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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바나바 ㅣ 북극곰 무지개 그림책 68
테리 펜.에릭 펜.데빈 펜 지음, 이순영 옮김 / 북극곰 / 2020년 11월
평점 :
책을 받았을 때 두께감과 넓은 판형에 놀라고 엄청난 그림 내공에 두 번 놀랐다. 작가가 펜 형제여서 테리 펜, 에릭 펜, 데빈 펜 무려 세 명이 그림을 그리고 썼다.

유리병에 갇힌 코끼리도 생쥐도 아닌 어느 동물의 충격적인 표지. 어두운 내용은 아닐까 염려하며 책장을 열었는데 예상보다 훨씬 밝고 희망적이라 안심했다. 바나바는 주인공 이름으로 생쥐와 코끼리를 반반씩 닮은 반려동물인데 안타깝게도 완벽하지 않다고 낙인이 찍힌 실패작이다.

충분히 귀여운데 어디가 완벽하지 않다는 걸까? 그 "완벽"이라는 건 누구의 기준일까 의문을 가지며 책을 읽게 된다.
바나바가 있는 실험실은 바로 이 '완벽한 반려동물' 가게의 지하에 있다. 유전공학으로 탄생했고 50% 세일 쪽지가 붙은 예쁘장하고 희귀한 동물들.. 애완동물이 반려동물이 되기까지 긴 시간이 지났지만 기본적으로 인간의 욕구를 채우기 위해 존재한다는데 큰 변화가 없는 것 같다.

점점 더 비싸고, 희귀하고 개량화된 종들이 실제로도 많이 팔리고 있으니까.. 이 책을 읽으며 동물과 거의 한평생을 살아온 나는 좀 쓸쓸한 기분이 들었다. 과연 완벽함은 반려동물에게만 요구되는 것일까? 그런 낙인을 찍는 인간들은 얼마나 완벽한지 스스로를 되돌아봐야 할 것 같다.
바나바는 실패작이라고 불리는 친구들 무리와 함께 실험실에서 살고 있었는데 연두 고무로 추정되는 인간들에게 치즈와 땅콩을 받아먹으며 살고 있다. 가끔 바깥세상이 궁금할 때면 바퀴벌레 쫑알이가 은빛 물결이 반짝이는 호수나 나무, 산과 별 등에 대해 이야기해주는 식이다. 쫑알이의 쫑알거림을 들으며 바나바는 점점 바깥세상을 동경하게 되고, 작은 유리병을 벗어나 풀밭에 앉아 별을 보고 싶지만 바퀴벌레가 초치는 이야기를 한다. "불가능해"라고..

이 몹쓸 바퀴벌레.. ㅋㅋㅋ
바나바는 불가능한 건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쫑알이의 말이 맞을까봐 두렵기도 하다. 하아.. 어쩌면 이리도 사람 같을까? 바나바의 고민, 한숨, 걱정, 각오, 도전이 무척 실감나게 다가와서 처음부터 차근차근 읽어가면 한 편의 쇼생크 탈출같은 영화를 보는 것 같다.
연두고무로 상징하는 실험맨들이 유리병마다 '실패' 도장을 찍고 간 후, 바퀴벌레를 통해 실패작들은 재활용된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더 이상 머뭇거릴 여유가 없어진 바나바!

'털을 더 복슬복슬하게, 눈은 더 크게, 전체적으로 더 귀엽게..' 다음에 만들 성공작 바나바의 기대치이다.
세상에.. 이건 마치 성형수술 받고 싶어하는 사람들이랑 하나도 다를 게 없다. 피부는 탱탱하게, 눈은 더 크게, 전체적으로 어리게..

바나바는 불안감을 이기고, 바퀴벌레 쫑알이의 불가능하다는 말도 치워버리고 탈출을 위해 무척 용기있는 행동을 한다. 작은 눈의 스스로가 마음에 드는 바나바.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라고 말하고 싶다. 눈이 작은 채로, 털이 좀 없어도 충분히 귀엽고 사랑스러운데 뭘 더 고친다는 건지?
반려동물로 표현되었지만 어쩐지 너무나 사람같은 바나바를 보며 완벽함의 정의란 누가 내리는 것이고,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는 건지 자꾸만 생각하게 되었다. 이 책이 과연 4~6세만 볼 책인가?

우여곡절 끝에 탈출에 성공한 바나바와 친구들은 혼자서라면 절대 못할 일을 해내고야 만다. 특히나 한 명도 빼놓지 않고 다함께 나가는 모습을 보며 누구 하나의 용기로 시작된 반란이 다양한 동물 친구들의 연대로 성공하는 모습이 감동적이다. 실험실을 빠져나가는 길은 험해서 덩치가 크면 큰대로, 작으면 작은대로 절대 쉽지 않았지만 서로 도와가며 최선을 다한다.
그리고 마주하게 된 충격적인 "완벽한 반려동물 가게"의 현실! 바나비 패키지, 심지어 훈련완료 딱지까지 붙어있다.

실패작이라고 도장찍혀서 재활용 될 위기에 있었던 실험실 안의 바나바와 달리 거기에는 개량을 거쳐 연두고무들이 인정한 완벽한 바나비가 있었다. 눈은 더 크게, 털은 더 복실하게, 전체적으로 더 귀엽게!라는 비주얼에 훈련을 완료해 온순할 것 같은 느낌까지 주는 색색깔 바나비들이 가득 말이다.
아, 하지만 아무리 봐도 저 실패작들이 왜 이렇게 귀여운 것인지!! 바나바와 함께 뛰고 있는 바퀴벌레 쫑알이마저 사랑스럽다. 캐릭터가 엄청 많이 나오는데 펜 형제는 캐릭터 창조의 대가들이다. 하나같이 만화나 영화로 바로 만들어도 될 것 같은 너무나 귀엽고 개성적인 동물 캐릭터들이다. 심지어 지구상에 원래 있던 동물들의 모습에 동화적 상상력을 더해 탄생시킨 녀석들이라 더 귀여울 수밖에 없다. 송충이까지 파스텔톤에 뽀송한 털로 표현되었다.
집다운 집을 찾아낸 바나바가 친구들과 원하던 대로 풀밭에 앉아서 별을 볼 때는 눈물이 핑 돌 것 같이 감동적이다. 공원 의자에는 낮에 누군가 놓고간 땅콩 2개 디테일까지, 이 작가 천재다. 현실에서 많이 본 동물들의 변형이 와글와글인데 애들은 캐릭터 보는 재미가 넘쳐나고, 어른들은 간만에 따뜻한 이야기로 힐링이 절로 되었다.
친구들끼리 서로 도우면 이 세상 못할 일이 없을 것 같고, 완벽하지 않아서 더욱 사랑스러운 바나바가 책 속에서나마 영원히 행복하길 빌어본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