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나는 너의 눈치를 살핀다 - 딸의 우울증을 관찰한 엄마의 일기장
김설 지음 / 이담북스 / 202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그래서 더욱 민감할 수 밖에 없는 사이.

엄마와 딸. 오늘도 나는 너의 눈치를 살핀다.

자식은 부모의 거울이라 누가 말했던가.

하나뿐인 딸 아이의 아버지라서 이 책의 부제 '딸의 우울증을 관찰한 엄마의 일기장'만 보아도,

뒷표지의 "딸이 우울할 때마다 엄마는 일기를 쓴다 오늘은 부디 딸의 기분이 나아지기를..."이라는

문구만 보아도 어머니의 절절한 고백과 반성이 담겨있을거라 예상할 수 있었다.

말이 지닌 독을 미리 알았다면 나는 침묵을 선택했을 것이다. 내가 했던 말은 아름답지 못했다. 차라리

자식을 외면했다면 이보다 나았을까. 말 없는 관찰자로 살았다면, 고난 앞에서 일시적 후퇴를 했더라면,

일시정지의 힘을 그때 알았더라면 분명 지금과는 다른 길을 걷고 있을 것이다. 99쪽

오로지 혼자 극복해야 할 고통이고 그것이 나의 운명이다. 그 운명과 싸워 이길 때 비로소 남들은 감히

느껴보지 못한 환희를 느끼게 되리라. 자식을 위해 무엇이든 해야 한다면 그저 매일매일 용감해지겠다는

말 밖에 할 말이 없다. 195쪽

딸에게 잃었던 점수를 회복하고 싶다.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지금이 마지막인 것처럼, 이보다 중한 일은

없다는 심정으로 숨겨놓았던 마음을 있는 힘껏 풀어놓는다. 꽁꽁 묶인 보자기를 풀자 엄청나게 많은 감정들이

쏟아져 흐른다. 난데없 는 애정 공세에 딸은 숨이 막혀 보였지만, 다행히도 싫은 눈치는 아니다. 204쪽

행복을 쌓아두고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상하게도 오늘따라 행복이 넘치면 불행할지도 모르는 내일을

대비해 저축도 하면 좋으련만. 행복은 당일 생산 당일 소비가 원칙이다. 251쪽

이 책은 학술적인 책이 아닙니다. 노란 표지. 오른쪽 하단에 노크하는 엄마, 문 안쪽 홀로 쪼그려 앉아있는 아이,

산발적으로 비가 내리는 듯한 구성.

엄마로서 아이에 대한 기대를 놓지 못했던 과거와 자녀와 뭔가를 공유하려는 노력과 일상을 돌아보면서 그때

그때 느낀 것과 간혹 보이는 사진들(화분, 고양이, 스탠드, 산책하면서 찍은 사진)이 따스해지는 경험.

결정적으로 이 책 정말 이쁘다. 엄마와 자녀의 일상을 들여다보면 응원하고 싶어진다.

부디 당일 생산 당일 소비할 행복들이 많기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후회 없이 사랑했던, 카렌 블릭센을 만나다
김해선 지음 / 이담북스 / 2020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뭔가를 "좋아하니"고 묻는 대신,

"덕질 어디까지 해봤니?"라고 묻는 게 더 구체적인 답을 들을 수 있겠다.

어떤 주제에 대해 관심을 갖고 좁고 깊게 파고드는 사람을 '마니아'라고 불렀었고,

언젠가부터는 '덕후'라고 하는 것 같다.

작가를 굳이 정의하자면 아마도 '카렌 블릭센' 덕후가 아닐까 한다.

작가의 발자취를 따라 어디까지 간 걸까?

맙소사. 무려 '케냐'와 '덴마크'란다.

이 책은 나올법한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시작한다.

1부 1장의 첫챕터 제목이 "왜, 카렌 블릭센인가"이니까.

작가는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를 흥미롭게 본 듯 하다. 영화의 원작을 쓴 작가 '카린 블릭센'을 찾아냈으니까.

이 책을 따라가다보면 소품 하나에 얽힌 사연들에 대해서도 알게 된다.

예를 들면 "카렌의 집 서쪽 모퉁이에 있는 둥근 테이블 두 개"에 얽힌 사연. 그 챕터에 등장한 인물의 이름이 다음

챕터의 제목이 되기도 한다.

그러니 이 책을 읽다보면 저자가 관심을 두는 대상으로 자연스럽게 관심이 옮아가게 된다.

지도를 따라가는 듯.

2부는 '덴마크 룽스테드에 있는 카렌 블릭센 뮤지엄'을 다룬다.

'바베트의 만찬'에서는 노르웨이의 산골 마을로 묘사되어 있지만, 분위기는 이 곳 카렌의 집 앞에 펼쳐진 쓸쓸한

바닷가와 비슷하다고 느낀 듯.

저자의 시각에 따라 이번에는 카렌 블릭센이 실제 거주했던 곳의 분위기와 가족들에 대해 알게 된다.

읽고나면 따라하고 싶어진다.

누군가를 좋아하면 더 알고 싶어지는게 당연하지 않은가?

