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가오슝 - 타이난.컨딩.헝춘, 2020년 최신개정판 지금 시리즈
김도연 지음 / 플래닝북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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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타이완(대만)의 숨겨둔 보석이라 일컫는 대표적 남부 도시 4곳을 소개하는 2020년 최신개정판 여행서이다. 타이완은 베트남과 같이 일본의 대체 여행지로 각광을 받고 있다. 보통은 수도인 타이베이로 떠나겠지만 이미 수도를 찍고 오신 분들은 아름다운 바닷가 남부 도시를 둘러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연꽃 향을 가득 품은 아름다운 항구 도시, 가오슝.

싱싱한 해산물이 가득한 미식의 도시, 타이난.

에메랄드빛 바다가 펼쳐지는 휴양지, 컨딩.

사계절이 봄과 같은 조용한 소도시, 헝춘.


이렇게 4곳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여행서의 기본인 어떻게 찾아가는가(교통편), 무엇을 봐야하는가(대표 관광지), 어디서 잘까(숙소), 무엇을 먹을까(추천 메뉴), 무엇을 살까(기념품) 소개를 비롯 타이완 관광이 처음인 분들을 위해 지도와 지하철 노선표, 추천 일정표까지 이 책 한 권만 가지면 배낭 여행을 짜는데 큰 어려움이 없도록 세세하게 다루고 있다. 아마도 최신 개정판이니 잘못된 정보 없이 요즘 핫한 곳으로 소개가 되었을 것으로 기대한다. 개인적으로는 여행서를 보다보면 시간표나 가게 정보 등이 잘못 표기되어 현지에서 당황하는 경우가 있어서 카페 등을 통해 최신 정보로 이중 체크를 하고 떠나곤 한다.  


지도를 봐도 알 수 있지만 남부지역 중 대표적인 곳은 단연 가오슝이다. 책에서도 대부분의 분량을 가오슝에 할애하고 있고 요즘 방송가 투어 프로그램에서도 여러번 다룬 지역으로 안다. 처음 가는 분들이라면 가오슝과 타이난을 묶어서 여행코스를 짜는 것이 알차면서도 이동이 편리할 것이다. 만약 가오슝과 타이난을 묶어서 4박 5일 일정으로 떠난다면 항공비 제외하고 대략 인당 50만원 정도가 든다고 한다. 대만은 다른 아시아 국가들보다 다소 선진국에 속하고 대략 환율로 계산해보니 우리나라보다 약간 싸거나 비슷한 편에 속했다.


여행 계획을 짜면서 주요 유적지나 야시장도 좋지만 내 관심은 맛집인데 예전에 책에서 읽은 서니힐스가 여기서도 소개되어 있어서 반가웠다. 대만의 대표 간식 펑리수 매장인데 독특한 컨셉으로 유명한 곳이다. 짠내투어에서 멤버들이 펑리수1개와 차를 한잔 시식용으로 대접받아 자리에 앉아서 휴식을 취하는 모습을 본 기억도 난다.



마찬가지로 유명 훠궈식당 천수모도 소개되어 있다. 배틀트립에서 봤는데 대형 불상 아래 식탁이 쫙 펼쳐져 있어서 웅장한 분위기에 깜짝 놀란 적이 있다. 무게를 잡는데 비해 가격이 저렴한 편이고 맛집이라고 해서 대만에 가게 되면 꼭 가봐야지 했는데 책에서 또 만나니 반가웠다. 대략 2군데만 봐도 나머지 집들도 핫플레이스로 잘 꼽아놓은 것 같다. 

 


아시아권이라 대략 3시간인 비행시간도 매력적이고 간판만 중국어이지 도시 풍경이 어쩐지 낯설지가 않다. 낮에는 중화권 문화를 경험하고 밤에는 야시장의 매력에 흠뻑 빠질 수 있어서 여행서를 읽자 가까운 나라 타이완에 꼭 가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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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에서 토익 900 - 3개월 만에 독학으로 토익 정복하기
공병우 지음 / 한월북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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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가면 그 시간은 허비한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이 청년은 그렇지 않았다. 물론 초기에 적응도 해야 하고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여 군대에서 토익 공부를 시작, 3개월만에 945점을 받는 쾌거를 이룬다. 사실 저자도 말했다시피 토익은 기업체 취업을 위한 시험이고 영어실력 그 자체를 키우기 위한 것과는 거리가 있다. 이 책은 철저히 단기 시험용 공부법을 다룬다. 영어를 기초부터 차근차근, 실력을 쌓고자 하는 분들이라면 다른 책을 보는 게 낫다. 


