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지금 뭐 하게? 북극곰 꿈나무 그림책 73
민씨 지음 / 북극곰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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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조카도 바다를 그렇게 좋아하면서 정작 물을 무서워해서 수영을 아직 못하는 아이라 이 책을 관심있게 읽었다. "나 지금 뭐하게?"는 수달 형제 미루와 두루가 등장해서 형이 물을 무서워하는 동생에게 몸짓 언어로 마치 퀴즈처럼 물공포증을 이길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이다.



책 표지에 써 있는 "민씨 그림책"이라는 글씨를 보고 응? 김씨나 이씨 같은 건가 했는데 알고보니 "민sea"였네. 동물을 사랑하는 아버지, 식물을 아끼는 어머니 덕분에 늘 사랑스러운 반려견과 식물과 함께했다는 작가. 덕분에 바다처럼, 그림책 속에 소중한 생명을 품고 표현하고 싶었다는데 필명이 민sea일 정도니 바다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 것 같았다.

책 표지부터 내지까지 온통 푸른 바다색이 넘실거려서 눈이 시원한 그림책이었는데 "두루야, 같이 물놀이 할래?"하고 먼저 풀장에 들어가 권해보는 듬직한 형 미루. 조카들도 보고 있자면 큰 아이가 하는 행동을 작은 아이가 그대로 따라한다. 아마 큰 애가 물을 무서워하면 당연히 작은 아이도 물에 들어가려 하지 않을 것이다.





어릴 때는 더욱이 형이나 누나의 행동을 보고 그대로 따라하려는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그림책에서처럼 이렇게 든든한 윗사람이 잘 가르쳐준다면 보다 쉽게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을 것 같다. 어른이 되면 듬직한 형이 아니라 전문 선생이 붙어도 물 공포증을 극복하기가 쉽지 않다.

'수달이 물이 무섭다니?'라는 다소 엉뚱한 설정으로 시작하는 그림책이지만 물 무서워하는 아이가 어디 한둘이랴, 너무나 이해가 가는 설정이다. 새들도 아기 때 첫비행은 쉽지 않다. 어미의 가르침에 따라 곤두박질 치듯이 떨어지며 날개를 펴고 두려움을 극복해야 한다.

누구에게나 처음은 어려운 법인데 이 의외의 사실에 잠시 당황한 형은 곧 괜찮다고 동생을 살살 달래며 뭍에서 퀴즈놀이부터 시작한다. 바로 물에 밀어넣는 식이 아니라 단계별 눈높이 교육이 있다.




지금부터 형이 뭐 하는지 몸짓을 보고 맞혀보는 놀이인데 책을 보는 아이들 역시 미루 형의 몸짓을 보고 같이 따라하거나 맞혀보는 식이라 부모와 아이가 같이 책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한번이라도 보호 장구를 착용하고 수영장에 가본 어린이들이라면 쉽게 맞힐 수 있는 수준이라 누워서 다리를 흔드는 동작은 발장구, 앉은 자리에서 점프하면서 앉았다 일어났다 하는 건 숨쉬기 이런 식으로 다음 장에서 바로 정답을 확인할 수 있다.

물에 뜨는 것에 앞서 실제 수영장에서도 이 발장구와 숨쉬기부터 가르치기 때문에 물을 두려워하는 아이들은 이 책을 읽으면서 먼저 '아, 이렇게 연습하면 되겠구나' 사전지식도 얻고 물공포증이라는 마음의 장벽도 많이 낮추는 효과가 있을 것 같다. 우리 조카도 귀여운 수달 형제를 보면서 물놀이를 굉장히 가고 싶어했다.




이런 식으로 물속에서 하는 동작을 직접 재밌는 몸짓 언어로 보여주며 동생과 퀴즈 맞추기를 하는 다정한 형. 처음이 어렵지 이렇게 일단 시작을 하면 어느새 익숙해지는 게 기술인데 머리로는 알면서도 행동으로는 하지 않으니 어른에게 더 어려운 일이다. 


첫시작을 쉽게 할 수 있도록 손 내밀어주는 형의 끈기와 귀여운 동생의 순순함에 어느새 물에 대한 두려움은 사라지고 그림책 속의 옥빛 바다에 누워 편안하게 떠있고 싶은 기분이 든다. 과연 사람이 살면서 두려운 게 물 뿐일까? 막상 해보면 생각보다 쉽게 되는 일도 있고 그렇지 않은 일도 있지만 그건 역시 해봐야 알 수 있는 것 같다.


