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의 시간 교유서가 다시, 소설
김이정 지음 / 교유서가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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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섭'은 늘 취해있었다.
집에는 그를 기다리는 '미진'이 있었고 뱃속에 그의 아이를 품고 있었다.
아이가 태어나자 '이섭'은 술을 마시지 않았다. 집에 일찍 들어갔고 눈조차 마주치지 않았던 '미진'을 돌보기 시작한다.
'미진'은 고맙다고 '이섭'에게 말한다. 갓 태어난 아이마저 모른 척 하면 어떻게 함께 살 것인가 걱정했다는 말을 덧붙이면서.

'이섭'의 동생이라는 '윤'이 자식들을 데리고 잠시 머무른다. 일주일 남짓 머무르다 가는 '윤'을 배웅하고서 '이섭'은 밤이 늦도록 집에 들어가지 않았다.
'미진'은 그날 못하는 술을 연거푸 마시며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었고, 그 모습을 본 그들의 둘째 딸 '지형'은 까닭모를 광경에 혼란스러워한다.
'지형'은 마침 호적등본을 발견한다. 아버지 '이섭'의 이름 아래 처음보는 한자가 쓰여있다. 오빠에게 물어보니 엄마 '미진'의 이름은 없다는 대답을 한다. 세 아이의 이름이 더 있었다. '지형'은 아버지가 어머니를 만나기 전의 삶이 궁금해진다.

집에 들어온 '이섭'은 '미진'에게 관공서에 가자고 한다. 혼인신고를 하자고. 그들이 함께 살다 아들 하나. 딸 셋을 나은지 한참이 지난 때였다.
'윤'은 헤어질 때 '이섭'을 "형부"라 불렀다. '윤'은 '이섭'의 전처 '진'과 가장 닮았던 막내동생.
'진'과 '이섭' 사이에도 자녀가 셋이 있었다. 사내아이 둘. 막내딸. '이섭'은 마지막으로 보았던 아들들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다.

'이섭'이 수배중일 때 '이섭' 대신 '진'이 붙잡혔다. '진'이 당사자도 아닌 배우자라 곧 풀려날 줄 알았으나, 상황은 그들의 예상과 다르게 흘러갔다. 전쟁이 벌어졌다. 피난을 하는 중에 '이섭'과 이섭을 찾아나선 '진'과 자녀들의 길이 엇갈린다.
사회주의자였던 '이섭'은 소수의 배만 불리고 다수의 희생을 강요하는 이북의 현실을 마주하고 이념 따위보다 가족의 안위가 중하다며 동료의 만류를 뿌리치고 남하한다.
그사이 풀려난 '진'은 아이들을 데리고 '이섭'을 찾다가 북으로 끌려갔다고 한다.

'이섭'은 차마 '진'을 실종신고하거나 사망신고를 할 수가 없었다. 그런 그를 오래 지켜보았던 '미진'은 혼인신고를 하겠다는 '이섭'을 보며 눈물을 흘린다. 북에 있을지도 모르는 전처와 아이들을 가슴에 품기로 한 '이섭'의 심정을 헤아렸기 때문이고, 한편으론 그제서야 법적으로 '이섭'과 부부가 되었다는 안도에서 나온 눈물이리라.

'이섭'은 5년간 수감되었었다. 그들의 가족은 자주 이사를 가야했다. 연좌제 폐지가 헌법에 명시되기 전이었다. 구직이 어려워 전처의 장인 도움을 받아야했다. '진'을 지키지 못한 죄책감을 공유하는 사이였다. 장인의 속마음을 '이섭'은 감히 헤아리지 못한다. 이제는 그의 도움을 받을 염치가 없다.

'이섭'이 일하던 양식장 인근 토지가 수용될 예정이다. 새우 양식. 성과가 나지 않음에도 지금껏 기다려준 것도 양식장 주인과 장인과의 친분 덕이었다. '이섭'은 다시 직장을 구해야하리라.

