가웠다. 저자 박경하 씨는 한국과 일본에서 대학을 다니고 한국 제과 기업 오리온의 일본 법인 지사장을 거쳐 현재는 포키로 유명한 글리코해태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저자는 20년이 넘는 일본 생활을 토대로 일본의 역사, 사회, 문화적 경험을 에세이처럼 풀어냈다. 책은 총 5장으로 나눠져 있는데 일본의 역사, 문화, 사회생활, 마케팅 전략, 일본에서의 삶과 나라는 구성이다. 책에서 가장 많은 분량을 차지하는 것이 일본 생활 중 겪은 소회를 푼 5장이고 내가 재밌게 읽은 부분은 다소 적은 분량이라 아쉬웠던 역사와 문화편이다. 또한 저자의 일본 회사 경험도 주로 2008년~2010년 내용이 실려있어서 왜 신간인데 저렇게 오래된 이야기를 주로 실었나 아쉬움이 남는다.

 

일본에 여행을 가보면 우리나라와 비슷하면서도 너무나 다른 모습에 놀라곤 한다. 비행기로 1시간이면 가는 나라이지만 공통점보다는 차이점이 훨씬 많다. 귀신의 나라 일본, 토착종교인 신도(神道)가 있고 약 700만개나 되는 신사가 있는 나라. 일본에 가보면 동네에까지 신사가 들어와있고 도리이라는 신사 입구를 나타내는 커다란 문이 꽤 많다. 귀신이 생활 속에 들어와있어서 일반 민가 주위에도 묘지가 많다는 얘기에 내가 직접 본 일본 묘지가 떠올랐다. 마치 작은 집처럼 기와를 올려 묘지를 각각 꾸며주었는데 굉장히 작고 비석이 까맣다. 일본은 화장해서 유골을 단지에 넣기에 사이즈부터 우리나라와는 묘지와는 모습조차 굉장히 다르다.

저자는 일본의 귀신문화가 한국이나 서양과 다른 이유를 전쟁에서 찾았다. 우리나라는 오천년 역사 동안 총 700~800번의 전쟁을 치르는 동안 집안 남자들이 많이 죽어서 여자들이 거기에 한이 서려 여자 귀신이 발달했고, 일본은 외세의 침략을 별로 당하지 않은 나라라서 자기들끼리 싸우다가 죽은 남자들이 많아 남자 귀신이 발달했다는 것이다. 물론 어떤 역사적 과학적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니고 저자의 의견이다. 이렇게 한국과 일본의 다른 점을 저자의 생각대로 재밌게 풀었는데 책을 읽다보면 편집상 눈에 거슬리는 부분이 많아서 집중이 어려운 게 단점이다. 저자 나이가 대략 60으로 그렇게 젊지도 않은데 왜 그렇게 ㅎㅎ, ㅋㅋ, ㅋㄷㅋㄷ 같은 인터넷 언어를 많이 쓰는지 흐름이 끊기고 쓸데없는 단어 설명에 불과한 각주가 수시로 끼어드는 것도 읽기에 어지럽다. 그다지 어려운 단어도 아닌데 한글, 일어, 영어 3개국어로 달아놓은 곳도 있고 전체적으로 너무 과하게 많아서 흐름이 수시로 끊긴다. 물결표, 사투리, 한국어로 써도 되는데 굳이 들어간 일본어 등 마치 저자가 일기장에 적어놓은 초고와 농담을 전혀 다듬지 않고 그대로 출판한 듯한 느낌마저 든다.

아무튼 저자는 긍정적, 낙천적인 사람이라 자신의 흥과 즐거움을 전달하고자 "ㅎㅎ"이나 농담투의 언어를 많이 사용한 것 같고 저자의 주특기는 마케팅이니 제4장, "전략"의 주요내용을 살펴보자면 일본시장을 뚫는 키워드는 성공에 대한 갈망과 게릴라 전략으로 정리할 수 있다. 저자는 2000년 초에 일본 과자회사에서 약 7년간 부본부장으로 일했는데 강력한 일본 과자 시장을 뚫기 위해 여러가지 마케팅 전략을 짜고 시도해보았다. 일본 과자 시장은 약 30조원 규모로 세계 2위의 거대시장이라 레드오션이다. 이런 시장을 광고비용도 없이 뚫기 위해 저자는 블로그, 카페, 클럽을 이용하고 wrapping truck을 쓸 예산도 부족해서 거래처 트럭을 이용하고 소수의 회사 직원들과 전원 공격, 전원 수비의 마음으로 열심히 일했다고 한다. 그런 헝그리 정신이 있었기에 매출규모가 조단위의 초대형 제과회사만 6개가 있는 일본에서 저자가 일했던 일본지사도 2009년 당시 매출을 100억 가까이 달성할 수 있었다고 한다. 강자의 조직은 인사권을 가진 사람의 입맛에 맞는 선택만 하게 되지만 약자의 조직은 작다보니 의사결정이 빠르고 열정적이고 겸손하다는 장점이 있어서 초심을 살려서 일하다보면 기회를 잡는다는 것이다. 역시 마케팅은 정공법만 쓸 일이 아니다.  

