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시민들
백민석 지음 / 열린책들 / 2020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소설가 백민석 님의 작품을 읽은 적이 없어서일까 저자에 대한 편견이나 이미지 자체가 없기에 마치 원래 직업이 여행작가인양 생각하고 읽어내려갔다. 그는 혼자서 러시아 구석구석을 여행하면서 사진을 많이 찍었는데 이 책을 읽으며 감탄한 건 표지 사진을 기가 막히게 골랐다는 것. 그 많은 컬러사진이 실렸어도 이 아이 두 명만은 못하다.



심지어 나는 작가가 지적하기 전까지 한 아이는 운동화에 진흙이 묻고 셔츠는 다림질이 안 되어 있으며 다른 아이들과 달리 조금 구질구질한 옷차림에 가깝다는 걸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더욱이 이 둘이 다른 러시아 시민들과 달리 웃지 않는 얼굴이라 특이했다는데 정말로 웃지 않는다는 생각을 1도 못했다. 내 눈에는 이 정도면 미소라고 생각했는데 저자의 설명을 듣고 난 후 서둘러 다른 사진을 보니 정말 하나같이 입모양이 확실하게들 웃고 있네. '아!! 소설가는 관찰력이 남다르구나.. 그리고 이 정도는 러시아에서 웃는 축에 들지도 않는구나' 두 가지를 깨달았다.

​



책 안쪽에 두 초등학생의 사진은 한 번 더 크게 실리는데 이런 식으로 전면으로 보여주는 사진이 꽤 되어서 정말이지 내가 러시아를 여행하는 듯한 기분이 든다. 전문 포토그래퍼보다 더 잘 찍었다. 또 하나 사진과 관련된 재밌는 점 하나. 러시아 사람들은 그 어떤 나라보다 친절하고 남의 부탁을 잘 들어주는 편이지만 인물 사진을 찍을 때는 멀리서 줌으로 당겨찍고 절대 셔터를 두 번이상 눌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사진을 찍다보면 흔들릴 수도 있고 구도가 마음에 안 들수도 있지만 저자가 지적했듯이 낯선 사람에게 품는 호의는 굉장히 빨리 휘발되므로 2번, 3번 찍다보면 의심이 싹터서 상대가 화를 내거나 표정이 딱딱하게 굳는다고 한다. 무슨 소리인지 알 것 같다. 낯선 외국 아저씨가 갑자기 거대한 카메라를 들이대며 사진을 찍는데 한번도 아니고 연속해서 찍는다면 처음에는 호의로 받아줬다가도 상대의 목적이 어딘가 의심스러워질 것 같다.

​

또한 가까이 가서 찍어도 꽤 부담스러울 것 같았는데 스마트한 작가는 멀리서 줌으로 당겨찍었다고. 이런 세심한 배려 덕분일까? 백민석 작가가 찍은 인물 사진은 너무나 자연스럽고 책에 실린 그 어떤 동상이나 건물, 예술품보다 오히려 러시아 일반인들 구경하는 재미에 푹 빠져버렸다.



이렇게 웃고 있는 세 사람이 셔터를 2번 이상 누르자 표정이 싸늘하게 변했다는데 그냥 그것도 실어주면 어땠을까 궁금해진다. 좌, 우 비교사진으로.. ㅋㅋ 너무 짖궂나.

​

아무튼 이렇게 오래 여행하면서 러시아 시민들의 삶을 바싹 들여다봤기에 일반적인 가이드북과 달리 정보가 아닌 감상이, 관광지가 아닌 삶을 들여다본 느낌이다. 물론 간간히 러시아 여행 가면 꼭 기억하고 싶은 팁도 있었다. 예를 들면 러시아에서는 외국인이 한 도시에 7일 이상 머무를 경우 거주지 등록을 꼭 해야한다고 한다. 호텔 등에서 체크아웃할 때 거주지 등록증을 요구해야 하는데 이게 없으면 어느 호텔에서도 받아주지 않는다고 하니 무섭다.




또 추운 나라라 미술관이나 박물관의 정문을 닫아놓는 경우가 흔하니 문이 닫혀있고 안내가 없다고 닫았다고 오해말고 문고리를 몇 번 흔들어봐서 열리면 들어가라고까지.. 이건 정말 가보지 않고는 알 수 없는 일이다. 혼자 하는 여행은 결국 마음과 함께 하게 된다는 멋있는 말과 시작하는 이 여행 에세이는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궁금해할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탄 경험에서부터 어째서 레닌이나 푸시킨 기타 다른 동상과 달리 도스토옙스키의 동상만은 늘 구부정한지 저자만의 일리있는 추측까지 흥미로운 사실과 감상이 잔뜩 실려있다.

​

러시아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편견이 있었는데 "러시아의 시민들" 한 권을 읽고 나니 그 모든 알 수 없는 뿌연 거리감이 많이 가시는 느낌이다. 여기도 사람 사는 곳인데 공산국가라는 생각과 추운 나라의 이미지 때문인지 딱히 가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

그저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면 어떤 기분인지 정말 지겹게 일주일을 내내 기차를 타야 하나 이런 생각을 했는데 다행히 도시마다 내려서 하루 이틀 묵었다가 다시 탈 수도 있다니 그렇다면 꽤 해볼 만한 여행일 것 같고 몇 만원 더 주고라도 1층 침대를 선택해야 하는 이유 등 읽으면 읽을수록 자꾸만 러시아로 떠나고 싶은 기분이 드는 게 한 가지 흠이다.

​

여행할 수 없는 시대, 마음이라도 훌훌 가장 가까운 유럽 러시아로 떠나볼 수 있어서 대리만족을 한다. 마지막으로 내가 참 관심있는 배우 박정민 님이 추천사를 멋드러지게 쓴 걸 보고 더욱 반가운 기분으로 책을 덮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