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작게 보고 크게 보고 - 핑크색 뇌를 가진 라틴계 한국인, 그가 본 일본이라는 나라
박경하 지음 / 행복에너지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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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문학이 아니라 문화, 사회를 들여다 본 책은 많지 않아서 신간이 나온다는 소식이 반가웠다. 저자 박경하 씨는 한국과 일본에서 대학을 다니고 한국 제과 기업 오리온의 일본 법인 지사장을 거쳐 현재는 포키로 유명한 글리코해태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저자는 20년이 넘는 일본 생활을 토대로 일본의 역사, 사회, 문화적 경험을 에세이처럼 풀어냈다. 책은 총 5장으로 나눠져 있는데 일본의 역사, 문화, 사회생활, 마케팅 전략, 일본에서의 삶과 나라는 구성이다. 책에서 가장 많은 분량을 차지하는 것이 일본 생활 중 겪은 소회를 푼 5장이고 내가 재밌게 읽은 부분은 다소 적은 분량이라 아쉬웠던 역사와 문화편이다. 또한 저자의 일본 회사 경험도 주로 2008년~2010년 내용이 실려있어서 왜 신간인데 저렇게 오래된 이야기를 주로 실었나 아쉬움이 남는다.

 

일본에 여행을 가보면 우리나라와 비슷하면서도 너무나 다른 모습에 놀라곤 한다. 비행기로 1시간이면 가는 나라이지만 공통점보다는 차이점이 훨씬 많다. 귀신의 나라 일본, 토착종교인 신도(神道)가 있고 약 700만개나 되는 신사가 있는 나라. 일본에 가보면 동네에까지 신사가 들어와있고 도리이라는 신사 입구를 나타내는 커다란 문이 꽤 많다. 귀신이 생활 속에 들어와있어서 일반 민가 주위에도 묘지가 많다는 얘기에 내가 직접 본 일본 묘지가 떠올랐다. 마치 작은 집처럼 기와를 올려 묘지를 각각 꾸며주었는데 굉장히 작고 비석이 까맣다. 일본은 화장해서 유골을 단지에 넣기에 사이즈부터 우리나라와는 묘지와는 모습조차 굉장히 다르다.

저자는 일본의 귀신문화가 한국이나 서양과 다른 이유를 전쟁에서 찾았다. 우리나라는 오천년 역사 동안 총 700~800번의 전쟁을 치르는 동안 집안 남자들이 많이 죽어서 여자들이 거기에 한이 서려 여자 귀신이 발달했고, 일본은 외세의 침략을 별로 당하지 않은 나라라서 자기들끼리 싸우다가 죽은 남자들이 많아 남자 귀신이 발달했다는 것이다. 물론 어떤 역사적 과학적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니고 저자의 의견이다. 이렇게 한국과 일본의 다른 점을 저자의 생각대로 재밌게 풀었는데 책을 읽다보면 편집상 눈에 거슬리는 부분이 많아서 집중이 어려운 게 단점이다. 저자 나이가 대략 60으로 그렇게 젊지도 않은데 왜 그렇게 ㅎㅎ, ㅋㅋ, ㅋㄷㅋㄷ 같은 인터넷 언어를 많이 쓰는지 흐름이 끊기고 쓸데없는 단어 설명에 불과한 각주가 수시로 끼어드는 것도 읽기에 어지럽다. 그다지 어려운 단어도 아닌데 한글, 일어, 영어 3개국어로 달아놓은 곳도 있고 전체적으로 너무 과하게 많아서 흐름이 수시로 끊긴다. 물결표, 사투리, 한국어로 써도 되는데 굳이 들어간 일본어 등 마치 저자가 일기장에 적어놓은 초고와 농담을 전혀 다듬지 않고 그대로 출판한 듯한 느낌마저 든다.

아무튼 저자는 긍정적, 낙천적인 사람이라 자신의 흥과 즐거움을 전달하고자 "ㅎㅎ"이나 농담투의 언어를 많이 사용한 것 같고 저자의 주특기는 마케팅이니 제4장, "전략"의 주요내용을 살펴보자면 일본시장을 뚫는 키워드는 성공에 대한 갈망과 게릴라 전략으로 정리할 수 있다. 저자는 2000년 초에 일본 과자회사에서 약 7년간 부본부장으로 일했는데 강력한 일본 과자 시장을 뚫기 위해 여러가지 마케팅 전략을 짜고 시도해보았다. 일본 과자 시장은 약 30조원 규모로 세계 2위의 거대시장이라 레드오션이다. 이런 시장을 광고비용도 없이 뚫기 위해 저자는 블로그, 카페, 클럽을 이용하고 wrapping truck을 쓸 예산도 부족해서 거래처 트럭을 이용하고 소수의 회사 직원들과 전원 공격, 전원 수비의 마음으로 열심히 일했다고 한다. 그런 헝그리 정신이 있었기에 매출규모가 조단위의 초대형 제과회사만 6개가 있는 일본에서 저자가 일했던 일본지사도 2009년 당시 매출을 100억 가까이 달성할 수 있었다고 한다. 강자의 조직은 인사권을 가진 사람의 입맛에 맞는 선택만 하게 되지만 약자의 조직은 작다보니 의사결정이 빠르고 열정적이고 겸손하다는 장점이 있어서 초심을 살려서 일하다보면 기회를 잡는다는 것이다. 역시 마케팅은 정공법만 쓸 일이 아니다.  

 

 

또한 일본 땅에 삼성이나 LG, 현대 등 유수의 한국 기업이 많이 들어와있지만 성공한 기업이 드물다며 '선택과 집중'의 방식이 잘못되었음을 지적한다. 똑똑한 사람들이 암기해서 하는 선택과 집중이 아니라 일본 DNA를 깊숙히 이해한 후에 선택과 집중을 해야한다는 것이다. 좀 더 자세히 풀어주었으면 좋겠는데 결말이 너무 가볍게 처리된 후에 마케팅 전략을 다룬 4장이 끝난 것이 아쉽다.

5장은 일본 생활 중 느낀 소회를 풀었는데 가장 인상적인 내용은 저자가 겪은 일본 회사의 협상방식이다. 저자는 지사에 근무하고 문제는 본사가 일으켰다본데 그걸 해결하기 위해 일본 거래처 사장과 어려운 협상을 해야했다. 그는 협상 전에 미리 팀을 짜서 사원들과 역할을 분담했다고 한다. 조건을 제시하는 사람, 분위기 메이커, 대안을 제시하는 사람까지 각자 역할을 맡아서 예행 연습까지 하고 간 것이다. 회사 조건을 제시했을 때 상대 사장은 험악한 분위기로 화장실로 가버리고 그걸 반전시키기 위해 예행연습한 대로 도게쟈(무릎을 꿇고 머리를 숙여 극진한 예를 드러냄)를 하고 상황을 타파한 것이다. 상대방도 예의를 아는 사람이라 같이 도게쟈라는 자세를 취하고 서로 이해를 하며 조건을 받아들이는 결말이었다. 역시 일본에서 오래 산 사람이 아니면 나오기 어려운 생각같다. 또한 남의 나라에서 영업을 하고 사업을 키워나가려면 이렇게 상대방의 문화에 대한 이해가 절실히 필요하다는 것도 느꼈다. '일본! 작게 보고 크게 보고'는 좀 더 다듬어지면 좋을 책이다. 다소 내용이 두서없고 5장에는 빼도 좋을 에피소드가 많지만 저자가 20년 이상 일본에서 근무한 사람이니 다음에는 일본을 더욱 깊숙히 들여다보고 다룬 내용을 좀 더 담아주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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