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도르노란 이름을 처음 알게 되었던 때는 작년 2월 서평단의 이름으로 받은 '히스토리아 대논쟁'이란 책이었다. 그 책에 두 가지 주제의 논쟁이 나왔는데 하나는 정의론, 하나는 제도였다. 제도에 대한 논쟁에 특히 관심을 가졌는데 제도의 절대 필요성을 주장한 겔렌과 제도는 필요악이라고 주장한 아도르노. 나는 아도르노의 주장에 집중했다.
본 시리즈는 본디 아동을 위한 책이지만 철학과 멀어진 일반인에게 적당한 책이라 생각한다. 예전에는 철학은 순수한 이론적 학문이고 예술은 기예라 생각해서 둘은 별개인 줄 알았다. 하지만 예술이 곧 철학이고, 아름다움만 흉내내려는 예술가는 도태되기 마련이다. 진중권 교수도 미학을 전공했기에 굉장히 통찰력있지 않은가 하다.
아도르노는 현대 문명 사회를 비판적으로 보았다. 그는 팔아먹기 위한 예술을 '문화 산업'이라고 칭하여 예술과 자본이 결탁되면 인기영합주의에다 질이 떨어질 뿐더러 제도에 종속된 권위주의로 치닫게 된다고 하였다. 사실 대중 문화가 순수 예술보단 수준이 떨어진다. 플라톤의 주장처럼 '대중은 어리석다'란 이유도 있지만 자유와 진리를 추구해야 할 예술이 지상의 천박함과 제도적 성격을 짙게 띤 자본과 결합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대중문화의 현 주소는 암울하기 짝이없다. 아이돌 위주에다 가사도 자극적이고 철학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데다 가창력보단 쇼맨쉽 위주다. 노출 수위도 내가 중 · 고등학교 다닐 때에 비하면 훨씬 높아졌다. 아직도 철학 없는 자극적 소재의 드라마도 있긴 하지만 드라마는 그래도 소재의 다양화 등 점점 나아지고 있는 추세다만 가요계는 점점 퇴보하고 있다.
우리나라처럼 문명의 발달만 단기간에 이루어진 사회는 눈 앞의 성취에 급급하기에 마련이다. 대중 문화 소비율이 가장 높은 10대들을 공략하여 아이돌 가수를 만들어 내기에 바쁘고(그것도 빠른 시일 내에), 예쁜 외모와 잘 빠진 몸매 그리고 넘치는 끼로 소비자의 눈길을 끈다. 당장 귀를 즐겁게 만들기 위해 가사도 될 수 있는한 자극적이고 알아듣기 쉽게 만든다. 가창력? 보컬 트레이너에게 몇 달만 교육시켜 포장하면 그만이다. 소속사에게 있어 연예인이란 한 번 돈 벌어오게 하고 버리는 일회용품이나 다름없다.
게다가 연예인과 소속사의 수직적 관계 또한 심각한 문제다. 노예 계약이 왜 발생하는지 제도화된 사회를 보면 금방 답이 나오지 않을까? 연예인의 개성을 인정해주기보단 정해진 틀에 연예인을 키우고 시효가 지나면 버리는 행위는 해당 연예인의 미래를 기만함에서 나온다. 소속사가 권력이 있어야 연예인도 유명해지기 마련인데 환경은 좋지 않지만 진정 실력있는 연예인보단 대중에 취향에 맞춘 획일화된 연예인이 자본의 힘을 얻었을 때 비로소 인기를 끈다.
어찌 되었든 대중 문화는 진정 삶의 깊은 곳에 대한 모색이 아니라 보기 좋고 듣기 좋은 것들만 모방하기에 급급하기에 질이 떨어진다고 아도르노는 말하였다. 그는 예술이란 모름지기 추함, 어두움, 가난, 고통까지 조명해야 한다 하였다. 그래야만 삶의 참맛을 느끼기 때문일까? 아도르노는 어둡고 추한 면에 대한 조명을 '반성적 미메시스'라 하였다. 플라톤이 예술은 현실 모방일 뿐이라 가치없다 하였지만 아도르노는 모방도 모방 나름대로 가치있다고 하였다.
나는 '히스토리아 대논쟁'에 소개된 아도르노의 사상이 기억에 남는데 그는 이성과 논리가 굉장히 파괴적인데다 이성과 논리로 이루어진 제도는 인간성을 상실케 한다 하였다. 근대에 들어서 과학 문명이 발달하여 삶이 편리해졌고 의학도 급속도로 발달했지만 국가간에 편가르기로 인류는 대참상에 소용돌이에 빠졌다. 그는 이성과 문명이 인류를 결코 구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제도에 종속된 인류에게 아도르노의 사상은 굉장히 실험적이라 할 수 있다.
아무튼 아도르노, 굉장히 흥미있는 사상을 가진 철학자다! 기회가 된다면, 그리고 수준이 닿는다면 꼭 한 번 그의 저서를 읽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