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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상과 일상
김병년 지음 / 성서유니온선교회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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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난을 이기는 묵상의 힘

 

저자인 김병년 목사님을 익히 잘 알고 있다. 다른 글에서 목사님의 삶과 목회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특히 시냇가에 심은 나무큐티 책에서 읽은 목사님의 나눔은 다른 말씀보다 훨씬 강하게 도전되어서 책을 매달 받자마자 목사님 글부터 찾아서 읽은 적도 많았다. 고통 중에 하나님을 찾고 만나는 내용은 매번 감동이었다

 

묵상과 일상도 마찬가지이다. 하나님 앞에서 깊은 묵상과 그 말씀으로 이겨낸 고통스런 삶의 이야기를 고스란히 전달하고 있다

 

하나님은 내 인생이 어찌될지 암담할 때 내게 말씀하셨다. ‘병년아, 너는 내가 이끄는 대로 걷기만 해라걷는 것만으로도 버거운데 우리는 꼭 어디로 가는지를 알고 싶어 한다. 고난 앞에서는 생각하면 할 수록 더 복잡해진다. 그저 그날그날 닥치는 대로 걷다 보면 단순해져서 한 걸음씩 나아간다..’너의 길은 자유롭게 계획하고 걷는 데 집중해라. 그 길을 인도하는 건 내 몫이다.” (57-58)

 

고난 속에 하나님을 만나고 찾으면 그것만으로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실제로 그 과정에서 겪게 되는 내면의 여러 갈등들이 속속들히 녹여져있다. 그 일상의 삶은 정말 팍팍하고 힘겨운 그 자체이다. 매일의 말씀밖에 의지할 곳이 없다. 그렇게 의지했으면 그 말씀으로 뭔가 뚝딱 문제가 해결되어야하는데 그렇지도 않다. 그래서 더 고통스러울지도 모른다. 지쳐서 하나님을 원망하게 될지도... 

 

그래서 더욱 매일의 묵상이 중요하다는 것을 이 책을 읽고 다시 깨닫게 된다. 그 길을 인도하시는 분, 그 일상의 삶을 함께 하시는 분은 하나님이시라는 것. 내가 알고 싶은 나의 인생의 길과 계획은 몰라도 되고 분명 내 삶의 인도자는 하나님이라는 것을 우리는 매일 깨달아 한다

 

선교단체에서 묵상 훈련을 많이 받았지만 네 아이 엄마로 살아가는 분주함 때문에 묵상을 깊게 하지 못했다. 너무 힘들고 지치면 결국 말씀을 찾게 되지만 그때만 잠깐이었다. 저자가 이야기하는 묵상의 정의와 다양함 속에서 묵상에 대한 사모함이 새롭게 생겼다. 특히 묵상도 낡은 나에게서 벗어나게 하는 여행이자 휴가다”(40) 일상에 파묻혀 살다보니 아이들 중심으로 하루가 흘러간다. 정신없지만 그 일상에서 묵상이라는 작은 여행을 떠나서 잠깐이라도 말씀에 젖어 휴식을 가지도록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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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그릇에 담은 보배 - 연약하기 때문에 구원하시는 하나님의 신비
권수경 지음 / 복있는사람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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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질그릇의 모습이란... ‘질그릇에 담은 보배를 읽고

 

책제목은 별로 새롭지 않았다. 질그릇은 우리보배는 하나님의 구원정도는 누구나 다 알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난 뒤는 나는 새롭게 하나님의 사랑을 깨닫고 기도 생활을 회복했다. ‘보배에 감격하며 나 자신이 흔하디 흔한 질그릇임 잊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한다. 믿음이 없고 복잡한 생각에 갇혀 기도하기 꺼려했던 부분도 언제 그랬냐듯이 하나님께 기도하는 내 모습이 신기하다. 나에게 가당치도 않은 보배가 담겨있기에 가능하다.