작하기 어려운 일이 있을 때 형제가 이렇게 끌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며, 남매가 종일 붙어서 놀다가 싸우다가 화해하다 그렇게 자라나는 조카들도 나중에 커서까지 미루와 두루 형제처럼 의좋게 자라나길 바라며 돌고래가 헤엄치는 쪽빛 바다가 펼쳐진 민씨(민sea) 그림책을 덮는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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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시민들
백민석 지음 / 열린책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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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백민석 님의 작품을 읽은 적이 없어서일까 저자에 대한 편견이나 이미지 자체가 없기에 마치 원래 직업이 여행작가인양 생각하고 읽어내려갔다. 그는 혼자서 러시아 구석구석을 여행하면서 사진을 많이 찍었는데 이 책을 읽으며 감탄한 건 표지 사진을 기가 막히게 골랐다는 것. 그 많은 컬러사진이 실렸어도 이 아이 두 명만은 못하다.



심지어 나는 작가가 지적하기 전까지 한 아이는 운동화에 진흙이 묻고 셔츠는 다림질이 안 되어 있으며 다른 아이들과 달리 조금 구질구질한 옷차림에 가깝다는 걸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더욱이 이 둘이 다른 러시아 시민들과 달리 웃지 않는 얼굴이라 특이했다는데 정말로 웃지 않는다는 생각을 1도 못했다. 내 눈에는 이 정도면 미소라고 생각했는데 저자의 설명을 듣고 난 후 서둘러 다른 사진을 보니 정말 하나같이 입모양이 확실하게들 웃고 있네. '아!! 소설가는 관찰력이 남다르구나.. 그리고 이 정도는 러시아에서 웃는 축에 들지도 않는구나' 두 가지를 깨달았다.



책 안쪽에 두 초등학생의 사진은 한 번 더 크게 실리는데 이런 식으로 전면으로 보여주는 사진이 꽤 되어서 정말이지 내가 러시아를 여행하는 듯한 기분이 든다. 전문 포토그래퍼보다 더 잘 찍었다. 또 하나 사진과 관련된 재밌는 점 하나. 러시아 사람들은 그 어떤 나라보다 친절하고 남의 부탁을 잘 들어주는 편이지만 인물 사진을 찍을 때는 멀리서 줌으로 당겨찍고 절대 셔터를 두 번이상 눌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사진을 찍다보면 흔들릴 수도 있고 구도가 마음에 안 들수도 있지만 저자가 지적했듯이 낯선 사람에게 품는 호의는 굉장히 빨리 휘발되므로 2번, 3번 찍다보면 의심이 싹터서 상대가 화를 내거나 표정이 딱딱하게 굳는다고 한다. 무슨 소리인지 알 것 같다. 낯선 외국 아저씨가 갑자기 거대한 카메라를 들이대며 사진을 찍는데 한번도 아니고 연속해서 찍는다면 처음에는 호의로 받아줬다가도 상대의 목적이 어딘가 의심스러워질 것 같다.

또한 가까이 가서 찍어도 꽤 부담스러울 것 같았는데 스마트한 작가는 멀리서 줌으로 당겨찍었다고. 이런 세심한 배려 덕분일까? 백민석 작가가 찍은 인물 사진은 너무나 자연스럽고 책에 실린 그 어떤 동상이나 건물, 예술품보다 오히려 러시아 일반인들 구경하는 재미에 푹 빠져버렸다.



이렇게 웃고 있는 세 사람이 셔터를 2번 이상 누르자 표정이 싸늘하게 변했다는데 그냥 그것도 실어주면 어땠을까 궁금해진다. 좌, 우 비교사진으로.. ㅋㅋ 너무 짖궂나.

아무튼 이렇게 오래 여행하면서 러시아 시민들의 삶을 바싹 들여다봤기에 일반적인 가이드북과 달리 정보가 아닌 감상이, 관광지가 아닌 삶을 들여다본 느낌이다. 물론 간간히 러시아 여행 가면 꼭 기억하고 싶은 팁도 있었다. 예를 들면 러시아에서는 외국인이 한 도시에 7일 이상 머무를 경우 거주지 등록을 꼭 해야한다고 한다. 호텔 등에서 체크아웃할 때 거주지 등록증을 요구해야 하는데 이게 없으면 어느 호텔에서도 받아주지 않는다고 하니 무섭다.