 

 

또한 일본 땅에 삼성이나 LG, 현대 등 유수의 한국 기업이 많이 들어와있지만 성공한 기업이 드물다며 '선택과 집중'의 방식이 잘못되었음을 지적한다. 똑똑한 사람들이 암기해서 하는 선택과 집중이 아니라 일본 DNA를 깊숙히 이해한 후에 선택과 집중을 해야한다는 것이다. 좀 더 자세히 풀어주었으면 좋겠는데 결말이 너무 가볍게 처리된 후에 마케팅 전략을 다룬 4장이 끝난 것이 아쉽다.

5장은 일본 생활 중 느낀 소회를 풀었는데 가장 인상적인 내용은 저자가 겪은 일본 회사의 협상방식이다. 저자는 지사에 근무하고 문제는 본사가 일으켰다본데 그걸 해결하기 위해 일본 거래처 사장과 어려운 협상을 해야했다. 그는 협상 전에 미리 팀을 짜서 사원들과 역할을 분담했다고 한다. 조건을 제시하는 사람, 분위기 메이커, 대안을 제시하는 사람까지 각자 역할을 맡아서 예행 연습까지 하고 간 것이다. 회사 조건을 제시했을 때 상대 사장은 험악한 분위기로 화장실로 가버리고 그걸 반전시키기 위해 예행연습한 대로 도게쟈(무릎을 꿇고 머리를 숙여 극진한 예를 드러냄)를 하고 상황을 타파한 것이다. 상대방도 예의를 아는 사람이라 같이 도게쟈라는 자세를 취하고 서로 이해를 하며 조건을 받아들이는 결말이었다. 역시 일본에서 오래 산 사람이 아니면 나오기 어려운 생각같다. 또한 남의 나라에서 영업을 하고 사업을 키워나가려면 이렇게 상대방의 문화에 대한 이해가 절실히 필요하다는 것도 느꼈다. '일본! 작게 보고 크게 보고'는 좀 더 다듬어지면 좋을 책이다. 다소 내용이 두서없고 5장에는 빼도 좋을 에피소드가 많지만 저자가 20년 이상 일본에서 근무한 사람이니 다음에는 일본을 더욱 깊숙히 들여다보고 다룬 내용을 좀 더 담아주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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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의 노래 북극곰 궁금해 1
커스틴 홀 지음, 이자벨 아르스노 그림, 이순영 옮김 / 북극곰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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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의 노래'는 주인공 꿀벌에 맞춘 따뜻한 노란색 베이스로 전체적인 색감이 다정하고 소박하다논픽션 그림책이라는 컨셉에 맞게 꿀벌이란 무엇인지, 어떤 일을 하는지, 왜 지구상에 필요한지 등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서 사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벌이라고 하면 요즘 아이들은 쉽게 접하기도 어렵고 무서운 느낌의 곤충일 수 있다. 내가 어릴 때만 해도 서울에서도 다리에 묵직하게 꽃가루를 묻힌채 날아가는 꿀벌을 종종 보곤 했는데 요즘에는 도통 벌이라는 생명체 자체를 보기가 어렵다. 꿀벌은 이제 멸종 위기라고 한다. 꿀벌이 없으면 세계의 식량난도 가중될 거라는데 꿀벌에 대한 고마움과 역할을 아이들에게 알려줄 그림책이니 나오니 반갑다.