 

그릇이 번쩍이지 않는 이유는 보배를 보배로 드러내기 위해서다. 보배를 간직한 그릇은 아무 것도 아니다. 오직 내가 담은 보배가 빛날 뿐이다. 담긴 것의 소중함을 알아야 한다. 보배를 담은 나는 그릇이요, 그릇은 오직 쓰임이다....쓰기 위해 부르셨다. 깨끗하고 거룩한 삶이어야 하는 이유도 오직 하나 보배를 담는 그 쓰임을 위해서다(딤후2:21)“ (20)

 

질그릇과 보배는 전혀 어울리지 않지만 오히려 보배를 빛나게 하는데 질그릇만한 것도 없다. 만약 그 질그릇이 보배 보다 더 화려해지려고 한다면 더 이상 보배를 품기 어렵고 깨져야 마땅하다. 요즘 질그릇 깨지는 소리가 요란하다. 질그릇에 금칠하는 모습이 가득하다.

 

저자는 오늘날 교회의 문제를 예리하게 파고든다. 자신의 소원을 세게 미슈미다외치는 것이 믿음으로 착각하거나 높은 자가 되기 섬기는 척 가장하는 모습, 세상 처세술과 귀에 듣기 좋은 말들이 성경말씀 인양 아멘으로 응답하는 등 겉으로 볼 때는 문제가 문제인 줄 몰랐다. 특히 회개 없는 용서가 형제 사랑의 진정한 미덕으로 포장되어 결국에는 교회 문제가 뉴스 사회면을 자주 장식하고 있다.

 

문제가 문제인 줄 몰랐기에 더 심각하다. 나 또한 믿음, 섬김, 용서 등 무조건 다 좋은 것인줄 알았다. 저자가 풀어놓는 말씀과 그 핵심을 따라 읽어 가다보니 성경을 제대로 모르고 하나님의 구원을 이해하는 수준이 얼마나 얄팍한지 깨달았다. 저자의 신학적 깊이는 물론 사회 전반을 꿰뚫어 보는 시각과 풍부한 목회 경험들로 인해 더욱 깊이 와 닿았다.

 

쉽지 않은 인생을 살면서 내 믿음이 작음을 날마다 깨닫는다. 하지만 믿음이 작을수록 더욱 의지한다. 의지하는 그게 믿음이니 믿음이 작을수록 더 열심히 믿는다. 그게 참 믿음이다.”(89)

사랑을 진정으로 실천하기 위해서는 정말이지 성경의 가르침을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 질그릇에 담긴 보배를 보아야 한다. 성경을 상식대로 어설프게 알았다가는 죽음을 몰아가면서도 사랑으로 착각할 수 있다. 성경이 진정 생명과 구원의 책일진대 성경을 성경으로 바로 푸는 일 역시 사람을 살리느냐 죽이느냐의 문제가 된다”(237)

 

무엇보다 이 책은 나 자신을 하나님 앞에서 서도록 도와주었다. 하나님 앞에 서면 어느 세리처럼 가슴 치며 회개할 일 밖에 없지만 그 모습이 보배를 품은 질그릇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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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맛대로 살아라 - 틀에 박힌 레시피를 던져버린 재야 셰프, 전호용의 맛있는 인생잡설
전호용 지음 / 북인더갭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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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야 세프가 요리하는 인생 이야기, 못나도 사랑스러워 -‘네 맛대로 살아라를 읽고

 

  최근 몇 년 동안 여러 방송을 통해 각양각색 레시피들이 등장하고 멋진 스타 세프들도 자주 나온다. 눈을 현혹하는 화려한 쇼처럼 음식들이 꾸며지고 유명 연예인들이 그것을 먹고 즐기는 모습을 통해 일반인들이 대리만족을 느낀다. 또한 세프가 제안하는 레시피대로 음식을 만들어보고 블로그에 올리기도 한다. 이런 분위기에 반기를 드는 한 재야 세프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너와 나의 밥을 지어먹는 ''이라는 행위에 정확한 레시피란 존재하지 않는다. 누군가 제시한 어느 요리의 레시피는 대략적인 방향을 안내하는 이정표일 뿐이다."(43)

 

  "레시피에는 정답이 담겨 있을지 모르지만 그 레시피를 참고해 만든 당신의 음식은 정답도 오답도 아닌 당신의 음식이다"(41)

 

  현재 전주에서 심야식당을 운영하는 저자의 필력은 진보잡지에 글을 기고했던 이력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스타세프와 그 이름의 레시피로 무장하고 있는 지금의 모습에 비판적이기는 하다. 하지만 너와 나의 밥을 지어먹는 삶에 대한 깊이 있고 정감 어린 글들은 많은 것을 생각하도록 해준다. 특히 못난 것을 향한 애정이 인상 깊었다.