또 추운 나라라 미술관이나 박물관의 정문을 닫아놓는 경우가 흔하니 문이 닫혀있고 안내가 없다고 닫았다고 오해말고 문고리를 몇 번 흔들어봐서 열리면 들어가라고까지.. 이건 정말 가보지 않고는 알 수 없는 일이다. 혼자 하는 여행은 결국 마음과 함께 하게 된다는 멋있는 말과 시작하는 이 여행 에세이는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궁금해할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탄 경험에서부터 어째서 레닌이나 푸시킨 기타 다른 동상과 달리 도스토옙스키의 동상만은 늘 구부정한지 저자만의 일리있는 추측까지 흥미로운 사실과 감상이 잔뜩 실려있다.

러시아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편견이 있었는데 "러시아의 시민들" 한 권을 읽고 나니 그 모든 알 수 없는 뿌연 거리감이 많이 가시는 느낌이다. 여기도 사람 사는 곳인데 공산국가라는 생각과 추운 나라의 이미지 때문인지 딱히 가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그저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면 어떤 기분인지 정말 지겹게 일주일을 내내 기차를 타야 하나 이런 생각을 했는데 다행히 도시마다 내려서 하루 이틀 묵었다가 다시 탈 수도 있다니 그렇다면 꽤 해볼 만한 여행일 것 같고 몇 만원 더 주고라도 1층 침대를 선택해야 하는 이유 등 읽으면 읽을수록 자꾸만 러시아로 떠나고 싶은 기분이 드는 게 한 가지 흠이다.

여행할 수 없는 시대, 마음이라도 훌훌 가장 가까운 유럽 러시아로 떠나볼 수 있어서 대리만족을 한다. 마지막으로 내가 참 관심있는 배우 박정민 님이 추천사를 멋드러지게 쓴 걸 보고 더욱 반가운 기분으로 책을 덮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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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동네는 처음이라 - 2021 읽어주기 좋은 책
마르타 알테스 지음, 이순영 옮김 / 북극곰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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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복숭이 거대 개가 나와서 너무 귀엽고 화려한 컬러감이 곧 다가올 크리스마스에 아이들과 함께 하기 좋은 책 '이 동네는 처음이라'를 읽었다.



작가는 스페인 출신의 마르타 알테스인데 소개란을 보니 이 책의 주인공과 똑같은 플록이라는 털복숭이 대형견을 키우고 있었네!!



허걱.. 사진 속 개가 사람보다도 더 큰 데 완전 해맑은 저 얼굴을 보고 뿜어버렸다. 주인공 거대 개와 작가의 반려견은 외모 뿐 아니라 그 천진난만한 밝은 성격까지 판박이처럼 느껴져서 책을 읽을 때 더 실감났다. 자기 개를 주인공으로 그린 동화 작가라니 왠지 귀엽다!



주인공 개는 오랜 여행을 마치고 처음 온 동네에서 우리집을 찾고 있는데 떠돌이 개의 우리집 찾기 여행은 슬프다기보다는 아름다운 채색 덕분인지 신나는 모험 쪽에 더 초점이 맞춰져있다.

카페테리아에서 서빙하는 아가씨에게 우리집을 물어보기도하고, 장사꾼에게 묻기도 하는데 다들 쫓아내는 제스처일 뿐인데 정작 개는 알려주는 것으로 착각하고 이곳 저곳을 헤매기만 한다.



낯선 도시 구석구석 여행하다 동네 사람들과 함께 강에서 보트를 타는 모습이나 꽤 넓은 광장과 공원, 유럽식 각지고 좁은 건물 등이 우리나라와는 다른 작가의 고향 바르셀로나 느낌도 나서 이국적이기도 했다.

컬러감도 화려하고 배경도 너무 예쁘고, 주인공인 강아지는 털이 복슬복슬한 대형견이라 아이들이 참 좋아하는 동화책이다.

아무리 낙천적인 성격의 개라고 해도 기약없는 우리집 찾기는 점점 지쳐가는데 창밖에 비친 강아지 얼굴이 슬퍼보일 때, 도시의 골목 구석에서 잠을 청하는 외로움이 안타까워질 때 즈음 운명처럼 한 소녀를 만나게 된다!