상경을 결심한다. 허물어져가는 아파트. '이섭'은 가구
납품업체에서 일을 한다. 아들이 삐까번쩍하게 닦아준 구두에 먼지가 쌓일 정도로 영업에 열심이지만 계약을 따내는 것이 버겁다. 어릴적부터 몸이 약했던 '이섭'의 어깨가 꺼질 듯 하다. 북에 있을 가족들은 건사하지 못했지만 남에 있는 가족들은 어떻게해서든 책임지마고 다짐했다.

딸 '지우'가 밥을 먹다가 혼절했다. '이섭'과 '미진'은 혼비백산하여 아이를 안고 달린다. 병원에 입원한 아이는 아비를 걱정한다. 병원비 많이 나와서 아비가 힘들까봐. 화장터를 다녀온 '이섭'과 '미진'은 10년은 더 늙어보인다. '이섭'은 또 다시 아이를 잃었다.

해방 30주년. '이섭'은 해방 전 30년, 해방 후 30년을 살아냈다. '미진'과 세자녀를 안방으로 불러모은 후 오늘부터 자신의 삶을 기록해나갈 것을 선언하고 원고지에 만년필로 글을 적기 시작한다.
제목 : 유령의 시간.
사상범으로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지 못한 처지를 상징하는 말인가, 북에 전처와 자녀들을 두고 온 후의 공허한 삶을 의미하는 것인가. 제목을 적은 후 시간이 날 때마다 '이섭'은 원고지에 적었다가 찢었다가 반복한다. 그리고 얼마 후 '이섭'은 세상을 떠난다.

책의 제목은 유령의 '시간'인데 어찌된 이유인지 나는 계속 '아이'라고 착각하며 읽어갔다. 아비의 생애를 자신의 관점에서 기술해나가는 '지형'의 모습이 그려졌기 때문이다.
아비가 끝내 밟지 못했던 북의 땅을 대신 밟고 이복형제일지도 모르는 오빠에게 닿을지 모를 편지를 쓰는 '지형'은 아비가 죽은지 30년의 삶을 살아낸다.

역병과도 같았던 시절들이 과거가 되었다. 이제는 먼 옛날이 된 듯 하다. 지났으니 잊어도 되는 것일까.
시대에 휩쓸려간 사람들.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이 조금씩 스러져간다. 목소리를 내지 못했어도 존재했던 이들이 있었다. 생각처럼 오래되지 않은 우리 이야기. 유령의 시간을 마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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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의 괴이 비채 미스터리 앤솔러지
조영주 외 지음 / 비채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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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의괴이 #조영주 #박상민 #전건우 #주원규 #김세화 #차무진 #미스터리앤솔로지 #비채 #비채서포터즈2기


서문을 읽다 놀랐어요. 음. 이 책의 기획이 조영주 작가님으로부터 시작이 된 거구나. 정명섭 작가님 기획이 아니었다는 말이지. 요즘 조영주 작가님 책을 읽을 기회가 있었다. 읽다가 나름 으로 찾아보고 있는데, 윌라에서 오디오북(나를 추리소설가로 만든 셜록 홈즈)을 통해 양질의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궁금하죠? 그럼 찾아서 들어보는 걸로 하고. 이 책 이야기를 해볼게요.


그런 기분 느껴본 적 있으세요? 앓고 났더니 글이 쓰여 있는데 평소 내가 쓰는 글보다 양질의 것일 때. 스스로 내가 쓴 것 맞아?라고 놀랄 때가 있지 않나요? 저..는 가끔 있어요. 그럴 때면 아, 그분이 왔다 갔구나 합니다. 아, 뭔 말인지 아시죠? 그래요. 그 기분. 그런 기분을 느낄 수 있는 작품들이 모여있어요.