그렇다면 이 책은 꼭 군대에서 들어가서 토익칠 사람만 봐야 할까? 그렇지 않다. 토익 학습법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루지만 크게 보아 자기계발서에 가깝다. 어떻게 하면 분명한 목표를 세울지, 자투리 시간은 어떻게 활용하는 게 좋을지 등 군대처럼 제한된 환경 속에서도 확실한 목표를 가질 수 있었던 과정과 결과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저자는 군대에 와서 체중 20kg를 감량했고 토익 점수를 얻었다. 둘 다 쉽지는 않았지만 목표를 먼저 세우고 전략을 짰다. 살을 빼는 것은 군대 내에서라서 더욱 가능한 이야기였다. 사회에서처럼 먹고 싶은 것을 다 먹을 수 없는 환경적 이점을 충분히 이용했고 밥을 먹지 않고 반찬을 많이 먹는 단백질 위주의 식단을 유지했더니 살이 많이 빠졌다고 한다. 운동량은 군대이다보니 말할 것도 없다. 

그럼 토익으로 돌아와서 저자가 세운 전략은 2가지이다. 만점이 목표가 아니라 취업에 유리한 점수 획득이 목표였으므로 철저히 시험 위주로만 공부했다. 한달은 단어 외우기에만 집중하고 나머지 한달은 모의고사 풀이에 집중하는 식이다. 나도 토익 공부 좀 해 본 사람인데 단어위주의 공부에 무릎을 쳤다. 내 성적도 900점 중반을 넘는 비교적 고득점이었는데 단어 공부를 따로 하지 않아서 꼭 거기서 실점이 났다. 이제는 토익공부를 하지 않지만 돌이켜보면 충분히 더 딸 수 있는 점수였는데 아쉬운 생각이 든다. 나와 마찬가지로 저자 역시 문법공부를 따로 하지 않았다고 한다. 저자가 권한 책은 해커스 토익의 빨강이, 파랑이가 아니라 실전 모의고사 문제집이다. 나는 모의고사 책은 전혀 안 보고 기본서인 빨강이, 파랑이 책만 2~3번 공부했다. 물론 결론은 둘 다 비슷한 점수 획득이지만 내 쪽이 더 오래 걸렸던 것은 확실하다. 기존에 토익 공부 전혀 안 하고 2~3개월만에 점수를 올리는 데는 저자의 방법이 훨씬 효과적일 것이다.


저자는 RC, LC전략, 신토익의 새로운 유형 공략, 시험시간 배분, 시험 때는 어떤 샤프가 좋은지까지 옆집 오빠처럼 세세하게 코치를 해준다. 시간이 없다는 핑계를 대지 말고 일상에서 10분도 낭비되는 시간 없이 틈이 날 때마다 1문제라도 풀어보는 전략을 썼다. 토익 고득점을 딴 후에는 그 자신감을 바탕으로 군대 제대 후 혼자 장기 해외배낭여행도 떠나고, 독립도 하고, 경제적 자립도 하고 착착 자기길을 가는 모습이 20대 청년이라기에는 너무나 멋졌다. 토익 공부법은 다소 같은 말이 반복되고 길지만 그만큼 저자의 강한 마음을 통해 나의 해이한 마음을 다잡기 좋으니 새해에 토익 공부를 해야 하는데 하기 싫은 취준생들이 읽어보면 좋은 자극을 받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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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에서 멈추다 - 초록빛 힐링의 섬
이현구 지음 / 모요사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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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잡지사 기자, 기업 사보에 글을 쓰는 일을 하던 사람인데 우연히 아일랜드 여행을 갔다가 현지인 남자을 만나 결혼하고 그 곳에 정착하게 된다. 지금은 아일랜드에 산 지 10년이 다 되어가고 남편 존과 브레이라는 소도시에 살면서 이 책을 냈다. 여행기와 에세이의 중간 즈음에 위치한 이 책은 저자의 방대한 자료조사와 수 년간에 걸친 여행 경험 등 현지인의 이점을 살려 총367페이지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두께로 아일랜드 여행의 끝판왕 같은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음악과 예술, 역사 등 다방면에 관심이 있는 저자 덕분에 아일랜드라는 나라를 잘 알지 못했던 나까지 그 나라도 우리나라처럼 분단국가이고 그 이유가 정치가 아닌 종교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심지어 아일랜드는 8백년 넘게 영국의 지배를 받았고 가톨릭(아일랜드)과 영국신교(북아일랜드)라는 종교 갈등 때문에 지금도 북아일랜드는 영국연방 소속이라고 한다. 자의에 의해 남의 나라 지배를 받다니 이해가 안 가지만 남, 북한도 열강의 의해 쪼개진 채 굳어져버린 상태이니 원인은 달라도 비슷한 안타까움을 느꼈다.