바로 이 장면인데 많은 사람들 속에서도 딱 한 사람만 보일 때가 있지 않나? 마치 주변의 인물은 그저 투명인간일 뿐, 그 사람만 눈에 들어오는 것 같은 소녀와의 광장 조우신은 참 멋있었다! 아이들 동화책도 이렇게 연출이 중요하다.

다른 사람들과는 대화가 잘 통하지 않았던 개지만 이상하게 이 소녀와는 의사소통이 참 잘된다. 아이는 길을 잃어버렸고 집을 찾고 있다고 했다. 둘은 재잘대며 함께 '우리집 찾기'에 나선다. 그러다가 마침내 소녀는 자신을 찾고 있던 엄마를 만나고 행복하게 집으로 향하는데···!!



아.. 도대체 이 개의 우리집은 어디에 있는 것인지 소녀의 집을 뒤로하고 발걸음을 돌리는 뒷모습이 말도 못하게 쓸쓸해보인다. 하지만 왠만한 독자는 결말을 눈치챘을 것 같다. 그냥 또 떠돌이개의 어딘지도 모르는 우리집 찾기가 이어질 리는 만무하고 당연히 소녀의 집이 이 떠돌이 개의 '우리집'이 된다.



정붙이면 고향, 함께 살면 식구 아닌가? 낯선 동네가 익숙한 동네로, 처음 본 소녀와 엄마가 가족으로 변모하는 과정이 참 따뜻하고 부드럽게 그려졌다.

마치 드라마 에피소드처럼 떠돌이개가 가족을 만들고 그들의 집에 함께 사는 행복한 일상이 보너스처럼 뒷부분에 등장하는데 이 장면들도 그렇게 예쁘고 웃길 수가 없다. 큰 개를 키워본 사람만이 아는 작은 고충과 위트가 곳곳에 넘쳐나서 반려견을 키우는 가족이라면 더욱 흐뭇하게 볼 동화책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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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람쥐의 구름 북극곰 꿈나무 그림책 72
조승혜 지음 / 북극곰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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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유아책의 주제는 참으로 다양한데 이렇게 산뜻하고 기발한 방법으로 우울한 감정에 대처하는 법을 다룬 책은 또 처음이다.




이 책의 주인공은 다람쥐인데 늘 머리 위에 비구름을 몰고 다닌다. 누군가와 친해지고 싶어도 이 비구름 때문에 쉽지가 않다. 옆에 서있기만 해도 같이 비에 젖어버리니 당연히 친구들도 피하고 민폐 아닌 민폐를 끼치게 된다.




토끼가 인사를 하러 왔다가도 다람쥐 머리 위의 비구름 때문에 기침을 하고 가버리고, 다람쥐가 벤치에 앉아있으면 의자가 다 젖어서 다른 친구들은 앉지도 못한다.





태생적인 한계가 있어서 좀처럼 남과 가까워질 수 없는 다람쥐는 점차 혼자있는 시간이 많아지고 우울해할수록 머리 위의 비구름은 강도가 세질 뿐이다.


다람쥐의 비구름은 마치 날 때부터 있는 장애나 컴플렉스와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원하지 않아도 존재하는 어떤 단점 때문에 남이 나를 피한다면 혹은 내가 원치 않아도 폐를 끼치게 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게 되었다.



비를 쫄딱 맞으며 우울한 얼굴로 혼자 tv보고 혼자 밥 먹고 혼자 소파에 앉아있는 울상의 다람쥐를 보고 있자니 정말 우울한 기분이 들었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이 상황을 벗어날 수 있을까?



그러던 어느날 다람쥐는 옆집에 이사온 생쥐를 만나게 된다. 생쥐는 머리가 좋고 명랑한 친구로 금방 다람쥐의 걱정을 덜어주었다. 바로 집안에서 우산을 챙겨온 것!


아.. 세상 기발하고 간단한 방법이다. 생쥐가 우산을 씌워주니 둘 다 머리 위의 비를 맞지 않고도 나란히 산책할 수 있고, 오히려 비를 내리는 그들이 지나감으로써 길가에 시들은 꽃들은 생기를 되찾고, 구덩이에 빠져 곤란을 겪던 개구리들은 유유히 헤엄을 칠 수 있게 되었다.




단점이 장점으로 바뀌는 마법같은 순간이다. 다정한 생쥐 친구를 만나서 다람쥐의 일상은 180도 변했다. 귀인은 동쪽에서 온다고 했던가? 내게는 생쥐가 귀인으로 보였다.