조영주 작가님 <영감>. 글을 쓸 수 없는 상태여서 목소리 녹음을 하고 그것을 풀어서 글로 옮긴다. 출판사 직원에서 파일을 건넸더니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그런데 그때 나는 혼자 있었다. 그 누군가는 실제 존재하는 인물일까요, 아닐까요? 마침내 당신은 그 누군가에 근접한 인물을 만나게 됩니다. 그런데 그 사람이 뻗은 손이 점점 보이지 않는 것 같아요. 당신 앞에 있던 그 누군가는 ...


박상민 작가님 <그날밤 나는>은 이 문장으로 시작됩니다. ‘당신이 이 글을 읽는다는 것은 내가 더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음을 의미한다.’ 와. 읽고 않고 버틸 재간이 저에게는 없습니다. 


전건우 작가님 <도적들의 십자가>. 최근에 작가님의 <어제에서 온 남자>를 들었어요. 신세계였습니다. 전에 읽었던 작품과 다른 느낌이더라구요. 좋은 쪽으로요. 이 단편도 기대하며 읽었습니다.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박히실 때 양 옆에 있던 사람들의 이름을 알고 있나요?

뭔가 있을 것 같습니다. 과연 이 소설의 끝은? “다 이루었다.”로 끝이 납니다. 누구의 입에서 나온 말인지 궁금하죠?


주원규 작가님 <십자가의 길>. 영상화된 작품이 많습니다. 디즈니+ <강남 비-사이드> 극본도 이 분이 쓰셨어요. 규칙과 개인의 신념을 교묘하게 비트는 글. 풍자는 덤입니다.


김세화 작가님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 차무진 작가님 <파츠>까지 읽고나면 ‘십자가’가 상징하는 것들에 대해 생각해보게 됩니다. 이 책을 쓰신 여섯 명의 작가님들은 각기 특이한 이력이 있고, 발표한 소설에서 자신의 직업군을 등장시킨 바 있답니다. 직업적 특이성이 반영된 글. 감이 잡히시나요? 실제인지 소설인지 모호한 분위기. 당신은 어떻게 읽었을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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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버트 영매탐정 조즈카 2
아이자와 사코 지음, 김수지 옮김 / 비채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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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버트 #영매탐정조즈카2 #아이자와사코 #비채 #일본소설 #비채서포터즈2기


invert 

(아래위를) 뒤집다, (순서를) 도치시키다.


사건과 범인이 그대로 노출된다. 현장을 설명하듯 보여준다. 조즈카는 처음부터 범인임을 단정하고 접근한다. 범인을 찾는 것으로 인한 피로 따위는 없다. 


독자가 이미 범인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 어떻게든 극의 긴장감을 유지시키는 것이 관건이리라. 이 책은 각 에피소드의 범인이 읽으면 더 감탄하지 않을까 싶다.


극장식 추리. 조즈카는 독자와 밀당한다. 영매 탐정이라고 하는데, 실제로는 영감에 의존한 추리가 아니라 과학수사를 하기 때문에 재미있다. 조즈카로부터 영감이 있다는 말을 들은 범인의 지례짐작과 인간이기에 어쩔 수 없었을 죄책감으로 인해 조금씩 틈을 보인다. 다소 허술해보이는 조즈카는 이 틈을 순간적으로 찌른다. 


조즈카는 극중 범인 뿐 아니라 독자와도 밀당을 한다. 인용한 문구 중 일부를 보면 독자로 하여금 트릭을 이미 알아챘어야 한다는 핀잔을 주는 부분이 있다. 나도 몰랐다구!!. 과연. 그렇다는 말이지. 더 집중하며 읽게 된다. 할아버지의 명예를 걸고 추리하는 김전일처럼 여러 사람을 모아놓은 채로 공개추리를 하는 것이 아니라 범인과 단 둘이 있는 장소에서 논리로 진검승부를 하는 장면장면이 멋지다. 


