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된 이상 마트로 간다 - 엑셀만 하던 대기업 김 사원, 왜 마트를 창업했을까?
김경욱 지음 / 왓어북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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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정유회사 사무직으로 일하다가 사표를 쓰고 군산에 내려가서 마트를 창업한 어느 청년의 이야기이다. 커피나 닭, 편의점도 아니고 마트라니? 게다가 서울이 아닌 중소도시 군산은 창업을 꿈꾸는 이들의 리스트에서 찾아보기 힘든 조합이었기에 흥미로웠다. 이 책은 카카오 브런치라는 인터넷 공간에서 연재된 글을 묶어서 책으로 낸 케이스인데 낮에는 마트에서 일하고 밤에는 손님이 떠난 매장에서 글을 썼다고 한다.

 

 

 

총5개의 챕터로 이루어진 이 책은 초보 창업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경제, 경영서에 들어가겠지만 주인공인 저자가 겪는 마트 창업 고군분투기로 보면 에세이에 가깝다. 처음해 본 창업, 그것도 프랜차이즈가 아니라 자신이 이름부터 짓고 모든 것을 제로에서 시작한 동네 마트를 운영하며 겪은 단짠단짠 일기 같은 글이다. 저자의 경험은 솔직해서 공감이 가고 왜 하필 마트 창업이었나 설명을 들으면 이해가 간다. 저자는 엑셀, 통계에 능숙하고 무척 이성적인 사람이다. 퇴사 전에 끝전까지 따져가며 한달 사는데 최소비용이 얼마인지, 수중에 돈이 얼마나 있는지, 회사를 나와도 생존이 가능한지 모든 경우의 수를 철저히 계산했고 왜 회사를 나와야 하는지 퇴사 전에 깊이 고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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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성과를 직접 볼 수 있는 일, 확실히 돈이 되는 일, 보고서에 찍힌 숫자보다 직접 매출을 증가시킬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어서 마트를 선택했다고 한다. 유통업이 돈이 되는 것은 확실하다. 아무리 불경기에도 사람들이 꼭 써야 하는 게 생필품이니 마트에 안 가는 사람은 없다. 그는 각종 데이터를 뽑아 보수적으로 매출을 계산해보고, 마트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어머니가 계신 군산, 그 중에서도 핵심 산업단지가 있는 산복동에서 동네 마트를 시작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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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마트라는 게 편의점이 아니다. 아무리 지방이어도 무려 300평이면 초기비용이 만만치않다. 저자 역시 가족에, 친척들 돈까지 투자를 받아 시작한 사업이기에 부담감이 상당히 컸다. 반드시 성공해야 하는 사업이었다. 그는 대기업에서 일한 경험을 살려 각종 데이터에 능했고, 가격 할인 정책, 경품 이벤트 등 마케팅 비용도 공격적으로 사용했으며, 문자 광고 역시 글재주를 살려서 남과 다르게 감성적으로 접근했다. 친절은 물론이고 경쟁사 대비 저렴한 가격, 과일, 수산물까지 마트로써 구색맞추는 것은 기본으로 깔고 갔다.


옛날 장터처럼 동네 사람들이 함께 어울리는 장소가 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우리들마트'를 연 그는 십시일반 프로젝트, 고사리 희망장터 등 기부문화 확산과 지역경제에 도움을 주기 위한 일을 꾸준히 벌이고 있다. 사실 마트에서 무슨 이벤트를 하건말건 크게 관심을 가진 적이 없다. 그저 더 많은 손님을 모으고 돈을 벌기 위해 하는 일이겠거니 했고 대기업 마트에서 하는 행사라는 게 대개가 할인이나 추첨 등 경품행사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자가 자신의 마트 기부 프로젝트를 소개하고 후반부에 지방 유명 빵집인 성심당, 이성당의 모토와 기부 문화를 소개한 글을 보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이성당은 일주일에 한 두 번씩 고아원, 양로원 등에 기부하는데 '기부받는 사람도 손님이다'라는 생각으로 항상 새 빵을 따로 만들어서 기부한다고 한다. 보통 식당이나 빵집에서 기부를 하더라도 남는 식재료나 유통기한이 간당간당한 빵을 기부하는 것을 많이 봤는데 새 빵을 일부러 만들어서 기부를 하다니 그 마음가짐이 남다르다. 자신의 빵집 앞에서 장사하는 노점상을 쫓긴커녕 출출할 때 먹으라고 빵을 나눠주는 사장이라면 이런 분들이 창업한 회사가 잘되지 않으면 누가 성공하는가 싶다. 그렇다고 빵맛이 떨어지고 착하기만 한 기업은 절대 아니다. 저자가 소개하기 전에 나도 그 두 집 빵을 다 먹어봤기에 가격으로도 빵맛으로도 최고임을 인정한다.