이 그림책은 조용히 책장을 넘기면서 따라가기만 해도 공감각적 경험을 할 수 있게 구성되어 있다. 첫장을 펼치면 노란 들녁과 나무가 있는 원경의 풍경이 펼쳐진다. 무척 고요하고 평화롭다. 그리고 다음장으로 넘어가면 좀 더 장면이 확대되어서 온갖 꽃들이 피어있고 그 사이에 어떤 존재가 빙그르르 방금 날아간 듯한 연출이 있다. 아주 단순히 원을 그린 선만으로도 꿀벌이 방금 날아갔다는 추측을 할 수 있다. 그 다음장에는 '들리나요?'라는 대사와 함께 꿀벌이 어지럽게 윙윙거리면서 날아오는 모습을 상상할 수 있도록 더욱 큰 원으로 꿀벌의 격렬해진 움직임을 나타내고 있다. 아직도 주인공인 꿀벌은 나타나지 않았지만 그림책을 넘길수록 기대가 커지고 벌이 나는 소리와 움직임을 상상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다음장 드디어 주인공인 꿀벌이 풀샷 두 페이지 가득 나타난다! 깜짝 놀란다. 사이즈가 굉장하고 꿀벌의 생김새가 꽤 사실적이다. 그러나 사이즈가 커도 귀엽게 묘사되어서 어린이들이 처음 보는 꿀벌에게 호감을 갖도록 했다. 벌레를 무서워하는 조카도 꿀벌 그림을 귀엽게 여겼다.

 

그 다음부터는 본격적으로 꿀벌이 어떤 일을 하는지, 어떻게 꿀을 만드는지, 벌집의 모양과 식구들을 소리와 움직임을 통해 상세히 알려주고 있다. 벌집도 꽤 크고 사실적이라 아이들의 호기심을 충족시키고 '윙윙윙' 벌집 안에서 수많은 꿀벌떼가 모여 내는 소리는 폰트를 키워서 웅장한 느낌을 준다. 어떻게 보면 자연은 신비롭고도 무섭다. 그 느낌을 잘 살려서 벌집 안의 어두움조차 놓치지 않았다. 세계적인 그림작가인 이자벨 아르스노의 꼼꼼하고 생생한 표현력이 돋보이는 장이다. 여왕벌은 드레스를 입은 듯, 그 주변의 일벌은 그녀의 아이들로 귀여운 리본을 달고 있다. 꿀벌의 일생과 봄부터 겨울까지 사계절을 알차게도 담았다. 또한 책 마지막에는 꿀벌이 어떤 존재인지, 없으면 세상은 어떻게 되는지, 꿀벌을 지키려면 우리가 무슨 일을 해야하는지 부모와 함께 얘기할 수 있도록 보충 자료도 빼놓지 않았다. 아직 어린 조카는 아직 꿀벌을 본 적이 없지만 다음에 실제 꿀벌을 본다면 무척 반가워할 거 같다. 꿀벌에 대한 교육적이고도 따뜻한 시선이 있는 그림책으로 다른 분들도 한번 읽어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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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추지 못하는 사람들 - 무엇이 당신을 끊임없이 확인하고 검색하게 만드는가
애덤 알터 지음, 홍지수 옮김 / 부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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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중독을 다루고 있다. 단순히 술, 담배, 마약, 게임 같은 어떤 대상에 대한 중독뿐 아니라 행위중독도 다루고 있어서 폭이 넓다. 처음에는 행위중독이 무엇인가 했는데 읽어보니 지나친 운동, 계속되는 이메일 확인,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의 좋아요에 대한 집착, 일중독 등 어떤 행위를 끊임없이 계속하는 것을 일컬었다. 책은 총 3가지 장으로 이뤄져있는데 첫번째 장에서는 테크놀로지로 야기된 스마트폰, 인터넷 등의 디지털 중독을 다루고, 2번째 장에서는 왜 그런 행위에 중독되는지 원인을 분석하며 3번째 장에서는 어떻게 중독 증상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 해독 방법을 다루고 있다. 다만 다큐멘터리도 그렇고 이 책에서도 상황, 원인, 과정 등은 꽤 상세하고 재미있는데 결말인 해결방법은 다소 분량도 부족하며 모호하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특히 해결 방법은 개인적으로 모두에게 아주 효과적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프롤로그에서 저자는 스티브 잡스의 아이패드 얘기로 시작한다. 아마도 디저털 중독의 역사는 아이패드와 아이폰을 빼놓고는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인터넷과 모바일 기기가 발달하기 전에는 이렇게까지 사람들이 온종일 핸드폰만 붙들고 살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이제는 어린애부터 노인층까지 스마트폰 없이 사는 사람이 거의 없다. 다만 똑똑한 잡스는 아이패드의 강력한 중독 가능성을 미리 알고 있었고 자신의 자녀들에게는 아이패드를 사주지 않았다. 마치 마약상이 자신이 공급하는 중독 물질에 절대 취하지 말라는 원칙을 지키듯이 잡스 외에도 블로거, 트위터 창립자인 에번 윌리엄스도 자녀들에게 책은 수백권 사줘도 아이패드는 사주지 않았다고 한다. 이들은 행동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아마도 게임 개발자 역시 자신의 자녀들에게 자기가 만든 게임을 하라고 권하지 않을 것이다. 웃기지 않은가?  