이런 역사적 유사성 외에 이 책이 재밌었던 것은 아일랜드에서 생활인으로 살면서 느낀 소소한 감상이 오히려 화려한 관광 위주의 여행기보다 와닿았기 때문이다. 아일랜드는 감자가 주식이고 그만큼 감자가 많이 나는 나라라고 한다. 그녀가 설명한 분이 많이 나는 아일랜드 감자의 폭신폭신한 맛을 아이리시 조리법으로 먹어보고 싶다. 마치 눈이 많이 오는 나라는 눈에 대한 단어가 많듯이 아일랜드는 커스핑크, 루스터 등 감자의 종류도 다양했다. 저자가 채소만 먹는 비건인지라 고기맛에 대한 소개는 없지만 비건을 위한 페스티벌도 있고 식당이나 음식도 상당히 발달한 나라라고 하니 우리나라의 채식주의자들이 아일랜드 여행을 다녀도 음식 때문에 크게 불편한 점은 없을 것 같다. 특히 펍이 발달해서 어디를 가도 맛있는 맥주를 판다고 하니 술 좋아하는 분들은 환영할 만한 곳이지 않나 생각한다.

 

남편 존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나와서 더욱 가깝게 느껴지는데 부모가 아닌 릴리 이모 밑에서 외롭게 자란 소년 존의 이야기, 파란 눈의 사위와 장모가 친해지는 과정, 마운트조이 교도소에서 요리와 음악을 가르치는 현재 직업까지 마치 소설처럼 흥미로웠다. 저자는 남편과 함께 교도소 수용자들을 위해 음악콘서트를 열어주는 자원봉사 경험도 적었는데 저자와 마찬가지로 나 또한 살인이나 강간 등을 저지른 성인 남성 수감자들을 처음 만나면 아무래도 섬뜩한 느낌이 들 것 같다. 그런 그들도 음악을 좋아하고 친절한 사람이 많다니 솔직히 좀 의외였지만 이춘재조차 자기 대신 억울한 감옥살이를 한 윤씨에게 미안하다고 한 것을 보면 아무리 짐승같은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도 마음 속 어딘가에는 인간다움이 남아있는 것인가 잠시 생각해봤다.

아무튼 잉꼬 부부인 그들은 둘이서 여행도 많이 하고 존이 바쁠 때는 저자 혼자 여행도 많이 했는데 어째 나는 수도인 더블린보다도 소도시 여행기가 훨씬 재밌게 읽혔다. 한국에 살 때는 심심하다고 느끼던 순간들이 아일랜드에서는 행복하다로 바뀌고, 한국보다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아일랜드에서 여유를 찾은 저자의 마음 때문일까 낡은 시골 호텔에 묵으며 밤에 애플사이다 한캔을 따서 넷플릭스 영화를 보는 여유를 이야기하는데 너무나 부러웠다. 꼭 좋은 호텔, 대도시, 관광객이 많은 유명 스팟에 가지 않아도 이제 내게 진정한 힐링 여행이란 이렇게 혼자만의 소확행을 즐기는 것이다. 사실 이 정도 여행 고수가 되려면 유명 관광지도 대도시도 한번쯤 거쳐봐야 하는 것이겠지만 부부가 핼로윈을 즐기기 위해 찾아간 튬이라는 시골마을 여행기를 읽으며 저자처럼 비수기에, 다소 외진 곳으로 떠나면 저렇게 저렴한 가격에 현지인 기분을 잔뜩 느낄 수 있겠구나 기대에 부풀기도 한다.