우리도 험한 인생을 살며 좀처럼 앞이 보이지 않을 때 가족이나 이런 친구 한 명의 도움으로 다시 살아갈 힘을 얻을 때가 있다. 또한 그들의 지혜로 나의 단점이 장점이 되기도 하고, 극복할 아이디어를 얻기도 한다.

따져보면 다람쥐의 컴플렉스는 나을 수 없는 병과도 같다. 여전히 머리 위에는 비구름이 있지만 그 비가 다른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된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내 존재는 민폐라는 깊은 컴플렉스와 우울함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제 더 이상 다람쥐는 비구름 때문에 우울하지 않다. 머리 위에서 내리는 비에 젖고 싶지 않으면 우산을 받혀놓으면 그 뿐이다. 다람쥐는 훨씬 밝은 얼굴로 생쥐 집에도 놀러가고 둘이 비옷을 맞춰입고 물웅덩이에서 춤도 춘다.

비는 이제 아무것도 아니다. 생쥐와 다람쥐가 활짝 웃으며 비구름 아래에서 춤을 추는 장면이 무척 아름다웠다. 이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것은 이렇게 진정한 친구 한 명의 존재가 아닌가 생각했다.




남들은 다 피해가도 생쥐는 다람쥐를 피하지 않았다. 이제 자신의 비구름 아래서도 우울하지 않은 다람쥐는 놀랍게도 비가 내리지 않는 흐린 구름을 갖게 된다. 심지어 마지막 장은? 정말이지 깜짝 놀란 감동적인 마무리다.



다람쥐에게 생쥐같은 친구가 없었다면 어땠을까? 계속 우울의 비구름만 몰고다니며 스스로를 미워하진 않았을까 싶다. 힘들 때 손을 잡아주는 친구와 가족의 소중함에 대해 생각하게 된 동화책이자 상대방에게도 그런 친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코로나로 어린이집에도 가지 못하고 친구들 없이 외롭게 지내는 조카들과 함께 읽으며 좋은 시간을 보낼 생각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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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바나바 북극곰 무지개 그림책 68
테리 펜.에릭 펜.데빈 펜 지음, 이순영 옮김 / 북극곰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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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받았을 때 두께감과 넓은 판형에 놀라고 엄청난 그림 내공에 두 번 놀랐다. 작가가 펜 형제여서 테리 펜, 에릭 펜, 데빈 펜 무려 세 명이 그림을 그리고 썼다.



유리병에 갇힌 코끼리도 생쥐도 아닌 어느 동물의 충격적인 표지. 어두운 내용은 아닐까 염려하며 책장을 열었는데 예상보다 훨씬 밝고 희망적이라 안심했다. 바나바는 주인공 이름으로 생쥐와 코끼리를 반반씩 닮은 반려동물인데 안타깝게도 완벽하지 않다고 낙인이 찍힌 실패작이다.




충분히 귀여운데 어디가 완벽하지 않다는 걸까? 그 "완벽"이라는 건 누구의 기준일까 의문을 가지며 책을 읽게 된다.

바나바가 있는 실험실은 바로 이 '완벽한 반려동물' 가게의 지하에 있다. 유전공학으로 탄생했고 50% 세일 쪽지가 붙은 예쁘장하고 희귀한 동물들.. 애완동물이 반려동물이 되기까지 긴 시간이 지났지만 기본적으로 인간의 욕구를 채우기 위해 존재한다는데 큰 변화가 없는 것 같다.


점점 더 비싸고, 희귀하고 개량화된 종들이 실제로도 많이 팔리고 있으니까.. 이 책을 읽으며 동물과 거의 한평생을 살아온 나는 좀 쓸쓸한 기분이 들었다. 과연 완벽함은 반려동물에게만 요구되는 것일까? 그런 낙인을 찍는 인간들은 얼마나 완벽한지 스스로를 되돌아봐야 할 것 같다.


바나바는 실패작이라고 불리는 친구들 무리와 함께 실험실에서 살고 있었는데 연두 고무로 추정되는 인간들에게 치즈와 땅콩을 받아먹으며 살고 있다. 가끔 바깥세상이 궁금할 때면 바퀴벌레 쫑알이가 은빛 물결이 반짝이는 호수나 나무, 산과 별 등에 대해 이야기해주는 식이다. 쫑알이의 쫑알거림을 들으며 바나바는 점점 바깥세상을 동경하게 되고, 작은 유리병을 벗어나 풀밭에 앉아 별을 보고 싶지만 바퀴벌레가 초치는 이야기를 한다. "불가능해"라고..