 

  “주변에 차고 넘치는 그 못난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라도 기록해줘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7)

  책 서문에서도 글을 쓰게 된 이유가 바로 아무도 이야기 하지 않는 못난 것들, 나의 주변에서 살아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라고 밝히고 있다.

 

  마트에 가면 몇 천에서 쉽게 살 수 있는 콩나물이나 미나리, 늙은 호박 등 흔한 음식 재료들이 돈이 되기 위해 매겨지는 가격과 달리 얼마나 많은 정성의 손길로 자라는지 옛 추억과 함께 설명하고 있다.

 

  누구나 알 듯이 상품이 되는 것만이라도 제값 주고 팔기 위해 못난 열매는 다 버린다. 당연하지 않는가? 하지만 저자는 "나무가 맺어준 귀한 열매마저도 돈이 되고 안 되고의 문제 안으로 밀어넣었기에 그 올곧은 존재 자체의 가치가 사람으로 하여금 상실된 것은 아닐는지"(131) 라며 못난 것을 못난 대로 가치가 있다고 말하고 있다.

 

  실제로 어떤 제주 농민은 감귤을 선과나 세척작업 없이 손 가는 대로 따서 귤을 따서 상자 안에 크고 작은 것 신 것 단 것 섞어서 판다고 한다. 만약에 내가 그 귤을 구매해서 시고 못난 귤을 발견했다면 왜 이런 것을 파느냐고 따지고도 남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저자의 글을 읽고 생각이 달라졌다. 신맛을 음미(?)하면서 맛있게 먹어보고 싶다. 오로지 돈이 되는지 안되는지 그 기준에 따라 열매를 보는 것이 아니라 열매 자체를 보고 인정하는 것, 땀과 수고의 대가로 열린 열매 혹은 어떤 결과물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을 저자를 통해서 배우게 되었다.

 

  삶을 바라보는 깊이도 남다르다. 통증과 죽음에 대하여 풀어놓는 글과 문장 하나하나가 피부에 와 닿을 정도로 현실적이어서 마음이 약간 불편하기까지 했다.

 

 "다만 오늘의 통증이 내일까지 이어진다고 해도 내일은 그 통증을 견뎌낼 만큼의 에너지가 몸 안에 다시 생겨난다고 믿게 되었다....이 통증이 팔꿈지에 늘어붙어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지만 너에게 주는 밥과 내가 먹을 밥 모두를 끊을 수 없어 통증을 견디며 일을 한다"(54)

 

  "사람은 죽어 사라지고 죽음의 냄새만 남아 있지만 그 방은, 그 집은 생로병사가 끊이지 않았던 ''이었으므로 죽음의 냄새 또한 들숨으로 호흡되는 삶의 이유가 된다...여기에 계속해서 다양한 음식 냄새를 덧칠하고 서로의 날숨을 불어넣고 삶의 찌꺼기들이 말라붙으면 그 고단함을 잠재우는 집이 될 것이다...그녀가 임종을 맞을 공간이 두 사람의 희로애락과 체취가 짙게 밴, 두 사람만이 편안할 수 있는 ''이기를 바란다."(80~86)

 

  통증을 견디며 일을 해야 하는 고난단 삶, 죽음의 냄새도 호흡이 되는 왠지 잔인한 삶을 살아가는 우리네 인생을 담담하게 이야기 하고 있다. 진한 감성적인 글은 아니지만 생기발랄한 기운이 마음에 꽉 찬 느낌이 들었다.