 

지방에서 시작해도 이렇게 탄탄하고 큰 기업으로 성장하는 곳이 있다. 만약 돈이 처음부터 끝까지 목적의 전부라면 대를 이은 기업, 그 지역에서 먼저 사랑받는 토착 기업이 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 책은 마트 창업을 꿈꾸는 사람에게는 어떻게 마트를 여는지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고, 종목이 달라도 자기 사업을 하고 싶은 사람에게는 자영업이란 어떤 것인지 감을 잡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자신이 직접 사업을 경영한다는 것은 잘되면 그 과실을 자기가 차지하지만 망하면 삶의 기반이 통째로 흔들리는 무서운 일이다. 저자는 워라벨의 정의가 과연 무엇인가 생각한다. 회사에 다닐 때는 주52시간에 맞춰 퇴근도 하고 주말에도 쉬었지만 만족하지 못했다. 지금은 365일 돌아가는 마트를 운영하면서 주말은커녕 밤에도 매장에서 글을 쓰는데도 행복해하고 있다. 꿈이 있으면 좋겠지만 꿈이 없어도 목표를 정해 일을 하면서 보람을 얻는 삶, 인터넷 공모전을 5수 도전해서 이렇게 책까지 냈다고 하니 열심히 사는 인생이 멋있고 읽으면 노동의 아름다움에 가슴이 뿌듯해지는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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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타리 너머 ㅣ 북극곰 무지개 그림책 49
마리아 굴레메토바 지음, 이순영 옮김 / 북극곰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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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타리 너머'는 애완돼지 소소의 관점으로 세상을 보는 독특한 그림책이다. 불가리아에서 태어난 저자 마리아 굴레메토바는 예술가인 부모님 밑에서 자랐는데 덕분에 그림에 대한 소양이 어릴 때부터 풍부했다고 한다. 아버지와 함께 정물화를 그리거나 산으로 소풍을 다니는 등 산으로 여행을 많이 다닌 경험이 이 책의 배경이 되었다. 덕분에 '울타리 너머'에는 그리운 자연 풍광이 넘쳐난다. 끝이 안 보이는 푸른 들녘, 같은 풍경이 저녁 무렵에는 황금빛으로 바뀌는 것까지 책장을 넘길수록 어딘가 머나먼 이상향을 상상하게 된다. 

 

 하지만 이 책은 자연 풍경만 감상하는 그림책이 아니다. 주인인 소년 안다와 그의 애완돼지 소소의 관계는 일견 단순해보이지만 삶에 필수적인 고민을 담고 있기에 책을 읽는 아이에게 가치있는 물음을 던진다. 갇혀사는 소소에게 자유란 무엇인지, 어떤 편리함을 희생해야 자유를 얻을 수 있는지, 또 안다가 소소에게 자기의 의견과 취향만을 강요하는 게 소소에게 있어서 얼마나 폭력적인지 등등 자세한 설명이 없어도 소소의 표정 변화와 상황만으로 깊이있게 와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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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그런 지루하고 답답한 일상을 보내도 어떤 계기가 없이는 미처 느끼지 못한 채 적응해버릴 때가 있다. 소소 역시 거대한 저택에서 안다라는 도련님의 애완돼지로 무기력한 나날을 보내던 중 우연히 산책을 나갔다가 야생 맷돼지 '산들'을 만나면서 인생의 전환점이 찾아온다. '울타리 너머로는 갈 수 없다', 즉 집을 떠날 수 없다고 말하던 소소는 점점 산들이 있는 대자연을 갈망하게 된다. 또 산들이는 안다처럼 소소에게 무언가를 강요하는 법이 없이 소소의 뜻에 따라 그를 만나러 와준다. 인간 안다와 맷돼지 산들의 태도는 많은 것을 시사한다. 진정한 우정이란 상대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고, 내 의견만 강요하는 것이 아니다. 안다는 소소를 마치 장난감처럼 다루며 자기가 좋아하는 옷만 입히거나 놀이의 상대로만 대했지만 산들은 울타리 너머로 갈 수 없다는 소소를 배려해서 "그래? 어쩔 수 없지 뭐, 그럼 얘기나 하러 다시 올게"라고 쿨하고 다정하게 말해준다. 그는 소소의 입장을 이해하고 헤아려주며 약속을 지키는 멋진 맷돼지이다.