누구의 발자취를 따라가볼까?

기분 좋은 상상을 해본다. 덕질은 자유니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특별한 소녀 - 페미니스트 고스트 스토리
베니타 코엘료 지음, 유숙열 옮김 / 이프북스(IFBOOKS) / 2020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프북스 읽는여자 2기 선정 후 받은 첫번째 도서입니다.

가끔 인터넷기사를 통해 '인도'에서 일어나는 여성에 대한 인권유린을 접하게 됩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이게 가능한 일인가? 싶은 일들이 지금도 행해지고 있습니다.


이 책이 특별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인도의 유서 깊은 페미니즘 출판사 주반북스'와 '한국의 페미니즘 도서 전문 출판사 이프북스'의 컬래버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버젓이 명예살인이 행해지고 있는 인도에서 이 책을 펴냈다고 하니 저자의 안위가 걱정되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으응? 합리적인 걱정입니다.

제가 받은 전체적인 느낌은... 서늘하다. 입니다.

선천적인 성과 사회적인 성이 모두 남성인 저로서는 여성들이 실제로 일상에서 겪는 일들에 대해서 '안다'고 단언할 수 없습니다. 여전히 한국사회에서 여성은 약자이고, 은연중에 가부장적 제도의 잔재들로 둘러싸여 있고, 당연한 듯이 누군가의 희생이 전제되어 있으니까요.

그나마 책이라도 읽어야 어렴풋하게나마 알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래서 도대체 '서늘하다'고 한 이유가 무엇이냐? 단순히 귀신 스토리이기 때문이 아닙니다.

17개의 단편이 실려있는데, 비현실적인 상황 설정과 은유 덕분에 한편 한편 읽을 때마다 내가 읽고 이해한 것이 맞는지 되돌아보게 합니다.

혼자 읽기에 역부족이라 생각되었는데, 아마 이 책을 가지고 독서모임을 하게 되면 단편 4개씩 나누어 4회 이상 하게될 것 같아요. 해제를 읽고 싶을 정도입니다.

특별히 심하게 와닿은 부분이 있어 소개합니다.

염장이 中

나는 이해할 수 없었어요. 그들이 그렇게 위험하다면 왜 그들을 집 안에 가둬두지 않고 자유롭게 세상을 돌아다니도록 허용하는 거지? 고모에게 내가 그렇게 묻자 고모는 나를 때렸어요. 난 이제 더 이상 테라스 위로 올라갈 수 없다는 것을 알았어요. 손바닥만 한 나의 하늘이 낯선 이에게 강탈당한 거죠.

107쪽

피해자가 오히려 숨어야 하고, 확인되지 않은 사실로 제재를 받고, 이른바 명예살인이라는 명목으로 가족인 오빠에게 죽임을 당한 나. 명예살인을 했다는 사실 자체에 자부심과 집안의 남자로서 해야 할 일을 했다고 믿는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모를 확고한 인식.

읽다보면 소름이 돋는 경험을 여러 번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여기에 등장하는 여인들이 무섭지는 않습니다. 그녀들이 처한 상황이, 등장하는 다른 이들의 대응방식이 그러할 뿐이지요.

어쨌든, 이 책을 읽고 난 후 느낀 그 기분을 잊지 말아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픽윅 클럽 여행기 찰스 디킨스 선집
찰스 디킨스 지음, 허진 옮김 / 시공사 / 2020년 3월
평점 :
품절


1. 랜선독서모임을 통해 고전(벽돌책)의 재미를 알게 되다. 


오래도록 살아남는 것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지금껏 읽히는 작품은 시대를 관통하는 메시지인간에 대한 통찰다루고 있는 주제의 보편성을 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당연히 지금 나오는 작품도 시간이 흘러 고전으로 추앙받는 작품도 있을 것입니다(아마도 봉준호 감독 작품이 대부분 고전으로 추앙받지 않을까 싶어요). 당대에 알아보고 읽어볼 수 있다면 크나큰 복이겠지요.

고전을 알아볼만한 안목이 있다면 관계없겠지만 저처럼 문외한은 경우는 검증된 작품을 읽는 것이 골라내는 수고를 덜어줄 것입니다.


몇몇 책들은 너무 두꺼워서 시도할 엄두조차 못냈지만(사실 랜선독서모임 아니면 이 책도 펴지 못했을 거예요), 읽어보니 좋으네요그렇습니다. 이 책을 읽게 된 것은 시공사 독서모임에 지원하면서부터예요.

책을 사야 참여할 수 있으니 강제성 부여 차원에서 덜컥 지원부터 했습니다. 

매주 미션을 따라가면서 다른 분들이 올린 글들도 보고 저는 참여 못했지만 채팅창에서 토론을 하기도 했습니다. 자고 일어나서 읽어보니 너무 좋던데요 ㅎㅎ


찰스 디킨스. 많이 들어본 이름이지만 이분이 신문에 소설을 연재하면서 대중문화라는 용어가 생겼다는 것은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이렇게까지 사랑받는 작가인 줄은 미처 알지 못했다는;; 작품을 따라가다보니 작가의 삶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변호사 사무실에서 보조로 일을 했고 속기사 일을 하기도 했고, 나중에는 출판사를 차리기도 했던 그. 그가 작품에서 보여주는 따뜻함이 좋았던 것 같아요. 조만간 다름 작품들도 찾아볼 예정입니다.


