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얼굴은 어묵 꼬치와 함께 푹푹 삶은 무처럼 거무스름하다. 손등에 입을 맞춘 것만으로도 기운이 떨어졌는지 숨이 찬 목소리다. 나까지 숨이 넘어갈 것 같다. 내가 정말 이 사람과 다정하게 입을 맞출 수 있을까. 어떻게든 할 수는 있을 것 같다. 그럼 과연 얼마나 오래갈까. 날마다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앞으로도 이 사람하고 몇 번, 아니 몇십 번쯤 이렇게 같이 식사를 하겠지. 이건 예감인가, 아니면 희망인가, 아아, 절망적이다. 너무나 우울한 미래가 아닌가."

 

저런 생각이 드는 남자와 함께하려고 하는 여자. 제목의 '쩨쩨한'은 찌질한이나 시시한 아니면 이해못할으로 바꾸어도 무방하겠다. 아니 "이런 로맨스"는 어떨까. 너 혹은 내 삶이 저들보다 더 낫다고 단정할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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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오래오래인 건 당연하다. 600쪽 가까운 이 소설의 핵심어가 이것이니까. 표지의 글자를 잘 보면 첫번째 오래의 '오'는 단정하게 놓여있는데 두번째 오래의 '오'는 약간 삐딱하다. 이 삐딱한 '오'를 물끄러미 본다. 그곳에 아주 많은 감정이 담겨있다. 오래오래 기다렸던 원예가의 세월이겠지만 나는 슬프다. 한 동네에서 두집 살림을 한 친척어르신을 보면서 특히 집안 행사에 두 사람을 양쪽으로 거느리고 나타나는 걸 보면서 분개했던 시절이 있었고 <아내가 결혼했다>를 읽으면서 고개를 갸웃거린 시절도 있었다. 지금은 하늘 아래 인간의 일은 어떤 금기도 없다 싶다.

 

"오로지 세월만이 혼외의 사랑을 고상하게 만들죠. 연륜이 쌓이고 또 쌓여야 정당성이 생겨나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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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양이 씬 왜 그렇게 결혼을 싫어해요?"

"필요 없거든요. 좋으면 그냥 사귀고 자는 걸로 족하지 않나? 법적으로 서로 얽히고 원치 않는 양가 식구들까지 패키지로 딸려오는 삶을 굳이 선택할 이유가 없지."

"말년에 배우자도 자식도 없으면 외롭잖아요."

"나부터가 우리 부모님의 외로움에 전혀 도움이 안 되는걸요. 게다가 쓸데없는 인간들로 인한 괴로움이 외로움보다 훨씬 싫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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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정이를 좋아하나요?"

"처음엔 그녀를 생각하면 좋았는데, 이제는 그녀를 생각하면 아파요."

"사랑하는군요......"

 

세상은 그녀를 마녀라 부른다. 남자는 목숨을 걸고 (이때 '목숨을 걸고'란 그 정도로 지독하게라기보다 가까워지려는 시도가 목숨이 위험한 행위라는 뜻이다) 그 마녀를 사랑한다. 이 만화는 해피엔딩이지만, 엔딩이 해피하기까지의 과정은 사실 스토킹이다. 그래서 두 사람은 서로 사랑하며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라서 그렇지 누군가 나를 목숨을 다해 사랑한다는 건 얼마나 부담스런 일일까. 두 사람의 마음이 일치하지 않는데도 그대를 사랑합니다 이 마음을 표현하지 않으면 죽을 것 같습니다 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알려버릴 때의 어찌할 바 모름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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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사가 정의와 무관하다는 걸 발견하게 될 때마다 씁쓸하다. 아이가 자기를 덜 사랑하는 부모의 마음에 들려고 더 노력한다거나 어릴 때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한 사람이 연인과의 관계에서도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은 부당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 반대였으면 얼마나 좋을까. 아이를 사랑하지 않는 부모는 아이의 애정을 받지 못하도 어려서 불행하게 자란 사람일수록 연인과의 관계가 더 원만하다면 얼마나 바람직할까. 그런데 불행히도 인간사는 정의에 별로 관심이 없는 것 같다."

 

세상 공평하다는 말이 때로 들어맞지만 대개는 들어맞지 않는다는 걸 안다. 삶의 기준을 세상 가치와 동일하게 설정하면 더 상처받는다. 나만의 기준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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