탐정과 조수. 조즈카와 마코토의 관계는 미스터리 추리소설 독자라면 익숙한 홈즈, 왓슨의 관계를 연상케 한다. 홈즈의 추리가 막히는 시점에 기가 막히게 등장하는 왓슨의 의도치 않은 힌트 제공. 마코토 역시 일상에서의 자연스런 행동을 통해 조즈카에게 단서를 제공한다. 푸딩과 단것에 대한 집착이 인간미를 더해준다.


각 에피소드의 주인공 격인 범인들의 면면이 화려하다. 

프로그램 개발자, 선생님. 전직 형사인 회사대표. 

어찌보면 범행동기에 참작할 만한 점이 있기는 하다. 프로그램 개발자는 어린 시절부터 자신의 재능을 착취한 동창생을, 선생님은 어린아이를 대상으로 한 범죄를 저지른 전직 교직원을 단죄한다. 그래도 안되는 것은 안되는 것. 마지막에 그들은 조즈카 앞에서 자신의 잘못을 시인한다. 

세 번째 에피소드의 범인은 대놓고 홈즈의 라이벌인 모리아티 박사 이름을 언급하기도.


읽으면서 영상화하기 딱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일본에서 드라마화했다. 와챠에서 스트리밍 중. 비취색으로 묘사되는 눈빛을 어떻게 했을지 궁금하다.


즐겁게 읽었지만, 현실에서 조즈카 같은 사람을 만나면 막막할 것 같다. 그래, 역시나 사람은 죄짓고는 발 뻗고 못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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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중 마음 농도
설재인 외 지음 / 든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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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중마음농도 #설재인 #이하진 #든 #음주에세이 #서평단 #도서협찬

이하진 작가님 글을 읽다보니 젊었을 때 못해 본 일들이 많구나 싶었습니다.
우선 바에서 혼자 술을 마신 적도 없고, 혼자 공부를 해 본 적도 없습니다. 아, 쓰고보니 이것이 청춘인가 싶네요.
영화 <더 킹>에서 조인성 배우님이 맡은 배역이 나이트클럽에서 공부를 하다가 시험에 합격한다는 설정이 있었는데, 아주 없는 일은 아니겠더라구요.

술 자체를 즐길 수 있다는 게 부럽습니다. 단순히 맥주를 몇 CC 마셨는지 세는 게 아니라 주종 별로 나누고 각 위스키의 이름과 샷을 적을 수 있다는 게 멋지네요.

설재인 작가님 필력의 비밀을 알았습니다. 주력이 필력이었어요. 작가님 책을 찾아보는 중인데, 문장을 유심히 보려고 합니다. 음. 알콜이 어느만큼 올라왔을 때 이런 표현이 나왔을까 가늠하면서 읽는 재미가 있을 것 같아요.
출판사 피드에 올라온 작가님 인터뷰를 봤는데, 최저시급 1년치를 준다면 금주를 하실 수 있다는 내용이었던 것 같은데, 맞나요? 생각보다 적은 금액임에도 술을 포기할 수 있다는 것은 역시 아직 안해봤기 때문인거 아닌가요? 아마도 사흘쯤 지나면 무르자고 딜하실 것 같습니다.

두분 작가님들 편지를 읽다보니 만담을 보는 것 같아요.
초반에 설재인 작가님의 ‘문학적 씨부럴’을 읽으면서 몰입이 확 되었습니다. 아, 술에 대한 비평을 막장드라마 스토리를 차용하여 설명할 수도 있겠구나 싶었어요. 영감을 주는 책. 좋습니다.
두 분 나이차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면, 오버일까요? 솔직한 글들을 읽다보니 책이 나오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 이유를 알 것 같더라구요. 아마도 모든 편지를 담아내지는 못했을 것 같은데,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어 좋았습니다.

정지아 작가님 <마시지 않을 수 없는 밤이니까요>에 이은 최고의 책.