 

 소소의 마음이 어디로 향할지는 너무나 뻔한 일이다. 그림책에서 소소와 안다의 관계는 일방적이다. 안다는 말하고 소소는 듣기만 한다. 안다는 소소의 모든 것을 결정한다. 보다보면 슬퍼진다. 애완동물에서 반려동물로 단어가 바뀌었지만 얼마나 많은 동물들이 소소의 마음으로 인간의 집에서 살아갈까 마음이 아프다. 

클라이맥스 페이지에는 노을이 지는 울타리 너머를 달려가는 집돼지 소소와 야생돼지 산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자유를 갈망하는 소소가 드디어 결정을 내리고 인간이 만들어준 답답한 옷을 벗어던지고 산들과 함께 돼지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 들판을 달려가는 모습은 아름답고도 감동적이다. 어떻게 30페이지 남짓한 그림책에 이 많은 이야기를 담을 수 있는지 작가의 능력에 감탄하며 책장을 덮는다. 멀리 보이는 산과 들판의 풍경이 오래도록 여운을 남기는 아름다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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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만큼 위험한 곳이 없다 - 나를 확장시키는 제3의 공간을 찾아라!
김동현 지음 / 북스토리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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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다보니 떠오르는 책이 있었다. 문화심리학자 김정운 교수의 '바닷가 작업실에서는 전혀 다른 시간이 흐른다'이다. 두 책 모두 자기 취미나 하고 싶은 일을 남의 눈치 보지 않고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장소의 중요성에 대해 말한다. 김정운 교수는 이 책에서 인생을 바꾸려면 공간부터 바꿔야 한다고 '슈필라움'이란 독일어를 강조하는데 놀이와 공간을 합친 의미라고 한다. 김동현 저자도 제1공간을 집, 제2공간을 회사라고 한다면 제3공간을 퀘렌시아로 설정하고 있다. 퀘렌시아는 스페인어로 투우사와 싸운 소가 숨을 고르는 공간을 뜻한다고 한다. 피난처, 안식처의 의미로 평화와 회복의 장소로써 어쩌면 집보다 더 중요하고 자주 집에서 나올 것을 권하고 있다. 왜냐하면 집이 편한만큼 무기력증에 빠지기도 쉽고 너무 오래 집에 머물다보면 다른 사람과의 교류가 적어지는 자폐적 증상을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목이 다소 극단적이지만 '집만큼 위험한 곳이 없다'가 된 것이다.

 

저자는 서울대 졸업후 30년여년의 직장생활을 했는데 30대에 잠시 개인사업을 하다가 망하고 이후 계속 외국계 기업에 다녔다고 한다. 오랜 직장 생활 동안 여러차례 회사를 옮겨봤고 해외지사에서도 12년을 일하는 등 세일즈계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이 분은 지금 정년퇴직을 한 상태이지만 본인이 정한 제3의 공간, 마을 도서관에서 책도 읽고 글을 쓰는 활동을 통해 작가로 변신하고 그 경력을 살려서 출판업계에 재취업도 했다. 정년퇴직 전까지 계속 외국계 기업에서 세일즈를 한 셈이니 지금의 경력은 180도 다르다고 할 수 있다. 그가 말하는 핵심은 이렇다. 일이 잘 안 될 때는 국면전환을 시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 정해져 있는 판을 정면돌파만이 아니라 측면돌파도 하고 상대방에게 한걸음 더 적극적으로 다가가기도 하는 등 여러가지 방법을 시도해서 판을 흔들라고 주문한다. 그렇게 하다보면 상황이 내게 유리하게 바뀌기도 하고 운이 따르기도 한다고 일단 행동할 것을 강조했다.