저자는 각종 중독자들에게 대한 안좋은 인상을 언급하면서 이런 중독이 의지력이 약한 특정 부류에만 일어나는 현상이 아니라고 간파한다. 오히려 중독은 마약류같은 물질보다는 환경과 상황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베트남전 당시 미군들이 마약류에 빠졌지만 제대를 하고 일상적인 환경으로 바뀌자 95%가 마약을 끊었다고 한다. 결국 어떤 물질에 대한 중독은 환경과도 뗄레야 뗄 수 없다는 것이다. 잡스를 비롯한 기술 전문가들은 자신들이 만든 도구가 약물같은 중독물질과 달리 온갖 거부할 수 없는 장점을 지녔기에 사용자들이 무차별적으로 빠져들 것을 알았다. 중독자와 아닌 사람을 가르는 명확한 선이 없다. 인구의 적은 수가 빠져들면 중독이지만 대다수가 하고 있으면 중독으로 인식하기 어렵고 그냥 보편적 현상이 되어버린다. 그리고 이런 행위중독은 환경 속에서 조장되고 습관화되므로 어떤 물질을 끊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

나 역시 끊임없이 이메일을 확인하던 시절이 있었다. 스마트폰에 메일앱 기능이 생기자 바로 바로 처리하고 싶은 욕구에 사로잡혔기 때문이다. 미국인만 새로운 메일을 열어보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평균 6초가 아닐 것이다. 인터넷 강국 대한민국 직장인은 더할 수 있다. 다만 나는 이 책을 읽기 전에도 메일을 자주 확인하는게 내 집중력을 앗아가고, 굳이 그렇게까지 자주 확인할 만큼 시간을 다툴 이메일이 없으며, 안좋은 소식이 오면 어쩌나 불안감마저 부채질하고 심지어 휴가 때에도 해외에서조차 메일함을 열어보는 나를 발견하곤 메일앱이나 각종 알람을 다 지워버렸다. 저자가 결론에서 말했듯이 해결법은 이 단 한가지 밖에 없다. 본인이 스스로 중독임을, 과하다는 것을 알아채고 앞으로 그 행위를 하지 않도록 환경을 바꾸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마약도 택배로 배달되는 사회에 살고 있다. 마약 구하는 게 불편하고 말도 안 되게 비싸다면 중독자가 별로 없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지나친 휴대기기 의존도 그런 환경을 자꾸 만들수록 연결고리가 강해진다. 각종 쓸데없는 알람, 수시로 울리는 빛과 소리, 수많은 목표 설정 앱을 끄고 삭제할 것을 권한다. 웨어러블 기기가 어떻게 사람을 운동중독으로 만드는지도 소개되어 있다. 어제 몇 보를 걸었으니 오늘은 그 이상을 걸어야 만족하고, 심지어 아프거나 출산으로 입원했을 때조차 그 숫자를 채우기 위해 운동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읽었을 때는 경악했다. 누구를 위한 칼로리 계산이고 운동인가? 주객이 전도되었다.