 

  못난 것들을 투박하고 거칠게 기록하고 있지만 누구에게라도 권고할 수 있는 인생관을 설파하고 있다. 저자 스스로는 이 책이 교훈을 위한 것이라고 전혀 생각하지 않겠지만 나에게는 아주 교훈적이었다. 생각의 범위를 넓히고 주변을 돌아보는 마음과 함께 밥을 해서 같이 먹고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느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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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하밥집 - 따뜻한 한 끼, 새로운 삶의 디딤돌
김현일 지음 / 죠이북스(죠이선교회)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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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인과 함께 계신 예수님을 만나러 갑니다 – ‘바하밥집’ 을 읽고

                                                                        

"밥집 일을 할 때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은 "내가 자비를 베푼다"라는 생각이에요. 저는 그분들이 공동체 생활을 할 수 있게 하는 "통로" 정도의 역할을 하는 거거든요. 진정한 공동체의 의미를 잃은 사람들에게 그 기쁨을 알려 주는 거죠" (86)

 

 '바나바하우스 밥집'(바하밥집) 의 김현일 대표의 고백은 감동과 도전을 준다. 지난 10여년 동안 바하밥집은 노숙자들에게 일주일에 세 번 정성어린 밥을 제공하고, 노숙인 개인마다 눈높이에 맞는 맞춤식 자활이 가능하도록 주거 공간과 생활비 지원, 일자리 알선 등 실제적인 필요를 채워주면서 더 나아가 공동체의 일원으로 함께 살아가고 있는 나들목교회 소속 공동체이다.

봉사의 대상으로서 노숙인을 대하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께서 보내주신 손님으로 여긴다. 친구처럼 다가가서 서로 어려움을 나누고 소통하기를 원한다. 도움을 주고 받는 관계가 아니라 하나님 앞에서 동일한 자녀로서 함께 하나님 나라를 누리며 살아가는 공동체 지체로서 노숙인을 바라보고 있다.

경제적, 정서적 어려움 뿐만 아니라 알콜이나 도박, 마약까지 중독되거나 범죄까지 연루된 노숙인들도 많은 상황에서 이들과 지속적인 관계를 가지고 지체로서 다가가는 것이 말처럼 그리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실제로 세밀하게 노숙자들을 챙기는 힘겨운 과정과 자활에 성공한 노숙인들이 언제그랬냐듯 옛생활로 돌아선 노숙자들을 무기력하게 지켜봐야하는 현실은 그러한 공동체를 이루어 가고 있는 나 역시 날마다 전쟁을 치는 것만 같다’(21)는 저자의 솔직한 심정처럼 무척 거칠고 어려운 일임을 보여준다. 너무 감동적이고 도전적인 이야기이지만 이것이 내 삶 앞에 펼쳐진 일이라면 나는 도망가고도 남을 것 같다.

 

인간적인 측은지심 때문이 아니에요. 그저 이 일을 통해 예수님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인 거죠. 밥집은 제게 또 다른 교회에요. 그분의 임재를 쉴 새 없이 경험하고 체험하면서 제 영혼은 진지하고 생기발랄해졌어요"(146)

 

노숙인들과 함께 계신 예수님, 그 예수님의 임재를 경험하게 되면서 더 큰 삶의 희열을 느끼고 이 사역의 의미도 깨닫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나도 소외된 이웃을 위해 작은 일이라도 해야 한다는 조급함도 생기고 예수님의 임재를 날마다 경험하는 저자가 부럽기도 하였다. 한편으로는 서로 조금만 달라도 불편함을 느끼고 먼저 다가가는 것도 머뭇거리는 내가 노숙인들과 같은 가난하고 약한 자들을 공동체 일원으로 품고 같이 살아갈 수 있을지 회의적인 마음도 들었다. 이런 책을 통해 독자 혹은 관객으로 간접적으로 감동받고 김현일 대표와 같은 사람들을 보면서 대단하며 칭찬하는 것으로 끝날지 모르겠다.

