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을 보호 시설에서 살아야 한다는 진단을 받은 어느 자폐인이 자신의 운명과 고통을 극복하고 뛰어난 전문인으로 당당한 인간으로 세상의 중심에 서기까지의 성장기" 표지 문구다. 인간 승리책이라는 말이지만 자폐인을 이해하기 위한 책으로 읽어도 좋다. 부모의 적극적 지원, 일반 학교지만 특별한 학생을 위해 도움주기를 마다 않는 학교. 부럽기 그지없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압박기다. 농장의 낙인을 찍거나 예방주사를 놓거나 거세하는 작업을 할 때 소가 움직이지 못하도록 조이는 도구다. 이모의 농장에서 압박기를 본 템플이 그것에 관심을 가지는 장면. 템플은 직접 압박기에 들어가보기도 한다. 그곳에서 마음이 안정되는 걸 느끼고는 자신만의 압박기를 만들기도 하고 결국은 가축 도구 디자인을 하게 되는 바탕이 된다.

 

아기가 잠이 들면 배나 가슴위에 작은 이불을 착착 접어서 올려두거나 손으로 지그시 눌러주면 안정적으로 잠든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어른인 나도 그렇다. 누군가 다리를 내 다리 위에 올려주면 그 무게가 편하게 느껴진다. 오래 무거우면 힘들긴 하지만. 옆사람 손을 끌어다가 내 두손으로 꼭 잡고 자기도 하고 아기처럼 얇은 이불을 가슴에 올려두고 자기도 한다. 나도 아마 접촉으로 인한 안정감을 느끼고 싶어하는 것이리라. 다만 템플의 압박기를 사용하는 건 사양하고 싶다. 자세가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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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가 없으면 의미도 없다>를 읽은 소감이다. 책을 가지고 논 여러 이벤트 재미나게 읽었다. 북스피어 출판사도 확실하게 기억하게 되고. 책 소개 책이 아니면서도 결국은 많은 책을 소개받았다. 메모장에 적어두기도 하고 바구니에 담아두기도 하고. 어떤 경로든 대면하게 될 것이다. 책을 만드는 일의 지난함을 간접 경험했다. 파는 물건이 책이다 보니 어쩐지 고상하게 느껴지지만 따지고 보면 장사인 출판일. 그럼에도 책속에서 노니는 일이 좋아서 허우적대는 많은 사람들이 고맙다. 그들 덕분에 나는 편안히 앉아서 책을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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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을 중단하려는 것은 내가 가진 권리임을 확신하게 됨에 따라 온몸에 평온함이 감돈다. 나는 뒤뚱거리지 않기 위해 보건법 조항에 몸을 기댄다. 그 복잡한 글자들에 등을 대고 휴식을 취한다. <보건법 L.2212-1조 : 임신한 여성은 임신으로 인하여 절망적인 상황에 처했을 경우 의사에게 임신 중절을 요청할 수 있다>

 

나는 낙태에 찬성하는데, 겨우 열여섯 살에 돈도 없고 남자도 없는 여자의 낙태나 서른다섯 살에 손님방 신혼방까지 갖춘 안락한 아파트도 있고 그 아파트 안에 아내를 지극히 사랑하는 남편까지 가진 여자의 낙태건 상관없다. 나는 사람은 누구나 어린 아이를 태어나게 할 것인지 아닌지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는 데 찬성하며, 모든 임신은 저마다 생명의 기적이라면서 이를 경축해야 한다는 주장엔 반대한다. 나는 자신의 개인적인 가치를 보편적인 원칙으로 옹립하려는 자들에게는 반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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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다. 어쩌다 마주쳤다. 메르스 탓인지 비바람 탓인지 사람 드문 책장 사이를 오가다 그냥 만났다. 얇고 오래되었고 들어본 적도 없는 책. 게다가 일어공부하는 사람들을 위한 일한대역문고. 왼쪽은 일본어, 오른쪽은 한국어. 빌려서 서늘서늘한 테이블에 앉아 읽었다. 섬뜩, 그리고 목구멍까지 밀고 올라오는 욕망, 등장인물에서 발견하는 내 사악함. 아토다 다카시<취미를 가진 여자>, <기다리는 남자>. 이제 더 뒤져볼 심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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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n't try 라는 묘비명. 전업으로 글을 쓰면 평생 동안 매달 1백 달러를 지급하겠다는 출판사의 제안을 받아들였다는 일화. 그리스인 조르바를 연상시키는 인물. 최근에 알게 된 부코스키라는 소설가에 따라다니는 말들이다. 첫 작품 <우체국>을 읽었다. 헌사가 멋지다. "이 작품은 허구이며 아무에게도 바치지 않는다." 옮긴이는 이책을 '반복적 노동에 대한 혐오와 관료주의에 대한 비판'이라고 요약하지만 그건 근사하게 치장한 거고 핵심은 이게 아닐까. 부코스키의 분신임이 분명한 헨리 치나스키의 말. "어떤 바보 멍청이라도 구걸하면 일은 얻을 수 있어. 일하지 않고 사는 사람이 지혜로운 거지. 세상에서는 이런 사람을 요령 있다고 하지. 나는 요령 있는 훌륭한 백수가 되고 싶어." <팩토텀>도 <우체국>과 별다르지 않다. 주인공도 같다. 옮긴이는 '술, 여자, 그리고 잡일'이라는 세 단어로 치나스키를 정의하면서 이책을 '술주정뱅이 백인 노동자의 밑바닥 삶 이야기'로 요약한다.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는 성실제일주의 가치관에 절어 사는 사람이 보기에 자유 그 자체인 치나스키. 누가 뭐라 하건 내가 기쁘고 즐거우면 그만인 이 남자. 이렇게 살면 좋겠다 싶고 온전히가 힘들면 어느 정도라도 실천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는데, 어떤 모임에서 치나스키 같은 남자를 봤다. 술, 여자, 그리고 자유로움. 술을 달고 지내고 여자들에게 끝도 없이 수작을 걸고 한곳에 정착하지 않고 일자리 따라 전국을 떠다니는 사람. 소설 속 치나스키는 몰라도 현실에서 내 앞에 서 있는 그 남자는 싫었다. 아주 싫었다. 그리고 부코스키의 또다른 소설 <여자들>은 읽을까 말까 고민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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