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 밥의 교과서 - 기본 육수로 손쉽게 만드는 행복 밥상
효오모리 도모코 지음, 박진희 옮김 / 레드스톤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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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애견 건강식 전문가가 쓴 강아지 수제 밥 만드는 법을 읽었다. 개밥이라고 무시할 수준이 아니다. 사람 식사라고 해도 될 정도로 완성된 요리의 플레이팅 사진도 화려하고 개의 연령, 건강상태, 계절에 따라서도 어떤 식재료를 써야할지 어떤 음식이 좋은지 참으로 자세하고 다양하게 소개되어 있어서 놀랐다. 

 

동물도 사람과 별반 차이가 없다. 저자가 말했듯이 그 구조가 좀 다를 뿐 가공식품만 먹어서 좋을 리가 없다. 하지만 동물병원에 가면 대부분의 의사선생님은 사료만 정량을 줄 것을 권하지 간식조차 필요악으로 본다. 그만큼 우리나라도 드라이푸드라고 불리는 건사료에만 반려견 식사가 한정되어 온 셈이다. 요즘은 시골에서도 밥에 국 말아주는 곳이 드물다. 편리함을 이유로 개는 십수년째 사료와 통조림 몇 가지를 주로 먹는 셈인데 노령견을 키워본 분들이라면 아시겠지만 동물이라고 만날 똑같은 거만 주면 점점 식욕이 떨어진다. 그러다가 늙으면 병도 오고, 없던 식욕은 더 떨어지고 악순환이다. 책을 읽으며 느낀 거지만 저자는 분명 사람 음식도 잘 할 사람이다. 10분만에 뚝딱이라고 적혀있긴 한데 저자의 내공이 장난이 아니므로 평범한 독자들이 10분만에 이 정도 퀄리티의 강아지 밥을 만드는 것은 "참 쉽죠잉~?"처럼 약간의 허구라고 본다. 그러나 저자가 애초에 반려견에게 손수 만든 음식을 주기로 결정한 이유에는 깊이 공감한다. 강아지 밥은 맛과 모양이 중요한 것도 아니고 주인이 매번 시간을 들여서 만들라는 것도 아니다. 우리도 우리가 먹을 밥을 매번 짓듯이 반려견을 위해서도  아주 짧은 시간을 들여서라도 신선한 식재료를 쓴 음식을 만들어주자는 것이다. 사람도 매끼니 정찬을 먹는 것은 아니니 상황이 허락하는대로 있는 식재료로 조합을 해보자는 취지이다.

  

 

저자가 일본인이다보니 나는 평소 거의 쓰지 않고 잘 모르는 큰실말, 괭생이모자반, 오크라, 갈분, 말고기, 참마 등의 식재료도 등장하지만 대체 재료도 있으므로 모르거나 없는 것은 빼고 구하기 쉽고 현재 냉장고에 있는 것으로도 대략 조리가 가능하다. 목차의 내용 중 내가 ​특히 유심히 본 파트는 먹여서는 안 될 식재료이다. EBS의 개, 고양이 솔루션 프로그램에서 비만 반려견 특집방송을 본 적이 있다. 하루에 계란을 몇 개씩 먹이고 심지어 매일 커피를 주는 다소 무식한 주인까지 봤다. 다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본인의 개들에게 폭력을 행사한 셈이다. 커피나 차 등의 카페인은 중독 증상을 일으켜 질식의 위험이 있다고 적혀있다. 이렇게 카페인이나 파, 고추 등 상식적으로 동물에게 주면 안되는 것은 왠만한 동물 키우는 사람들은 알고 있는 내용이지만 이 외에 토마토나 가지의 꼭지, 알로에, 갑각류도 줘서는 안되고 흰자는 반드시 익혀줘야 한다는 것은 이런 책을 읽지 않으면 모를 것이다.

 

저자는 자신이 오랫동안 키우던 반려견이 아프자 매번 다니던 병원말고 친구에게 소개받은 병원에 갔는데 그곳에서 생소고기와 고구마로 만든 수제 식사가 나온 것을 보게 된다. 아픈 아이가 달려들어서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고 도대체 무엇 때문에 건사료만 고집했나 그 어리석음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나도 마찬가지로 의사 선생님이 좋다니까 열심히 골라서 공장에서 만들어진 사료와 통조림만 사다 날랐는데 주면서도 뒷면 가득히 쓰인 각종 인공향료나 가공재료에 찜찜함을 느끼던 터였다. 비만이 될 때까지 정신없이 사람 먹는 음식을 먹여서도 안되지만 날 때부터 죽을 때까지 공장에서 나온 사료만 먹이다가 보내는 것도 참 못할 짓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분들이 한 번 읽으면 정보의 방대함과 다양성에 만족할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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