 

"저는 밥집에서 하는 일이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잔에 사랑과 돈을 쏟아 붓는 거라고 생각해요. 깊이를 알 수 없으니 마지막이 언제일지는 몰라요. 그건 하나님만이 아실 거예요. 그저 저는 물 붓는 일을 멈추지 않는 거죠. 현재 모습이 아무리 실망스럽더라도 말이에요."(115)

노숙인들을 향한 저자의 진한 사랑의 고백이다. 그의 마음이 너무 예수님 같다. 예수님이 우리를 향해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사랑으로 함께 하신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해주었고 나의 회의적인 마음을 버리도록 했다.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없을지, 사역의 모양과 결과와 상관없이 예수님의 임재 가운데 그 사랑을 경험하고 이웃들과 그 사랑을 함께 누리기를 바라는 소망을 계속 키워가야겠다고 다짐해본다.

좋은 믿음의 선배가 그 길을 걸어가고 있으니 응원하면서 나의 삶의 자리에서도 열심히 그 길을 걸어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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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 공부를 위해 필요한 101가지 철학 개념
켈리 제임스 클락 외 지음, 김지호 옮김 / 도서출판100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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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학이 조금 더 가까이 내게로 왔다

 

  책 제목 앞에 있는 신학 공부를 위해 필요한이 작은 글씨 때문에 일반 평신도들이 선뜻 이 책을 읽어보려고 용기 내기가 쉽지는 않을 것 같았다. 예상처럼 읽기 쉬운 책은 결코 아니였다.

하지만 지금 내가 믿고 있는 신앙의 근간이 여러 철학적 사고와 사상들이 역사적 흐름 속에서 탄생과 소멸을 거듭 반복하며 수많은 논쟁과 토론 그리고 질문을 통하여 여기까지 형성되었다는 사실에 놀라웠다. 또한 하나님과 세상과 사람을 향한 묵직한 질문들과 나름대로 찾았던 대답들 그리고 다시 생기는 의문들과 논쟁 속에서 스스로 생각하며 묵상하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하였다.

  이런 과정 때문에 철학이 필요한가보다. 힘이 그냥 길러지는 법이 없는 것처럼 생각하는 힘 역시 어려운 질문을 뚫고 여러 대답들을 숙고하면서 어느 것이 더 맞는지 아닌지 아니면 다른 답을 스스로 찾아보는 노력을 통해 얻어지는 것이리라.

 

신학자에게 한 번도 신뢰받지 못한 채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했던 철학은 없으며, 논리 실증주의도 예외가 아니다”(p105)

  위의 언급처럼 이 책은 신학과 관련된 철학뿐만 아니라 전혀 상관없을 것 같은(?) 논리 실증주의를 포함하여 웬만한 철학 개념과 철학자까지 개관하고 있다. 기본적 정의와 탄생 배경, 발전 과정과 한계점들을 요약하고 주요 관련 용어들도 첨가하고 있다.

  신학자나 목회자, 신학생들은 이 책이 유용할 것이다. 두꺼운 다른 철학서들을 일일이 읽기가 부담스럽다면 이 책을 통해서 기본적인 개념을 숙지하고 난 뒤 깊은 공부가 필요한 책을 찾아서 읽는데 좋은 길잡이가 될 것 같다.

  평신도의 경우 특별한 동기가 없다면 읽기가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이해하기 어려운 개념들도 많고 요약 설명한 부분이 많아서 더욱 어렵게 느껴진다. 그럼에도 매일 50페이지 두 시간씩 투자하여 인내를 가지고 읽으면 일주일 동안 읽을 수 있다고 본다. 기본적인 용어들도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어서 먼저 궁금한 개념부터 찾아 읽어도 도움이 된다.

  신앙 서적을 읽다보면 철학 용어들을 자주 접하게 된다. 일일이 찾아보기보다 넘기기 일쑤였다. 얼마 전에 데칼로그책을 읽다가 신플라톤주의라는 단어를 보았는데 대충 읽고 넘어갔다. 이 책에서 그 개념을 발견했을 때 왠지 반가웠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는데 기본 개념을 이미 알고 있거나, 혹은 찾아보는 노력을 조금만 더 기울인다면 그 풍성함이 몇 배가 되지 않을까?

 

  막연히 읽어보라고 말할 수 없는 책이다. 시간을 내야하고 의지를 가져야한다. 그만큼 많이 남는다. 강렬한 독서 경험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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