이 몹쓸 바퀴벌레.. ㅋㅋㅋ

바나바는 불가능한 건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쫑알이의 말이 맞을까봐 두렵기도 하다. 하아.. 어쩌면 이리도 사람 같을까? 바나바의 고민, 한숨, 걱정, 각오, 도전이 무척 실감나게 다가와서 처음부터 차근차근 읽어가면 한 편의 쇼생크 탈출같은 영화를 보는 것 같다.


연두고무로 상징하는 실험맨들이 유리병마다 '실패' 도장을 찍고 간 후, 바퀴벌레를 통해 실패작들은 재활용된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더 이상 머뭇거릴 여유가 없어진 바나바!



'털을 더 복슬복슬하게, 눈은 더 크게, 전체적으로 더 귀엽게..' 다음에 만들 성공작 바나바의 기대치이다.


세상에.. 이건 마치 성형수술 받고 싶어하는 사람들이랑 하나도 다를 게 없다. 피부는 탱탱하게, 눈은 더 크게, 전체적으로 어리게..



바나바는 불안감을 이기고, 바퀴벌레 쫑알이의 불가능하다는 말도 치워버리고 탈출을 위해 무척 용기있는 행동을 한다. 작은 눈의 스스로가 마음에 드는 바나바.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라고 말하고 싶다. 눈이 작은 채로, 털이 좀 없어도 충분히 귀엽고 사랑스러운데 뭘 더 고친다는 건지?

반려동물로 표현되었지만 어쩐지 너무나 사람같은 바나바를 보며 완벽함의 정의란 누가 내리는 것이고,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는 건지 자꾸만 생각하게 되었다. 이 책이 과연 4~6세만 볼 책인가?




우여곡절 끝에 탈출에 성공한 바나바와 친구들은 혼자서라면 절대 못할 일을 해내고야 만다. 특히나 한 명도 빼놓지 않고 다함께 나가는 모습을 보며 누구 하나의 용기로 시작된 반란이 다양한 동물 친구들의 연대로 성공하는 모습이 감동적이다. 실험실을 빠져나가는 길은 험해서 덩치가 크면 큰대로, 작으면 작은대로 절대 쉽지 않았지만 서로 도와가며 최선을 다한다.

그리고 마주하게 된 충격적인 "완벽한 반려동물 가게"의 현실! 바나비 패키지, 심지어 훈련완료 딱지까지 붙어있다.



실패작이라고 도장찍혀서 재활용 될 위기에 있었던 실험실 안의 바나바와 달리 거기에는 개량을 거쳐 연두고무들이 인정한 완벽한 바나비가 있었다. 눈은 더 크게, 털은 더 복실하게, 전체적으로 더 귀엽게!라는 비주얼에 훈련을 완료해 온순할 것 같은 느낌까지 주는 색색깔 바나비들이 가득 말이다.

아, 하지만 아무리 봐도 저 실패작들이 왜 이렇게 귀여운 것인지!! 바나바와 함께 뛰고 있는 바퀴벌레 쫑알이마저 사랑스럽다. 캐릭터가 엄청 많이 나오는데 펜 형제는 캐릭터 창조의 대가들이다. 하나같이 만화나 영화로 바로 만들어도 될 것 같은 너무나 귀엽고 개성적인 동물 캐릭터들이다. 심지어 지구상에 원래 있던 동물들의 모습에 동화적 상상력을 더해 탄생시킨 녀석들이라 더 귀여울 수밖에 없다. 송충이까지 파스텔톤에 뽀송한 털로 표현되었다.

집다운 집을 찾아낸 바나바가 친구들과 원하던 대로 풀밭에 앉아서 별을 볼 때는 눈물이 핑 돌 것 같이 감동적이다. 공원 의자에는 낮에 누군가 놓고간 땅콩 2개 디테일까지, 이 작가 천재다. 현실에서 많이 본 동물들의 변형이 와글와글인데 애들은 캐릭터 보는 재미가 넘쳐나고, 어른들은 간만에 따뜻한 이야기로 힐링이 절로 되었다.

친구들끼리 서로 도우면 이 세상 못할 일이 없을 것 같고, 완벽하지 않아서 더욱 사랑스러운 바나바가 책 속에서나마 영원히 행복하길 빌어본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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