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내가 모든 걸 던져버린다면.... 모든 것을 포기하고 그냥 떠나기로 한다면..... 당신은 나랑 함께 가주겠지, 그렇지 않소?
하지만 내가 그렇게 하지 않으리라는 걸 당신은 알고 있겠지, 그렇지 않소?
내가 그런 행동을 하면.... 모든 것이.... 우리가 했던 모든 일과 우리의 모든 것이 의미를 잃어버릴 것이오. 내가 교단에 설 수 없게 되리라는 것은 거의 확실한 일이고, 당신은.... 당신도 지금과는 다른 사람이 되겠지. 우리 둘 다 지금과는 다른 사람, 우리 자신의 모습과는 다른 사람이 될 거요. 그래서....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될 거야.
하지만 지금 우리는 이번 일에서, 적어도 우리 자신의 모습은 지킬 수 있었소. 지금의 모습이.... 우리 자신의 모습이니까.
장기적으로 내다봤을 때, 날 이 자리에 붙들어둔 것은 이디스도 아니고 심지어 그레이스도 아니오. 반드시 그레이스을 잃을 것이라는 사실도 아니지. 당신이나 내가 상처를 입을 것이라는 생각이나 추문 때문도 아니오. 우리가 힘든 시간을 보내야 할 것이라는 사실 때문도 아니고, 어쩌면 사랑을 잃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도 아니오. 그저 우리 자신이 파괴될 것이라는 생각, 우리의 일이 망가질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지.
그러니까 결국은 우리도 세상의 일부인 거요. 그걸 알았어야 하는 건데, 아니 알고는 있었지만, 조금 뒤로 물러나서 그렇지 않은 척할 수밖에 없었던 거요. 그래야 우리가....
알아요. 저도 아마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것 같아요. 겉으로는 아닌 척하면서도 알고 있었어요. 언젠가, 언젠가, 우리가....... 알고 있었어요.
그녀는 말을 멈추고 흔들리지 않는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눈에 갑자기 눈물이 글썽해지면서 반짝였다.
그래도 그까짓 게 다 뭐예요. 빌! 그까짓 것!
캐서린의 마지막 말이 없었더라면 얼마나 허망했을 것인가. 비록 그 말에 어울리는 행동이 없었다 하더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