비록 일년 중 300일은 비가 온다는 아일랜드의 날씨와 해가 금방 떨어지는 우중충한 겨울에도 불구하고 그 또한 낯선 나라에서는 새로운 경험,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될 터였다. 저자의 말대로 우산보다 방풍, 방수 기능이 좋은 겉옷을 준비하면 그만이고 비가 오다가 해가 뜨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니 이 책을 다 읽고나자 더블린 근교의 바닷가 마을이라는 브레이에서 아일랜드의 진수를 맛보고 싶은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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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나는 조금 더 솔직해졌다
이수현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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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브라이슨의 미국 애팔레치아 트레일을 걷는 여행기를 읽어본 기억이 나서 이 책을 선택하게 되었다. 빌 브라이슨은 그 긴긴 트레일을 걷는 내내 친구와 투닥투닥, 불평불만으로 웃음을 짓게 했는데 우리나라 20대 처자라는 글쓴이는 어떤 경험을 했을까 내 호기심을 자극했다. 책에 계속 나오는 PCT라는 말은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Pacific Crest Trail)의 약자로 멕시코에서 캐나다까지 무려 4300km를 걷는 장거리 하이킹을 뜻한다고 한다. 주로 산길을 걷는 이 험난하고 지난한 코스를 2016년 5월부터 10월까지 총 6개월간 걸은 기록이다. 4키로를 40분 걸려 걷는 나는 내가 꽤 빠르게 걷는다고 생각했는데 글쓴이는 하루에 무려 30키로~50키로까지도 걸었다니 입이 딱 벌어진다.

 


사실 트레일 여행기이다보니 내용이 막 재밌지는 않다. 산티에고 순례길처럼 이 PCT하이커들도 죽어라 걷는 게 일과이므로 애초에 특별한 사건이 일어날 것이라는 기대도 없었다. 그러나 20대 중반의 나이, 여성, 혼자 미국 여행이라는 남과 구별되는 키워드가 있었고 그 긴 여행에서 어떤 것을 느꼈고 왜 떠났는지가 궁금했다. 남의 여행기를 읽는다는 것은 남의 경험을 내 경험처럼 느끼고 싶은 마음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과연 그녀의 여행기는 책 제목처럼 참 솔직했다. 어느 20대의 일기장을 훔쳐보는 것처럼 그 당시 겪은 날 것의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길에서 친구를 만나 함께 여행하다가 헤어져서 혼자 다니기도 하고, 여행중 같이 자자는 이상한 프랑스 남자를 만나 질겁하기도 하고 혼자 산속에서 곰을 만나 일촉즉발의 위기에서 빠져나오는 등 마치 인생의 축소판처럼 걷기 여행의 대부분은 지루하고 비슷하지만 간간히 등골이 오싹한 위기도 있었다.

 


그녀는 책 초반에 인간이라는 단어는 티벳어로 '걷는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고 소개한다. 걷는다는 것은 그렇게 인간이 가진 숙명적이고 가장 기본적인 속성을 의미하는지 모른다. 비록 저자는 트레일을 걷는 이 일이 비생산적이라는 것을 알고 있고 심지어 이 곳에 오기 전에 2년간의 세계여행을 한 후이지만 뭔가에 중독된 사람처럼 그 어떤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걷기를 멈추지 않는다. 낭만적이라는 게 그 이유로 등장하지만 아마 저자도 딱히 어떤 이유가 있어서 걷기 시작한 것은 아닌 것 같다. 그것은 여행을 많이 다녀본 사람들의 어떤 강렬한 끌림 같은 것으로 보인다. 그녀는 일상이 지루해서 여행을 선택했지만 혼자 산길을 걷는 그 지독한 외로움 속에서 오래된 기억을 떠올리기도 하고 자기의 사람들을 그리워하기도 한다. 시간과 추억과 계절과 길을 걷는다는 말이 멋있게 들렸다. 그리고 그렇게 긴여행을 하다가 여행이 일상처럼 지루하고 평범해지는 순간을 겪기도 한다. 그러나 그런 순간에는 또 일상으로 돌아오면 될 일이다. 아마 그렇게 우리는 여행과 일상을 반복적으로 경험하면서 인생을 살아내는지도 모르겠다. 반복되는 삶이 지겨워지면 홀린듯이 여행을 떠나고 여행을 막상 떠나면 집이 그리워지고 그런 게 아닐까?