2. 연재소설의 특성과 전지적 작가 시점


연재소설의 영향인지 대부분의 등장인물들이 위치와 상황관계 속에서 캐릭터가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전지적 작가시점에서 전개되기 때문에 인물보다 주어진 상황이 더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아요여행 도중 이야기를 수집하는 설정 덕분에 매번 새로운 이야기들이 등장하는데이건 연재물의 특성 때문인 듯 하구요.

읽으면서 픽윅윙클은 구별이 잘 안되기도 했습니다.

터프먼 씨는 제 주변에 늘상 있었던 캐릭터라 묘하게 정이 갔고스노드그래스씨는 완벽주의 기질이 있어 끝내 실력발휘를 못하던 지인이 생각났어요.

 

인물들이 위치와 상황관계 속에서 달라지지만당시의 시대적인 배경(남자여자그리고 귀족과 하인의 경우 전형적인 인물상)이 있었을 것 같은데 작가님이 전형적인 상황에서 어울리지 않는 상황이나 전개로 몰아가는 것 같아서 인물들이 안쓰럽기도 했습니다.

 

남자들의 격식을 갖춘 결투나 남녀간의 체면상 함구하는 설정 등시대적 배경을 고려해야 할 듯 해요.


여러 사건들이 등장하고 대부분의 행간에서 의미를 찾게 됩니다. 파고들면 끝이 없을 것처럼 매력이 발굴되는 소설인 듯.

 

3. 떠올랐던 연재소설

 

소설은 딱히 기억나는 것이 없는데윤태호 작가님 웹툰 미생이 떠올랐어요.

바둑을 알지 못하는 사람이라 역시 사회생활하면서 공감가는 부분들 때문에 보게 되었는데,

댓글들을 보면서 작품에 대한 이해도가 올라갔다고 할까요베스트 댓글들 퀄리티가 상당합니다.

 

연재물의 장점은 피드백이 실시간으로 반영된다는 점단점은 즉각적인 피드백 때문에 작품이 산으로 갈 수 있다는 점작가님이 만들어낸 캐릭터와 사건들이지만 어느순간 작가를 떠나서 작품이 저절로 굴러간다는 내용의 인터뷰를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것 같은데실기간으로 제작편집되는 드라마나 연재물 역시 마찬가지인 듯 합니다.

 

 

 4.<픽윅 클럽 여행기>안에서 느낀 가장 디킨스적인 순간

 

대부분의 상황들입니다.

작가는 보통 깨인’ 사람들이 하는 거라 생각하는데(‘깨인의 대상이 사람이든상황이든), 1800년대 작품이라 믿을 수가 없을 정도로 공감하면서 읽었습니다.

조선시대에 양반들 비꼬면서 쓰인 소설들이라고 생각하면 맞을까나요?

허생전이 떠올랐는데 이건 순전히 개인적인 감상입니다.

 

 

5. 나와 가장 비슷한 캐릭터, 친해지고 싶은 캐릭터


부정하고 싶지만 허당 윙클’ 선생이 가장 비슷한 것 같아요.

못한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왜 그리 어려울까요?

겁이 많지만 자신에게 남들앞에 당당하려고 노력하는 윙클 선생에게 정이 많이 갔습니다.

 

그리고 친해지고 싶은 사람은 3주차 미션에 제출한 것처럼 터프먼씨입니다.

저는 터프먼씨에게 한 표 던지겠습니다그는 금새 사랑에 빠질 줄도 알고 우정이라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당해 슬픔에 빠져있으면서도 금새 회복할 줄 알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시를 남기고 떠날 줄도 아는 사람한 편으로 주변사람들에게 걱정을 끼치지만 약간의 시간이 지나면 괜한 걱정을 했음에 안심하게 만드는 캐릭터니까요주변에 이런 사람 한 명쯤은 있지 않나요



6. 좋았던 경험을 마치며 


함께 읽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배나영 작가님 리뷰를 들으니 실제로 연재되는 당일이 되면 앞으로의 이야기에 대해 토론이 이루어지기도 했더라구요. 물론 요즘처럼 작가와 독자의 쌍방향 소통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겠지만. 한 작품에 대해 애정을 갖는 것은 지금보다 훨씬 수월했을 듯 하더라구요.

아쉽지만.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좋아하는 거장의 문장 하나쯤 - 1일 1문호 문학의 시간 1일 1교양
붉은여우 엮음, 손창용 감수 / 지식의숲(넥서스) / 2020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매일 매일 소개팅하는 기분으로 작가님 한분한분 만나다보면 한달이 금새. 서른 명의 작가, 10페이지 분량. 읽고나면 작가가 쓴 작품을 찾아서 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거예요. 이른바 ‘2차 독서 장려‘하는 책이랄까요? 기분 좋은 낚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