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오래오래인 건 당연하다. 600쪽 가까운 이 소설의 핵심어가 이것이니까. 표지의 글자를 잘 보면 첫번째 오래의 '오'는 단정하게 놓여있는데 두번째 오래의 '오'는 약간 삐딱하다. 이 삐딱한 '오'를 물끄러미 본다. 그곳에 아주 많은 감정이 담겨있다. 오래오래 기다렸던 원예가의 세월이겠지만 나는 슬프다. 한 동네에서 두집 살림을 한 친척어르신을 보면서 특히 집안 행사에 두 사람을 양쪽으로 거느리고 나타나는 걸 보면서 분개했던 시절이 있었고 <아내가 결혼했다>를 읽으면서 고개를 갸웃거린 시절도 있었다. 지금은 하늘 아래 인간의 일은 어떤 금기도 없다 싶다.
"오로지 세월만이 혼외의 사랑을 고상하게 만들죠. 연륜이 쌓이고 또 쌓여야 정당성이 생겨나는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