덧) 음주하면서 읽으려고 했는데, 이상하게 맨정신으로 읽게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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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에게 안부를 묻는 밤 - 언제나 내 편인 이 세상 단 한 사람
박애희 지음 / 북파머스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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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에게안부를묻는밤 #개정판 #북파머스 #박애희작가 #이금희아나운서추천 #책추천

엄마에게 안부를 묻는 밤.
개정판 표지. 노랑노랑한 색이 마음 속 빗장을 벗겨낸다.

엄마의 이야기를 누군가의 엄마가 된 저자가 쓰는 글. 방송작가 경력 13년. 그 많은 시간동안 다른 사람들의 사연을 적어갔을 저자는 자신의 이야기를 조금씩 풀어낸다.

초판을 읽었었다. 다시 읽다보니 초판을 읽을 땐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인다.

딸이 보낸 대학졸업장과 함께 보낸 화장품이 터져서 졸업장이 엉망이 되었음을 저자는 나중에 알게 되었다. 그날 엄마가 울었다는 것도. 재수를 하겠다는 저자를 말렸던 어머니, 전공과 맞지 않아 방황하던 딸. 방황 끝에 받은 졸업장과 함께 엄마에게 보낸 마음.
그날 엄마가 운 이유는 딸이 졸업을 한 것이 기뻐서였을까, 혹은 화장품이 터져서 엉망이 된 졸업장이 슬퍼서였을까 아니면 딸과 함께 달려온 세월이 생각나서였을까.
이제는 직접 들을 수 없는 엄마의 마음을 떠올리면서 저자는 한편의 글을 써낸다. 아마도 수도 없이 고쳤을 문장들 덕분에 엄마를 그리워하는 마음은 깊어만 갔으리라.

“딸, 뭐 해?”
“왜? 무슨 일 있어?”
“아니, 그냥.”
“무슨 일 잇는 것 같은데?”
“아니, 그냥.....사는 게 쓸쓸해서.”
나는 조금 쌀쌀맞은 목소리로 말했다.
“엄마, 술 마셨어?”
“응, 조금 마셨지.”

엄마와 나눈 대화. 자신이 생각해도 매정하게 들렸던 말들을 복기하면서 엄마의 마음을 헤아린다. 그때의 엄마는 나를 어른으로 인정해준 것이 아닐까? 누구보다 딸에게 인정과 위로를 받고 나아갈 힘을 얻고 싶었기 때문이 아닐까.
다 들어주지 못한 그 말 때문에... 저자는 자신이 엄마의 이야기를 계속 쓰는지도 모르겠다고 한다.

읽으면서 어쩔 도리 없이 엄마를 떠올린다.
고등학생때 무슨 바람이 들었는지 존댓말을 하기 시작했다. 당황해하던 엄마의 얼굴이 떠오른다. 시험을 보고서 뭐가 그리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삭발을 했다. 아들을 군대보내는 것 같다면서 엄마는 눈물을 보이셨다. 대학생이 되어 군 입대를 한달 앞두고 엄마를 따라 동대문 새벽 시장에 다녀왔다. 밀리오레 건물과 두타 건물을 돌면서 옷들을 넣은 가방을 들고 엄마를 따라다녔었다. 엄마는 이런 수고를 수도 없이 했겠구나. 엄마 괜찮아?라고 묻는 아들의 말에 엄마는 하나도 힘들지 않다고 했다. 동생 군입대할 때 엄마와 동행했다. 굳은 얼굴로 경례를 붙인 후 뒤도 안돌아보고 뛰어가던 동생의 뒷모습을 보며 하염없이 우는 엄마를 달래면서 생각했다. 내가 가던 때도 많이 우셨겠구나.

책을 읽으면서 엄마를 생각한다. 엄마가 계셔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을 해 본다.

덧) 가족들이 잠든 밤. 온전히 혼자인 시간에 읽을 것을 권합니다. 거울이 있는 방은 피하시구요. 왜냐구요? 알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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