게임 중독에 대해서도 자세히 다루고 있는데 나는 게임에 문외한인데다가 스스로 게임을 잘해보려고 노력까지 했으나 중독에 실패한 사람인고로 잘 이해는 안 갔다. 어떤 게임에도 재미를 못 느끼고 똑같은 인트로로 쉽게 질리고 결정적으로 게임을 못하는 사람은 중독이 안 된다. 뭐든 잘해서 작은 보상이라도 계속 얻어야 중독이 되는데 나같은 사람은 중독이 되기 전에 지겨워서 나가떨어지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도박도 처음에는 딸지 몰라도 잃을 수 있다는 두려움이 더 크면 중독이 안 된다. 라스베거스에 평범한 주부가 가서 몇 번 기계를 당겨볼 수는 있지만 대개는 몇 번 하다 호텔로 돌아오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저자는 뒷부분에서 '넷플릭스 몰아보기'라는 신종 중독도 소개하고 있다. 넷플릭스에서 시청률이 가장 떨어지는 심야시간에 과거 히트한 드라마를 몰아보기로 보여줘서 새로운 시즌의 유입자를 끊없이 만들어내고 있다고 그들의 기술을 소개한 것이다. 이 몰아보기 중독은 해결되지 않은 결말에 대한 강력한 궁금증을 무기로 사람들이 시청을 끊지 못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소개된 드라마 중 '브레이킹 배드'는 나도 본 시즌이라 흥미롭게 읽었는데 실은 나같은 사람은 넷플릭스가 내세우는 미국식 드라마에도 크게 중독 증상은 없었다. 왜냐하면 다음 시즌이 시작돼도 그 전 시즌처럼 크게 해결되는 것 없이 끊임없이 드라마가 계속 될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었기에 끝도 없는 시즌제 드라마는 짜증이 나는 데다가 그럴 바에는 시간이 나는 다음 기회로 미루는 게 낫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또 주인공 화학 선생이 보여준 극도의 미국식 이기주의에 치를 떨며 그들 문화가 싫어지기까지 했다. 하지만 소수의 한국 드라마로 옮겨가면 얘기가 달라지니 역시 중독은 개별적, 문화적이다. 누구나 자기가 특히 좋아하는 부분이 있을 수 있고 중독은 딱 그 부분에 맞춰서 일어난다. 남들은 모르는 그 사람 자체의 필요를 채워주기에 쇼핑중독, 드라마 중독, 디지털 기기 중독 등 수많은 행위중독이 가까운 사람에게조차 발각되지 않고 수년간 지속되는 이유가 된다.

그럼 어떻게 해독할 것인가가 문제인데 저자는 중독될 환경을 만들지 말라고 조언한다. 아이가 있는 집이라면 디지털 기기에 대한 접근시간을 제한하는 것이고 가상현실 속의 사회생활보다는 동네와 학교에서 친구를 사귀고 교류할 것을 권한다. 너무나 맞는 말인데 문제는 이런 환경을 만들기가 점점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만 봐도 지나친 경쟁과 목표주의로 왕따 문제가 끊이지 않는다. 학교에서 마음에 맞는 친구를 사귀지 못했다고 누군가를 사귀고 싶은 원초적인 갈망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결국 그 외로움의 빈자리는 롤플레이나 인터넷 카페 등의 온라인 교제로 채워질 것이다. 이런 고리를 끊으려면 건전하고 전통적인 형태의 환경으로 바꿔야하는데 그게 어려워서 애초에 중독에 빠지기 된 것이니 저자의 해결책은 어딘가 탁상공론으로 느껴진다. 성인이라면 메일앱을 스스로 삭제한 나처럼 자기가 폐해를 느낀 그 순간부터 해독이 시작된다. 어렵기는 하지만 많은 수의 성인이 금연에도 성공하고 술도 끊는 것을 보면 중독은 스스로 치유하고자 하는 그 마음가짐이 해독의 첫걸음이다.

자세한 행위중독의 치료법으로 소개된 내용은 다음과 같다. 나쁜 습관을 좋은 습관으로 대체하기, 중독을 유발하는 환경 바꾸기, 나쁜 행위와 싫은 것을 짝짓기, 숫자에서 벗어나기, 게임화해서 좋은 습관에 재미를 주기 등이 있다. 하지만 너무 자잘하고 개별적이라는 인상을 지우긴 힘들었다. 찰스 두히그의 '습관의 힘'도 읽어봤지만 좋은 습관이 생활화되는 평균 66일도 이 책에서 지적한 것처럼 개인차가 너무나 커서 사실은 쓸모가 거의 없다. 2년째 운동을 해도 매번 운동화를 신는 그 순간까지 힘이 든다. 어떤 사람은 일주일만에도 습관화되지만 나같은 사람은 2년을 운동화를 신어도 운동하기 싫은 거다. 그래도 하는 이유라면 스스로 필요성을 느끼고 자기 의지의 힘을 믿기 때문이다. 중독에서 벗어나는 길은 스스로 그 폐해를 인정하는 것 뿐이다. 이 책을 읽은 후에도 여전히 그 방법만이 유효해보인다. 멈출 필요가 없는데 멈출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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