 

또한 공부 많이 한 모범생 타입들은 준비가 완벽하기 전에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하는데 그런 사람들은 준비보다 더 중요한 때를 놓치는 우를 범한다. 저자는 삼성이 반도체 불모지였던 우리나라에서 사업을 시작해 지금은 일본도 뛰어넘은 쾌거를 이룬 것은 일단 시작해서 빠르게 헤쳐가는 속도전에 능했기 때문이라고 봤다. 삼성은 일본이 추구하는 완벽함보다는 목표를 저 멀리 앞에 던져놓고 간극을 메워나가는 전략을 시도한 것이다. 준비를 다 하고 하면 좋은 점도 있겠지만 준비란 해도 해도 끝이 없는 것이고 그 사이 더 중요한 타이밍을 놓쳐서 아예 시작도 하기 전에 주저앉는 우를 범하지 말라고 충고한다.

 

저자는 그런 변화를 이끌어내는 첫걸음으로 공간에 변화를 줄 것을 주문한다. 익숙한 집에서 판을 바꿀 정도의 생각이 떠오르지도 않을 뿐더러 나태해지기 쉬우니 여행도 가고, 또 집을 떠나 이동에 조금 시간이 걸리는 장소를 하나 마련해서 그곳에서 새로운 경험을 하고 새로운 생각을 하면 그 사람의 인생을 좌우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공간과 장소의 전환은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문화적 다양성을 경험하는 계기가 되고 생각과 사고의 입체화를 통해 발전과 도약을 끌어낼 수 있으니 적극적으로 제3의 공간을 찾아 자꾸 집을 떠나라는 것이다.

 

이 말은 재택근무를 하거나 취준생으로 오래 집에 머무르는 사람들이라면 많이 공감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익숙하지만 계속 있으면 휴식이 아니라 그저 게으름의 공간으로 전락하는 집. 사람들이 때로는 여행을 떠나고 그 곳에서 새로운 인연이나 아이디어를 얻는 것을 볼 때, 또 발전없이 괴롭게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이직을 해서 성공하는 경우를 봐도 익숙함을 버리고 떠나는 용기가 새로운 길을 열어줄 수 있음을 실감한다.

 

다양한 공간의 경험치를 늘리는 것이 인생전환의 키가 될 수 있다니 좀 더 적극적으로 자신에게 맞는 제3의 공간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지금 하는 일이 잘 안되서 국면돌파를 해야 하거나 새로운 아이디어가 필요한 독자들이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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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 밥의 교과서 - 기본 육수로 손쉽게 만드는 행복 밥상
효오모리 도모코 지음, 박진희 옮김 / 레드스톤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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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애견 건강식 전문가가 쓴 강아지 수제 밥 만드는 법을 읽었다. 개밥이라고 무시할 수준이 아니다. 사람 식사라고 해도 될 정도로 완성된 요리의 플레이팅 사진도 화려하고 개의 연령, 건강상태, 계절에 따라서도 어떤 식재료를 써야할지 어떤 음식이 좋은지 참으로 자세하고 다양하게 소개되어 있어서 놀랐다. 

 

동물도 사람과 별반 차이가 없다. 저자가 말했듯이 그 구조가 좀 다를 뿐 가공식품만 먹어서 좋을 리가 없다. 하지만 동물병원에 가면 대부분의 의사선생님은 사료만 정량을 줄 것을 권하지 간식조차 필요악으로 본다. 그만큼 우리나라도 드라이푸드라고 불리는 건사료에만 반려견 식사가 한정되어 온 셈이다. 요즘은 시골에서도 밥에 국 말아주는 곳이 드물다. 편리함을 이유로 개는 십수년째 사료와 통조림 몇 가지를 주로 먹는 셈인데 노령견을 키워본 분들이라면 아시겠지만 동물이라고 만날 똑같은 거만 주면 점점 식욕이 떨어진다. 그러다가 늙으면 병도 오고, 없던 식욕은 더 떨어지고 악순환이다. 책을 읽으며 느낀 거지만 저자는 분명 사람 음식도 잘 할 사람이다. 10분만에 뚝딱이라고 적혀있긴 한데 저자의 내공이 장난이 아니므로 평범한 독자들이 10분만에 이 정도 퀄리티의 강아지 밥을 만드는 것은 "참 쉽죠잉~?"처럼 약간의 허구라고 본다. 그러나 저자가 애초에 반려견에게 손수 만든 음식을 주기로 결정한 이유에는 깊이 공감한다. 강아지 밥은 맛과 모양이 중요한 것도 아니고 주인이 매번 시간을 들여서 만들라는 것도 아니다. 우리도 우리가 먹을 밥을 매번 짓듯이 반려견을 위해서도  아주 짧은 시간을 들여서라도 신선한 식재료를 쓴 음식을 만들어주자는 것이다. 사람도 매끼니 정찬을 먹는 것은 아니니 상황이 허락하는대로 있는 식재료로 조합을 해보자는 취지이다.