 

 

후반부에는 긴여행에서 돌아와 복학을 한 저자의 시선이 등장한다. 3년을 세계여행으로 떠나있는 동안 학교의 후배들은 까마득히 어려지고, 친구들은 진작에 복학해서 토익이나 취업을 준비하고 있다. 그 힘든 여행보다도 현실이 더 무겁고 답답하게 느껴진다. 여행에서 돌아온 저자의 앞으로의 행보가 무척 궁금했는데 또 100km 워싱턴 구간을 걸으려고 미국행 비행기를 끊었다고 한다. 여행에서 돌아와 또 다음 여행을 준비하는 그녀. 글을 쓰고 영화를 만드려 한다는 첫 소개글이 떠올랐다. 이 모든 경험이 나중에 어떠한 모습을 하고 나타날지 기대된다. 아마도 미래에 저자는 전문 산악 여행가가 될 수도 있고, 여행작가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혹은 아무 것도 되지 않아도 괜찮을 것 같다. 그 어떤 젊은 시절의 경험도 헛된 것은 없으니 나중에 나이 들어서 더 이상 몇 년씩 장거리 여행을 떠날 수 없는 순간이 온다해도 그 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빙긋이 웃고 있지 않을까? 여행을 떠나본 사람만이 여행의 가치를 안다. 혹한의 날씨에 씻지도 잘 먹지도 못하고 거지꼴로 죽어라 걸어야 하는데 무슨 좋은 이유가 필요할까? 마치 그곳에 산이 있어서 산을 오른다는 산악가들의 얘기처럼 딱히 거창한 이유는 필요없을 것이다. 그저 광활한 자연 속에서 젊은 시절 돈 주고 사서 한 멋진 고생기라는 생각을 했고 이것저것 재지 않고 훌쩍 떠나는 용기가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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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알고 싶은 영어의 비밀 Nominalism
유지훈 지음 / 투나미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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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학습 관련 서적은 많지만 노미널리즘이란 단어도 생소했고 이런 주제의 책도 없었다. 저자에 따르면 동사나 형용사 등이 명사로 바뀌는 현상을 명사화(nominalization)라고 하는데 이를 역추적해서 영문을 읽어내는 기술을 노미널리즘(nominalism)이라고 한다. 노미널리즘은 처음 들어봤어도 예문을 보면 '아, 저런 복잡한 문장 많았지' 혹은 문장이 길지 않아도 도대체 해석이 안 되는 문장을 만난 경험이 누구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그렇게 잘 해석이 안 되는, 한국인이 보기에 다소 억지로(?) 명사화 시킨 문장을 독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는 책이다. 저자 약력을 읽어보니 영문과를 졸업하고 번역과 영어학습서 출판에 종사하는 분 같다. 번역을 해온 분답게 매끄러운 저자의 영문 해석은 원어민의 영어 문장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그럼 왜 영어문장은 동사를 명사로 자꾸 바꾸는 것일까? 내 기억에도 진짜 주어를 뒤로 돌리는 진주어, 가주어 구문 같은 것이 남아있다. 영어 문장에서 동사나 형용사를 굳이 명사로 바꿔서 복잡하게 쓰는 것은 "경제성" 때문이라고 한다. People are equal(사람은 평등하다)-> people's equality(사람의 평등)으로 명사화한 것을 보면 뜻은 같지만 길이는 약간 짧아졌다. 우리나라 말도 축약이 대세다. 펭수의 인사는 펭하가 되듯이 영어 문장도 조금이라도 짧아지려고 노력을 한다. 그러면 좀 끊어서 쓰면 될 것 같은데 한 문장 안에서 알약 2알 분량을 한 알로 만들려고 제약회사가 용을 쓰듯이 그렇게 짧아지려는 노력을 한다. 아무리 짧게 만들어도 한국인이 한국문장을 쉽게 이해하듯이 그네들도 자기네 문장을 이해한다. 나도 따라가는 수밖에 없겠구나 생각하며 연습을 해봤다.