  

 

저자가 일본인이다보니 나는 평소 거의 쓰지 않고 잘 모르는 큰실말, 괭생이모자반, 오크라, 갈분, 말고기, 참마 등의 식재료도 등장하지만 대체 재료도 있으므로 모르거나 없는 것은 빼고 구하기 쉽고 현재 냉장고에 있는 것으로도 대략 조리가 가능하다. 목차의 내용 중 내가 ​특히 유심히 본 파트는 먹여서는 안 될 식재료이다. EBS의 개, 고양이 솔루션 프로그램에서 비만 반려견 특집방송을 본 적이 있다. 하루에 계란을 몇 개씩 먹이고 심지어 매일 커피를 주는 다소 무식한 주인까지 봤다. 다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본인의 개들에게 폭력을 행사한 셈이다. 커피나 차 등의 카페인은 중독 증상을 일으켜 질식의 위험이 있다고 적혀있다. 이렇게 카페인이나 파, 고추 등 상식적으로 동물에게 주면 안되는 것은 왠만한 동물 키우는 사람들은 알고 있는 내용이지만 이 외에 토마토나 가지의 꼭지, 알로에, 갑각류도 줘서는 안되고 흰자는 반드시 익혀줘야 한다는 것은 이런 책을 읽지 않으면 모를 것이다.

 

저자는 자신이 오랫동안 키우던 반려견이 아프자 매번 다니던 병원말고 친구에게 소개받은 병원에 갔는데 그곳에서 생소고기와 고구마로 만든 수제 식사가 나온 것을 보게 된다. 아픈 아이가 달려들어서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고 도대체 무엇 때문에 건사료만 고집했나 그 어리석음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나도 마찬가지로 의사 선생님이 좋다니까 열심히 골라서 공장에서 만들어진 사료와 통조림만 사다 날랐는데 주면서도 뒷면 가득히 쓰인 각종 인공향료나 가공재료에 찜찜함을 느끼던 터였다. 비만이 될 때까지 정신없이 사람 먹는 음식을 먹여서도 안되지만 날 때부터 죽을 때까지 공장에서 나온 사료만 먹이다가 보내는 것도 참 못할 짓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분들이 한 번 읽으면 정보의 방대함과 다양성에 만족할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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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인분 생활자 - 혼자서 잘 먹고 잘 사는 중입니다
김혜지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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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사는 사람이 특이하지 않은 시대가 된 지 오래다. 이 책은 90년대생인 저자의 일인 라이프를 가감없이 보여주는 에세이다. 어찌보면 '나혼자 산다'의 진지한 여성 생활 버전 같다. '나혼자 산다'가 연예인의 화려한 싱글 라이프라면 '일인분 생활자'는 지방에서 서울로 상경해 고군분투하는 20대 여성의 짠내나는 실생활이란 엄청난 차이가 있지만.

 

 

 

 

저자 김혜지는 90년대생이다. 그녀는 고시원, 원룸을 거쳐 컨테이너를 반으로 나눈 옥탑방에도 살았는데 옆방에 사는 노인이 끼는 방귀 소리를 듣는다던가, 저자에게 애인이 놀러왔을 때 그 노인에게 오지랖 넓은 잔소리 폭격을 당한 고충 등을 이야기한다. 고시원에 고시생이 안 살듯이 옥탑방에서 혼자 사는 것도 실제로는 사치인가 보다. 그리고 여전히 오래된 세대의 가치관은 단단해서 젊은 세대가 이만큼 변했다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 같다. 그러나 그분들의 사고방식을 바꾸는 것보다 방을 빼는 게 현실적으로 더 빠르고 간단한 길이다. 저자 역시 이사를 간다.


저자는 집을 구하면서도 부동산 실장이란 작자에게 은근히 성희롱을 당하고, 여행을 가서도 역시 현지인에게 기분 나쁘고도 애매한 일을 당한다. 즉 여성은 상대와 장소가 바뀌어도 젊은 여자라는 그 자체만으로 여전히 위험에 노출되어 있고 불평등한 대우를 받고 있다. 한국 여성이라면 젊은 시절 성추행을 단 한번도 당하지 않고 사회생활 해본 사람이 드물 것이다. 말로든 눈으로든 혹은 회사내 암묵적 조직 문화로도 얼마든지 불쾌한 일을 당할 수 있다. 하지만 저자가 열거한 불쾌한 경험은 주로 나이든 남자들이, 혹은 데이트 상대였던 젊은 남자 등 어떤 남자들의 집단이지 가해자에 여자는 없다. 아마도 저자는 여자들만으로 이뤄진 집단이 군대보다 더한 것을 아직 경험하지 못했을 지 모르겠다. 나는 모든 종류의 성범죄는 그 기반에 권력이 교묘히 숨어있다고 생각한다. 가해자가 인식을 못하더라도 그들은 분명히 힘이나 나이 혹은 지위의 우위를 가지고 있다. 거기에는 남자, 여자라는 성별의 차이조차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역시나 절대 다수는 여성에 대한 남성의 범죄이고 뿌리 깊은 가부장적 관행이 이를 방조하기에 세월이 흘러도 범죄는 진화가 될 뿐 별반 변화가 없어보인다. 90년대생인 저자도 이런 구시대적인 일을 여전히 겪고 있지 않은가?

 

 

 

그럼 혼자 사는 사람은 어떻게 해야하나? 사온 식재료를 제 때 못먹어 썩는다든가, 동네 어르신들에게 여자는 어쩌구 처신에 관한 잔소리를 듣는 건 애교 수준이지만 '타인은 지옥이다'에 나온 고시원처럼 범죄의 대상이 될 수는 없지 않나. 저자는 혼자 살면서 자기도 모르게 붙은 습관을 소개한다. 문을 이중으로 잠그거나 외부인을 극도로 조심하고 배달음식은 현관 밖에서 받거나 집안에 남자 신발을 놓는 등 나름의 팁이 있다. 하지만 더 집다운 집으로, 더 치안이 나은 동네로 이사가는 것 외에 근본적인 해결책이 없어보이는 게 문제다. 이도저도 안되면 건장한 남자친구라도 있어야 할 판인데 참으로 어려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혼자 사는 사람이 위험하다지만 혼자 사는 남자도 이렇게 동일한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가하면 그렇지 않다. 외로움이나 식사마련에 겪는 어려움은 범죄 노출에 비교하면 그 정도가 너무 차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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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일인분 생활자는 혼자녀가 혼자남보다 더욱 공감할 만한 글이고 20~30대 청년이 겪는 주거 불안정이 주된 주제라고 보여진다. 취미생활이나 다양한 부가직업을 갖는 것도 나이든 집안 어른들의 답답한 편견도 그닥 큰 문제로 보이진 않지만 수입이 별로 없는 젊은 세대가 어쩔 수 없이 선택하게 되는 원룸, 고시원, 지하방 등 사람 살라고 만든 게 맞나 의심스러운 공간에 대해 사회적인 관심이 많이 필요해보인다. 내가 책을 읽으며 분노한 것은 2~5평을 가지고 세를 주는 빈곤 비즈니스이다. 가난한 청년들에게 월세에 관리비까지 받으면서도 사람이 살기에는 너무나 열악한 곳을 세주는 인간들에게 적절한 규제와 단속이 들어가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혼자 사는 게 죄는 아니지 않나? 특히 이 모든 불편함과 현실적 문제는 가난할 때 가중되는 것이고 경제적으로 여유롭고 젊은 사람이 혼자 살 때는 그만큼 편한 생활이 없다는 것도 씁쓸한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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