저자도 지적했듯이 아무리 노미널리즘으로 명사화해도 동사의 성질은 해당 단어에 고스란히 남아있다. 어포스트로피 s 때문에 문장은 간결해지지만 이해는 더 어려워지고, of의 경우에도 무조건 주어를 지칭한다고 보면 안 된다. 동격으로 쓰이는 of도 많기 때문에 of를 주격의 "의"라고 일치화시키는 데서 해석상 오류가 발생한다. 즉 노미널리즘은 문맥을 파악해서 명사화한 것을 원래대로 동사로 풀어서 이해하는 게 훨씬 정확하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My teacher's drawing이라는 문구만 보면 세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1. 선생님이 그린 그림

2. 선생님을 그린 그림

3. 선생님이 가지고 있는 그림


이 문장 해석을 보고 웃고 말았다. of에는 주어를 암시하는 기능 외에 목적격이나 소유격을 뜻할 때도 있기 때문이다. 나 역시 처음 읽었을 때는 1번의 뜻만 떠올렸다. 셋 중 어떤 뜻인지는 당연히 문장을 다 읽고 문맥을 파악해서 알아내야 한다. 저자가 중간 중간 연습문제처럼 노미널리즘이 쓰인 문장을 한 페이지로 적어놓고 독자들이 저자의 해석을 보기 전에 먼저 생각해 볼 수 있게 유도했다. 풀어보니 쉽게 유추가 가능한 문장도 있고 무슨 뜻인지 전혀 모르겠는 문장도 있었다. 나의 문제는 딱히 이 노미널리즘이 이해 안 된다기 보다 부족한 단어, 숙어 실력 탓이 컸다. 고교 3년까지 죽어라고 영어 공부한 분들은 아마 영어 해석의 기본은 되어 있을 것이다. 주어, 동사, 목적어 순으로 가니 거꾸로 해석해야 하고 속도를 내려면 읽자마자 직독직해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복잡한 문장에서는 부사나 형용사 등 문장을 꾸며주는 수식어는 빼고 핵심어구만 먼저 해석해서 뜻을 알아내면 쉽다는 것도 그렇다. 

이런 기본은 이 책에서도 비슷하게 설명되어 있다. 즉 노미널리즘이 적용된 글을 이해하는 원칙은 명사의 본래 어구나 동사형을 떠올린 뒤, 소유격이나 전치사의 신호에 주의해가면서 역할(주어/목적어)를 판단하는 것이다. 노미널리즘은 사전과 지식의 선입견에서 벗어나 주어나 목적어를 제대로 찾는 데서 성패가 갈린다. "the existence of heredity(유전의 존재)->Heredity existed.(유전이 존재했다)" 같이 자꾸 주어, 동사로 풀어보면 책 뒤로 갈수록 문장의 뜻이 제대로 보이는 마법이 펼쳐진다. 신기했다.

저자는 노미널리즘을 연습하는데 열심히 하면 대략 2주면 된다고 하는데 내가 볼 때는 개인차가 클 것 같다. 영어실력이 상당한 분들은 1독만해도 좀 더 매끄럽게 해석이 가능하겠지만 기본 단어, 숙어를 모르면 노미널리즘이라는 고급기술이 들어가도 영문 독해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또한 저자가 앞부분에서 지적했듯이 영어의 뜻을 알려면 영영사전이 기본이다. 영한사전은 번역투 문장이 많아서 원래의 뜻과 너무 멀어진 단어설명도 상당하다.

노미널리즘은 구체적인 사례를 중심으로 학습하면서 감을 잡아가는 이론이므로 다양한 예문을 접하는 수밖에 없다고 한다. 몇 가지 팁도 있다. 명사를 수식하던 형용사는 명사를 동사로 바꾸면 분사가 된다. 또한 by는 무조건 주어를 암시하고 of는 주격 외에 동격으로도 쓰이는 것을 주의해야 한다. 한국어로 설명하면 다소 복잡한 것 같지만 예문을 가지고 계속 연습하니 문장을 따라하다보면 의외로 쉽게 풀렸다. 예를 들어 아래 문장을 보면, When we went there, they had no sense of sin at all.(우리가 현장에 갔을 때 그들은 죄를 전혀 의식하지 못했다). 여기서 of sin은 목적어가 된다. 주어는 이미 they이므로. 이렇게 of 다음의 단어가 주어인지 목적어인지 문맥상 파악하면 노미널리즘은 어렵지 않게 풀린다. 노미널리즘이란 말이 어려워서 그렇지 문장의 실제 주어를 먼저 찾고, 명사화한 어구를 원래대로 동사로 풀어보면 "의"가 남발하던 애매한 한국어 해석이 원문의 실제 뜻에 훨씬 가까워진다. 영어 독해에 어려움을 갖는 분들이 보면 많은 참고가 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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